[PC] TemTem - 표절과 영감의 사이에서.

  • 입력 2020.01.24 11:07
  • 기자명 People's 이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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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포켓몬스터 시리즈는 정말로 공들여 만든 수작이라는 느낌을 주지 못한채로 무너져내리고 있습니다. 마치 이정도만 만들어도 어차피 너넨 사줄거잖아? 식의 구색 맞추기 형태로 타이틀을 발매하고 있고, 지나치게 입문자에게만 맞춘 라이트한 플레이와 허술하게 짝이 없는 구성으로인해 어느 한 쪽도 만족시키지 못하는 어정쩡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죠. 이렇게 포켓몬스터 시리즈가 갈림길에 서있는 지금, 제법 비슷한 느낌을 내는 게임이 얼리억세스를 통해 출시되었습니다.

바로 스페인 게임개발사가 얼리억세스를 통해 스팀으로 발표한 "TemTem"이라는 게임입니다. 얼핏 보면 포켓몬스터와 상당히 비슷하기 때문에, 마구잡이로 따라한 짝퉁게임은 아닌가 싶었는데요. 의외로 괜찮은 부분도 상당수 있었던 반면, 진행이 버거울 정도로 상당히 아쉽게 느껴진 부분들도 존재합니다.

보통 표절과 영감의 차이를 논할 때, 우리는 기존의 것을 가져와서 멋지게 보수를 해내면서도 확실한 자신의 색을 뿜어냈을때 그것을 영감이라고 표현합니다. 반면 업그레이드는 고사하고, 무작정 가져다 쓰기만하고 다운그레이드 되있는 것은 표절로 이야기하곤 하는데요. 그야말로 완전히 새로운 창작을 만들기 어려운 현 새대에서, 템템은 분명 그 애매한 경계선에 놓여있다고 생각합니다.

리뷰를 읽어보시면서, 스스로 이 갈림길에 대한 답을 내려보시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습니다.

또한, 아직까지 이 게임이 국내에서 인지도가 높다거나, 관심을 많이 끌고 있진 않지만 그런만큼 이 가이드 리뷰를 통해 이 미지의 게임에 대한 궁금증을 해소하실 수 있기를 기대해보겠습니다.


 

 

 

포켓몬스터에서 영감을 받아 제작한 템템은, 거의 모든 부분에서 유사한 점이 많은 게임입니다.

일단 게임 초반부의 전개는 포켓몬과 똑같다고 봐도 될 정돈데요. 주인공이 살던 집을 떠나 모험을 시작하게 되고, 그 과정에서 늘 그렇듯 라이벌이 등장합니다. 여기에 오박사님 역할을 하는 교수가 연구실로 데려가서 "템템" 을 두 마리 주는 것으로 여정이 시작되죠. 이 게임에서는 몬스터를 "템템" 이라고 부르며, 포켓몬 트레이너 대신 "테이머" 라는 용어를 사용합니다. 틀을 가지고 오되, 그 내용물만 살짝 비틀어놨다고 보시면 될 것 같아요.

이외에 몬스터볼 대신 "템카드" 라는 카드를 활용해 몬스터를 포획하고 데리고 다니는 형태를 취합니다. 그리고 플레이 도중 사용할 수 있는 몬스터 도감 등 기본적인 구조 자체는 포켓몬스터의 그것과 매우 동일하지만 그 와중에 몇 가지 차이점들도 존재합니다.

 

 

그 중 가장 큰 차이를 보여주는 부분은, 템템이 싱글플레이 게임이 아닌 멀티플레이 게임이라는 점입니다. 

그러나, 이 부분은 아직 그 완성도가 높지는 않습니다. 기본적인 스토리라인을 따라감과 동시에 다른 유저들과 배틀을 할 수도 있고, 자유롭게 템템 교화도 가능하며, 랭크 모드를 통해 상대 템템을 벤하고 덱을 짤 수도있다 "라고는" 적혀있지만 아직까지 완벽하게 구현되지는 않은 모습입니다.

실제로 제가 스토리상 두 번째 관장을 향해가는 과정에서는 그러한 다른 유저들과의 상호작용은 할 수 없었는데요. 지금은 그저 맵상에 뛰어다니는 다른 테이머들을 볼 수 있다는 것과 감정상태를 표현하는 아이콘을 드러낼 수 있는 기능 등만 제공하고 있습니다.

멀티 플레이 게임에서 가장 기본이 되는 채팅조차 현재는 지원하지 않고 있는 상황이에요. 이외에 나만의 집을 꾸민다는가 하는 것도 "개발중인 컨텐츠" 메시지를 통해 추후 지원할 것을 예고하는 등, 이래저래 준비하고 있는 것들은 꽤나 있는 것처럼 보이는 상황입니다.

 

 

이 외에 비슷해보이면서도 확실히 다른 부분은 "전투" 에 있습니다.

포켓몬스터의 경우 마나 나 기력의 개념업이 스킬별로 횟수제한 (PP) 를 소모하는 식으로 진행됩니다. 템템에서는 스킬별 PP는 없지만 캐릭터별로 마나에 해당되는 기력게이지가 존재하고, 스킬을 쓸 때마다 기력을 소모하는식으로 전투를 해야하는데요. 특이한건 스킬에 필요한 기력이 부족할 경우 체력을 깎아먹으면서 스킬을 써야하고, 기력이 0이 될 경우 "탈진" 에 걸리면서 강제로 한 턴을 쉬어야 합니다. 

 

 

그래서 포켓몬스터처럼 강한 기술만 남발할 수 없음은 물론, 남아있는 기력게이지를 계산해가면서 전투를 진행해야 합니다. 이외에 광역 스킬같은 경우에도 적 전체"만" 히트시키는 것 외에, 아군포함 시계방향으로 3번 튀기는 스킬도 존재해서 기술을 쓸 때 계속해서 생각을 하며 싸워야 했습니다. 확실히 포켓몬 보다는 전략적인 판단을 많이 내려야 했어요.

 

 

이에 더해, 2:2 전투가 주를 이룬다는 점 (경우에 따라 2:1 전투가 진행될 때도 있습니다만)과 포켓몬 처럼 별도의 템템 교체 타이밍을 주지 않고 진행되는 부분, 그리고 전투에 나선 "템템" 만 경험치를 획득할 수 있는 것 또한 난이도를 올려주는 요소 중 하나였습니다. 다만, 포켓몬과 마찬가지로 템템에서도 타입별 확실한 상성이 존재하기때문에 이 부분만 잘 인지한다면 그럭저럭 전투를 풀어나갈 수는 있었습니다.

 

 

퀘스트에 대한 이야기도 해보죠.

포켓몬스터의 경우, 아주 자잘한 서브퀘스트가 있긴 했지만 사실상 없다고 봐도 될 정도로 메인 스토리 (퀘스트) 에 치중하는 모습이었죠. 이와 달리 템템은 나름대로 이 부분에 있어서 어느정도 다채로운 퀘스트들은 준비해둔 모습이었습니다. 마을을 돌아다니면서 각 도시의 관장들을 격파하고, 알 수 없는 의문의 적 (포켓몬의 로켓단 역할인듯 합니다) 과 싸우는 메인 스토리는 포켓몬과 아주 흡사하지만, 서브퀘스트는 양과 질적으로 완전히 다른 모습입니다.

사람을 찾아달라, 특정 아이템을 가지고 와달라 뿐 아니라 바쁜 가이드를 대신 마을의 가이드 역할을 잠시해달라던지, 수업을 빼먹고 놀러간 학생들을 찾아달라는 퀘스트도 있었습니다.

 

 

아쉬웠던 건 퀘스트 트랙킹에 대한 부분이었습니다.

일단 미니맵상으로 각 마을의 이름이 적혀있지 않아서, 어떤 위치에 어떤 마을이 있는지 확인하는 것이 어려웠음은 물론, 퀘스트가 일정 갯수 이상 쌓였을때 예전에 얻은 퀘스트에 관련된 내용을 다시 볼 수 없다는 점 은 서브퀘스트 진행에 있어서 아주 치명적인 부분이었습니다.

어떤 마을이 어디 있는지 알 수 없으니 계속해서 빙글빙글 도시를 찾아헤메야했고, 기껏 찾은 마을에서 어떤 서브퀘스트를 수행해야할 지 모르니 또 다시 길을 찾아 헤메야 했습니다. 사실 이건 꽤나 기본적인 부분인데, 아무리 얼리 억세스라 하더라도 구현되어있지 않은 건 다소 이해하기 어려웠어요.

요즘 게임들처럼 네비게이션을 제공하기 싫었다거나, 어느정도의 불친절함을 색깔로 갖추고 싶었던거라면 최소한 퀘스트 내용은 읽을 수 있게 해놨어야죠.

 

 

마지막으로, 이 게임의 문제점에 대한 이야기를 해야할 것 같습니다. 게임을 시작하면 처음에 뜨는 문구가 "얼리억세스" 에 관한 내용인데요, 요약하자면 아직 제한적인 것들이 있으니 기대치를 낮춰달라 고 되어있으며 스팀페이지에 가면 환불관련내용도 공지로 띄워둔 상황입니다. 

그러나 이건 좀 너무하다 싶은 버그들이 꽤나 많은 상황입니다.

일단 첫 플레이 당시, 접속 대기열이 굉장히 긴 편이었는데요. 그 대기열 화면까지 가는 동안에도 수없이 많은 멈춤과 튕김을 반복했어야 했습니다. 그 대기열을 뚫고 마침내 캐릭터를 만들고 조금 플레이를 하다가 영문도 모르는채 종료된 경우도 있었는데, 알고보니 이건 인게임 버그를 잡기 위해서 강제로 서버를 내리고 패치를 진행한 거더라구요. 이런 건 필드공지로 띄운다던가 하는 식의 배려는 해줄 수 있지 않았나 싶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인 게임 버그들은 셀 수없을 지경입니다.

애써 진화시켜놓은 템템들이 원상태로 돌아가있는가 하면, 레벨을 올려 배웠던 기술이 안배운상태로 돌아가 있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가장 골치를 썩혔던건 포션 버그였는데, 인게임에서 포션만 썼다하면 "포션 갯수는 차감된채" 게임이 멈추는 버그였습니다. 다행히도 몇 시간만에 고쳐주긴 했지만, 이와 관련된 구체적인 정보를 알 길이 없었다는 것이 더 큰 문제입니다.

해결되었다는 공지나, 해당 버그에 대해서 파악하고 있다는 팝업문구가 없기 때문에 개발진과의 소통 창구를 모르는 유저들은 그저 하염없이 기다릴 수 밖에 없어요.

 

 

저같은 경우엔 너무 화가나서 템템 공식 디스코드방에 들어가서 관련 내용을 올렸고, 다른 사람이 친절하게 설명해줘서 상황을 알 수 있었습니다만 문제가 생길때마다 이런식으로 찾아갈 수는 없는데 말이죠.

이외에도 부활약이 안써지는 버그, 그리고 레벨업이 안되는 끔찍한 버그도 있었습니다. 리뷰를 쓰고 있는 1월 23일 저녁경 겪었던 버그인데, 경험치가 "마이너스" 로 쌓이는 버그였습니다. 예를 들면 필드에서 전투를 이길때마다 XP -600, -860 이런식으로 말이죠. 살다살다 RPG 게임에서 경험치가 마이너스로 쌓이는 버그는 처음봤습니다. 그야말로 하나 고치면 다른쪽에서 문제가 터지고 있는 상황이에요.


 

 

현재 스팀을 통해 얼리억세스를 진행중인 템템은 추후 크로스플레이가 가능하도록 닌텐도스위치, 플레이스테이션, 그리고 엑스박스 등 여러가지 플랫폼으로의 출시를 공표한 상황입니다.

솔직히 포켓몬스터가 갖고있지 않은 부분들을 많이 갖고있는 게임이에요. 전반적인 그래픽이나, 전투시 조금 더 세련된 효과들, 포켓몬의 그것보다 훨씬 재미있었던 기력을 활용하는 전투시스템, 그리고 다채로운 서브퀘스트 등은 물론이고 포켓몬을 오래 플레이해온 사람이라면 한번쯤은 느껴봤을 "아 이부분 불편하다" 싶은 부분들은 과감하게 삭제하거나 새로운 아이템을 준비함으로써 편의성 부분도 잘 잡고있는 모습이었습니다.

기존의 월드 히트작을 비슷하게 본따되, 불편하고 부족했던 부분을 보수한 거니까 이거 제대로만 찍어내면 만루홈런 감이라고 생각했을겁니다.

 

 

그런데 이 게임. 아무리 얼리 억세스라고 해도 "지금 당장은" 플레이하지 않는 것을 권합니다.

물론 그 많은 버그들을 개발자의 입장이 되서 애정을 갖고 리포트하겠다는 사명감을 갖고 플레이하실거라면 말리진 않겠습니다.

그런데 이 게임. 4만원이 넘는 가격이에요. 유저들은 적지 않은 돈을 내고 계속해서 새롭게 자라나는 버그들을 리포트해야 합니다. 물론 제가 얼리억세스의 뜻을 잘못 알고 있어서 그런거라면 모르겠지만, 제 입장에서는 4만원이나 내고도 기본적인 게임 진행부분에서 버그로 인해 막히는 얼리억세스 게임을 해야할 필요성은 느끼지 못했어요.

얼마전 리뷰했던 DJMAX나 하데스 의 경우에도 "얼리억세스" 였지만 기본적인 게임 플레이에서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습니다.

아무리 이제 막 얼리억세스를 시작한 게임이라 하더라도 최소한 기본적인 메인 플레이는 진행이 되야 하지 않나요 ?

 

이대로 어정쩡하게 결과물 못내고 시간만 끌리게 되면, 분명히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이 게임은 표절 이야기를 들으면서 신나게 까일 거에요. 상대는 글로벌 팬을 보유하고 있는 메가톤 급 게임이니까요.

과연 템템은 본인들이 그려놓은 청사진대로 깔끔한 마무리를 할 수 있을지 기대감과 걱정을 동시에 가지고 지켜보도록 하겠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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