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S4] 드래곤볼 카카로트 리뷰 - 그 시절, 우린 모두 오공이었다.

  • 입력 2020.01.21 16:44
  • 기자명 People's 이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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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 즐겨봤던 애니메이션에 대한 기억은 어떤 것들인가요 ?

꾸러기 수비대를 보면서 자축인묘를 외웠고, 태양의 기사 피코를 보면서 로보트에 대한 로망을 가졌었지만 개인적으로는 쥬라기 월드컵이라는 만화를 참 좋아했었습니다. 만화를 한 편보고나면 꼭 운동장에 나가서 주인공이 된 것마냥 돌발이 슛을 외치고 특유의 모션을 취하곤 했었죠. 이런식의 감정이입의 정점은 바로 "드래곤볼" 시리즈 였습니다.

셀이 등장하는 시점부터 본격적으로 드래곤볼에 빠져들기 시작했는데요, 오반이 분노를 폭발시키는 장면이라던가 이후 마인부우와의 전투 그리고 GT의 엔딩 등 장면장면마다 잔뜩 몰입해서 이를 악물고 힘을 줘가면서 봤던 기억들이 아직도 선명합니다. 어쩌면 어린시절 우리는 그렇게 드래곤볼을 보며 한번쯤은 "손오공" 이 되어본적이 있었을겁니다. 광고 영상에 나왔듯, 친구들과 집에가는 길에 에네르기파 대결을 했고. 머리를 감으면서 초사이어인 머리를 만들어보기도 하고, 괜히 기합소리를 크게 내면서 주먹을 쥐어본 기억도 있었죠.

어쩌면 오늘 리뷰할 "드래곤볼Z 카카로트" 는 어린 시절의 꿈을 현실화 시켜줄 멋진 게임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출시전부터 많은 팬분들의 우려와 기대를 한몸에 받아온 이 타이틀이 어느정도의 퀄리티를 보여줄지 오늘 리뷰를 통해 한번 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드래곤볼 Z 카카로트는, 기본적으로 손오공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아주 어린시절의 에피소드들은 빠져있지만, 성인이 된 오공이 처음으로 베지터와 만나는 장면을 시작으로 이후 인조인간 - 셀 - 마인부우 등 드래곤볼 Z의 기본적인 스토리들은 충실하게 그려내고 있어요. 스토리의 구성이나 전개등은 아무래도 기존의 오래된 명작 만화에서 그대로 가져온 것인만큼 줄거리가 어떻고 복선구성이 어떻다 는 식의 평가는 하지 않겠습니다. 이 게임은 그저 원작만화의 내용을 그대로 가져온 것일 뿐이니까요.

게임을 플레이하다보면, 나름대로 꽤 잘살렸다 싶은 부분들이 생각보다는 많았는데요. 특히 이야기의 핵심 부분에서 보여주는 컷씬이나 연출들은 퀄리티가 상당히 좋았습니다. 만약, 작가가 현시대에 맞춰서 드래곤볼을 리메이크 했다면 이런 느낌으로 나왔겠구나 싶을 정도였으니까요.

분명, 왠지 모르게 심심하고 빠진듯한 느낌을 주지만, 결정적인 부분에서 보여주는 멋진 연출들은 분명 게임을 계속해서 플레이하게끔 하는 원동력이 되어줬습니다.

 

 

물론, 이야기의 구성에 있어서 디테일함이 조금 아쉽게 다가오긴 했습니다. 이건 만화를 게임으로 옮기는 과정에서 일어난 문제로 봐야할 것 같기도 한데요.

게임의 분량을 채우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의미없는 것들로 양만 부풀리듯 채워넣은 것들이 다소 존재했습니다. 반대로, 반드시 있어야할 이야기를 간소화 시킨 장면도 있었어요. 셀과의 전투씬은 대표적인 예중 하나입니다. 원작에서 분노로 힘을 개방한 오반은 셀을 충분히 죽일 수 있음에도 가지고 놀면서 힘을 과시하고, 그렇게 여유를 부리다가 셀에게 자폭각을 내주게 되죠. 결국 이러한 오반의 자만으로 인해 오공이 대신 희생하면서 이를 저지하게 됩니다.

이러한 배경 이야기가 있기 때문에, 다시 돌아온 셀과의 혈투에서 영혼이 되어 오반을 도와주는 오공의 장면이 훨씬 더 큰 감동으로 다가오게 됩니다만, 게임에서는 오반의 자만심이나 셀을 갖고노는 장면 등은 스킵하고 갑작스럽게 자폭을 시도하는 씬으로 바로 넘어갑니다. 조금은 아쉬운 부분이었어요.

 

 

그래픽 부분입니다. 전체적으로 크게 나쁘지 않은 모습을 보여줬어요.

전투 부분에서 나오는 스킬들의 이펙트는 물론, 등장인물들의 묘사 역시도 비교적 충실하게 구현되어 있는 편이긴 합니다. 그러나, 여기서도 디테일이 발목을 잡습니다.

전투 돌입시에 반드시 취하는 어정쩡한 공중 부양 포즈는, 캐릭터가 달라지더라도 하나같이 똑같은 모션을 취합니다. 이외에 공중에서 날아다니는 장면은 신체가 딱 고정된 가운데 몇몇 부분 - 머리카락이나 옷 끝자락 - 등만 억지스럽게 흔들리는 연출을 함으로써 보는사람으로 하여금 굉장히 어색하다 는 느낌을 갖게 했어요. 이외에 필드배경이나 이펙트, 그리고 캐릭터가 잘 섞이지 않고 따로 노는 듯한 모습도 종종 보여줬습니다.

앞서 말씀드렸듯, 전체적인 그래픽이 나쁘지 않았음을 감안해보면 이러한 부분은 조금 아쉽게 다가오긴 하네요.

 

 

게임의 메인 퀘스트 들은 기본적인 스토리를 따라가며 진행됩니다. 

특히, 각 챕터별 오프닝 부분에 소제목들을 달아서 특유의 음악과 함께 보여줌은 물론, 하나의 에피소드가 끝난 후에는 다음화에 대한 예고편을 오공의 나레이션과 함께 보여줍니다. 이는 개발진이 플레이어로 하여금 "만화" 속에 들어가 있는 듯한 느낌을 주기위한 의도적인 연출로 보이는데요.

아마도, 드래곤볼 Z 만화를 보신 분들은 물론, 새롭게 접하시는 분들께도 마치 만화속에 들어가 오공과 등장인물들을 컨트롤 하는 듯한 느낌을 주고자 한 듯한 연출이었습니다.

 

 

퀘스트의 경우, 핵심 메인 퀘스트들은 괜찮았지만 어거지로 분량늘리기의 목적으로 채워진 "가짜" 메인퀘스트 들이 조금 아쉬웠습니다. 물론, 원작 만화를 게임으로 옮기는 과정이므로 어쩔 수 없다는 것도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문제는 이러한 퀘스트들이 전혀 매력이 없다는 점이에요.

기껏해봐야 어디가서 뭘 모아와라 던가, 수행을 위해서 나랑 싸우자! 등 단편적이고 예측가능한 퀘스트들 뿐이었습니다. 이외에 서브 퀘스트 역시도, 무성의한 설계와 색깔놀이로 채워진 적의 디자인 그리고 개성없는 NPC 등으로 구성되어 있어서 전혀 매력적이지 않았습니다.

 

 

이러한 부분들은 길고 잦은 로딩과 겹치면서 더 큰 짜증을 유발합니다.

드래곤볼 Z 카카로트는, 순수 오픈월드라기보다는 하프 오픈월드 에 가까운데요. 특정 지역 안에서의 이동은 비교적 자유롭지만, 다른 지역으로 넘어가기 위해서 반드시 월드맵을 통해 로딩과정을 거쳐야 합니다. 물론, 앤썸 등의 게임만큼은 아니었지만 로딩시간은 꽤 긴 편에 속했고 그 빈도 수도 굉장히 잦았습니다.

여기에, 비효율적인 퀘스트 동선의 문제가 더해집니다. 어거지로 돌아가게끔 설계해둔 퀘스트 들은 플레이어로 하여금 계속해서 필드맵을 돌아다니게 만들고, 계속해서 로딩을 기다리게끔 만듭니다. 이외에도 스토리 진행중 계속해서 로딩화면들이 등장하여 플레이어를 괴롭힙니다.

시스템상의 한계로 인한 불가피한 부분이었다면, 로딩 동안 할 수 있는 다른 컨텐츠를 제공하는 건 어땠을까요? 예를들면 드래곤볼 캐릭터 도감을 제공한다던가, 원작 코믹스의 일부분을 발췌해서 볼 수 있게끔 했다면 분명 답답했더라도 어느정도는 납득가능했을텐데요.

 

 

드래곤볼 Z 카카로트의 전투는 아주 스피디하고, 박진감 넘쳤습니다.

전투의 템포가 굉장히 빠른 편이었기 때문에 어느정도 익숙해지기 전까지는 정신없이 버튼을 두들겨야 했어요. 그러다가 어느정도 익숙해지고 콤보를 만들기 시작하면서 조금씩 전투의 스타일이 살아나면서 한층 그 재미가 올라갔습니다. 특히 교전 중에는 적의 광역 스킬이나 꼭 피해야하는 강한 스킬들을 구사함으로써 이를 피해야하는 시간을 만들어두었는데요, 빨강색 경로로 미리 알려주고 반응하게끔 해두어서 묘한 탄막슈팅 게임의 느낌도 제공했습니다.

또한 필드상에서 Z오브를 모아 스킬을 업그레이드하고, 원하는 버튼에 배치하는 등 아주 자유롭진 않지만 어느정도선에서의 커스터마이징이 가능했던 부분들은 좋았어요. 이에 더해 계왕권이나 초사이어인 폼 등은 무한정으로 쓸 수는 없도록 자체적인 디버프 를 걸어두어서 어느정도의 밸런스를 유지하려고 한 것도 좋았습니다.

 

 

정해져있는 적과 싸우는 메인 퀘스트 외에, 필드에서는 프리저 군단의 병사라던가 레드리본 로봇 등 자잘자잘한 적들과 만나게 됩니다.

이들은 회복이나 동료 소환 등 역할군이 나뉘어져 있는 경우도 있었지만, 전체적으로 개성이 뚜렷하지 않은 색깔놀이에 가깝다는 느낌을 받게 했습니다. 물론, 원작에서 이런식의 "잡몹"들이 거의 등장하지 않기때문에 어색함이 더해진 것일 수도 있지만 조금 더 신경쓸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은 남았어요.

 

 

이러한 전투 외에, 필드에서는 "드래곤볼"을 찾거나 코믹스 조각을 모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드래곤볼을 찾는 과정은 김빠질 정도로 쉬운편이었고, 용신에게 빌 수 있는 소원들도 크게 매력적이진 않았어요. 기껏해야 죽은 적과 한번 더 싸운다던가, 부자로 만들어달라 등이 전부였습니다. 이에 더해 코믹스의 경우엔 짤 한장과 함께 문장 몇 개정도만 보여줍니다.

물론 기존의 팬들은 "아쉽지만, 구현은 해놨네" 정도로 넘어갈 수도 있을 겁니다. 그러나 문제는, 이 게임을 통해 이러한 요소들을 처음으로 마주하는 입문자 분들조차도 배려하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드래곤볼을 모으는 과정도 처음 해보고, 오공의 어린시절은 아예 모를 수밖에 없는 분들을 위해서 이러한 부분들으 조금 더 공들였으면 어땠을까요? 예를 들면 드래곤볼은 조금 더 어려운 곳에 숨겨두거나 조건을 붙여서 찾았을때 그 환희를 더해준다던지, 코믹스도 한장말고 몇 장 더 실어준다던지 하는 식으로 말이죠.

이건마치, 자 우리 이거 넣어놨다! 빠졌다고 뭐라고하지마! 식의 구성처럼 보여서 더 아쉬운 부분이었습니다.

 

 

 

 

 

이러한 크고 작은 아쉬움 외에 , 진행에 있어서 문제가 되었던 것은 바로 프레임 드롭입니다.

노말 플스 기준으로 높은 빈도는 아니었지만, 분명 특정 부분에서의 프레임 드롭이나 멈춤현상이 존재했어요. 이런 현상들은 게임의 핵심이 되는 컷씬에서 굉장히 심하게 드러났는데요, 첨부한 영상을 보시면 전투의 종반부 상대의 필살기를 받아치는 오공의 장면이지만 프레임드롭 정도가 너무 심하다보니 제대로 상황을 보는 것조차 어려울 지경이었습니다.

너무 심하다 보니, 캐릭터들의 음성이 대사에 비해 빨리 지나간다던가 밀려나서 진작에 음성은 끝났는데 입만 움직이는 상황도 생겼습니다.

반다이 남코의 특징인가 싶을 정도로 제가 닌자박스에서 겪었던 증상과 흡사한데요, 구체적인 원인은 잘 모르겠지만 어떤 식으로든 이 부분은 피드백을 좀 거쳐야할 것 같네요.

 

 


 

 

일일이 지적하기 힘들정도로, 이 타이틀은 여러가지로 아쉬운 부분들이 많았던 게임이었습니다.

리뷰를 쭉 읽어보신 분들이라면 느끼셨을거에요. 오늘 제 리뷰는 게임에 대한 "소개" 라기보다는 단점과 아쉬움을 늘어놓는 듯한 글이었을 겁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게임은 충분히 플레이해볼만한 가치가 있는 게임입니다.

작정하고 공들인 핵심장면에서의 연출들, 그리고 게임 전반에 진하게 깔려있는 오프닝 노래 등은 플레이어 분들을 게임속으로 잡아당겨서, 마치 만화속 오공을 직접 컨트롤 하는 듯한 느낌마저 들게 해줄겁니다.

게임속에서나마, 어린시절 누구나 꿈꿔왔던 세계관을 경험하고 직접 컨트롤 해볼 수 있다는 즐거움은 이런저런 게임의 아쉬운 부분들을 상쇄시킬 정도로 큰 감동을 전해줬어요. 

아마도 원작팬분들께서는 비슷한 감정을 느끼실겁니다. 아 조금만 더 신경썼다면, 이부분 조금 아쉽다 싶다가도 멋진 연출과 음악을 듣는 순간 그 옛날 손오공을 꿈꿨던 어린시절로 어느샌가 돌아가 게임을 즐기시게 될거에요.

 

입문자 분들께는 한번쯤 해봐도 좋을 게임으로.

원작 팬분들께는 꼭 플레이해보셔야할 게임으로 리뷰의 마침표를 찍을까 합니다. 

 

그 시절, 우리 모두가 손오공이었던 것 처럼

오늘은 드래곤볼Z 카카로트를 통해 다시 한 번 오공이 되어보는 건 어떨까요 ?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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