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릭터에 의한, 캐릭터를 위한 게임 PS4 벽람항로 크로스웨이브 리뷰
캐릭터에 의한, 캐릭터를 위한 게임 PS4 벽람항로 크로스웨이브 리뷰
  • 김민진
  • 승인 2019.12.09 13: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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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릭터 게임은 대작이 될 수 있을까? 쉽게 답할 수 없는 문제이긴 하지만 그동안의 경험으로 미루어 보면 캐릭터만으로 멋진 게임이 탄생하기는 쉽지 않다. 물론 캐릭터는 중요하다. 매력 있고, 게이머의 환상을 불러일으키는 캐릭터는 게임의 성패를 좌우하는 굉장히 중요한 요소 중의 하나임은 틀림없다. 갓 오브 워에 과묵하고 거침없는 크레토스가 없었다면? 언차티드에 유머러스하고 인간미 넘치는 네이선이 없었다면? 잘 만들어진 게임이라는 호평은 받았을지 몰라도 지금처럼 많은 게이머들의 기억에 남는 대작이 되긴 어려웠을 것이다.

캐릭터는 게임에서 중요한 요소지만, 캐릭터 하나만 가지고는 대작을 만들 수 없다. 괜히 게임을 종합콘텐츠라 부르는 게 아니다. 예를 들어볼까? 삼국지는 캐릭터를 기반으로 한 대표적인 이야기라고 할 수 있다. 크게 보면 단순히 위, , . 삼국간의 땅따먹기 싸움에 불과한 이야기임에도 삼국지는 거의 2000년 동안 대중에게 사랑받고 있다.

그 중심에 조조, 유비, 관우, 제갈량, 손권 등 다양한 성격과 매력을 지닌 캐릭터들이 있다. 이 캐릭터들을 하나하나 살려서 대박을 친 게 바로 진 삼국무쌍이다. 장비의 거친 야수성, 관우의 고고함, 조조의 진취성. 삼국지의 다양한 인물들을 각각 조망하며 액션과 결합한 이 게임은 출시 초기에 호평을 받으면서 새로운 장르를 개척해 냈다.

하지만 시리즈가 거듭될수록 같은 캐릭터를 소비하고 있음에도 평가는 떨어지기만 하고 있다. 캐릭터 이외의 게임적인 요소에서 거의 변화가 없는 탓이다. 이처럼 캐릭터는 게임의 성공을 좌우하는 요소임에는 틀림이 없지만, 대작은 결코 캐릭터만으로 만들어질 수 없다. 조금만 생각하면 알 수 있는 사실이지만, 캐릭터를 중심으로 한 게임은 골수 팬들에 의해 항상 어느 정도의 성공이 보장되기에 그저그런 캐릭터 게임들이 계속 출시되고 있다.

125일 출시된 벽람항로 크로스웨이브는 중국의 모바일 게임 벽람항로를 바탕으로 한 캐릭터 게임이다. 벽람항로 크로스웨이브가 캐릭터만을 강조한 게임인지, 아니면 나름의 고민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명작 게임인지. 하나씩 살펴보기로 하자.

간만 보는 스토리. 깊이가 없다.

잠깐 언급했지만, 벽람항로 크로스웨이브는 벽람항로라는 모바일 게임에서 파생된 게임이다. 의장이라는 장비를 착용하고 바다 위를 날아다니는 소녀들이 생활하는 세계에서 벌어지는 일로. 이 소녀들은 각각 전함과 구축함 등으로 구분된다. 전함의 의인화랄까. 굉장히 독특한 컨셉을 잡고 있는 게임이다.

벽람항로에 바탕을 둔 게임이라서 사전지식이 없는 이들은 처음에 진입하기가 조금 어렵다. 이글 유니온, 로열 네이비, 메탈 블러드, 사쿠라 엠파이어라는 네 세력이 균형을 이루고 있는 세계인데, 이 게임은 사쿠라 엠파이어 내의 시미카제와 스루가 입장에서 서술되는 이야기다. 주인공인 시미카제가 네 세력 전체와 대립하는 세이렌이라는 집단에서 흘린 큐브를 주우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로 세력 전체가 모여서 벌이는 친선훈련? 수준의 합동대연습 기간을 다루고 있다.

간략한 설명으로도 알 수 있겠지만 이 게임은 완성된 이야기를 보여주는 게 아니다. 벽람항로라는 거대한 이야기 속에서 하나의 사건을 다루고 있을 뿐이다. 그래서인지 본격적인 이야기가 시작되기 전에 자꾸 멈추는 것 같은 느낌을 많이 받았다. 벽람항로를 플레이해보지 않은 나로서는 처음 프롤로그에서 네 세력이 등장할 때부터 기대감에 가득 차 있었다. ‘. 네 세력 중에 하나 고르는 건가? 한 세력 골라서 다 깨부수고, 세력 확장하면 되는 거겠지?’ 당연한 것 아닌가? 세력이 나뉘어져 있으면 싸워야지.

네 세력을 모두 위협하는 세이렌이라는 존재가 나타났을 때도 나는 어떻게 하면 저것들을 격퇴할 수 있을까를 고민했지만, 게임은 나의 예상과는 정반대로 흘러갔다. 단체로 간디화라도 한 것인지 모르겠지만, 이 게임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죄다 싸움을 피한다. 각 세력끼리는 물론이고 세이렌까지도. 사소한 다툼, 갈등의 여지가 피어나도 종국에는 합동대연습을 잘 마무리하자. 는 취지로 결론이 나버린다. 격렬한 전투와 정복전을 기대한 나는 본격적인 전쟁의 시작을 기다렸지만, 계속 간만 보고 끝내 전쟁은 일어나지 않는다.

극심한 갈등요소가 거의 없기 때문에 긴장감이 느껴지지 않고 사소한 갈등이 일어나도 알아서 또 쎄쎄쎄 하면서 화해하고 지나가겠지. 하는 지레짐작을 해버린다. 상황과 맞지 않는 이해할 수 없는 대사도 많았다. 진지에 무단 침입한 세이렌과 악수하는 주인공, 왜 화가 났는지 알 수 없는 조연. 특이한 세계관으로 간신히 조성된 긴장감을 간단하게 허무는 장치가 굉장히 많았다.

이벤트, 전투. 이벤트, 전투. 반복이 주는 지루함

시스템은 간단명료하다. 이벤트 대화를 보고 전투, 다시 이벤트 대화 보고 전투. 반복이다. 이벤트를 보러, 혹은 전투를 하러 가기 전에 맵을 탐사(탐사라고 하기도 민망한 수준이긴 하지만)할 수 있고, 그렇게 얻은 자원으로 무기를 구매하거나 강화할 수 있다. 처음에는 동료가 주인공과 동료 1명 뿐이지만, 전투를 할 때마다 차곡차곡 쌓이는 포인트를 모으면 다른 캐릭터들도 스카웃해서 활용할 수 있다. 굉장히 선형적인 시스템인지라 자연스레 전투와 이벤트신의 재미가 보장되어야 한다. 그렇다면 전투는 어떨까?

솔직히 말해서 전투는 그렇게 박진감 넘치진 않는다. 슈팅 탄막 게임 형식으로 각 소녀가 장착된 무기를 활용해 전투를 하는데, 단순히 게이지 차면 누르고 게이지 차면 누르고. 이런 방식이라 게이머의 전략이나 컨트롤이 필요하지 않다. 난이도를 보통으로 했는데도 한 번도 죽지 않고 거의 모든 맵을 S로 클리어 했을 정도로 쉽다.

그래서 굉장히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충분히 조금 더 박진감 넘치고, 긴장감 넘치는 전투를 만들 수 있었을 것 같은데, 뭔가 만들다 만 느낌이 가득하다. 이렇게 쉽게 만들거면 땅따먹기 식의 전략적 재미라도 느끼게 해주던가. 전투도 쉽고, 구성도 간단하고. 게이머가 무언가 결정하거나 전략을 세울 필요가 전혀 없다.

그렇다고 어려움 난이도로 플레이하면 너무 어려워 업그레이드를 위해 강제로 전투를 반복해야 한다. 난이도를 변경해도 그냥 그때 그때 주어지는 이벤트를 보고, 전투를 해나가는 게 전부인 점은 변하지 않기 때문에 게임 전체적으로 딱히 긴장감이 느껴지는 부분이 없었다.

화려하고 선정적인 일러스트. 연출은...?

애초에 캐릭터를 중심에 놓고 개발된 게임이라 일러스트는 꽤 수준급이다. 거의 40~50명에 이르는 소녀들이 각각 다른 컨셉으로 화려한 의상을 걸치고 등장한다. 입고 있는 옷들도 하나같이 아슬아슬한 수준에 대놓고 서비스컷이라는 느낌으로 이벤트 곳곳에서 선정성 짙은 일러스트가 등장한다.

철저하게 남자를 목표로 만들어진 게임이랄까. 실제로 게임 내에서 남자는 단 한 명도 등장하지 않는다. 캐릭터의 일러스트는 굉장히 화려하고 아름답지만 인 게임의 3D는 약간 어설프다. 등장인물의 코가 뭉개져서 나오는 경우도 있고, 전투신에서도 탄막이 많이 겹치면 조금씩 렉이 걸린다(물론 이건 필자의 플스 사양 탓 일수도 있다.) 전투의 연출 역시 수수한 편이다.

어뢰나 미사일의 연출, 나름 스킬을 썼을 때의 연출이 상당히 엉성하고 간단하게 넘어간다. 이 부분의 연출 하나로 먹고 사는 슈퍼로봇대전같은 게임에 비하면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할 수준. 그래도 화려한 일러스트와 어우러진 부드러운 조작감과 푸른 색감들이 어색하진 않아 즐기는 데 거슬리는 정도는 아니다.

작정하고 만든 서비스 컷인게 티난다
작정하고 만든 서비스 컷인게 티난다

벽람항로를 모르는 자, 즐기지 말지어다.

캐릭터 게임을 표방한 만큼, 캐릭터 하나하나에 굉장히 많이 공을 들이고 있다. 메인 시나리오를 깨고 특정 조건을 완수하면 등장하는 각 캐릭터별로 존재하는 서브 스토리도 즐길 수 있고, 전체 캐릭터가 풀 보이스로 구성되어 있어 캐릭터를 보는 것만으로도 애니메이션을 보는 것 같은 느낌을 받을 수 있다.

다만 문제는 벽람항로를 접하지 않은 나 같은 사람은 이해에 조금 버거움을 느낄 수 있다는 것. 게임 시작 후 얼마 되지 않아 합동대연습이 벌어지는데, 여기서 대부분의 캐릭터가 한꺼번에 쏟아져 나온다. 주인공의 이름조차 낯선 게이머에게 40, 50명에 가까운 캐릭터들의 이름을 여기저기서 소개하면, 기억 할 수 있을까? 물론 진행하다보면 핵심 인물 몇 명의 이름은 외우게 되지만, 그 때도 각 세력에 속한 인물이 누구누구인지는 헷갈릴 수밖에 없다.

캐릭터 설정 역시 문제다. 아마 벽람항로에서 이어진 설정 같은데, 게임 내에서 비스마르크라는 인물은 계속 엔터프라이즈라는 인물을 피한다. 둘 사이에 합동대연습 이전에 무슨 사건이 있었고, 거기서 사사건건 부딪쳤던 것 같은데 벽람항로를 처음 접하는 나는 당최 이 둘이 왜 이런 상황인지 알 수가 없다. 이런 상황은 생각보다 자주 발생한다.

아타고와 타카오가 자매? 비슷한 것 같은데 이 역시 나의 추리에 의한 거고, 아카기와 카가의 언니?는 예전에 옳은 일을 하고 죽었단다. 근데 나는 그게 뭔지 모르고, 그 인물이 얼마나 대단한지도 모른다. 이처럼 벽람항로를 처음 접하는 사람은 당최 이해하기 힘든 사건들이 자주 언급되어 몰입을 방해한다.

벽람항로 캐릭터를 사랑하는 게이머라면 극호. 아니라면 글쎄...?

전체적으로 캐릭터 하나하나에 세심하게 공을 들인 게임이다. 풀보이스에 각각 캐릭터의 서브 스토리까지 마련해놔서 벽람항로의 세계관이나 캐릭터 자체에 몰입할 요소가 충분한 게임이다. 하지만 딱 거기까지. 전투나 탐험을 비롯, 그 외 시스템적인 부분에서는 기대할 만한 게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로 엉성하다.

대차게 욕하긴 했지만, 그건 내가 벽람항로에 대한 사전지식이 전무한 탓이고, 벽람항로를 즐겨본 게이머나 벽람항로 캐릭터에 대한 애정이 있는 사람은 즐겁게 즐길 수 있는 게임임은 확실하다. 벽람항로라는 세계관과 캐릭터에 대한 이해가 있는 사람들에게는 추천하겠지만, 벽람항로를 접해보지 않은 게이머들에게는 다소 진입장벽이 있는 게임이라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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