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알못의 건담 입문기, PC 'SD 건담 G 제네레이션 크로스 레이즈' 리뷰

  • 입력 2019.12.06 14:59
  • 기자명 더키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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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것은 필요 없다. 건담의 뿔을 부러트려라!' 라는 말이 있다. 뭔지 잘 알지 못하는 사람에게는 '그게 뭔대?'라며 무심하게 흘려보낼 수 있는 말이지만, 건담을 사랑하고, '건프라'를 수집하는 사람들에게는 천재지변, 재앙과도 같은 말이다.

 

사실 '건담'이라는 이 로봇 IP는 '프라모델', '애니메이션' 혹은 '게임'으로 한 번쯤 들어본 적은 있지만, 제대로 알지는 못한다. 백화점이나 쇼핑몰에서 가끔 볼 수 있는 '건담 베이스'가 그나마 가장 가깝게 건담을 구경할 수 있는 곳이다. 건담은 또 큰 게 있고, 작은 게 있다. 조금 작은 형태의 건담은 앞에 'SD'가 붙으며, 가끔 문방구에서 BB탄 총과 미니카, 항공모함이 있는 곳에서 프라모델을 구경할 수 있다. 나 같은 '건알못'들은 그저 ‘비싼 로봇', '조립이 어려운 것' 정도로만 알고 있으며, 솔직하게 말해서 다른 유명 로봇 IP '에반게리온'과 섞어놓으면 구별조차 하지 못한다. 그렇게 '건담'은 눈길은 가지만, 가까이하기엔 멀리 있는 그런 존재였다.

 

건담의 역사는 벌써 40년이 지났다고 한다. 건담의 역사는 40년, SD 건담의 역사는 20년이라고 하지만 내가 느끼기에는 '그들만의 리그'다. 그래도 그냥 지나치기에는 늘 신경이 쓰였다. 왜냐하면 건담은 애니메이션뿐만 아니라 게임에서도 매니아층이 두꺼울 정도로 오랫동안 사랑받아온 프렌차이즈다. 프라모델은 관심이 없지만 언젠가 한 번은 '건담'의 게임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늘 해왔다. 게이머 입장에서 이토록 오래된 프렌차이즈를 모르고 산다는 일은 어딘가 손해 보는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 기회가 드디어 이번에 찾아왔다. '건알못'이었던 내가 건담, 그것도 ‘SD 건담’에 입문할 수 있는 신작 타이틀이 나왔다. 바로 ‘SD 건담 G 제네레이션 크로스 레이즈(이하 '크로스 레이즈)’다. 이름이 긴 만큼 SD 건담을 느낄 수 있도록 볼륨을 빼곡히 채웠고, 그동안 멀리서 구경만 해왔던 시간들을 뒤로하고 이제는 나도 건담을 제대로 즐길 수 있는 그런 게임이다. 

 

입문’을 강조한 이유는 바로 이번 ‘크로스 레이즈’가 SD 건담 20주년을 기념한 작품이고, 무려 30 작품 이상이 ‘참전’한다고 한다. 즉, 수많은 SD 건담의 시리즈의 세계관과 스토리, 캐릭터, 그리고 등장하는 건담들을 만나 볼 수 있다는 뜻이다. 건알못 혹은 이제 막 건담에 대해 흥미를 붙이는 건린이들에게는 더없이 좋은 타이틀이 아닐 수 없다.

처음 '크로스 레이즈'를 접했을 때는 '이거 뭐 어디부터 시작하는 거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정도로 엄청난 작품 수와 스테이지를 선택할 수 있다. 우선 수많은 시리즈 중 하나를 선택하는 것이 첫 번째. 물론 어떤 시리즈부터 해야 한다는 순서는 없다. 시리즈마다 '프로필'을 선택하면 기본적인 스토리를 설명해주는 애니메이션을 감상할 수 있다. 등장하는 건담이 조금씩 차이가 있으며, 스테이지의 개수도 차이가 있다.

 

'볼륨'의 측면에서 조금 더 살펴본다면 수많은 캐릭터와 로봇, 전함이 등장한다. 게임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이나 로봇은 '갤러리' 메뉴에서 시리즈마다 살펴볼 수 있다. 뿐만 아니라 '마이 캐릭터'를 통해 커스텀 캐릭터도 생성이 가능하다. 한가지 놀랐던 것은 굉장히 디테일하게 설정을 할 수 있다는 점이다. 생년월일에 따라 바뀌는 캐릭터 특성과 게임 내 보이스, BGM 선택하는 부분에서 얼마나 많이 준비했는지, 그리고 왜 '건담'이 이토록 사랑받는지를 조금은 이해할 수 있었다.

 

많이 담았지만 허술하지 않은 느낌, 차곡차곡 정말 알차게 담았다는 느낌을 받았고, 이런 시리즈를 처음 접하는 게이머들을 위해서 하나하나 빠지지 않도록 설명한 부분에서 그동안 '건담'이 쌓아온 노하우와 저력을 엿볼 수 있었다.

수많은 시리즈와 스테이지
프로필 메뉴에서 각 시리즈의 모든 것을 살펴볼 수 있다
하나하나 자세한 설명이 되어있다
커스텀 캐릭터도 생성할 수 있다
BGM도 100개가 훌쩍 넘는다
보이스 선택까지 세세한 디테일이 놀랍다

'건담' 타이틀의 게임은 오래전부터 '턴제 전략 시뮬레이션'이라는 것만 알고 있었다. 지금은 조금 시들어버린 느낌이지만, 예전 '도트 그래픽' 시절에는 '턴제 전략 시뮬레이션'의 인기가 많았고, 명작도 많았다. 바로 그 시절부터 건담은 '턴제 전략 시뮬레이션'의 전통을 이어왔다. 그리고 이번 작품도 역시 그 방법을 선택했다. 아주 오래됐지만 익숙한 방법. 하지만 그렇다고 예전의 고리타분한 방식에 머물러 있지는 않다.

 

'크로스 레이즈'는 기본적으로 '턴제'를 바탕에 깔고 가지만, 세부적인 부분에서는 장르의 특징을 살린 방식을 사용한다. 개인적으로 가장 먼저 눈에 띈 것은 바로 협동 공격 개념인 '유격 연계'다. 아군 건담끼리의 범위내에 있는 적을 동시에 공격할 수 있는 개념이다. 기존의 턴제 게임에서 흔히 사용했던 '일제 공격'과 비슷하다. 차이가 있다면, 아군이 적에 근접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건담끼리의 범위내에 적이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그리고 방어 턴의 행동도 직접 선택할 수 있다. 방어 시에는 반격과 회피를 선택할 수 있으며, 역시 근처에 아군 건담이 있다면 '지원'을 통해 적의 공격을 대비할 수 있다. 무작정 맞거나 어떤 확률에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게이머의 전술 선택을 통해 게임을 전략적으로 이끌어 나갈 수 있다.

 

모든 전투의 핵심은 바로 '찬스 스텝'이다. 적군 유닛을 격파하면 아군 유닛은 한 번 더 행동할 수 있다. 즉 보너스 턴을 얻는 것이다. 기본으로 2번 활용할 수 있다. 소위 '막타' 계산을 잘하고, 판만 잘 짜놨다면, 레벨이 낮은 건담이나 육성이 필요한 파일럿의 레벨까지 동시에 올릴 수 있다.

 

이 밖에도 스테이지에 등장하는 유닛을 얻을 수 있는 GET 포인트, 캐릭터 스킬 사용, 원거리와 근거리 유형의 공격 등 다양한 기능들이 있다. 대부분 턴제 게임을 한 번이라도 해봤다면 어렵지 않게 익힐 수 있는 개념들이다. 많아서 잊어버릴 걱정 없이 튜토리얼에서 개념과 용어를 다시 확인할 수 있다. 

 

아군 기체의 범위를 잘 확인해야 한다
범위 내에 있는 적 유닛을 공격할 수 있다

턴제 시뮬레이션 게임의 묘미는 역시 나만의 부대를 만드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크로스 레이즈'역시 수많은 시리즈에 등장하는 건담 중에서 원하는 부대를 '편성'할 수 있다. 출격시킬 파일럿과 건담을 고를 수 있는 것이다. 부대에 편성할 수 있는 파일럿은 영입을 해야 하는데, 이는 게임의 스토리를 플레이하고 클리어해야 한다.

 

이번 '크로스 레이즈'는 워낙 시리즈가 방대한 만큼 다양한 캐릭터를 영입할 수 있다. 7기의 유닛을 '함선'에 포함해서 출격시킬 수도 있고, 팀 단위로 파견도 가능하다. 원하는 방식으로 플레이하는 것은 가능하지만, 무한대로 파견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게이머의 취향에 맞는 건담을 골라서 육성하는 것이 중요하다.

 

기체와 건담은 당연히 새롭게 생산할 수도 있고, 다른 기체를 조합할 수도 있고, 기존의 것을 업그레이드 할 수 있다. 생산, 개조, 합성, 강화. 다양한 장비를 장착하고 스킬 강화를 통한 건담 강화. 그동안 줄기차게 겪어온 모바일 게임의 방식과 비슷하다. 심지어 고용한 캐릭터들은 '파견'이라는 임무를 통해 경험치와 게임에서 사용되는 재화를 얻을 수 있다.

 

그동안 모바일의 늪에서 무작정 5성 뽑기에다가 강화를 바르던 방식이 '노력'을 통한 '결과물'이라는 순수한 의도를 갖게 되니 '육성'이라는 재미를 갖춘 콘텐츠가 됐다. 모바일 게임과 비교를 했다고 해서 '건담 뽑기' 같은 요소가 있는 것은 아니다. 건담 시리즈는 그래도 근본이 탄탄한 게임이다. 모바일 게임과 비슷한 콘텐츠 요소는 파츠를 수집하고, 파일럿을 육성하는 부분이다.

위에는 로봇 스텟이고, 아래는 함선용 스탯이다
일종의 '합성' 개념인 '설계'
모바일 게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파견' 콘텐츠

사실 '크로스 레이즈'가 여기에서 끝났다면, 요즘 넘쳐나는 모바일 게임과 크게 다르지 않았거나, 혹은 못 미쳤을지도 모른다. 그저 '건담'의 이름만 따온 용량 많은 게임에 불과했을 것이다. 가장 강력한 무기이자, 건담 IP의 가장 큰 아이덴티티. '건담' 게임을 좋아하는 게이머들이 원하는 것은 바로 '전투 애니메이션'이다. 

 

각 잡고 만든 애니메이션 수준의 높은 퀄리티는 아니지만, 게임에 등장하는 것 치고는 나쁘지 않았다. 파일럿끼리의 대화가 오갈때는 2D, 전장의 전투 시에는 3D 액션 애니메이션을 볼 수 있다. 여기에 바로 '건담'의 '보는 재미'가 담겨있다. 전투 시작 전에 애니메이션의 재생 여부를 묻기는 하지만, 몇 번 하다 보면 이 보는 재미를 포기할 수 없게 된다.

 

이제 막 건담에 입문하는 '건린이' 입장에서 봤을 때 이 게임을 왜 오랫동안 좋아하고 끊임없이 사랑받았는지를 보여주는 부분이라고 느꼈다. 그냥 단순히 로봇이 나와서 몇 번 쏘고 마는 것이 아니라 확실히 그 파일럿의 성향이나 건담의 특징을 느낄 수 있다. 분명 애니메이션과 게임이 공유하는 것들일 텐데 이 많은 '건담'의 세계를 모르고 있었다는 것이 아쉬울 정도다.

공격이나 반격시의 애니메이션이 각각 다르다
'근접 공격' 애니메이션이 멋지다

건담의 에니메이션이나 게임을 즐겨왔던 기존 팬들은 어떨지 모르겠지만, '건린이'인 내 입장에서 봤을 때 '크로스 레이즈'는 확실히 '입문용'으로 나쁘지 않은 선택인 것 같다. 물론 아는 만큼 보이는 법이고, 아는 만큼 재미를 느낄 수 있겠지만, '아무것도 모르지만 해보고 싶네' 했던 게이머라면 충분히 플레이해 볼 만한 가치가 있다고 느꼈다.

 

'크로스 레이즈'에는 조급할 것 없이 참전한 시리즈 하나하나를 느껴볼 수 있다. 그리고 각 시리즈를 겪으면서 알게 되는 캐릭터와 '건담'을 수집하는 재미를 느껴볼 수 있는 게임이다. 그동안의 모든 건담 시리즈를 담은 것은 아니지만, '백과사전' 같은 느낌이 물씬 풍기는 타이틀이다.

 

이제는 옛날 풍의 제대로 된 '턴제 시뮬레이션' 게임이 대부분 모바일로 옮겨갔다. 이런 상황에서 PC와 콘솔을 기반으로 한 '크로스 레이즈'는 오랫동안 '건담'이 왜 사랑받았고 많은 팬을 보유하게 됐는지 그 전통과 노하우를 제대로 보여주는 게임이다. 단순히 '턴제 전략 시뮬레이션 게임'에 그치는 것이 아니다. 각각 시리즈마다 다른 이야기를 담고 있는 스토리, 매력적인 캐릭터와 건담, 그리고 3D 전투 애니메이션까지 탄탄하게 준비된 만큼 '건담'에 관심 있는 게이머라면 구매해도 후회하지 않을 것이다.

그 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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