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따라 88년도 게임을? PC Black Future 88 리뷰
제목 따라 88년도 게임을? PC Black Future 88 리뷰
  • 김민진
  • 승인 2019.12.02 13: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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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스크롤 게임과 고전게임은 뗄레야 뗄 수 없는 관계다. 과거 오락실 좀 다녔다 싶은 게이머 중에 삼국지, 천지를 먹다 시리즈를 안 해본 사람은 드물 것이다. 던전앤드래곤 시리즈, 닌자 베이스볼 배트맨. 90년대, 2000년대 오락실은 횡스크롤 게임이 지배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패미컴에서도 횡스크롤 게임은 대세였다. 마계촌, 더블드래곤, 파이널파이트. 게임 이름은 몰라도 화면을 보면 누구나 알 법한 게임들이 한 시대를 풍미했었다. 횡스크롤은 사실 누구나 쉽게 즐길 수 있는 형태의 게임이다. 적을 죽이고 앞으로 나아가기만 하면 되니까. 길이 복잡한 것도 없고, 풀어야할 퍼즐도 없다. 생각할 필요 없는 단순성과 액션과 연계되기 쉬운 구성 탓에 오늘날에도 횡스크롤 게임은 많이 사랑받는 장르 중에 하나다. 거의 15년 동안 사랑받고 있는 세계적 게임, 던전앤파이터가 대표적인 케이스. 횡스크롤 게임의 장점은 위에서도 이야기했듯이 단순명쾌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번에 플레이한 Black Future 88은 아니었다. 한글화가 안 된 탓인지 모르겠지만, 개인적으로는 굉장히 정신없고, 복잡한 느낌의 게임이었다.

고전게임의 단골인 단순한 스토리. 2019년 게임치고는 좀......

횡스크롤 게임은 스토리 설명이 빈약한 게 사실이다. MMORPG나 전략시뮬레이션 같은 경우야 튜토리얼과 등장인물의 대사를 통해서 세계관을 대충 설명할 수 있다. 설정에 집착하는 RPG의 경우는 아예 배경과 등장인물 설명 파트를 따로 나눠놓기까지 한다. 하지만 단순한 진행이 매력인 횡스크롤 게임은 그딴 거 없다. 그냥 주인공 앞에 있는 적들을 마구 부수며 나아가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천지를 먹다, 마계촌, 더블드래곤. 과거 유명 횡스크롤 게임의 스토리를 기억하는 이가 몇이나 될까? 있다 해도 납치된 공주 구하기, 납치된 여친 구하기 등등. 커다란 구성 자체만 알려준다. Black Future 88 역시 마찬가지. 인트로에서 약 20초에서 30초 정도? 나레이션을 통해 어떤 세계관인지 알려주는 것 외에 다른 스토리 설명은 없다. 물론 이해할 수 있다. 지금이 2000년대 초반이나 90년대라면 말이다.

모든 게임이 진화하듯, 횡스크롤 게임도 진화했다. 던전앤파이터(이하 던파)의 경우를 보자. 던파가 처음 출시되었을 때, 3D가 주를 이룬 게임시장에서 고전게임의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2D 횡스크롤 게임이 10년이 넘는 장수 게임으로 성공할 것이라고는 어느 누구도 쉽게 예상하지 못했다. 필자가 보기에 던파가 살아남은 힘은 스토리였다. 전담 시나리오 팀을 따로 두고 있을 정도로 방대한 스토리와 매 시즌마다 새롭게 추가되는 스토리 속에서 게이머는 자연스레 던파 세계관 안에 녹아들어갔다. 물론 패키지 게임인 Black Future 88에 온라인 대작인 던파같은 퀄리티를 요구하는 건 아니다. 하지만 최근의 게임추세를 보면 스토리 없이 성공하는 게임은 전무하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로 게임 내 스토리는 중요한 평가요소가 되고 있다.

그런 면에서 Black Future 88은 박한 점수를 받을 수밖에 없다. 인트로를 보면 모종의 폭발로 인해 세계 문명이 88년도 수준으로 돌아갔고, 여기서 살아나가는 인간들 이야기인데(정확한 스토리는 모르겠다. 영알못이라......). 크게 몰입이 되는 스토리는 아니었다. 그리고 인과관계가 좀 있어야 할 거 아닌가. 보스는 누구고, 나는 어디로 가고 있는지. 아니면 퀘스트를 통해서라도 뭔가 스토리의 개연성을 만들어야 했던 것 아닐까? 2019년에 나온 게임이라고 보기에는 스토리가 너무나도 빈약해 보였다.

저 자식과 나는 왜 싸우는 것인가. 알 수가 없다.
저 자식과 나는 왜 싸우는 것인가. 알 수가 없다.

여러모로 불친절한 시스템

전체적인 진행방식은 횡스크롤 게임인 만큼 단순하지만, 세밀하게 살펴보면 꽤 복잡하다. 일단 화면 안의 모든 적을 죽여야만 다음 방으로 넘어갈 수 있는 점은 기존 횡스크롤 게임과 비슷하다. 하지만 상하좌우에 있는 입구를 통해 다음 방을 선택하는 방식은 던파와 비슷하다. 보스로 가는 길이 해골모양으로 표시되어 있어 거의 제한된 자유도라고 할 수 있지만, 어쨌든 선형적인 진행은 피한 셈이다.

각 캐릭터는 두 종류의 무기를 들고 시작한다. 손이 두 개뿐이라 그렇게 설정한 건지 모르겠는데, 무기는 오직 두 종류만 들 수 있다. 이게 생각보다 열불 터지는 시스템이다. 모든 무기는 탄약제한이 있다. 물론 진행하는 과정에서 탄약을 먹어 용량을 늘릴 수 있지만, 탄약보다 무기가 더 자주 떨어진다. 강력한 무기 레이저 탄약이 10번 남았는데, 50발이 장전된 라이플이 나왔다. 뭘 택할 것인가? 이런 선택지가 꽤 자주 나온다. 기본 무기인 검과 피스톨이 있긴 하지만 쓰기가 영 까다로워서 자연스레 줍는 무기를 활용하게 된다. 여러 무기를 들고 돌려서 쓰게 해주던가, 아니면 탄약을 많이 주던가.

업그레이드도 있긴 하다. 그런데 이게 무슨 기준으로 등장하는 건지 도무지 모르겠다. 같은 진행을 여러 번 해보면 어떤 때는 업그레이드 상점이 나오고, 어떤 때는 그냥 일반 상점이 나온다. 맵 내에서 랜덤으로 등장하는 것 같지만 그 역시 확실하지는 않다.

상점이 있긴 한데, 뭘 살 수가 없다. 돈이 안 모이니까 ㅜㅠ
상점이 있긴 한데, 뭘 살 수가 없다. 돈이 안 모이니까 ㅜㅠ

엔딩? 자신 있음 봐라 수준의 난이도

솔직히 말하면 나는 Black Future 88의 엔딩을 보지 못했다. 여기서 중요한 건 보지 은 게 아니라 했다는 것이다. 게임 자체는 어려운 편이 아니다. 총으로 열심히 쏴 제끼면 되고, 적들의 총알도 충분히 피할 수 있는 속도로 날아오니까. 문제는 과거 오락실 게임처럼 저장이라는 개념이 없다는 것이다. 아니 오락실 게임은 동전을 투자하면 이어가기라도 할 수 있지. 이 게임은 그런 것도 없다. 죽으면 포기하지 않고 계속 이어나갈 거냐고 묻긴 하는데, 그래도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하는 건 변함이 없다.

불편한 조작감도 난이도를 높이는 데 제대로 한 몫 하고 있다. 인트로에서 나오는 것처럼 이 게임은 패드를 전제로 만든 게임이다. 하지만 판매는 스팀으로 하고 있다. PC에 패드를 연결해서 게임을 즐기는 사람이 많을까, 키보드와 마우스로 게임을 즐기는 사람이 많을까? PC를 기반으로 만들어진 게임임이 분명해 보이는데도 키보드로는 조작이 불편하게 만들어놨다. 오른쪽 버튼과 위로 버튼을 같이 누르면 스무스하게 대각선 이동이 가능해야 하는데, 키가 충돌하는지 그렇게는 죽어도 안된다. 점프를 먼저 하고 좌, 우 버튼을 눌러야 대각선 이동이 가능하다. . 이것도 재능이다 싶을 정도로 불편했다.(내 키보드가 이상한 건가 싶은 생각까지 들었다.)

죽을 때마다 포기하지 않겠냐고 묻는데, 이어지는게 없다.
죽을 때마다 포기하지 않겠냐고 묻는데, 이어지는게 없다.

암울하면서도 스피디한 독특한 분위기

그래픽은 도트를 통해 구현해 놓았다. 최근 나오는 도트 그래픽처럼 깔끔한 도트가 아니라 과거 게임처럼 일부러 거친 질감을 구현해 놔서 조금 투박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런데 그게 거슬린다기보다는 게임 전체적으로 퍼져있는 음산하고 암담한 분위기와 어울려 제법 잘 어울렸다. 그래픽에서 느껴지는 음울한 게임 분위기와는 반대로 약간 경쾌한 듯 하면서도 스피드 있는 BGM을 활용해서 묘한 대비를 주고 있다. 분위기와 BGM, 그래픽은 게임에서 유일하게 마음에 들었던 점이었다,

그래픽과 분위기, BGM 덕분에 플레이가 지루하거나 못 견딜 정도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찾아가며 즐기고 싶은 마음은 딱히 들지 않았다. 아마 그 원인의 상당부분이 언어의 한계 탓이 아닐까 생각한다. 영어공부가 중학교 의무교육에서 끝난 수준인 나의 짧은 영어실력으로는 스토리와 아이템 설명에 쓰여진 지문의 압박을 벗어날 수 없었다. 물론 지문 자체가 많은 편도 아니고, 나도 이해할 수 있을 정도로 간단한 수준의 단어로 구성되어 있어서 게임 플레이에 지장을 줄 정도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기본적으로 영어판이라는 부담은 존재했다.

어두운 배경에서 스피디하게 움직이는 캐릭터들은 묘한 분위기를 조성한다. 유일하게 마음에 쏙 들었던 부분
어두운 배경에서 스피디하게 움직이는 캐릭터들은 묘한 분위기를 조성한다. 유일하게 마음에 쏙 들었던 부분

진짜 88년도 게임 아닌가.

Black Future 88은 노골적으로 과거 오락실 게임을 즐긴 이들을 겨냥하고 만든 게임인 것 같다. 복고풍의 그래픽과 원코인 시스템 등 모든 것이 메탈슬러그나 더블드래곤 같은 오락실 게임을 연상시켰다. 물론 그들 게임보다는 훨씬 스피디하고 깔끔한 느낌이지만, 전체적인 구성이 이미 오락실 게임과 유사했다. 문제는 게임 시스템적인 부분까지 고전게임을 따라간 것 같다는 거다. 가상현실게임까지 나오고, 현실과 똑같은 그래픽이 나오는 오늘날에 과거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것은 좋지만, 시스템까지 과거의 것을 따라갈 이유가 있었을까? 조금 과장하자면 제목 그대로 마치 88년도 게임을 보는 듯한 느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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