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쁘기만 하고 매력은 없는, 모바일 '엑소스 히어로즈' 리뷰

  • 입력 2019.11.28 18:21
  • 기자명 더키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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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에서 '그래픽'은 그 당시의 기술력을 증명하는 수단이 되기도 하고, 게이머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무기 중의 하나가 되기도 한다. 게이머들이 다른 게임과 비교했을 때 가장 빠르고 확실하게 체감할 수 있는 부분이 그래픽 '비주얼'이기 때문이다.

 

외모지상주의에 사는 현실을 부정할 순 없다. 매번 그러지 말아야지 하지만, 예쁜 것에 한 번 더 눈길이 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본능과도 가깝다. 게임도 이와 비슷하다. '때깔' 좋은 게임은 일단 관심부터 가는 게 게이머들의 본능이다.

 

우주(OOZOO)에서 개발하고 라인게임즈가 퍼블리싱하는 '엑소스 히어로즈'는 CBT부터 '비주얼' 이란 요소를 강조한 게임이다. 개발사의 입장에서는 사실 모바일 게임에 '그래픽'이나 '비주얼'적인 요소를 강조한다고 해도 득이 될 것이 없다. 모바일 플랫폼이 가진 분명한 한계가 있고, 화려한 3D 그래픽보다 확실한 취향을 가진 유저를 공략한 '일러스트'만으로 엄청난 수익을 올리는 것이 모바일게임이기 때문이다. '엑소스 히어로즈'는 수집형 RPG다. 아무리 게임의 배경이나 캐릭터들이 예쁘다고 해도, 게이머의 취향에 맞지 않는다면 그 게임은 쉽게 사라진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과연 '엑소스 히어로즈'가 강조한 '비주얼'은 어떤 것인지, 혹시 한 가지에만 집중하고 다른 부분은 놓친 것은 없는지 한 번 살펴볼까 한다. 모바일 플랫폼에서 앞세우기엔 어려워 보이는 그 '때깔' 부터 살펴보자.

이유있는 자신감

최근 PC 혹은 콘솔수준의 그래픽을 이식한 모바일 게임이 많아진 것은 사실이다. 그 경계가 완전히 허물어졌다고 하긴 어렵지만, 어느정도의 간격은 좁아지고 있다. '엑소스 히어로즈'는 확실히 그 경계선에 있는 게임이다. 특히 2D 일러스트를 3D로 구현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인 점이 느껴진다.

 

게임의 큰 배경이 되는 월드맵이나 스토리 컷씬에 잠깐 등장하는 스토리 캐릭터들, 보유한 영웅들의 초상화 등 일러스트가 등장하는 구간에서는 기존의 게임과는 확실하 다른 비주얼을 느낄 수 있다. '엑소스 히어로즈' 만의 색을 제대로 보여주기에는 부족함이 없다. 간혹 배경, 캐릭터, 소위 '따로따로' 예쁜 게임들이 있다. 어딘가에서 본적있는 캐릭터들이나 배경들을 어떤 코드없이 그냥 어거지로 왕창 쏟아넣은 '근본 없는' 모바일 게임들을 한 번쯤은 접해본적 있을 것이다.

 

'엑소스 히어로즈'는 확실히 이 게임이 게이머들에게 어떤 느낌을 주고싶은지, 어떤 세계관과 배경을 가지려고 했는지 고심한 티가 난다. 수집형 RPG인 만큼 캐릭터들의 특징, 게이머들의 취향에 맞춘 매력을 다양하게 심었다. 인간, 동물, 괴수, 기계 등 조합되기 어려운 부분도 최대한 다듬었다. 조율이 아주 잘된 게임이다. 중세풍 판타지에 동양의 귀신이나 우주적인 무기가 등장하긴 해도 어색한 부분을 줄였다는 뜻이다. 개발사가 집중했던 '비주얼'이 어떤 뜻인지 그 저력을 느껴볼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기존의 게임에서는 3D로 구현된 캐릭터들이 스토리구간에 나오는 것이 드물었다. 즉, 3D 캐릭터가 구현되는 부분은 전투, 혹은 대기실이 전부인 게 모바일게임의 가장 큰 특징이었다. 하지만 ‘엑소스 히어로즈’에서는 스토리 진행이나 몇몇 컷신을 제외하고는 3D 그래픽의 주인공 제온의 모습을 계속 살펴볼 수 있다. 그만큼 모바일이 그동안 보여왔던 틀을 깨고, 콘솔이나 PC에서 보던 '인게임 시네마틱' 같은 발전된 모습을 담아내고자 노력했다. 사실 모바일게임이 이정도 까지 하는 것은 드물다. '잘해도 본전'인 경우가 태반이기 때문이다. 

대기 화면의 일러스트도 훌륭하다
영웅의 일러스트도 나쁘지 않다
기본 월드맵에서는 2D로 표현된다
기본 대기화면
전투는 3D로 진행된다

 

빽빽하게 채운 스토리

비주얼이 아무리 좋다고 해도, 그 비주얼이 제대로 된 효과를 내기 위해서는 그 게임의 정확한 배경, 스토리가 바탕이 되어야 한다. '엑소스 히어로즈'는 이런 관점에서 봤을 때 우선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 다만, 그 이야기가 너무 진부하다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수집형 RPG의 한계를 보여준다.

 

메인 스토리는 트레저 헌터 '제온'과 하늘에 떠서 이동하는 '비공정' 그리고 말하는 용 '비트루'를 만나면서 시작된다. 당연히 선량한 사람을 괴롭히는 귀족, 주인공을 못살게 괴롭히는 악동, 그리고 한없이 선량한 조력자와 히로인 캐릭터들도 등장한다. 수집형 RPG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사이드 퀘스트'도 등장한다. 다행히 그 수가 많지 않고, 메인 스토리의 내용을 부가하는 정도로 등장하는 정도다. 이런 영웅들의 이야기는 게이머에게 세계관이나 배경을 간접적으로 느끼게 해주는 장치들이다. 자세하게 설명하는 것보다 캐릭터를 통해 게임의 분위기를 느끼고, 또 영웅의 매력을 알 수 있게 된다.

 

다만, 기존의 모바일게임에 익숙한 게이머는 지루함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많은 게이머들이 이미 '수집형 RPG'의 암묵적인 룰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스토리보다 중요한 것은 당연히 '5성 영웅'이며, 강력한 '장비'와 '강화'다. 

 

이 부분은 '엑소스 히어로즈'가 지진 양날의 검이라 생각한다. 그동안 '스킵'으로 넘겨도 아무런 문제가 없었던, '고만고만하고 안 봐도 비디오' 였던 모바일 게임의 스토리와는 확실히 다르다. 게임의 텍스트가 많은 것은 아니지만, 챕터 하나에 등장하는 스토리의 대화가 많다. 1-1부터 1-10까지 클리어했을 때 잠깐 이야기하는 방식의 스토리가 아니다. 하나의 이야기를 책장 넘기듯이 서술하고, 그 과정에서 '전투'는 하나의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수단일 뿐이다. '자동으로 넘기기'에 익숙한 게이머에게는 신선한 즐거움이 될 수도 있고, '알 거 다 아는 사람끼리 왜 이래'하는 귀찮음이 될 수도 있다.

'스토리 진행 - 전투 - 스토리 진행 - 전투' 의 방식이다.
메인 퀘스트와 함께 서브퀘스트를 진행할 수 있다
얼마든지 예상 가능한 대사와 스토리
스토리를 모두 터치하다 보면 지겹기도 하다

독특한 전투개념 '수호석'과 '브레이크'

개인적으로 수집형 RPG는 '감상형'에 초점이 맞춰진 게임 장르라고 생각한다. '턴', '실시간'을 떠나 아무리 전략적인 방법을 선택하더라도 결국엔 '강력한 영웅들의 스킬 쇼'를 감상하는 것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게이머는 모바일에서의 피로감을 느끼고 싶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자동스킬', '자동전투', '2배속 전투' 같은 게 있는데 굳이 피곤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엑소스 히어로즈' 역시 초반부터 '감상형' 방식을 선택할 수 있지만, 다른 게임과는 조금 다른 방식으로 게이머의 참여를 유발한다. 바로 '수호석'과 '브레이크' 개념이다. 먼저 '수호석'은 캐릭터마다 가진 일종의 특성이다. 일반 스테이지의 적은 1개, 보스급에서는 2개나 3개의 '수호석'을 지닌 채 시작한다. 플레이어가 적의 '수호석'에 맞는 속성의 공격을 하면 깨지게 되고, 보유한 '수호석'이 모두 깨지게 되면 적은 '브레이크'라는 스턴상태에 빠지게 된다.

 

보스급 적의 '수호석'은 그 속성에 맞는 공격을 하기 전까지는 알 수 없다. '수호석'을 알아내는 것이 어렵지만, 적을 '브레이크' 상태로 만들면 더 많은 데미지를 줄 수 있다. 당연히 강력한 스킬도 이에 맞춰서 사용하는 것이 좋다. 등장하는 캐릭터들은 각자 스킬에 필요한 '마나'포인트의 수급장식에 차이가 있다. 공격형 캐릭터는 평타를 쳐야하고, 방어형 캐릭터는 앞선에서 맞아야 마나 포인트가 쌓인다.

 

초반에는 자동전투만으로도 충분히 클리어에 가능하지만, 스토리마다 요구되는 미션이나 업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전략적인 배치와 수동으로 스킬 사용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리고 무엇보다 5성 영웅을 뽑는 것이 필수인 것은 더 말할 필요가 없다. 사실상 초반에는 5성 영웅의 광역스킬 한 번이면 모두 정리가 되기 때문이다.

스토리 진행 전에 팀 편성은 필수
디바이스마다 조금씩 프레임 차이가 있다
적이 브레이크에 걸린 상태
초반 5성 영웅 하나면 무난하게 스토리 진행이 가능하다
뽑기마저 '비주얼'이 묻어있다

예쁘긴 한데 제 취향은 아니네요

‘엑소스 히어로즈’는 확실히 기존의 모바일게임과 비교했을 때 '예쁜' 게임이다. 비주얼뿐만 아니라 OST도 뛰어나다. 이미 유명 게임의 OST를 작곡했던 유명 작곡가와 프로듀서들이 참여했으며, 게임 출시 이전부터 ‘얼음 눈물’이라는 곡이 알려지기도 했다. 그러니 ‘감상’이라는 측면에서 놓고 봤을 때는 보는 재미와 듣는 맛을 확실히 느낄 수 있다.

 

하지만, '게임'적인 측면에서는 확실히 게이머의 취향을 타는 게임이다. 수집형이라는 것은 확실한 타겟을 삼아야 한다. 그것이 배경이든 캐릭터든 특정 분야를 원하는 게이머들의 취향을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중세 서양, 무협, SF, 우주, 모에, 메카닉, 미소녀, 군수 장비' 등 어느 한 가지는 확실하게 담아내야 하는 것이 수집형 RPG의 숙명이고, 유저들에게는 ‘수집’의 이유가 된다. 이 '수집'의 분야가 다양하다면, 게임은 게이머의 취향을 확실히 파악하고 그 이유를 제공해줘야 한다.

 

이런 점에서 봤을 때 ‘엑소스 히어로즈’는 너무 많이 담았고, 또 지나치게 예쁜 척을 한다. 개발사의 노력을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너무 과할 정도로 노출되는 것이 문제다. 쉽게 넘어갈 수 있는 부분까지 힘을 쏟았다. 월드맵, 비공정, 마을간의 이동, 영웅의 소환이나 재화의 조합, 상점의 이용, 스토리의 진입 등 사소한 것 하나까지 모두 '과정'을 거쳐야 한다.

 

당연히 그동안 쉽게 쉽게 넘겨왔던 모바일게임 유저에게는 불편한 요소가 될 수 있으며 '아니 전투 한 번 하는 게 뭐 이렇게 복잡해? 그냥 막 넘기는 거 없나?'하는 생각까지 들게 한다. 복잡하게 얽혀있는 과정을 덜어내고 하나로 통합된 '대기화면'을 보여줄 수 있는 데도 의도적으로 과시하려는 느낌을 받는다.

 

과하면 독이 된다. 심혈을 기울여 준비했고, 많은 것을 보여주기 위해 노력한 부분은 알겠지만, 버릴 것은 과감하게 버리고, 수집형 RPG를 즐기는 모바일 게이머들의 체질도 확인할 필요가 있는 부분이다. 모바일 플랫폼에서는 '예쁜 것'보다 '빠르고 편한 것'이 더 낫다.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생각이다.

 

'엑소스 히어로즈'가 보여주려 한 세계, 천천히 음미하고, 많은 것을 보여주려 한 의도를 이제 충분히 알았다. 초반 플레이를 해본 게이머들 대부분이 얼마나 많이 준비된 게임인지를 느꼈을 것이다. 

 

이제는 '모바일 수집형 RPG'를 즐기는 게이머들의 취향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개발단계의 그 정신을 포기하라는 뜻이 아니라, 게임을 즐기는 유저들의 입장을 한 번쯤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는 뜻이다. 유저들 역시 '엑소스 히어로즈'가 강조해온 '비주얼'은 모두 공감하고 좋은 평을 내리고 있다. 이제는 유저들의 취향을 생각하고 다듬을 차례다. 조금만 다듬고 유저들에게 '편의성'이라는 점을 배려한다면 충분히 오랫동안 사랑받을 수 있는 게임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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