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화는 왜 한 거니. PS4 열혈외전 멋지다 코바야시 리뷰

  • 입력 2019.11.18 10:06
  • 기자명 김민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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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지금 20대 후반에서 30대 중반에 이르는 게이머까지. 열혈 시리즈를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슈퍼콤. 아니면 그보다 더 이전, 혹은 그 이후에 등장한 시리즈로 머리가 몸의 반 정도를 차지하는 대두들이 등장해서 싸우는 게임이었다. 열혈 피구, 열혈 올림픽, 열혈 격투. 같은 등장인물이 나오는 무수히 많은 시리즈가 나와 슈퍼콤의 전성기를 이끌게 한 명작 고전게임이다.

세계적으로 얼마나 팔렸는지, 당시의 인기가 얼마나 대단했는지는 모르지만, 적어도 내 세대의 남자아이들은 이 시리즈와 여기의 주인공인 쿠니오를 모를 리가 없다. (이름은 몰라도 얼굴은 안다. 전형적인 90년대 일본 양아치 머리를 하고 눈 큰.) 슈퍼콤의 시대가 끝나고 그보다 훨씬 그래픽 좋은 게임들이 출시되면서 점점 잊혀진 게임이지만, 당시의 게임화면을 보면 추억이 몽글몽글 되살아나고는 한다.

친구들과 소리치면서 올림픽 했던 기억. 살인피구라며 쿠니오의 슛을 따라한 기억. 모두 소중한 추억들이다. 사실 슈퍼콤의 전성기가 끝난 이후에도 열혈 시리즈는 계속 출시되고 있었다. 여러 가지 이름으로, 여러 가지 플랫폼을 거치며. 하지만 나는 한 번도 그 시리즈를 찾아보지 않았다. 추억이 훼손되는 느낌이 들 것 같아서였다. 이전 시리즈는 어떠했는지 모르겠지만, 적어도 내가 이번에 플레이한 열혈외전, 멋지다 코바야시는 그런 내 예상을 120% 벗어나지 않았다. 대체 이 게임을 만든 저의가 뭘까. 의심스러울 만큼. 이런 게임을 출시해도 되나 싶을 만큼 화딱지가 나는 게임이었다. 자세히 살펴보자.

이게 게임 스토리의 대부분인 수준이다. 다시 생각해도 한숨이 나온다.
이게 게임 스토리의 대부분인 수준이다. 다시 생각해도 한숨이 나온다.

모르겠는게 아니라 그냥 없는 수준의 스토리

깔게 너무 많아서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될지 모르겠는데. 일단 스토리부터 시작해보자. 스토리...... 할 말이 없다. 아니, 비꼬는 게 아니라 정말 스토리를 모르겠어서 할 말이 없다. 서두에서 밝혔듯이 나는 열혈외전 시리즈를 9살 이후부터는 해본 적이 없다. 계속 그래픽이 좋아져서 시리즈가 나오고 있다고는 하는데 화제가 되지 않는 걸 보면 그리 만족할만한 수준은 아니겠구나 하고 짐작만 할 뿐이다.

그런데 이 열혈외전 멋지다 코바야시는 게이머가 이전 시리즈를 플레이했다고 가정을 하고 만든 건지, 게임 내 스토리에 대한 설명이 심각할 정도로 없다. 그냥 게임 처음에 인트로 영상(영상이라고 하는 것도 민망할 정도로 성의가 없다.) 에 나오는 몇 줄짜리 내용이 스토리의 전부다. 코바야시가 누구인지. 조력자인 미조구치는 뭐 하는 인간인지. 왜 코바야시를 도와주는지. 정보가 하나도 없다. 거기다 뜬금없는 쿠니오의 등장까지. 천천히 게임을 진행하다보면 무슨 설명이라도 나오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쭉쭉 진행해 나갔으나, 나오는 건 새로운 등장인물들과 악당들뿐. 어떤 제대로 된 설명도 없었다.

거기다 이것들이 나오면 나올수록 알 수 없는 말만 계속 지껄여댄다. 과거가 어떻고, 미래가 어떻고. 알 수 없는 이름도 등장한다.(전작에 나온 인물 같다. 그런데 걔가 여기 왜 나오는 거야. .) 적어도 내가 싸우는 놈들이 외계인인지, 사람인지. 얘가 보스인지, 최종 목적은 뭔지. 이런 거라도 알려줘야 할 것 아닌가. 스토리 때문에 게임을 꺼버리고 싶다고 느낀 건 이 게임이 처음이었다.(그런 의미에서는 참 대단한 게임이다.)

저 조무래기들을 찾아다니는 것도 일이다.
저 조무래기들을 찾아다니는 것도 일이다.

이걸 참신하다고 표현해야 할까?

게임의 시스템은 독특한 편이다. 2D 횡스크롤로 나오는 적들을 무찌르며 다음 스테이지로 넘어간다. 여기까지는 다른 2D 횡스크롤 게임과 다른 게 없지만, 이 게임은 보스가 나오는 방식이나 맵 연결이 좀 특이하다. 통상적인 횡스크롤 게임은 한 스테이지를 끝까지 가면 보스가 있고, 그 보스를 클리어 하면 다음 스테이지로 넘어가는 방식인데, 멋지다 코바야시는 맵이 고정되어 있다.

전체 맵은 한 20개에서 30개 정도 스테이지가 되려나. 여기를 누비며 나오는 적들을 처치하는 건데, 같은 색의 적을 몇 마리 이상 처치하면 그 색에 해당하는 보스가 등장하는 방식이다. 나름 참신하다. 하지만 참신한 게 언제나 재미있는 건 아니다. 똑같은 맵을 주구장창 뛰어다니다 보면 10분 만에 질리고 보스에 맞는 색을 가진 적을 찾는 것도 일이다. 거기다 어디에 무슨 색의 적이 있는지.

저장을 해 주는 고양이가 어디 있는지. 아무것도 알 수 없고, 따로 지도 같은 것도 없기 때문에 오로지 발로 뛰어야 한다. 조작하는 재미가 있는 것도 도트식 고전게임에서 이런 정신 나간 노가다를 주면 열심히 할 사람이 몇이나 있을까. 차라리 그냥 아무생각 없이 진행하기만 되었던 전통적인 2D 횡스크롤 방식을 차용하지. 대체 왜 이런 시스템을 활용했는지. 알 수가 없다.(나중에는 개발자들이 새로운 맵을 만들기 귀찮아서 재탕한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게 메뉴의 전부다. 그래도 기를 모으는 모션은 제법이다.
이게 메뉴의 전부다. 그래도 기를 모으는 모션은 제법이다.

이 게임, 갤러그보다 불친절하다.

멋지다 코바야시는 내가 플레이했던 게임 중에 제일 불친절한 게임이다. 진짜 단언할 수 있다. 친절함 면에서는 차라리 갤러그가 나을 정도다. 갤러그는 그냥 우주선으로 열심히 총알만 쏘면 된다는 걸 게임 구성으로 모두 알 수 있다. 그런데 이 게임은 쓸데없이 여러 조작법을 만들어 놓고는 그걸 게이머에게 안 알려준다. 기본적으로 필살기와 조력자인 쿠니오, 미조구치의 스킬 조작법은 알려준다. 그것도 정석으로만. 두 번째 보스를 깨고 나서야 나는 미조구치의 스킬을 쓰는 단축키가 있다는 걸 알았다.

콤보도 마찬가지다. 분명히 조작을 하다보면 나도 모르게 날아차기도 하고, 공중에 떠 있는 놈을 내려찍기도 하는데, 이 방법을 아예 안 가르쳐준다. 작정을 하고 이것저것 시험해보고 때리고 나서 점프 버튼을 누르면 연속타로 날아차기를 한다는 걸 알았다. 이처럼 이 게임은 온갖 불친절로 도배되어 있다. 옆에 구덩이가 있어서 내려가는 길인가 하고 떨어지면 죽어버리고, 첫 보스도 진짜 뜬금없이 나타 나길래 중간보스인가 하고 3번을 죽어가며 깼더니 보스고. 인물에 대한 설명이나, 기술 목록표라도 있으면 좀 덜했을 것 같은데. 그런 것도 없다.

화려해 보이지만 실속이 없다. 그래픽 때문일까. 오글거리는 대사도 이상해 보인다.
화려해 보이지만 실속이 없다. 그래픽 때문일까. 오글거리는 대사도 이상해 보인다.

로봇이 움직이나. 삐그덕 거리는 조작감과 그래픽

여러 가지 문제가 있지만 사실 가장 큰 문제는 그래픽과 조작감이다. 그래픽은 전형적인 도트 그래픽이다. 과거 향수를 불러일으키려고 했는지, 아니면 시리즈 전통의 그래픽인지 모르겠지만. 도저히 즐길만한 수준이 아니다. 나는 이 문제가 조작감에 있다고 봤다. 도트라고 다 같은 도트가 아니다. 도트게임 중에서도 이동이나 효과가 화려한 게임이 여럿 있다.

당장 스마트폰으로 도트게임을 검색해봐도 부드러운 조작감을 자랑하는 게임이 많다. 그런데 이 게임은 조작감이 너무 불편하다. 어렸을 적 했던 열혈시리즈보다 못하다(물론 실제로 그렇지는 않을거다. 나의 느낌일 뿐)는 생각이 들 정도다. 필살기는 나름 화려하게 해 놓으려고 기를 모으는 모션을 추가한 듯 한데 정작 필살기 효과가 시원치 않다. 적을 때리는 타격감도 그냥 그런 수준이다. 때리는 소리라도 나야 덜 심심할 텐데. 그것도 맘에 차지가 않는다. 격투게임인데 정작 격투가 재미없으면 대체 뭘 하라는 건지. 볼륨도 천천히 해봐야 2~3시간 정도로 굉장히 실망스러운 수준이다.(아니. 이런 게임을 조금만 하게 해줬으니 만족했다고 해야하나. 씁쓸하다)

죽으면 시간이 되돌아가는 설정, UFO 타는 설정. 특이한 점이 많지만 차마 추천할 수가 없다.
죽으면 시간이 되돌아가는 설정, UFO 타는 설정. 특이한 점이 많지만 차마 추천할 수가 없다.

해보라고 차마 추천할 수가 없다. 총평

대체 왜 한글화를 했는지 의문이 드는 게임이지만, 새로운 시도도 많다. 고전게임 형식에서 플레이어의 선택에 따라 다른 엔딩을 맞이하는 멀티엔딩을 차용했다는 점(그 이전에 이 게임을 두 번씩 클리어하는 사람이 있을까 의문이 들기는 하지만), 미래에서 온 조력자와 악을 물리친다는 점 등 제대로 구현화하면 제법 흥미 있었을 만한 요소가 몇 개 있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완성도가 심각할 정도로. 다시는 쳐다보기 힘들 정도로 낮다. 빈말로라도 플레이 해보라고 추천할 수가 없는 게임이지만 그래도 고전게임을 즐겨하고, 쿠니오 시리즈를 즐기는 하드 유저들은 수집의 의미로 플레이 해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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