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S4] 데스 스트랜딩 - "재미"없는 게임은 과연 좋은 게임이 될 수 있을까 ?

  • 입력 2019.11.14 14:50
  • 수정 2019.11.14 14:54
  • 기자명 People's 이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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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지마 히데오는 메탈 기어 솔리드 시리즈로 잘 알려진 전설적인 프로듀서입니다. 그러나 코나미와의 갈등 이후 본인만의 프로덕션을 설립했는데요, 바로 그 프로덕션의 첫 번째 타이틀이 "데스 스트랜딩"입니다.

사실 유명 프로듀서가 큰 회사에서 쫓겨나듯이 나와 제작하는 첫 번째 타이틀인 만큼 너무 어깨에 힘이 들어가지는 않을까 조금 걱정됬던 것도 사실입니다. 실제로 게임 발매가 목전으로 다가왔음에도 이렇다할 구체적인 정보가 공개되지 않았을 뿐 아니라, 리뷰 엠바고 해제 이후에 올라오는 각종 평가들도 호평 보다는 애매한 후기들이 더 많았습니다.

그렇게 발매 직전, 게이머들에게 전달된 정보는 "본격 택배 배달" 게임 이라는 거였습니다. .... ? 네 ? 택배 배달이요 ?

데스 스트랜딩은 최근 게이머들 사이에서 가장 말도 많고, 그만큼 여러가지 의견들이 쏟아져나오고 있는 화제작입니다. 정말로 이 타이틀이 입닫고 택배배달"만" 하는 게임인지, 또 코지마 특유의 지나친 컷씬과 길고 긴 대사들만 지루하게 나열해놓은 게임인지 오늘 리뷰를 통해 한 번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분명 현 시점까지도 구매를 망설이고 계신 분들이 있으실텐데요, 부디 오늘 리뷰가 어느정도의 가이드가 될 수 있었으면 합니다.

리뷰는 게임의 최종장 부분까지 클리어 후 작성했음을 알립니다.

 


 

 

 

데스 스트랜딩은 최신 게임다운 멋진 그래픽과 그에 걸맞는 멋들어진 연출을 자랑합니다. 호라이즌 제로 던에서도 호평받았었던 데시마 엔진을 사용한 수려한 그래픽은, 멋진 연출과 어우러져 멋진 장면을 수도없이 만들어냅니다. 뿐만 아니라 적절한 타이밍에 깔리는 bgm도 아주 좋았는데요, 단순히 노래만 재생하는 것이 아니라 옅은 색의 자막으로 제목과 가수만 슬쩍 "얹어놓는" 식의 연출을 했어요.

또한 실제 배우들을 캐스팅, 스캐닝까지 시킨 만큼 주연과 조연들 가릴 것 없이 연기력 또한 아주 뛰어났습니다. 멋진 그래픽과 연출, 좋은 노래 그리고 실제 배우들을 스캐닝한 등장인물들과 뛰어난 연기력 등 모든 부분들이 더해지면서 게임이라기보다는 "플레이 가능한 영화" 를 보는 듯한 느낌이었습니다. 

하지만 영화같은 연출이 무조건 옳은 것만은 아니죠. 데스 스트랜딩의 경우 컷씬이 너무나도 많았고, 대사도 너무 길었습니다. 게임을 선택할 때 스토리에 비중을 두는 편이고, 즐기는 편인 제 입장에서도 이번 데스 스트렌딩의 컷씬이나 대사들은 아 조금 많다, 싶은 수준이었습니다.

물론 실제 배우들을 다수 쓴 만큼 활용도 많이 하고 싶었던 건 이해하지만 조금은 과한 느낌이 들었어요. 그리고 이 많은 연출들은 속칭 "설명충" 같은 느낌을 줍니다. 요즘 게임들은 떡밥이나 세계관 등을 플레이어로 하여금 플레이를 통해 경험하도록 하는 편인데, 이 게임은 말로 늘어놓는 부분이 훨씬 많았습니다.

플레이 도중 설명 나열 부분을 놓치거나 이러한 문장 설명이 이해가 안된다면 필드에 흩어져있는 메모리칩을 구하거나 메일, 인터뷰 등을 통해서 공부하듯 읽어야 추가적인 이해가 가능했던만큼, 후술할 메인 컨텐츠인 택배 배달 부분을 조금 줄여서라도 다양한 경험을 제공했다면 어땠을까 싶기도 한데 분명 아쉬운 부분입니다.

 

 

 

데스 스트랜딩의 메인 컨텐츠는 분명히 말씀드리지만 "택배 배달"입니다. 다른 컨텐츠 없이 그야말로 순수한 수화물 배달인데요. 단절되어버린 미국을 하나로 연결하고자 하는 목표를 가지고 네트워크 연결을 겸하는 배달을 한다 가 주된 내용이지만 거창한 수식어를 빼고 보면 그냥 남이 요청한 화물을 배달해주는 "배달부" 역할을 하는 셈입니다. 

물론 의미없이 이거 저거 마구잡이로 배달해줘 와 같은 소모성 컨텐츠의 느낌을 주지 않기 위해서, 화물을 받은 수령인이 지속적으로 메일을 통해 뒷 이야기를 전해오긴 합니다. 그러나 처음 한 두 번정도 흥미롭게 읽었을 뿐, 이 모든 디테일들을 꼼꼼하게 챙기기는 어려웠는데요. 앞서 말씀드렸던 것처럼 메인 이야기의 컷씬과 대사들이 워낙에 길고 분량도 많기 때문에 다른 소소한 부분들을 소화하는 것이 벅찼습니다.

택배 배달 부분을 조금 더 살펴봅시다. 배달에 있어서 신경써야 할 것은 이동 동선과 화물의 무게 그리고 미리 준비해야할 장비들이겠죠. 인게임 네비게이션이 제공되긴 하지만 그저 목적지까지의 직선거리를 "표시"해주는 정도인 만큼, 플레이어 스스로 경로를 점검하고 구상하면서 움직여야 합니다. 여기에 적절한 무게로 이동하는 것 역시 중요합니다.

너무 무거우면 균형 유지가 어려워지는데다가 산과 강 그리고 눈과 안개, 비 등 주변 환경에 따라 이동 자체가 버거워지는 경우도 생기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출발전 경로 점검과 동시에 장비를 준비하는 것에 시간을 많이 쓰게 됩니다. 여러 구조물들을 제작할 수 있는 PCC박스부터 사다리, 등반용 앵커 등은 물론, 적과의 조우를 대비한 전투 아이템들도 준비해야 합니다. 

 

 

배달 중에는 실시간으로 체크해줘야 하는 수치들도 있는데요. 함께 여행하는 BB는, 주인공이 넘어가지거나 게임속 크리쳐인 BT를 만나게되면 급격히 컨디션이 떨어지는데 아기를 달래듯 콘솔을 살살 움직여 진정시켜줘야 하죠.

뿐만 아니라 착용하는 장비의 배터리나, 주인공의 스태미너 관리는 물론이고 때때로 소변도 해결해야 합니다. 이 모든 부분들이 글로 보기엔 귀찮아 보이지만, 막상 실제로 해보면 배달 도중 소소하게 할 수 있는 크게 걸리적 거리지 않는 부분이었습니다. 워낙에 배달이라는 메인 컨텐츠가 밋밋하기 때문에 이런 소소한 부분들은 개발진 입장에선 꼭 넣었어야할 부분이었을 겁니다.
 

 

 

메인 컨텐츠 중 좋은 의미로 가장 인상깊었던 부분은 바로 네트워크 플레이 입니다. 취향에 안맞아서 도저히 못하겠다며 게임을 접은 제 주변 분도 이 부분만큼은 꽤 신선했다고 호평하기도 했었는데요. 데스 스트렌딩의 네트워크 부분은 실시간 동시 연결을 통한 플레이는 아니지만, 내가 게임상에서 구축해둔 건축물을 다른 유저들도 사용 가능한 것이 특징입니다.

예를 들어 내가 쓰기위해 지어놓은 배터리 충전소를 다른 유저들도 쓸 수 있고, 반대로 다른 유저가 배치해둔 사다리나 등반용 앵커, 도로 역시도 내가 활용할 수 있는 형태의 공유 플레이가 가능한 셈이죠. 단순히 이런 시스템이 "있다" 수준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많은 유저들이 이것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며 게임을 플레이하고 있습니다.

자발적으로 다른 유저들을 돕기위해 요충지에 필요한 건축물을 올리고, 위험지역은 미리 경고 안내판을 설치하는 등, 게임 속 세계관이 실시간으로 살아서 상호작용 하는 듯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뭐, 실제 유저들이 자신을 드러내고 있는 것이니 어쩌면 살아있는 거나 마찬가지겠죠.

 

 

이러한 배달과 함께, 미국을 재건하기 위해 택배를 운송하고 네트워크를 연결하는 주인공 "샘 포터 브리지스", 그리고 그와 연결된 아밀리와 BB의 이야기가 플레이의 중심을 이루게 됩니다. 이외에 다양한 등장인물들이 저마다의 사연들을 하나씩 풀어나가게 되고, 에피소드가 최종장까지 한 편씩 진행되게 되죠.

여러가지 이야기들과 수수께끼들을 포함한 떡밥들이 계속해서 흘러나오고 최종장에 도달해서는 그 수수께끼들이 풀리게 되는데요, 앞서 말씀드렸던 것처럼 연출이나 배우진이 워낙에 좋기 때문에 흥미롭게 몰입한 부분도 많았지만 종반부에 대한 문제점은 언급해야 할 것 같습니다. 스포일러가 될 것 같아서 구체적으로 말씀드리긴 어렵지만, 너무 질질 끄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어요. 

보통 플레이어는 지금 플레이하는 이 부분이 엔딩임을 직감할 경우, 모든 집중력을 쏟아부으면서 플레이하게 됩니다. 그런데 데스 스트랜딩의 경우, 엔딩일수도있다! 아니었습니다! 이번엔진짭니다! 아니었네요! 마침내! 아닙니다! 처럼 계속해서 마지막 마침표를 찍지않고 이야기를 질질 늘어뜨립니다.

개인적으론 조금 진이 빠지더라구요. 이외에 게임속 설정 부분들은 이래저래 흥미로웠습니다. 비를, 맞으면 시간이 빨리 흐르는 "타임폴" 이라고 지칭하는 설정이라던가 기타 이런저런 설정들은 분명 낯설지만 매력적인 요소들이었습니다. 분명 여태까지 플레이해온 게임 속 세계관과는 확실히 다른, 낯선 세계였습니다. 

 

 

 

다음은 전투 부분입니다. 데스 스트랜딩에서는 BT와 보스 몬스터, 그리고 인간 적들과의 전투가 일어나는데요. BT의 경우에는, 특정 지역과 환경에서 BT를 접촉하게 될 경우 회피와 전투를 겸하는 형태로 플레이가 이뤄집니다.

특히 게임 초반부에는 이러한 BT들에게 딱히 대처할 방법이 없기 때문에 막연한 공포감을 느끼며 도망다니게 되는데요. 이처럼 "제대로 보이지 않고 없앨 수도 없는 적" 과의 전투는 게임 초반의 긴장감 유지에 아주 좋은 장치가 되어줬습니다.

이 부분에서, 함께 여행하는 동료인 BB의 역할도 드러납니다. BB는 BT의 위치를 감지하는 역할을 하는데요, 너무 과하진 않지만 확실한 존재감이 드러나도록 설정해둠으로써 주인공과 항상 함께 하는 꼭 필요한 동료임을 플레이어로 하여금 인지하도록 유도합니다. 인간 적들과의 전투는 특별하진 않습니다. 주먹으로 두들겨 패서 기절시키는 것도 가능하며, 멀리서 비살상 / 살상 총기류로 사격하는 것 역시 가능했습니다. 그러나 BT와의 전투가 워낙에 임팩트있게 연출되기 때문에, 다소 밍밍한 느낌을 지울 순 없었습니다.

 

 

 


 

완미세계를 리뷰할 때 말씀드렸던 것이 있습니다. 요즘 게임들, 특히 오픈월드 장르는 거의 모든 게임들이 다 비슷비슷해져 간다고 말이죠. 때문에 모르는 곳을 탐험하고 목적지에 어렵게 도달했을때의 기쁨을 느낀지가 오래됬다는 말씀도 함께 드렸었습니다.

데스 스트랜딩은 탐험의 느낌은 확실하게 제공합니다. 오히려 좀 과하다고 말씀드리는게 맞겠습니다. 빠른 이동이 있긴 하지만 패널티가 확실해서 함부로 쓰는 것은 어렵고, 다른 보조 장비들도 불편할 때가 더러 있었던 만큼, 시간과 노력을 들이지 않아도 목적지로 쉽게 갈 수 있는 여타 양산형 오픈 월드 게임들과는 확실히 다르게 탐험에 상당한 공을 들여야 원활한 플레이가 가능합니다.

문제는 이게 메인 게임 플레이 컨텐츠의 전부라는 것입니다. 메인 컨텐츠인 배달은 아무리 멋진 스토리를 붙여 포장한다 한들 그저 배달일 뿐입니다. 우리가 레드 데드 리뎀션2를 플레이하면서 그 넓은 필드를 손수 이동해도 지루하다는 느낌을 거의 받지 않았던 것은, 수많은 랜덤 인카운터 요소들 덕분이었습니다.

이야기의 형태도, 등장인물도 다른 다양한 서브퀘스트 들은 이동을 심지어 "즐겁게" 만들어줬었죠. 그런데 데스 스트랜딩은 그저 정처없이 자연을 걷기만 합니다. 마주치는 거라고 해봐야 잃어버린 화물들과 정해진 위치에서 정해진 타이밍에 등장하는 BT들 뿐이죠. 심지어 이 크리쳐나 인간적들은 랜덤 출몰이 아니라 특정 스팟에서"만" 등장합니다.

넓은 오픈월드 맵을 빠르지 않은 속도로 이동해야 하는 와중에, 랜덤 인카운터 요소마저 없다는 건 치명적인 부분이었습니다. 여담이지만 퀘스트 중엔 똑같은 길을 두 번 세 번 씩 오고 가야하는 퀘스트도 있었습니다. 랜덤 인카운터 없이 탐험과 지형 걷기가 전부인 메인 게임플레이에서, 지형마저 똑같다는 건 플레이하는 입장에서는 정말 진빠지는 부분이었습니다. 

 

 

"하지만", 마냥 나쁜 게임이라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연출이나 스토리 부분은 계속해서 말씀드리지만 아주 좋았습니다. 물론, 마지막 부분에서 질질 끄는게 좀 짜증나긴 했고, 때로는 의문부호가 붙을 때도 있었지만 이정도 퀄리티에 이정도 연출을 볼 수 있다는 것, 그리고 배우들과 성우들의 멋진 연기를 충분히 즐길 수 있었던 부분들은 긍정적인 요소들이었습니다. 수많은 게임을 플레이해왔지만, 손꼽히는 퀄리티였어요.

탐험 부분의 윗 문단에서 다소 강한 어조로 비판하긴 했지만, "재미" 요소를 걷어내고 생각한다면 그럭저럭 납득할 수 있는 부분으로 받아들일 분들도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데스 스트랜딩은 분명 플레이스테이션 4로 출시된 "게임" 인만큼 평가에 있어서 과연 재미 요소를 걷어내는 것이 옳은가? 에 대한 것은 조금 생각을 해봐야 겠지만 말이죠. 

 

 

 

 

긴 글 읽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저는 다른 게임을 가지고 다시 돌아오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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