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도적, 마법사의 모험담. 또 모였다! PS4 트라인4: 악몽의 왕자 리뷰
기사, 도적, 마법사의 모험담. 또 모였다! PS4 트라인4: 악몽의 왕자 리뷰
  • 김민진
  • 승인 2019.11.06 17: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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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핀란드의 한 개발사에서 만든 3D 액션 어드벤처 게임이 있다. 트라인. 기사 폰티우스, 도둑 조야, 마법사 아마데우스가 트라인이라는 성물과 관계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은 게임이었다. 오픈월드가 점점 대세가 되어가는 최근 게임판에서 퍼즐식 횡스크롤이라는 특이한 방식을 활용하여 제법 이슈를 끈 게임이다. 국내에서는 한글화 때문에 트라인2가 더 잘 알려져 있지만, 해외에서는 트라인1도 명작으로 추앙받는 나름 유서와 전통이 깊은 게임이다.

나 역시 다른 대부분의 국내 게이머가 그러하듯, 2010년도 초반에 트라인 시리즈의 존재를 알게 되었고, 아주 짧은 시간(내 불확실한 기억이지만 하루가 안 되었던 것 같다.)이나마 즐겼었다. 동화 같은 그래픽과 귀를 간지럽히는 아름다운 BGM이 조화를 이뤄서 굉장히 힐링하면서 즐겼던 게임이지만, 퍼즐에서 막혀 손을 놔버렸었다.(나는 성정이 그리 곱지 못해 답답한 걸 좋아하지 않는다.)

매우 짧게 플레이했지만 좋은 기억이 더 많이 남은 게임이었기에 트라인의 새로운 시리즈가 나온다고 해서 기대 가득한 마음을 품고 플레이해 보았다.

시리즈 전통을 대표하는 기술들은 대부분 구현되어 있다
시리즈 전통을 대표하는 기술들은 대부분 구현되어 있다

성공한 후속작인가? 재탕한 실패작인가?

영화나 게임이나 마찬가지지만 애초에 시리즈로 기획된 게 아니라면 대부분의 후속작들은 성공하기 어렵다. 최근 영화 타짜3의 폭망을 보라. 이전 작에서 호평 받았던 등장인물을 억지로 연결시키고, 명작반열에 오른 작품들과 지속적으로 비교되면서 후속작은 수많은 타짜 팬들에게 가루가 되도록 까였다.

게임 역시 비슷하다. 명작으로 칭송받았던 전작의 시스템을 차용하면 변한 게 없다고 욕하고, 새로운 시도를 하면 명작의 이름을 훼손시켰다고 욕한다. 이래저래 욕을 먹을 수밖에 없는 게 후속작의 숙명이며, 트라인 시리즈 역시 이 숙명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시리즈의 시작을 알린 11의 시스템을 확대한 2는 호평 일색으로 명작. 혹은 수작이라는 평이 지배적이지만, 2.5D에서 3D로 과감한 변화를 시도한 3는 망작으로 트라인 시리즈의 수치라는 불명예를 떠안았다. 그런 의미에서 트라인 4는 실추된 시리즈의 명성을 회복한다는 의미에서도 중요한 시리즈이기도 했다. 결과는 어땠을까? 하나씩 살펴보도록 하자.

캐릭터별로 짧은 스테이지를 클리어하면서 튜토리얼이 진행되고, 본격적인 이야기가 시작된다.
캐릭터별로 짧은 스테이지를 클리어하면서 튜토리얼이 진행되고 나서 본격적인 이야기가 시작된다.

버릴 건 버리고 취할 건 취한 실용적인(?) 스토리

후속작이 이어지면 이어질수록 빈약해질 수밖에 없는 것이 바로 스토리다. 전작에서 하나의 이야기가 완료되었는데, 또 다시 같은 등장인물로 다른 이야기를 전개해 나가야 한다. 애초에 시리즈로 기획이 되어 있고, 구성이 잘 짜여져 있다면 이 부분은 쉽게 해결이 가능하겠지만, 대부분의 후속작은 전작의 성공에 힘입은 경우가 많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설정구멍은 피할 수가 없다.

그런 의미에서 트라인 4는 상당히 많은 스토리를 과감하게 생략함으로써 게이머들의 몰입을 이끌어냈다. 주인공 3인방의 설명과 현재 상황을 튜토리얼 하나로 모두 해결하였고, 중간 중간 간략하게나마 전작의 주요 사건(트라인으로 3인방이 묶이게 된 사건이라던가)을 이야기해 주고 있다. 주목할 점은 여기에 큰 시간을 할애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트라인4의 주요 스토리 라인은 어디까지나 악몽의 왕자를 마법학교로 다시 데리고 온다는 것이다. 트라인4를 처음 접하는 이들이 궁금해 할 부분(왜 세 명은 같이 다니는가. 왜 이 세 명이 영웅으로 불리는가 등)은 작중 대화 한 번으로 끝내던가 하는 식으로 굉장히 많은 부분을 생략하고 삭제했다. 이 탓에 세세히 따지고 들어가면 궁금한 건 많지만, 전체적으로는 트라인4에서 벌어지는 스토리 자체에 집중할 수 있게 되었다. 버릴 건 버리고 취할 건 취한 느낌?

밝을 때도, 어두울 때도 환상적인 그래픽을 선보인다.
밝을 때도, 어두울 때도 환상적인 그래픽을 선보인다.

조작의 맛이 살아있는 그래픽

전통적으로 트라인4의 장점으로 꼽히는 것은 동화 같은 그래픽과 BGM이었다. 이 부분은 전작을 충실히. 어쩌면 더욱 발전적으로 계승했다고 할 수 있다. 먼저 그래픽을 보자. 얼핏 봐도 굉장히 아름다운 그래픽이다. 배경 하나하나의 묘사가 세밀하며 디테일하다. 여기에 원색적인 색감은 자연스럽게 동화를 떠올리게 한다.

파스텔톤과는 거리가 있는 색 배치인데도 불구하고 뭔가 부드럽고 몽환적인 느낌을 주는 그래픽이다. 아무것도 안하고 배경만 바라보고 있어도 마음의 화가 누그러지는 느낌이랄까. 그렇다고 마냥 힐링만 주는 그래픽도 아니다. 숲 속이나 고성 같은 곳에서는 습하고 우울한 분위기가 온전히 전해진다. 조작감 역시 최상급이다.

게임 내 진행 방식은 2D 방식인데, 배경의 입체적인 움직임과 캐릭터의 부드러운 모션 때문인지 3D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이전에도 트라인 시리즈를 해 본 내가 가장 감탄을 금치 못한 부분은 캐릭터의 조작감이다. 작은 움직임에도 폰티우스의 망토가 미세하게 펄럭이며 상자를 소환하는 아마데우스의 손짓은 음악을 연주하는 지휘자의 그것과 비슷하다. 디테일한 부분에서 사실적인 묘사가 이루어져 조작하는 맛이 있는 캐릭터들이었다.

첫 번째 보스인 악몽의 늑대. 실제로는 그렇게 어렵지 않은데, BGM 덕분에 최종보스 같은 포스를 풍긴다
첫 번째 보스인 악몽의 늑대. 실제로는 그렇게 어렵지 않은데, BGM 덕분에 최종보스 같은 포스를 풍긴다

게임 속에 녹아든 BGM

트라인4는 전체적으로 약간 몽환적이고 동화 속 세계 같은 이미지를 풍긴다. 나는 이러한 이미지를 가지게 된 일등 공신은 BGM이라고 생각한다. 트라인은 시리즈 내내 BGM만큼은 항상 최고라는 평가를 받던 게임이다. 트라인4에서도 이 평은 뒤집어지지 않았다. BGM이 게임의 분위기에 얼마나 많은 영향을 끼칠 수 있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준 게임이라고 할까.

평소에는 아름다운 꽃이 피고, 맑은 햇빛이 비추는 배경에 맞춰 잔잔하고 평화로운 BGM이 흘러나오다가 악몽(왕자가 만들어낸 사실상 몬스터들이다.)이 등장할 때는 나도 모르게 손에서 땀이 배어나올 정도로 긴박한 BGM이 나온다. 사실 이렇게 말을 했지만, 나도 리뷰를 쓰기 위해 BGM을 자세히 듣지 않았으면 몰랐을 거다.

그만큼 BGM은 자연스럽게 게임 안에 녹아들어가 있다. 이 외에도 위트 넘치는 대사가 게임의 분위기를 가볍고 재미있게 만들어준다. 마치 옛 이야기를 들려주는 듯한 멘트들이 그래픽, BGM과 어우러져 게이머를 한 편의 신화 앞으로 데려가 준다.

내 멘탈을 터트린 구간들. 깨고 보면 별거 없는데 정작 플레이할때는 도무지 방법이 보이지 않는다.
내 멘탈을 터트린 구간들. 깨고 보면 별거 없는데 정작 플레이할때는 도무지 방법이 보이지 않는다.

퍼즐 어드벤처의 한계

장점만 주구장창 써 놓은 것 같지만, 단점이 없는 것도 아니다. 일단 게임의 장르적 한계는 분명히 있다. 퍼즐식 어드밴처가 대부분 그렇지만 한 번 막히면 답이 없다. 나는 2스테이지 중반부에 막혔는데, 30분 고민했다. 5분 정도 지날 때까지 퍼즐을 풀지 못하면 힌트를 주긴 하는데. 이게 굉장히 원론적인 힌트라 별 도움이 안된다.

팁을 주자면 대부분의 퍼즐이 가장 최근 해금된 캐릭터의 능력을 따라간다. 2스테이지에서 조야의 얼음화살이 해금되었으면 이를 이용한 퍼즐이 많고, 아마데우스의 철공 능력이 해금되면 그 스테이지에서는 철공을 활용하는 퍼즐이 많은 식이다. 이런 시스템상의 팁이 있다고 해도 퍼즐의 특성상 한 번 막히면 진짜 머리가 터질때까지 고민해도 해답을 알 수가 없다.

이런 난관을 극복하는 데서 쾌감을 느끼는 게이머도 있겠지만, 나 같은 경우는 스트레스만 받아서 정말 패드를 들었다 놓은 적이 꽤 많다. 그리고 당연하게도 스테이지가 넘어갈수록 난이도는 올라가기 때문에 후반이 가까워 올수록 쉽게 플레이하기가 어렵다. 처음에는 가벼운 마음으로 쭉쭉 진행하던 퍼즐이 하나 푸는데도 꽤 많은 시간이 걸리게 되면서 작정하고 시작해야 되는 식으로 바뀌는 것이다.

물론 느긋한 마음으로 천천히 머리를 생각하면 결국은 해결할 수 있지만, 그 과정을 즐기느냐 스트레스를 받느냐는 게이머의 성향 차이다. 그 외에도 따로 액션신이 화려하다던가 보스전이 박진감 넘치는 편은 아니라서 호불호가 갈릴 수도 있다.

유쾌한 해설과 친근감 넘치는 캐릭터들의 말투, 행동을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유쾌한 해설과 친근감 넘치는 캐릭터들의 말투, 행동을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트라인스러운 게임 트라인4

트라인4는 전형적으로 트라인스러운 게임이다. 3의 대실패를 교훈으로 1, 2의 장점을 효과적으로 잘 반영했으며 여기에 발전된 그래픽과 BGM을 넣어 한 편의 동화를 플레이 하는 듯한 수작을 만들어냈다. 그렇지만 반대로 말하면 트라인스러운 것 말고는 장점이 없다는 뜻도 된다.

트라인이 개척하여 정립해 낸 퍼즐 어드벤처의 틀을 결국에는 벗어나지 못했기 때문에 화끈한 액션을 좋아하는 게이머는 재미를 느끼지 못할 수도 있다.(마법사에게 파이어볼을 기대하지 마라.) 어려운 과제를 척척 수행해내는 걸 좋아하는 게이머, 혹은 느긋한 마음으로 천천히 힐링하면서 플레이하길 좋아하는 게이머는 한번쯤 즐겨보길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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