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쉬움 넘치는 병맛게임, PC BDSM: big drunk satanic massacre 리뷰
아쉬움 넘치는 병맛게임, PC BDSM: big drunk satanic massacre 리뷰
  • 김민진
  • 승인 2019.10.31 13:4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제목부터가 본디지. 병맛의 끝이다.
제목부터가 본디지. 병맛의 끝이다.

병맛이라는 단어는 어떤 대상이 어이없고 형편없을 때도 쓰이는 단어지만, 최근에는 그 대상이 뭔가 신박하고 블랙코미디식 유머가 있을 때 활용하기도 한다. 대표적으로 데드풀이라는 영화가 있겠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에 플레이한 BDSM: big drunk satanic massacre는 병맛스러운 매력이 흘러넘치는 게임이다. 보라. 게임 타이틀에 보이는 사진부터가 뭔가 병맛스럽지 않은가? 액션 핵앤슬래시 게임을 표방하고 있지만, 실제로 플레이해본 결과 핵앤슬래시라고 표현할 정도로 쾌감이 크진 않았다. 그냥 단순한 액션게임 정도? 처음에는 스크린샷만 보고 디아블로풍의 핵앤슬래시 게임을 예상했다.

주인공이 총을 들고 있으니까 마구 쏴제끼면서 몬스터들이 펑펑 터져나가고 다 쓸어버리면서 재미를 느끼는. 거기다 19금이란다. 당연히 잔인하고 섬뜩한 표현이 난무하고 좀 더 사실적인 액션효과가 있다고 기대했다.디아블로3에서 좀비가 죽을 때 반으로 갈라지거나 하는 효과처럼 말이다.(그렇다고 내가 뇌수가 튀고, 창자가 흘러나오는 걸 좋아하는 사이코패스는 아니다.) 하지만 BDSM은 그런 게임이 아니었다. 아니, 개발자들은 그런 게임을 기대하고 만들었을지 모르겠지만, 게이머인 내가 느끼기에는 뭔가 한 가지씩 부족한. 계륵(鷄肋)같은 게임이었다.

인디 개발사인 Bigway game에서 만들었기 때문에 완성도가 조금 떨어지는 건 이해할 수 있지만, 이건 해도 너무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게임도 하나의 상품이고, 상품이 잘 팔리기 위해서는 마케팅이나 다른 요소도 중요하지만 일단 잘 만들어져 있어야 한다. 그런 면에서 BDSM은 조금 부족하다는 생각이 플레이 하는 내내 가시질 않았다. 개인적으로 기대를 많이 해서 그런가? 자꾸만 부족한 부분이 눈에 들어왔다. 일단 하나씩 살펴보도록 하자.

발 번역 탓일까? 이해할 수 없는 스토리

맥락도 없고, 싱크로율도 맞지 않은 대사가 난무한다.
맥락도 없고, 싱크로율도 맞지 않은 대사가 난무한다.

 

개인적인 지론일 수 있으나, 게이머가 게임에 몰입하기 위해서는 일단 스토리가 탄탄해야 한다. 내가 게임의 주인공이 되어서 어떤 목표를 이룰 것이고, 어떤 위업을 이룰 것인가. 여기에 감정이입을 해야만 게임 속으로 게이머가 들어갈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언어의 장벽이 있는 게임은 거의 즐기지 않는 편이다. 우리의 병맛게임 BDSM은 분명 한글판으로 나온 게임이지만 스토리, 플롯. 그딴 거 없다.

악마 왕자인 루시퍼가 지옥을 평정하는 스토리라는데. 이건 스팀에서 구매할 때 읽었던 게임 소개에 있는 문구고 게임 안에서는 스토리를 거의 알 수가 없다. 정신 나간 번역과 싱크로율이 맞지 않는 대사처리 때문이다. 주인공의 대사나 게임을 진행하면서 만나는 NPC들 모두 맥락 없는 대사를 뱉어낸다.

영어를 그대로 직역한 듯한 대사. 진짜 뜬금없는 애드립. 읽다보면 무슨 소리인지 당최 알 수가 없다. 옛날 미국의 고전소설을 읽을 때나 느꼈던 막막함을 게임을 하다 느끼다니. 헛웃음이 나왔다. 번역만이 문제가 아니다. 컷 신에서 만화처럼 간단히 스토리를 설명하는데, 이 내용 역시 이해하기 힘들다. 해설과 밑에 나오는 자막의 싱크로가 맞지 않기 때문이다.

가만히 들어보면 일부 음성은 번역도 되지 않고 통으로 건너뛰기도 한다. 이런 상황은 인게임 안에서도 이어진다. NPC들이 자기들을 구해달라고 하는데, 왜 갇혀 있는지도 모르겠고, 내가 고른 선택지가 무슨 의미가 있는지도 모르겠다. 프롤로그 역시 문제다.

하나의 게임을 실행하면 그 게임 안의 전체적인 세계관이라든가, 주인공에게 닥친 일 등을 설명하는 프롤로그가 있기 마련이다. BDSM도 프롤로그가 있긴 한 것 같은데. 다른 컷 신이나 캐릭터들의 대화처럼 이해할 수가 없다. 주인공인 루가 왜 술집에서 일어났는지. 왜 혁명을 주도하는지. 지옥이 인간계로 떠오른 것인지. 아무것도 확신할 수가 없다보니까 그냥 눈 앞에 있는 적들을 죽이기만 할 뿐, 어떤 몰입도 하지 못했다.

튜토리얼이 이렇게 소중했다니. 불친절이 너무 과했다.

무기와 업그레이드. 무기 바꾸는 버튼을 모르면 이게 아무 의미없다.
무기와 업그레이드. 무기 바꾸는 버튼을 모르면 이게 아무 의미없다.

 

나는 BDSM을 하기 전까지 튜토리얼은 게임을 많이 접해보지 못한 이들을 위한 개발사 측의 배려 정도로만 생각했다. 그래서 진정한 골수 게이머는 튜토리얼을 스킵해도 게임플레이에는 지장이 없을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BDSM을 플레이하면서 이 생각이 얼마나 오만하고 철없는 것인지를 절감했다.

BDSM도 튜토리얼이 있긴 하지만 여기서는 캐릭터의 이동, 발사버튼만 알려준다. 딱 게임 진행에 필요한 정도만. 무기를 바꾸는 방법, 능력치를 얻는 방법은 자세히 설명을 안 해준다. 능력치를 얻어 업그레이드를 하는 방법은 진행 과정에 만나는 여자 NPC들하고 밤운동을 하는 것 뿐이라고 나는 알고 있었다.

그런데 게임을 하다보면 나도 모르게 능력치를 얻게 되는 경우도 있었다. 게임을 클리어한 지금도 나는 어떤 연유로 능력치를 얻었는지를 모른다. 거기다 무기 바꾸기. . 여기에는 할 말이 많다. 처음에 주인공은 리볼버 하나를 들고 게임을 시작한다. 스테이지를 클리어할수록 샷건, 머신건, 바주카포 등의 무기를 하나씩 얻는데, 나는 이게 바닥에 떨어진 걸 주우면 그 무기로만 교체되는 줄 알았다.

그래서 초반에 얻은 샷건으로 마지막 스테이지까지 힘겹게 힘겹게 이어나갔다. 뭐 이렇게 어려운 게임이 다 있냐고 투덜대면서...... 그런데 마지막 스테이지 초입에서 실수로 마우스 휠을 돌리자, 짜라잔. 지금까지 먹은 무기들이 주르륵 등장하는 것 아닌가. 그 때의 허탈감이란. 온갖 무기를 다 활용하면서 게임이 한결 수월해진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물론 내가 멍청이라 무기 교체를 생각 못한 걸지도 모른다. 그래도 나 같은 인간이 어딘가에 한 명씩은 있을 것 아닌가. 휠을 이용해 무기를 교체할 수 있다. 그 한 문장만 넣어주면 될 것을. 이 사례처럼 BDSM은 꽤나 불친절한 게임이다.

중간 중간 미니게임 형식으로 등장하는 게임들에 대한 설명 역시 거의 없는 수준이고 위에서 언급했든 스토리에 대한 설명 역시 굉장히 불친절하다.(어떤 여자가 납치당하는데, 그 여자랑 주인공의 관계도 모르겠고, 왜 납치당하는지도 모르겠다. 그냥 구하러 가자니까 가는거다.)

아쉬운 타격감 아쉬운 그래픽. 아쉬움 투성이

필살기인만큼 강력하지만 화려하지가 않다. 보스의 모습도 위압감은 커녕 그저 그런 모습.
필살기인만큼 강력하지만 화려하지가 않다. 보스의 모습도 위압감은 커녕 그저 그런 모습.

조작감은 그냥 그런 수준이다. 눈에 띄게 부드럽지도 않고, 조작하기 힘들 정도로 어렵지도 않은 적당한 수준. 아쉬운 점은 타격감이다. 게임 구조상 분명 조금 더 화끈하고 쾌감 넘치는 액션을 선보일 수 있을 것 같은데, 타격감이 약간 밋밋했다. 필살기인 광선을 쏠 때도 아 광선에 이것들이 죽는구나. 정도지 싹 다 쓸어 담는다. 정도의 느낌은 들지 않았다.

핵앤슬래시 장르를 할 때는 어쩔 수 없이 디아블로와 비교를 하게 되는데, 디아블로의 경우는 적들이 시원스럽게 펑펑 터져나가고 이펙트도 화려해서 많은 적을 한 번에 처리하는 쾌감을 느낄 수 있었다. BDSM은 그런 부분에서 많이 부족한 점이 보였다. 개인적으로는 그래픽도 조금 불만이었다.(

불만 아닌 게 없는 것 같네.) 전체적으로 색감이 비슷한 구석이 많아서인지 모르겠는데, 캐릭터간 구분이 쉽지는 않았다. 맵 구석에 있는 퀘스트 마크를 찾는 것도 일이었고 적과 배경이 어우러져서 어디 있는지 미간을 찌푸리고 봐야 하는 경우도 많았다. 적이 화면을 가득 채웠을 때도 화려하다기보다는 정신없다는 느낌을 더 많이 받았다.

이 좋은 분위기와 소재를 이렇게?

데드풀을 연상시키는 장면이 곳곳에 있다.
데드풀을 연상시키는 장면이 곳곳에 있다.

여러 모로 불만족스러운 게임이긴 하지만, 장점이 없는 건 아니다.(여지껏 까놓고 이제서야?) 플레이 하자마자 병맛게임이라는 말이 떠올랐을 정도로 게임 전체에 어이없고 허탈한 유머들이 깔려 있다.

데드풀처럼 게이머의 존재를 인식하고 있는 캐릭터의 언행도 흥미롭다. 죽으면 뉴비냐면서 게이머를 약올리는 문구가 튀어나오고, 게임을 클리어하면 미국 대통령과 미국 유명 배우의 이름이 등장하는 퀴즈가 준비되어 있다. 기존에 존재하지 않았던 특이한 분위기의 게임인 것은 분명하다. 문제는 이 좋은 분위기와 포맷을 제대로 살리지 못했다는 점이다. 병맛스러움을 제대로 느끼기에는 번역이 거지 같았고, 스토리에서 느껴지는 현실풍자를 이해하기에는 설명이 너무 조잡했다.

19금이라고 하면서 19금을 제대로 살리지 못한 부분도 아쉬웠다. 19금이면 조금 더 폭력적이고, 조금 더 화끈한 효과를 줄 수 있었을 텐데, BDSM은 오로지 선정성 부분에만 초점을 맞췄다. 나름 액션 게임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있는 만큼, 19금 타이틀을 조금 더 잔인하고 현실적인 액션 연출에 썼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병맛스러운 소재는 곳곳에 있는데 이걸 잘 살리지 못했다.
병맛스러운 소재는 곳곳에 있는데 이걸 잘 살리지 못했다.

전체적으로 가볍게 즐기기 좋은 게임이다. 3시간 남짓한 플레이 타임도 그렇고, 게임 전체에서 느껴지는 분위기도 그렇고 킬링타임용 게임으로 개발한 것이 확실한 것으로 보이는 게임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자꾸만 이 게임을 혹평하게 되는 이유는 조금만 더 손보면, 조금만 더 친절했으면 수작으로 평가받았을 요소가 많은 탓이다. 스토리나 퀘스트에 상관없이 액션에만 집중해서 가벼운 마음으로 게임을 즐기려는 이들은 BDSM을 재미있게 즐길 수 있을 것 같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