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익은 매트로베니아. PC 'Tower Hunter: Erza's Trial' 리뷰

  • 입력 2019.10.21 15:06
  • 수정 2019.10.22 09:05
  • 기자명 더키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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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트로배니아’. 이 단어가 생소한 게이머도 있을 것이고, 머릿속에 이 장르의 대표적인 게임을 떠올린 게이머도 있을 것이다. ‘메트로배니아’는 과거의 ‘메트로이드’ 라는 게임과 ‘캐슬배니아’라는 게임이 합쳐진 단어다. 끊임없이 이어진 방대한 던전맵을 탐험하면서, 아이템을 얻고, 캐릭터를 성장시키는 것이 목적인 게임 장르다.

 

아마 ‘악마성’이라는 게임 시리즈를 한 번쯤은 들어본 적 있을 것이다. 바로 그 ‘악마성’류의 게임을 떠올리면 ‘메트로배니아’ 장르를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플랫포머 형식, 끊임없이 이어지는 하나의 거대한 맵과 이동이 가능한 텔레포트 지점, 맵 곳곳의 상점이나 숨겨진 아이템과 육성시스템. 여기에 한 번 죽으면 다시는 되돌릴 수 없는 로그라이크까지 섞어낸 것이 바로 이 장르의 가장 큰 특징이라고 할 수 있다. 비록 지금은 ‘메트로이드’ 시리즈도, ‘악마성’ 시리즈도 이렇다 할 신작을 선보이지 못하고 있지만, 다양한 게임사들이 이 장르의 재미를 담아낸 게임들을 선보이고 있다.

 

‘Tower Hunter: Erza's Trial(이하 ‘타워 헌터’)은 메트로배니아 장르의 옷을 입은 게임이다. ‘IceSitruuna’라는 소규모 개발사가 개발했고, 스팀 플랫폼에 출시했다. 아마 이 장르를 좋아하는 게이머라면 ‘악마성일 줄 알았는데 뭐 별다른 게 없네’ 라고 실망한 경우가 있을 것이다. 개발사의 규모나 게임의 완성도는 둘째치고 일단, 이 장르는 게임들이 대부분 비슷하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기 때문이다. 드문드문 그 명맥을 이어가는 장르인 만큼 ‘그들만의 리그’를 강하게 보여주는 게임 장르이며, 색다른 시도를 하기 어려운 장르이기도 하다.

 

최근에는 이 ‘악마성’과 비슷한 게임인 '블러드 스테인드'라는 게임이 발표되기도 했다. '타워 헌터'는 어쩔 수 없이 ‘블러드 스테인드’라는 게임과 비교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 과연 소규모 개발사의 이 ‘타워 헌터’는 어떤 색다른 점이 있을지, 뻔하디뻔할 수밖에 없는 이 장르에 어떤 새로운 콘텐츠를 도입했을지, 그리고 좋은 평을 받았던 다른 게임을 이길 수 있을지 한 번 알아볼까 한다.

 
 

가장 먼저 느낄 수 있는 점은 간결한 스토리다. 게임에 등장하는 인물 간의 관계를 대충 유추해 볼 수 있지만, 게임 초반 세계관의 설명은 어처구니가 없을 정도로 단순하다. 물론 스토리의 비중이 크지 않은 장르라는 것은 인정한다. 하지만 귀찮아서 넣지 않은 것과 자신이 없어서 아예 덜어낸 것은 다르다. 게이머들에게 어느 정도의 성의를 보여주지 않았어야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타워 헌터'는 싱글 플레이를 기반으로 하며, 로그라이크 모드와 일반모드 둘 중 한 가지 모드를 선택할 수 있다. 개인적으로 이 장르를 그나마 재밌게 플레이하기 위해서는 로그라이크 모드로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게임의 진행은 계속 이어진 던전을 탐험하면서 적을 물리치는 것이다. 방대한 맵이 특징인 만큼 곳곳에 숨겨진 아이템이나 비밀의 방을 찾는 것도 중요하다. 맵이 끊임없이 이어져 있다는 것은 그만큼 적들도 많다는 뜻이다. 캐릭터가 쉽게 죽지 않지 않도록, 던전으로 들어갈수록 강해지는 적들에게 맞설 수 있도록 육성하는 것이 목적이다.

 

좋게 말해서 '육성'과 '파밍', '업그레이드'지 따지고 보면 어쩔 수 없는 '뺑뺑이'와 '노가다'를 기반으로 하는 게임이다. 최대한 맵의 숨겨진 곳을 밝히고, 최대한 적들을 많이 해치워서 많은 자원을 얻어야 한다. 그리고 구역의 끝마다 준비된 보스전을 거쳐야 다음으로 넘어갈 수 있다. 이 구역을 지나면 대부분 다시 돌아가지 못하기 때문에 다양한 아이템을 놓치지 않고 챙겨야 한다.

 

'타워 헌터'에서 중요한 '파밍' 요소는 '수정'이다. 이 수정은 '타워 헌터'의 모든 콘텐츠에 필요한 기본 재화로 주인공의 능력과 스킬을 개방하거나 아이템을 구매하는 데 사용된다. 기본 체력이나 방어, 공격력, 성장치, 주 무기와 보조 무기의 숙련도, 아이템 사용의 효율 향상 등 다양한 방면에서 사용되는 만큼 최대한 많은 수정을 모으는 것이 중요하다.

 

물론 수정으로 능력치를 업그레이드하는 것과 별개로 적에게서 아이템을 얻거나, 숨겨진 맵에서 보물상자를 열어 다양한 아이템을 얻을 수도 있다. 수정으로 능력을 올리는 방법을 선택하든, 던전에서 아이템을 파밍하는 것을 선택하든 어쩔 수 없이 '노가다'는 필수로 거쳐야 한다.

 

다른 게임과 비교했을 때 '타워 헌터'만의 차별점이라고 생각할 수 있는 콘텐츠는 '에너지 칩'이다. 이 에너지 칩은 일종의 패시브 기능을 하는 아이템이다. '룬'이라고 하면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치명타율 증가, 무기 숙련도 증가, 각종 버프 등 개별적으로 큰 수치는 아니지만, 여러 개를 모았을 때 능력치가 크게 증가하는 아이템이다. 

 

당연히 무작정 장착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일정의 한도치가 초반에 정해져 있으며, 캐릭터를 계속 육성해서 이 수치를 조금씩 늘릴 수 있다. 당연히 이때도 '수정'이 필요하다. 다만, 장착과 교체는 자유롭게 가능하다.

나름 커맨드 입력도 할 수 있다
맵 중간중간에 다른 구역으로 이동할 수 있는 텔레포트가 있다
무엇을 강화하든 '수정'이 필요하다

 

 
 
 
 
 
 
 

무기는 크게 '주 무기'와 '보조 무기' 두 종류를 사용할 수 있다. 주 무기는 '쌍칼', '창', '검과 방패' 등 총 다섯 가지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다. 무기마다 공격속도와 사거리에는 조금씩 차이가 있다. 게임 초반에 다양한 무기를 사용해 볼 수 있으니 하나씩 경험해 보는 것이 좋다. 각각의 무기를 사용해보고 자신의 스타일에 맞는 것을 정해야 한다. 주 무기의 효율을 높이기 위해서도 수정이 필요하다. 이것저것 다양한 것을 사용하기보다, 한 가지를 선택해 집중적으로 스킬을 올리는 것이 더 효율적이다.

보조 무기는 투척하거나, 보호막을 만들거나, 근접 공격을 하는 방식으로 다양하게 사용할 수 있다. 보조 무기 아이템은 교체하며 사용할 수 있지만, 쿨타임이 있어 무한으로 사용할 수는 없다. 하나 아쉬운 것은 게임을 하다 보면 좋은 것만 빠르게 구분할 수 있을 정도로 특정 스킬의 효율이 압도적으로 뛰어나다는 점이다.

 

'많이 준비했지만, 쓰는 것은 한정적'인 장르의 가장 고질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못했다. 생존과 공격의 양쪽 밸런스를 생각한 개발사의 의도와는 다르게 한쪽은 포기하고 한쪽으로 쏠리는 경우다. '타워 헌터' 역시 위치나 상성을 무시하는 '무적기'와 '무효화'스킬의 능력이 뛰어나게 좋다. 그리고 공간의 제약 없이 공격 가능한 보조 무기를 사용하면 적과 정면으로 마주치지 않고도 게임을 진행할 수 있다.

 

이를 효율적인 스킬의 일종으로 받아들일지, 아니면 '꼼수'로 받아들일지는 게이머마다 다르겠지만, 개발사가 노린 것은 아닐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보조 무기의 밸런스는 추후 업데이트를 통해서라도 조절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 
커맨드 입력을 외워두면 좋다

 

 
 
 

'타워 헌터'는 스팀 플랫폼에서 키보드와 게임 컨트롤러를 지원한다. 개인적으로는 무조건 게임 컨트롤러를 사용할 것을 추천한다. 조작이나 타격 모션이 크게 불편한 정도는 아니지만, 다른 게임과 비교했을 때는 매끄럽지 못한 부분이 확연히 느껴진다.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벽 타기, 대쉬와 회피 이후 이어지는 연속기, 다양한 커맨드의 콤보, 패링 등의 요소를 기대한 유저라면 크게 실망할 것이다. 특히 공중에서의 공격이나 스킬 사용 시에는 카메라 앵글이 주인공을 담지 못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어디까지나 '소규모 개발사'의 게임이라는 것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그래도 '꼭 있어야 할 요소'는 착실하게 넣었다. 장르 특성상 유저들을 오랫동안 붙잡아 둘만 한 동기부여가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스팀의 도전과제를 준비했고, 미소녀가 주인공 캐릭터인 만큼 커스터마이징을 도입했다. 10종류의 헤어스타일과 복장, 6종류의 머리 색깔이 있으니 꾸미기 좋아하는 유저들은 이를 모으는 재미를 찾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래픽은 뛰어나진 않지만 자칫 조잡할 수 있는 3D 그래픽을 나쁘지 않게 잘 다듬었다. 다만, 등장하는 적들의 모델링이 너무 단순하다. ‘색깔 놀이’만 해놓은 것을 게임 초반부터 느낄 수 있다. 주인공 꾸미기에만 너무 몰두한 나머지 등장 몬스터의 개성은 살리지 못한 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가뜩이나 맵이 큰 만큼 게임의 호흡이 늘어질 수 있는데 등장하는 적까지 다 똑같은 모습이라는 점은 지루함을 준다.

 

치명적인 단점은 하나 더 있다. 바로 번역이다. 흔히 '왈도'체의 매끄럽지 못한 번역은 게임의 몰입감을 떨어트린다. 물론 한글이 아닌 영어였어도 진행에는 큰 어려움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게임 초반의 스토리 설명이나 NPC와의 대화, 오브젝트 상호작용 시에 보이는 어색한 한글로 인해 게임의 완성도가 떨어져 보인다.

 

'타워 헌터'는 그 기대감을 조금 낮추고 접근할 필요가 있다. 최근 PS4 플랫폼으로 출시된 '블러드 스테인드'와 비교했을 때 분명 그에 못 미치는 부분들이 많이 보이기 때문이다. 나쁘지는 않은데, 그렇다고 좋지도 않은 게임이다. 아직은 덜 완성된 게임이고, 다듬어야 할 부분이 많이 남은 게임이다. 큰 기대를 하지 않으면, 큰 실망도 없을 것이다. 어디까지나 소규모 개발사의 게임이라는 점과 이 장르의 게임이 갖는 명확한 한계점이 보이는 만큼 '도전'을 권하고 싶지는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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