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Widower’s Sky, 이건 좀 아니다. 도망쳐요!

  • 입력 2019.10.04 18:52
  • 기자명 캡틴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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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dower’s Sky> 리뷰입니다.

제목이 좀 과격했습니다. 하지만 이유는 있어요.

네 이놈, 어디서 개발자가 심혈을 기울여 만든 작품을 비하하느냐!’

워워, 잠시만요!

물론 대강의 인상착의만 가지고 느낌으로 누군가에겐 명작일지도 모를 하나의 작품을 평가절하하는 것은 나쁜 짓이며, 그런 것 이전에 리뷰어로서의 책무에도 어긋난다고 생각합니다.

무엇보다 저도 본업은 창작자인바. 생각한 것대로 나오지 않는 창작의 고충을 모르는 것도 아니고요. 하지만 <Widower’s Sky>이 게임, 갈 길이 멀어도 너무 멉니다. 한 번 보시죠.

 

 

 

당신이 생각하던 [그것]은 없어요.

<Widower’s Sky>의 유일한 장점이라면 멋지고 느낌 있는 게임 트레일러일 것입니다. 드넓고 평화로와 보이지만 냉혹한 거대한 짐승들이 있는 공간을, 아들을 업은 주인공이 활 하나의 무장만 하고 헤쳐나가는 모습의 트레일러는 상상력 풍부한 게이머들을 불끈하게 만들 수 있습니다. 생존을 위한 사냥과 잠입, 크래프팅 요소들과 아들을 먹여 살리고 안전하게 만들기 위한 아버지의 노력, 그리고 마치 한 편의 시처럼 펼쳐지는 서정적인 배경을 달려 비밀에 싸인 스토리를 풀어가는, 조용하지만 묵직한 게임! 처럼 보이지만, 전혀 아닙니다.

 

트레일러를 보고 예상 가능한 게임의 장르자체가 다릅니다. 이 게임이 도대체 뭣 하는 게임인지 알기 위해선 처음의 난관 몇개를 극복해야 합니다. 알 수 없는 요상한 공간에 그냥 덩그러니 버려지는데, 그곳에서 이것저것 열심히 조작하다가 간신히 블럭을 동그란 발판에 가져다 두는데 성공하면 문이 열립니다. 그 뒤에도 한참 진행해도 게임의 장르조차 알 수 없습니다. 그리고 당신이 매우 우연히도 개발자가 준비해둔 과정들을 모두 밟아가는데 성공한다면, 이 게임의 실체를 알 수 있습니다. , 물론 여태까지 안개 속을 걷는 장님처럼 버둥대며 했던 게 튜토리얼이었다는 배신감을 잠시 느끼고 말이죠.

 

이 게임 <Widower’s Sky>퍼즐게임입니다. 제법 의외죠. 몽환적인 그래픽, 거대한 생물체들... 같은 건 그냥 미장센 정도고, 퍼즐게임입니다. 아빠 캐릭터와 아들 캐릭터를 번갈아 조작해 가며 퍼즐들을 해결하는 게임입니다. 얼마 전에 리뷰했던 데이&나이트 랑 비슷합니다. 사냥해서 아들을 먹여살리는 시스템요? 이것은 일종의 마을이라 볼 수 있는 홈필드에서 이루어지는데, 게임플레이 전체로 따지면 1%의 비중도 가지지 못합니다. 지나가는 짐승들을 알트키를 눌러 화살을 쏘아 잡고 (쉽습니다) 캠프파이어 근처에 시체를 두면 먹을걸로 바뀝니다. 아들 캐릭터를 조작해 먹이면 위에 공복수치가 올라갑니다. 끝입니다. 크래프팅도 생존요소도 사실상 없는거나 마찬가집니다. 스토리도 막연합니다. 그냥 퍼즐 게임입니다. 다시 말해서, 퍼즐에 관심 없으시면 구매할 이유가 1도 없습니다.

 

 

물론 퍼즐을 좋아하신다고 구매할 이유가 있으신 건 아닙니다.

<Widower’s Sky>은 퍼즐 게임을 이런저런 요소로 포장해 마치 다른 종류의 게임처럼 보이게 만드는 사기행각을 벌였지만, 그렇다고 퍼즐 게임으로서 훌륭한 게임도 아닙니다. 도저히 게임을 끝까지 플레이할 용기가 나지 않아 엔딩은 보지 않았는데, 초중반 챕터 들만 살펴보아도 퍼즐의 수준이 매우 형편없습니다. 예를 들어 다섯개의 보석이 있는 퍼즐이 있습니다. 이것은 퍼즐... 이라기에도 좀 민망한데, 하여간 몸에 붉은 장식이 있는 아빠 캐릭터로 붉은색 보석들 3개를 먹고, 몸이 노란색인 아들 캐릭터로 노란색 보석 2개를 먹으면 클리어되는 퍼즐입니다.

좀 민망하죠? 이게...퍼즐인가? 잘 모르겠지만 퍼즐이라고 쳐줍시다. 그런데 이 퍼즐을 깨기가 쉬웠냐? 전혀 아닙니다. 문제가 여기서 발생합니다.

 

 

 

엄청나게 깨기 어려운 형편 없는 난이도의 퍼즐

등장하는 퍼즐의 난이도들은 퍼즐이라 불러주기 민망한 수준입니다. 그런데 이 퍼즐들을 풀어내기는 정말로 어렵습니다. 머리로는 진작 풀었는데, 실행하기가 너무 어려워요. 첫 번째론 조작 문제입니다. 캐릭터가 맵에 제대로 붙어있지 않는 느낌이 듭니다. 키보드와 게임패드 양쪽 모두 미세조작이 어려운 조작감을 제공합니다. 그런데 퍼즐이 펼쳐지는 맵은 캐릭터가 조금만 발을 잘못 디뎌도 추락사하는 형태의 맵들 입니다. 개발진이 게임의 조작감이 좋지 않다는 자각조차 없었다는 소립니다. 엉망인 조작감 + 미세조작이 필요한 맵은 최악의 조합을 만들어냅니다. 여기에 엉뚱하게도 한 가지 문제가 더 겹칩니다. 바로 시야입니다. Widower’s Sky의 쥐콩 만 한 캐릭터들은 얽힌 파스타 면처럼 복잡한 디자인의 맵 위를 걸어 다니며 퍼즐을 풀어야 합니다. 엘리베이터 같은 빛나는 돌들을 타고 Y축 이동을 해야 함도 포함되죠. 그런데 퍼즐을 푸는 사람의 시야는 굉장히 제약적인 탑 뷰 시점, 그리고 뜬금없는 1인칭 시점만 있습니다. 1인칭 시점은 완성도가 매우 낮아 사실상 쓸 수가 없는데, 한정적인 탑 뷰 시점으로 게임을 플레이하면 너무나도 자주 복잡하게 꼬인 맵이 캐릭터를 가려버립니다. 플레이어의 시야가 허공에 있고, 그 밑에 맵의 구조물이 지나가고, 또 그 밑에 캐릭터가 있는 형국입니다. 이런 경우, ‘으로 플레이해 해당 구역을 돌파해야 합니다. 물론 삐끗하면 캐릭터가 추락사하는 것은 당연하고요.

 

이런 요소들 때문에 분명 형편없이 쉬운 퍼즐들이 상당히 난이도를 가진 스테이지로 변모해버립니다. 깨기는 매우 힘들지만, 막상 깨도 어차피 쉬운 퍼즐이었기 때문에 그다지 성취감도 없습니다. 불편함도 로망이라며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의 클래식 서버가 유행이라지만, <Widower’s Sky>의 불편함은 인내심의 한계를 시험합니다.

 

 

 

다시 만들어 왔으면 좋겠다.

게임의 포텐셜이 아주없는 것은 아닙니다. 확실히 게임의 분위기는 잘 잡았죠. 그에 속은 사람들이 한 둘이 아니니까요! 거기에 퍼즐 위주의 게임이라는 것도 괜찮은 발상일지도 모릅니다. 사실 플랫 포머(?)와 퍼즐을 결합해 성공한 게임이 없는 것도 아니고요. 제가 최근에 재밌게 하기도 하는 덴마크계 개발사가 만든 <A Hat in Time> 속칭 모자걸도 퍼즐 요소를 결합한 플랫 포머 게임입니다. 50만 장 이상 팔렸으니 성공했죠.

이렇듯 <Widower’s Sky> 역시 가능성이 아주 없는 게임은 아닙니다만, 수정해야 할 폭이 단순히 업데이트로 해결될 수준이 아닙니다. 소스와 개념 빼곤 싸그리 재정리가 필요한 수준이에요. 조금 더 편해져야 하고, 조금 더 명확해 져야 하며 퍼즐을 보다 전면에 내세워야 합니다. 적어도 게임 소개와 트레일러를 보고 이것이 일종의 플랫 포머+퍼즐 지향의 게임이구나. 라는 것 정도는 알게 해 줘야죠. 튜토리얼부터 모든 진행이 마치 안개 속을 걷는 것처럼 불분명하게 불친절한 것도 과연 적절한 방향의 콘셉트인지 재고해야 합니다. 자유도를 우선시하는 게임이야 많지만, <Widower’s Sky>처럼 완성도가 떨어지는 게임에서 이러면 단순히 게임을 잘못 만든 것처럼 느껴지거든요.

 

 

 

그래서 할까? 말까?

이번엔 명확합니다. 몽환적인 콘셉트 배경의 퍼즐게임을 어지간히 좋아하시지 않는다면 비추천합니다. 차라리 더 완성도 높은 많은 퍼즐 게임들을 하시는 게 나아 보입니다. 혹은 다른 장르의 훌륭한 게임들 말이죠.

 

<Widower’s Sky>는 전반적으로, ‘트레일러에 낚였네하는 감상이 너무 컸거든요.

그럼 이번 리뷰는 여기까지. 전 또 다른 리뷰로 찾아오겠습니다. 모두 득템 하세요!

 

 

 

/[리뷰] Widower’s Sky, 이건 좀 아니다. 도망쳐요! 마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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