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쁘긴 한데 너무 뻔해, 모바일 '방주지령' 리뷰

  • 입력 2019.08.27 15:47
  • 수정 2019.08.27 15:52
  • 기자명 더키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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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모바일 게임판은 간단하게 즐길 수 있는 캐쥬얼한 '퍼즐게임'과 과금이 뒷받침되어야 하는 'MMORPG'가 주축을 이루고 있었다. 여기에 최근 중국에서 시작된 '소녀전선'이후 '미소녀'를 담아낸 게임들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소위 '모에화' 라고 하는 방법은 미소녀들을 총기, 함선, 탱크, 심지어 음식에까지 비유하며 다양한 캐릭터들을 만들어 냈다.

 

이전에도 모에화 게임들은 있었지만, 크게 주목받게 된 계기는 역시 '소녀전선'이다. 이후 동일한 장르, 비슷한 방식의 게임인 '벽람항로', '붕괴3rd' 등의 게임이 좋은 반응을 얻으며 팬층은 두꺼워졌고, 새로 유입되는 게이머들도 많았다.

 

처음 이 '모에화' 게임이 등장했을 땐 '사물이 어린 소녀들로 바뀐다'는 점에 거부감을 느끼며, 기피하는 게이머들도 많았다. 특히 성인 등급에서의 일러스트 검열 문제와 무수정 버전의 비공식 공유 등의 이슈도 많았다. 이제는 시간이 지나 어느 정도 궤도에 오른 하나의 장르로 인정하는 분위기다.

 

'모에화' 게임은 메인으로 즐기기보다 시간 날 때 '자동전투'를 돌려놓고 보상을 받는 게임으로 인식되고 있다. 뛰어난 게임성이나 스토리의 무게보다는 스트레스받지 않을 정도의 난이도와 예쁜 일러스트를 중심으로 한 게임이다. 즉 '게이머가 좋아하는 캐릭터의 다양한 모습을 보는 것'과 이를 '수집하는 것'이 목적이라고 볼 수 있다. 

 

이런 게임의 특징은 바로 게이머에게 많은 보상을 준다는 것이다. 초기 '소녀전선'이 아주 좋은 사례를 남겼기에 후속으로 등장하는 게임들의 운영도 과금 요소에서는 힘을 뺀 경우가 많다. '줄 건 준다. 더 갖고 싶으면 과금해'하는 '혜자게임' 운영방식이다.

 

'디엔씨오브스톰'에서 국내 퍼블리싱을 담당한 '방주지령'은 신화 속에 등장하는 존재에 '서령'이라는 이름을 붙여 '모에화'한 게임이다. 주로 일본의 소설이나 신화에 등장하는 캐릭터가 주를 이루고 있지만, '서큐버스', '하데스', '헬라' 처럼 대중적으로 잘 알려진 존재들도 등장한다.

 

지금까지 다양한 '모에화' 게임들이 좋은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고, 부진한 성적을 내기도 했다. 과연 '방주지령'은 어떤 모습의 미소녀들을 가지고 왔을지, '우리는 이거 하나 만큼은 다르다' 하는 부분을 어떻게 보여줄지, 기존의 모에화 게임의 한계를 어떻게 극복했을지 하나씩 살펴볼까 한다.

예쁘긴 한데, 너무 뻔해

'모에화'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캐릭터의 '일러스트'라고 할 수 있다. 여기에 캐릭터마다 다른 일러스트레이터의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면 더욱 좋다. '방주지령'의 캐릭터들은 게이머마다 어느 정도 취향은 타겠지만 '귀엽네, 예쁘네' 할 수 있을 정도다. 각종 신화에 등장하는 존재들이 귀여움, 섹시함, 신비주의를 담은 소녀들로 바뀌었다.

 

신화 속의 '신'이나 '몬스터'를 캐릭터에 녹여냈다고 하지만 '그냥 이름만 가져다 썼다'라는 느낌을 받았다. 캐릭터들이 예쁘긴 하지만, 다른 게임이나 영화에서 그려진 모습들과 비슷하다. 특히 일본 쪽의 설화나 신화에 등장하는 캐릭터들이 많다. 이쪽 분야에 관심이 있는 게이머라면 좋아할 만한 요소겠지만, 개인적으로는 그냥 일본 전통 복장을 한 비슷비슷한 소녀들의 느낌이었다. 

 

게이머마다 좋아하는 취향이 있는 만큼 '내가 좋아할 만한 캐릭터 하나쯤은 있겠지'라는 느낌을 받을 정도로 많은 캐릭터를 준비했다. 아쉬운 점은 신화 속 존재들을 모에화했지만, 어느 정도 예상 가능한 캐릭터들의 모습이라는 것이다. 매니아가 많은 장르인 만큼 캐릭터마다 컨셉을 잡기 위해 노력한 모습은 보인다. 하지만 어디선가 한 번쯤은 봤을 법한 캐릭터들이다. 총기, 함선, 음식과 비교했을 때 신선하다는 느낌을 받긴 어렵다. 많긴 하지만 색다른 점은 없다.

 

이런 단점을 극복하기 위해 선택한 것이 바로 기간 한정 '스킨'이다. '모에화' 게임 대부분이 그렇듯 밸런스에 큰 영향을 주지 않는 선에서 철저히 '수집'에 초점을 맞췄다. 캐릭터의 등급에 따라 일러스트의 차이가 있거나 하지는 않으며, 여름이나 겨울처럼 기간에 맞춘 모습을 담아낸 스킨들이다. 비키니, 산타복, 할로윈 스킨은 미소녀를 앞세운 거의 모든 게임에서 활용된다. 결국, '방주지령'만의 특징이나 개성은 사라지고, '어디선가 본 적 있는 예쁜 애'의 느낌만 남는다.

현재는 여름 한정 스킨을 판매하고 있다

 

모바일에선 보기 힘든 '디테일'

게임의 전투는 대부분의 수집형 RPG가 사용하는 방식이다. 게임 진행 방식을 익혀야 한다거나, 높은 피지컬이 필요하지 않다. 기본적으로 자동 전투를 깔고 가는 게임이다. 눈여겨볼 점은 '속성 간의 상성', '전장 어드벤티지', 그리고 '진화와 강화' 방식이다.

 

다른 게임들과 가장 큰 차이를 보이는 것은 ‘속성’과 이에 따른 ‘상성’이다. 게임에서 자주 등장하는 ‘땅, 물, 불, 바람’의 4 속성에 ‘빛과 어둠’이라는 두 가지 새로운 속성을 추가했다. 빛과 어둠의 속성의 경우 '기계와 자연', '천국과 지옥' 같은 전혀 상반된 속성으로 등장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런 게임들은 주로 TCG같은 카드 게임이나 전략 시뮬레이션 같은 게임에서 사용되는데, '방주지령'은 모바일 게임에선 보기 힘든 넓고 다양한 속성을 선택했다.

 

총 6가지 속성은 서로 상성이 존재하고, 동일 속성에 대한 공격과 방어 페널티가 부여된다. 동일 속성의 공격에는 피해를 덜 입거나, 아예 데미지가 들어가지 않는 방식이다. 더 재밌는 것은 캐릭터의 속성이 꼭 고정으로 정해진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캐릭터마다 3가지의 스킬을 선택할 수 있는데 이때의 스킬 속성을 다르게 할 수 있다. ‘물 속성’의 캐릭터라고 해서 전부 ‘물 속성’의 스킬만 사용하는 것이 아니다.

 

전장은 날씨 효과와 진형에 따른 전투 보너스가 존재한다. 단순히 좋은 캐릭터만 레벨업하기 보다는 스테이지마다 자주 등장하는 적들의 속성을 파악하고, 광역이나 단일 스킬을 세팅하는 것이 필요하도록 유도했다. 스테이지마다 각기 다른 속성의 적이 등장하고, 이에 맞춰 진형도 선택해야 하는 만큼 공격과 수비의 밸런스를 생각해서 팀을 편성할 필요가 있다.

 

장착할 수 있는 아이템의 종류는 총 7가지다. 캐릭터마다 이로운 효과를 주는 '성물' 하나와 '코어' 여섯 가지다. 성물과 코어는 게임에서 얻을 수 있는 보상으로 업그레이드가 가능하다. 장착과 해제는 자유롭게 가능하지만 레벨업에 필요한 재화를 모으기는 조금 어렵다. 하위등급의 아이템들은 합성을 통해 상위등급의 아이템으로 업그레이드 할 수도 있다.

 

모바일 게임답지 않게 스탯 배분을 도입한 점도 눈에 띈다. 사용하지 않는 낮은 등급의 '서령'을 사용하면, 높은 등급의 서령에 스탯 보너스를 배분할 수 있다. 게임에 큰 영향을 주지는 않지만, 사용하지 않는 카드들을 재활용하고, 같은 캐릭터라고 해도 게이머가 원하는 스탯을 높일 수 있다는 점에서 육성 시뮬레이션의 맛도 느낄 수 있다.

 

전투 시스템은 '반자동'이라는 표현이 어울린다. 모든 전투는 자동으로 이루어지지만, 결과를 확인하고 다음 전투로 넘어가기 위해서는 반드시 터치가 필요하다. 스테이지에 넣어놓고 소위 ‘뺑뺑이’를 쉽게 돌릴 수 있는 게임은 아니다. 다수의 캐릭터를 육성해야 하는 게임의 특징을 놓고 봤을 때는 상당히 불편한 요소다. 

성물과 각종 코어를 장착할 수 있다
스킬의 속성은 다양하게 선택할 수 있다
속성간의 상성을 잘 활용해야 한다
스탯 분배 시스템은 방주지령의 특징이다
진형은 스테이지를 클리어 하면 다양하게 선택할 수 있다
상성에 맞춰 약점과 저항을 잘 봐야한다
전투가 끝나면 꼭 터치를 해줘야 한다

 

'특별함'이 없는 '무난함'

'방주지령'은 대부분 수집형 RPG의 진행 방식을 따른다. '수집-육성-강화' 로 이어지는 게임의 특성상 게이머들이 어떤 신선함 같은 것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어찌 보면 이 장르의 치명적인 단점이라고 할 수도 있다. 쉽게 적응하는 만큼 쉽게 질리는 게임이다.

 

'방주지령'은 게임의 진행을 빠르게 가져갈 수도 없다. 구역마다 서령의 특정 레벨을 요구하며, 그때까지 클리어한 스테이지를 다시 가서 레벨업 해야 한다. 물론 아이템을 통해 레벨을 올릴 수도 있지만, 다른 게임과 비교했을 때 초반 진도는 상당히 느린 편이다. 여기에 반복 전투를 자동으로 할 수 없다는 점은 게이머들이 쉽게 피로감을 느낄만한 요소다. 

 

이런 부분을 보완하기 위해 넉넉한 일일 보상, 업적 보상, 미션 보상의 아이템을 제공한다. 하지만 육성이 빠르게 진행되지 않고, 또 키워야 할 캐릭터도 많기 때문에 반복 플레이가 필요하다. 육성이 지루한 게이머들을 위해 PVP와 던전콘텐츠가 있긴 하지만, 크게 매력적이진 않다. 역시 '수집형 RPG라면 있어야 하니까 넣어봤어요' 하는 느낌을 받는다.

 

결국, '방주지령'은 무난한 게임이다. 어떻게 보면 '평타는 친다'로 받아들일 수 있겠지만, 다른 게임들과 비교했을 때 뭔가 특별한 점이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모에화'게임은 그 종류도 많고, 새로운 것을 원하는 게이머들도 많기 때문에 뭔가 색다른 맛이 있어야 한다. '방주지령'은 그런 부분이 부족하다. 예쁘긴 한데 개성이 없고, 다 갖추고 있지만 매력이 없다. 다른 게임들처럼 크게 팬층을 유지하기에는 '신화'의 존재들을 모에화 한 것이 오히려 단점이 됐다. 전혀 새로운 분야에 도전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오히려 어이없는 방식의 접근이 더 주목을 받았을지도 모른다. '도깨비'의 모습을 한 소녀의 모습은 대충 짐작되지만, '전투기'의 모습은 잘 떠오르지 않는 것처럼 말이다.

 

물론 전투, 조합, 스킬, 캐릭터 육성이라는 측면에서는 다른 게임보다 공을 들인 것을 느낄 수 있다. 하지만, 모에화 게임은 사실 이런 게임성보다는 게이머들이 '덕질'을 할만한 '캐릭터'가 필요하다. 특정 캐릭터에 대한 애정을 갖고, 이 캐릭터를 꾸미고 강화하는 것에 지갑을 열도록 유도해야 하는데 ‘방주지령’에서는 이런 점을 찾기 어렵다고 본다.

 

그래도 아직은 게임의 출시 초반이고, 충분히 다양한 캐릭터와 콘텐츠 업데이트가 준비되어 있으니 판을 뒤집을 '캐릭터' 하나가 튀어나오길 기대해 보자.

보상은 확실하다
휴식공간 꾸미기
다양한 레벨업도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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