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열한 눈치싸움과 묵직한 한방, PS4 '사무라이 쇼다운' 리뷰

  • 입력 2019.07.02 17:19
  • 기자명 더키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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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오락실'에서 청춘을 보낸 세대의 게이머들이라면 '스트리트파이터' '킹오브파이터즈' '철권' 같은 '대전격투게임'을 한 번쯤은 해봤을 것이다. 당시 '오락을 좀 한다'라는 기준은 대부분 '대전격투게임'을 얼마나 잘하느냐로 판단했다. 그리고 '얍삽이'와 '체어샷' 같은 오락실 연관 단어들도 '대전격투게임' 장르에서 생겨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게이머라면 아마 '모르면 맞아야지' 를 들어본 적 있을 것이다. 이 '모르면 맞아야지'는 대전격투게임의 진입장벽을 그대로 보여주는 말이라고 할 수 있다. 다른 게임 장르와 비교했을 때 '청정수'보다 '고인물'의 비중이 많은 것은 사실이다. 장르의 특성상 심리 싸움을 기본으로 하며, 상대방의 기술을 모두 파악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상대방의 빈틈이 보일 때 최대한의 데미지를 넣어야 하는 '콤보'를 언제든 이어나갈 준비가 되어있어야 한다. 모든 캐릭터를 파악하고 내 스타일에 맞는 캐릭터를 찾아 익숙해지기까지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초기 진입은 어렵지만 많은 게이머들이 아직도 사랑하는 장르이기도 하며, '명작'이라 불리는 게임들도 많다. 그중에서 'SNK'는 이 장르의 대중화를 이끈 곳이기도 하다. 그리고 아주 오래간만에 '사무라이 스피리츠'의 전통을 이은 신작 '사무라이 쇼다운'을 PS4로 발표했다. SNK하면 '아랑전설'과 '킹오브파이터즈'를 떠올리는 게이머가 많겠지만, '사무라이 스피리츠' 특유의 재미를 선호하는 게이머들도 많다. 과연 새로운 옷을 입고 등장한 '사무라이 쇼다운'은 어떤 변화가 있을지, 과연 예전의 명성을 그대로 이어갈 수 있을지 한 번 알아보자.

 

사무라이 쇼다운의 정체성 '강베기'

'사무라이 쇼다운'은 지금까지의 대전격투게임에서는 느낄 수 없었던 독특한 맛이 있다. 기존에는 콤보나 연속기처럼 다양한 공격을 퍼부어서 상대방을 쓰러트리는 것에 주로 중점을 뒀지만, '사무라이 쇼다운'은 상대의 실수를 잡아내는 '타이밍 싸움'과 묵직한 한방인 '강베기'를 잘 활용해야 한다. '짠손'과 '짠발'로 공중에 띄워놓고 수십 대를 때리는 것보다 묵직한 한방으로 체력게이지의 절반을 날려버릴 수 있는 게임이다.

 

과거 오락실의 '사무라이 스피리츠' 시리즈부터 내려온 '강베기'는 이 게임의 정체성과도 같다. 아마 많은 게이머들이 오락실에서 '사기적인 한방'을 맞아본 경험이 한 번씩은 있을 것이다. 개인적으로도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는 상대방의 빈틈을 노려 강베기만 제대로 꽂아도 이길 수 있었던 게임으로 기억하고 있다. 그만큼 '강베기'는 게임에서 매우 중요한 공격방식이며 그 타이밍을 잡는 수 싸움이 치열하게 이어진다.

 

'사무라이 쇼다운'에서 한 번의 공격은 고인물과 청정수의 대결에서도 의외의 상황을 만들어 낼 수 있다. 그만큼 고수와 고수의 싸움에서 긴장감을 고조시키는 역할을 하며, 바로 이 점이 기존의 대전격투게임과 다른 점이다. 그 중심에 '일섬'과 '비오의'가 있다. 이 두 가지 기술은 상황을 단숨에 역전시킬 수 있는 '필살기'와 '초필살기' 같은 기술이다.

 

'일섬'은 '분노 게이지'를 채워 '분노 폭발' 이후 사용할 수 있다. 게이지가 차면 데미지가 조금 더 세지고, 이 게이지를 폭파시키면 강력한 필살기인 '일섬'을 사용할 수 있다. 특히 PS4에서는 오락실 커맨드만큼 복잡한 조작이 필요 없어 초보자들도 원하는 타이밍에 기술을 사용할 수 있다. 상대방이 언제 분노 폭발을 사용하고 일섬으로 연결할지를 모르니 항상 긴장해야 한다.

 

대전에서 단 한 번 사용할 수 있는 '비오의'는 일단 성공하면 게임을 끝낼 만큼 강력하지만, 역시나 실패할 경우 적에게 빈틈을 내주게 되고 오히려 내가 끝나버리는 상황을 맞기도 한다. 그야말로 한방 중의 한방인 기술이다.

'강베기'와 '일섬'은 따로 커맨드가 필요 없다
게임에서 단 한 번 사용할 수 있는 '비오의'는 초필살기의 개념이다
'분노 폭발'도 게임에서 한 번뿐이다

 

한방에 맞서는 다양한 반격기

그렇다고 '사무라이 쇼다운'이 무작정 한방만 믿고 가는 게임은 아니다. 게임에서는 이런 한방을 역으로 이용해 빈틈을 만들어 내는 기술들이 있기 때문이다. '하이리스크 하이리턴'이 기본으로 깔린 게임인 만큼 한 번 빗나가면 그만큼 내가 맞을 각오를 해야 한다. 공격은 기본적으로 가드할 수 있으며, 타이밍을 맞춰 가드에 성공하면 '파악하기'와 이어지는 '반격하기'를 사용할 수 있다. 상대방의 수를 읽고 타이밍에 맞춰 제대로 반격만 한다면 큰 피해를 줄 수 있다.

 

어렵긴 하지만 상대방이 무기를 사용하지 못하도록 만들 수도 있다. 아마 많은 게이머들이 기억하겠지만 '사무라이 스피리츠'의 시스템을 그대로 가져온 '사무라이 쇼다운'에서도 무기를 떨어트리고 다시 줍는 시스템이 존재한다. 발동조건과 타이밍을 맞추는 것이 어렵지만 '튕겨내기'와 '칼날 잡기'를 사용한다면 상대방의 무기를 떨어트리게 만들 수 있다. 무기가 없는 캐릭터는 방어 위주로 플레이할 수밖에 없으니 제대로 반격만 한다면 단숨에 승기를 가져올 수 있는 기술이다. 하지만, 타이밍을 맞추는 것이 매우 어렵다.

 

물론 '약베기' '중베기' '발차기' '잡기' '회피' 그리고 '장풍기'와 '대공기'를 사용해 없는 틈을 만들어 낼 수도 있다. 단순히 막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의 심리를 파악하고, 다양한 기술을 활용해 완벽한 타이밍에 넣는 반격이야말로 '사무라이 쇼다운'의 핵심 재미라 할 수 있다. 그만큼 대전 내내 긴장감이 돌고, 화려하고 빠르진 않지만 한방을 나눠 받는 독특한 대전방식이 매력이다. 여기에 청정수들도 고인물들과 합을 겨뤄볼 수 있다는 점, 노력만 한다면 어떤 기술이든 받아칠 수 있다는 점은 '사무라이 쇼다운'이 사랑받는 이유이기도 하다.

'반격'과 '튕겨내기'는 상대의 공격을 역으로 이용할 수 있다
ㅋ
커맨드는 어렵지만, 무기를 놓쳐도 '칼날잡기'를 통해 반격할 수 있다

확실한 컨셉을 가진 캐릭터들

'사무라이 쇼다운'에는 총 16명 캐릭터가 등장한다. 칼에 술을 뿜는 '하오마루', 기술을 사용할 때마다 화투장을 보여주는 '겐쥬로', 항상 사냥개와 함께 등장하는 '갈포드', 장거한의 쇠사슬 버전 '어스퀘이크' 등 예전의 오락실에서 만나봤던 추억의 캐릭터들을 플레이할 수 있다. '사무라이 쇼다운'에서 새롭게 등장하는 캐릭터는 총 3명으로 '야샤마루' '달리 대거' '우루이샹'이다. 다양한 캐릭터들의 배경이나 라이벌 관계, 고유 기술은 '스토리'와 '연습'을 통해 조금씩 알 수 있다.

 

16명의 캐릭터는 모두 각자의 전투방식과 색깔을 가지고 있다. 예를 들어 이번에 새롭게 추가된 캐릭터 '달리 대거'의 경우 버튼을 누르고 있다가 공격하는 '모으기 공격'이 큰 데미지를 줄 수 있고, '핫토리 한조'의 경우 닌자 컨셉을 살려 근접 잡기와 분신기술을 주로 사용하며, '요시토라'는 각각의 기술 모두를 적중시켜야만 사용할 수 있는 필살기 있다. 이처럼 단순히 캐릭터만 바꾸고 비슷비슷한 기술만 추가한 것이 아니라 각 캐릭터마다 고유의 플레이 스타일을 가지고 있다. 왜 SNK가 이 장르에서 인정을 받는지 알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대전게임의 기본은 많은 캐릭터가 있는 만큼 다양한 기술들을 사용해보고 또 맞아봐야 한다. 연습 모드를 활용해 각종 기술도 써보고, 자신에게 맞는 캐릭터를 찾는 재미부터 시작하자.       

대전격투는 연습만이 살길이다
총 16명의 캐릭터를 선택할 수 있다
신 캐릭터 '야샤마루'의 경우 분노 폭발을 사용하면 쓰고 있던 가면을 벗는다
'달리 대거'는 모으기 공격이 가능하다
오히려 무기가 없을 때 더 강력한 펀치 공격
동물친구들과 함께 대전에 참여하는 '나코루루'와 '갈포드'

 

'격겜러'들을 위한 색다른 선물

'사무라이 쇼다운'은 '사무라이 스피리츠 섬' 이후 10년 만의 3D 신작인 만큼 많은 공을 들인 것을 느낄 수 있다. 물론 기존의 도트 그래픽에 익숙한 세대에겐 어색하겠지만, 언리얼 기반의 3D 대전격투게임을 즐겨온 게이머라면 큰 이질감은 느낄 수 없을 것이다. 개인차는 있겠지만 '아주 못봐줄 정도'까지는 아니다.

 

온라인 대전에 거부감을 느끼는 게이머들 그리고 새롭게 이 장르에 입문하려는 청정수들이 즐길 수 있도록 ‘스토리 모드’를 도입한 점과, 복잡한 커맨드를 줄여 진입장벽을 낮추기 위해 노력한 부분에서 좋은 점수를 줄 수 있다. 특히 온라인 대전에서도 승패에 상관없이 서로 캐릭터의 기술을 연습하는 모드가 있다는 점에서 신규 유저들에 대한 배려가 보인다. 물론 '등급전'을 주력 컨텐츠로 삼은 게임인 만큼 회선 문제와 로딩, 인풋렉은 개선해야 할 부분이 남아있다.   

서로 맞아가면서 배우는 것이 대전의 묘미
긴 로딩은 긴장감을 떨어트린다
긴 로딩은 긴장감을 떨어트린다

'사무라이 쇼다운'은 기존의 빠르고 현란한 기술을 바탕으로 하는 게임과 달리 템포를 늦추고, 심리 싸움과 타이밍에 집중한 만큼 긴장감이 더 고조되는 게임이다. 이후 이어지는 담백한 한방을 어떻게 주고받을지 생각한다는 점에서 대전격투의 또 다른 재미를 느낄 수 있는 게임이기도 하다. 당연히 이런 독특한 맛을 살려 나갈 가치가 있다는 점에서 '사무라이 쇼다운'은 대전격투게임을 사랑하는 게이머들에게 추억을 느끼게 해주고, 새로운 재미를 맛볼 수 있는 좋은 선물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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