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밀한 닌자 혹은 요란한 도살자. PC '아라가미 2' 리뷰
은밀한 닌자 혹은 요란한 도살자. PC '아라가미 2' 리뷰
  • 더키드
  • 승인 2021.09.27 1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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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에게 들키지 않고 임무를 완수하는 '잠입 액션'. 은밀하게 움직이고, 특정 타겟 암살을 주로 다루는 이 장르의 과정은 대충 이렇다. '이번에는 아무도 죽이지 않고 딱 목적만 달성하고 나와야지. 아니 이거는 걸릴 수밖에 없네. 얘만 죽이고 빠져나가야지. 얘는 또 어디서 뛰어오는 거야. 그래, 어차피 목격자만 없다면 그것이 암살이지. 너도 일로와'

 

'잠입 액션' 장르를 즐기는 반응은 극과 극이다. 나처럼 '걸렸어? 그러면 없애야지' 방식으로 플레이하는 게이머도 있을 것이고, 마치 유령처럼 단 한명의 적에게도 걸리지 않는 것을 목표로 하는 게이머도 있을 것이다. '적에게 들키는 상황' 에 극도로 예민한 게이머는 게임의 진행도가 99%라 하더라도, 마지막 한 명의 적에게 들킨다면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기도 한다.

 

이제는 개발사들도 이런 게이머의 극단적 취향을 적극 반영하려고 한다. 적에게 들키지 않고 임무를 완수하면 더 좋은 아이템을 얻을 수 있다거나, 오로지 '제거'에 목적을 둔 게이머를 위해 콤보와 연계점수 시스템을 도입하기도 한다. 여기에 주변의 사물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도록 다양한 오브젝트를 점수를 도입하기도 하고, '얼마나 더 멋지게 적을 제거하는지'를 뽐낼 수 있도록 다양한 콘텐츠를 도입하기도 한다.

 

이번에 다룰 게임은 양쪽을 모두 선택할 수 있는 '아라가미 2'다. 주인공이 '닌자'다. 이미 '누군가에겐 들켜선 안되고, 들켰다면 목격자를 남겨서는 안될 것'을 대놓고 보여준다. 지붕위를 달리고, 절벽에 매달리고, 인술과 수리검을 사용하는 조용한 '닌자'가 될 것인지, 아니면 '복면은 장식일 뿐, 정정당당하게 1:1 승부'를 겨루는 '도살자'가 될 지는 게이머의 선택에 달렸다.

'아라가미 2'는 스토리에 몰입할만한 요소가 드러나지 않는다. 하나의 큰 흐름을 계속해서 이어나가는 방식은 아니다. 뭔가를 추적하거나 따라가는 방식이 아니라, 스테이지를 클리어하면서 단편을 모아간다. 문제는 이런 이야기에 어떤 개연성이나 빠져들 만한 요소가 잘 느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우선 주인공은 시작부터 정체를 알 수 없는 집단에 죽음을 맞이한다. 곧바로 다시 환생하게 되고, '풀려난 자'에 대해 언급하는 남자를 만난다. 수상한 남자의 이름은 '카타샤'. 주인공이 찾아온 곳은 '라쇼몽 골짜기'라고 설명해준다. '카타샤'는 주인공에게 '가면'을 하나 건네며 '쿠로츠바' 일족이 되지 않겠냐고 말한다. 가면을 받아들인 주인공은 이제 일족을 지키고, '불의 힘'을 사용하는 '아카츠지' 일족에게 맞서야 한다.

 

임무는 마을의 게시판에서 받을 수 있고, 임무를 완료하면 다시 복귀한다. 임무에서 얻을 수 있는 골드와 경험치, 그리고 숨겨진 수집요소를 미리 확인해 볼 수 있다.

개인적으로 '아라가미 2'는 '김빠진 세키로' 처럼 느껴진다. 캐릭터나 주변 풍경이 '배트맨'이나 '어세신크리드' 쪽보다는 확실히 동양이다. 꼭 때깔 때문만은 아니다. 건물의 지붕과 지붕을 빠르게 이동할 수 있는 '그림자 도약' 스킬이나, 전투 시스템을 살펴보면 서로 유사한 점이 많다. 

 

'암살'을 다룬 게임에서 경험했던 기본 스킬 대부분은 똑같이 사용한다. 수풀에 숨기, 벽 뒤에 숨어있거나 다리에 매달리기, 뛰어내리면서 공격하기 등 적을 '한방컷' 낼 수 있는 기술은 조건만 맞으면 바로 사용할 수 있다. 물론, 적에게 들키지 않았을 때만 가능하다.

 

의도치 않게 목격자가 발생했을 때는 1:1 전투가 시작된다. 하지만, '닌자'는 '전사'가 아니다. 들켰다는 것만으로도 굉장히 위험한 상황이 된다. 스치면 그대로 처음부터 다시 해야 한다. 1:1 전투는 회피와 방어가 핵심이다. 적의 공격을 타이밍에 맞춰서 방어하면 적의 활력을 깎을 수 있다. 적의 활력이 바닥나면 강력한 공격으로 한 번에 제압할 수 있다. '체간' 이라고 생각하면 될 텐데, 그 게이지가 조금 더 짧다. 1:1 전투에서도 '물 탄 세키로' 같은 느낌이 드는 게 바로 이런 것 때문이다.

임무를 시작하면 목표는 계속 업데이트되고, 임무를 완수한 후 다시 시작 지점으로 되돌아 와야 한다. 그 과정에서 적에게 들키지 않고 목적만 달성할 수도 있고, 모든 적을 죽일 수도 있다. 스테이지를 클리어하고 나면 플레이어의 활동이 등급으로 표시된다.

 

일단 암살에 실패하고 1:1 전투가 진행된다는 것 자체가 페널티기 때문에 '암살-실패 시 도주- 다시 암살' 을 노리는 과정이 반복된다. 당연히 게임이 진행될수록 등장하는 적들도 많아지고, 지형도 복잡해진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숫자의 문제일 뿐이다. 구역을 쪼개서 놓고 본다면, 결국 같은 걸 반복하는 셈이 된다. 똑같이 지붕에 올라가 있다가 적을 암살하고, 똑같이 벽 뒤에 몰래 숨어있다가 유인해서 암살하는 것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등장하는 적들의 유형도 단조롭고, 암살 시의 모션이나 타격감도 굉장히 밋밋하다. 게임을 하다 보면 '그냥 폼 잡지 말고 빨리' 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이게 다 '찰흙'같은 그래픽 때문이다. '아라기미 2'는 애니메이션에 가까운 그래픽을 선택했는데, 그 개성을 확실하게 살리진 못했다. 투박함이 느껴지는 그래픽이다. 캐릭터나 오브젝트의 디테일이 그리 높지 않다.

 

캐릭터의 모션도 가볍다. 개발사가 의도적으로 '암살. 가볍고 빠른 닌자'의 움직임에 더 집중하기 위해 일부러 간결하게 다듬었다면 할 말이 없겠으나, 뭔가 묵직한 맛이 있었으면 더 좋았을 것 같다. 내가 느끼기에는 이런 어정쩡한 그래픽보다, 차라리 수묵화를 적극적으로 사용하는 동양의 느낌, 그림자를 더 강하게 쓰는 흑백효과를 살렸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그래픽이나 전투에서 느껴지는 확실한 개성이 없다 보니 단점만 보이게 된다. '세키로'가 계속 떠오르고, 비슷한 부류의 다른 게임들과 비교하게 되는 건 어쩔 수 없다.

필드의 오브젝트를 다양하게 활용할 수 없다 보니, 전술의 변화를 줄 수 있는 요소는 '스킬'이다. '그림자 스킬'은 마을에서 업그레이드할 수 있다. 임무를 완수하고 받는 포인트를 모아서 차근차근 기술을 해금할 수 있다. '그림자 스킬'은 필살기의 개념보다 '닌자'의 컨셉에 맞춰, 적을 교란하거나 시야를 가리는 기술이 대부분이다.

 

연막계열의 스킬은 적들이 한곳에 뭉쳐있거나, 동선이 겹쳐서 도저히 동시에 해치우기 어려울 때 주로 사용한다. 좁은 지형이나, 건물 안에서는 유인 스킬 '속삭임'을 사용해 적을 끌어들일 수 있다. 일단, 사용하면 범위 내의 적들이 의심하지만, 모든 적이 움직이는 것은 아니다. 자리를 끝까지 지키는 적들도 있으니 시간을 두고 동선을 파악해야 한다.

 

'암화' 스킬은 필드의 가로등 같은 '아우라 수정'을 활용한다. 이 '아우라 수정'을 조준하면 주변에 짙은 안개를 불러내고, 주변의 적을 움직이지 못하게 할 수도 있다. 거의 유일하게 오브젝트를 사용하는 스킬인 만큼 초반에 유용하다.

 

'아라가미 2'는 3인까지 멀티플레이도 할 수 있다. '잠입 액션에 뭔 팀플인가'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마음이 맞는 친구끼리 같이 게임을 한다는 것 자체에서 협동의 재미는 어느 정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사람이 많아지면 일단 '잠입'과는 거리가 멀어진다. 대부분 곳곳에서 '개싸움'이 일어나기 때문이다. 서로 합을 맞출 수 있는 상황이라면, '그림자 3인방' 같은 멋진 장면을 연출해낼 수도 있겠지만 이럴 확률은 낮다.

'아라가미 2'는 '잠입 액션' 장르가 갖춰야 할 핵심을 담아냈다. '그림자' '닌자' 같은 요소만 봐도 어떤 재미를 보여주고자 했는지 게이머는 쉽게 느낄 수 있다. 하지만 문제는 '밋밋하다'는 것이다. '잠입 액션'인 것은 알겠는데 '아라기미 2'가 보여주고자 하는 것, '아라가미 2'만의 확실한 색깔이 부족하다. 

 

스토리의 몰입, 등장하는 적들의 다양함, 스테이지와 오브젝트의 활용, 전반적인 모션이나 액션 타격감. 어느 것 하나 확실하게 튀는 모습 없이 무난하다. 진행 역시 다양한 해법을 게임이 제시하지 않고, 플레이어가 직접 그럴싸한 상황을 억지로 만들어야 한다. 그러다 보니 동기부여가 부족하고, 초반 스테이지가 계속 반복되는 느낌만 받는다. 

 

'잠입 액션' 그 자체를 좋아하는 팬들이라면, 단순히 '잡임'과 '암살'의 분위기를 좋아한다면 큰 불만 없이 '평타' 정도의 재미는 느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아라가미 2' 의 색깔, 이 게임에서만 느껴볼 수 있는 색다른 모습은 찾기 어려울 것이다. 계속해서 '세키로'는 떠오를 것이고, 뭔가 덜 부족한 느낌만 계속 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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