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고는 없습니다 호갱님. PC 'No Umbrellas Allowed' 리뷰

  • 입력 2021.10.05 23:57
  • 기자명 더키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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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퀄리브리엄' 크리스찬 베일이 주연인 영화다. 미래의 인류는 '감정'이 전쟁을 유발하고, 폭력의 사회를 만든다고 생각한다. 사회는 개인의 '감정'을 억제하기 위해 주기적으로 약물을 복용시킨다. 하지만, 이 약을 거부하며 인간의 감정을 불러일으킬 만한 활동을 비밀리에 이어나가는 사람들이 있다.

 

'페이퍼스 플리즈' 동유럽 공산주의 느낌이 물씬 나는 국가들을 배경으로 하는 게임이다. 가상의 국가 '아스토츠카'의 '노동 복권'에 당첨된 주인공은 국경지대의 입국관리소에서 일하게 된다. 주변의 국가에서 찾아오는 다양한 사람들과 만나고, 그들의 입국 서류를 꼼꼼하게 검사한다.

 

'문 라이터' 낮에는 던전을 탐험하고, 밤에는 던전에서 구한 물건을 판다. 특히, 자신이 파밍한 아이템에 직접 가격을 매기고, 또 찾아오는 사람들의 반응을 보면서 값을 조절하는 것이 독특한 게임이다.

 

시작부터 전혀 연관이 없는 영화와 게임을 꺼내든 이유는, 이번에 리뷰할 게임이 언급한 세 가지 특징을 모두 담아냈기 때문이다. 분명 개발자들도 '이퀄리브리엄'을 보며 '인간의 감정'에 대해 다시 생각해 봤을 것이고, '페이퍼스 플리즈'를 보며 '재밌는데? 나도 만들어볼까?' 라는 생각을 했을 것이다. 

 

인간의 '감정'을 다루고, 물건의 가치를 '감정'하는 게임. 아마 '우산 금지'로 이미 알고 있는 게이머도 있을 것이다. 바로 'No Umbrellas Allowed'다.

'우산 금지'의 스토리는 인간의 감정 중에서도 '과욕'을 다루고 있다. 시대적 배경은 2080년. 인류는 '과욕'을 범죄로 규정한다. 인간의 감정은 '픽서'라는 약물로 통제할 수 있는데, 이 약물을 비로 만들어서 뿌리는 '픽서 강우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다. 

 

이 프로젝트를 진행하던 '시민행동연구소'에 폭발이 일어나고, 화재로 인해 인공강우 기술의 자료와 '픽서' 생산시설이 모두 불타버린다. 이를 복구하기 위해서는 8주의 시간이 필요하다. '픽서 강우'가 내릴 예정이던 '아직 시티'는 당분간 '픽서'가 내리지 않는다.

 

의문의 폭발과 연관이 있을 것 같은 남자가 해변에 쓰러져 있다. 바로 옆을 지나던 노인이 이 남자에게 말을 건다. 노인의 이름은 '달시'. '달시'는 의문의 남자를 구해, 자신의 집으로 데려온다. 남자에게 단순한 도망자가 아니란 것을 알고 있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당분간은 자신의 '돌아온 아들 밥' 행세를 하며, 자신의 상점 '달시스'를 운영해달라고 말한다.

스토리만 놓고 보면 '이퀄리브리엄' 이 보여준 '통제된 사회'가 바로 떠오른다. 대개 이런 이야기에서 주인공은 인간의 감정을 지켜나가는 비밀 단체에 속해있거나, 인간의 감정을 통제하는 집단의 인원이었다가 점점 자신의 생각에 의문을 품게 되는 역할로 나온다.

하지만, '우산 금지'는 전혀 다르다. '감정'의 억압을 강요하는 미래에 플레이어가 하게 될 일은, 물건을 '감정'하는 '전당포'를 운영하는 것이다. 어딘가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조합이다. '2080년의 전당포'라고 한다면, 우주정거장이나 행성을 떠돌아다니는 상인으로 설정해도 됐을 텐데 말이다.

 

연결고리는 바로 '감정'에 있다. '과욕'이라는 감정이 통제되는 사회라고 하더라도, '싸게 사서 비싸게 팔기'는 아직 통용된다. '극도의 이득!' 은 아무래도 '감정'이 아니라 '본능'인 모양이다.

'당근이세요?' 중고거래는 상호 간의 신뢰로 진행되지만, '달시스'에서는 그런 선의가 통하지 않는다. 전당포를 찾아오는 손님들은 다양하다. 물건의 가치를 속이려는 손님들도 있고, 또 정확한 가치를 모르고 무작정 물건을 들고 오는 손님도 있다. 플레이어는 물건의 가치를 정확하게 평가하면 된다. 감정가보다 싸게 사들이고, 팔 때는 비싸게 파는 것이 기본 원칙이다.

 

시작은 어렵지 않다. 단순히 '사용감이 좀 있네요. 재질은 플라스틱이구요.' 정도로 물건을 검사한다. 이렇게 평가한 물건은 감정가를 매기고 손님과 흥정한다. '달시'는 일단 3분의 1 정도는 후려치라고 조언하는데, 처음에는 그게 얼마인지 바로 계산하기가 어렵다. 나는 따로 할인율 계산기를 사용했는데, 굳이 이렇게까지는 않아도 된다. 터무니 없는 가격을 제시할 경우, 손님이 알아서 적정 가격을 불러주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시대적 배경이 2080년인 만큼, 오래된 물건이나 예술품, 귀중품을 들고 오는 손님들도 있다. 이런 물건은 더 철저하게 살펴봐야 한다. 처음엔 단순히 물건의 상태와 재질 같은 것만 훑어보면 되겠지만, 나중에는 더 복잡해진다. 물건의 제품의 생산연도, 브랜드, 서명, 보석일 경우에는 진품인지 그리고 사용한 사람의 인지도나 현재 물건에 대한 인식까지도 모두 평가해야 한다.

물건의 가치를 정확하게 모른 채 찾아오는 손님도 있는데, 이런 손님을 볼 때마다 '이거 진품이 맞는데, 짝퉁이라고 말하고 싸게 사면 안 되나' 라는 생각이 든다. 당연히 방법은 있다. 플레이어만 몰래 실제 감정가를 알고, 손님에게는 알려주지 않으면 된다. 소위 '양아치'가 되는 것이다. 

 

하지만 대가가 따른다. 당장의 수입은 많이 가져갈 수 있겠지만, 지나치게 자주 사용하면 가게의 평판이 하락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우산 금지'는 '과욕'을 주제로 하는 게임인 만큼 욕심을 내면 반드시 페널티가 따라온다. 이를 대표하는 물건이 바로 '우산'이다. 이 게임에서 '우산'은 중요한 역할을 하는 아이템이다. 선택의 순간에는 대부분 '우산'이 등장하기 때문이다.

과욕을 부리는 사람을 단속하고 벌금을 부여하는 조직 '과욕 범죄 피해자 연대'. '과피연'은 플레이어를 찾아와 '손님이 들고 오는 우산은 무조건 사들이고, 절대 되팔지 말라' 고 통보한다. 대신 우산 하나당 50바나의 값을 쳐준다고 말한다. 손님이 들고 오는 우산은 따로 감정하지 않고, 50바나 밑으로 매입하기만 하면 어떻게든 이득이다.

 

하지만, 며칠 지나면 '어머니가 감기에 걸려서 꼭 우산이 필요하다'라고 부탁하는 사람이 찾아오기도 하고, 절대 들키지 않을 테니 자신에게 모든 우산을 팔아달라고 제안하는 사람도 찾아온다. 이런 선택들은 하나의 분기점이 되기도 하고, 마지막에 영향을 준다.

 

선택의 순간은 자주 찾아온다. '우산 금지'에도 현재의 체제에 반대하는 비밀세력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가끔 전당포를 찾아오는 손님 중에는 자신을 도와달라고 부탁할 때도 있다. 그들이 부탁한 물건을 구해줘도 되고, 반대로 '과피연'에 신고해도 된다. 그들을 도와 '픽서 강우 프로젝트'를 멈출 것인지, 아니면 '과피연'에 순종할 것인지, 단순히 극도의 이득만을 좇을 것인지는 플레이어의 몫이다.

일단 수중에 들어온 물건은 그 가치를 약간 더 올릴 수 있다. 손상된 물건은 수리점에 맡겨서 고칠 수 있고, 가치를 손상하는 서명이 있을 경우엔 그 서명을 지울 수도 있다. 뿐만 아니라, 사들인 물건을 무조건 전당포에 전시하기보다는, 그 가치를 원하는 손님에게 더 비싸게 파는 것이 좋다.

 

2000년대 이전의 '고고학적 가치'가 있는 물건은, 이를 수집하는 손님들에게 비싸게 팔 수 있다. 중요한 역사적 인물의 작품도 마찬가지. 당장 전당포에 걸기보다는 일단 인벤토리에 잠가놓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대신, 그 수집가가 언제쯤 방문하는지는 알 수 없다.

'우산 금지'는 솔직히 게이머의 시각으로 봤을 때 '페이퍼스 플리즈' 가 겹쳐 보인다. 게임의 그래픽이나 구성, 진행방식 그리고 스토리의 전개 과정에서 비슷한 부분이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우산 금지'만의 재미가 없는 것은 아니다. 여러 가지 서류에서 'Emily'의 'Y와 'I'가 다른 점을 찾는 것과, 하나의 물건담긴 다양한 가치를 찾는 과정은 비슷하지만, 차이가 있다. 

 

특히 '우산 금지'는 '정해진 시간 내에 최대한 많이' 를 걱정할 필요가 없다. 하루가 지나가는 것에 급할 것 없이 '찾아오는 손님들의 물건을 정확하게 알려주고 흥정하는 것'에 집중할 수 있다. 어쨌거나 '틀린 그림 찾아내기'가 아니라 '싸게 사서 비싸게 팔기'인 만큼 '흥정'의 재미는 확실하다. 특히 터무니없는 가격으로 팔려고 하는 손님들이나, 물건값이 비싸다고 불평하는 손님들을 볼 때는 '때리기' 기능이 없는 것이 아쉬울 정도.

아마 '우산 금지'를 처음 플레이해보는 게이머라면 '번역이 진짜 깔끔하게 잘됐네' 'NPC 이름이 한국인 같은데 펀딩한 사람들인가?' 라는 생각을 할 수도 있을 것이다. 당연히 그럴만한 게 '우산 금지'는 국내 개발사 '후추 게임 스튜디오'의 작품이다. '국산 인디게임'이라는 걸 알려주지 않았다면, 아마 눈치채지 못한 게이머도 있을 것이다. 나 역시 데모를 플레이할 때만 해도 국산 게임일 것이라고는 생각하지도 못했다.

 

물론, 불편한 시스템과 인터페이스, 자잘한 버그가 보이는 점은 아쉽다. 완벽하게 갖춘 게임이라고 하기엔 조금 서툴다. 좀 더 명확한 데이터와 상호작용이 필요한 부분들이 남아있지만, 하나씩 잘 다듬어가면, 충분히 더 좋은 게임이 될 거로 생각한다.

 

유난 떨고 싶진 않지만, 국내의 소규모 개발사에는 게이머의 작은 관심도 큰 힘이 되곤 한다. 이 리뷰를 통해 궁금증과 관심이 생겼다면, 꼭 한번 플레이해보기를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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