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에게 빙의하라! 액션 로그라이트. PC '로그 스피릿' 리뷰

  • 입력 2021.09.23 14:44
  • 기자명 더키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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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이제이' 오랑캐를 오랑캐로 제압한다는 뜻이다. 주인공이 적의 능력을 훔치거나, 스킬을 사용해 적을 조종하는 장면은 게임에서도 자주 등장한다. '악랄한 패턴이네' '아니 뭔 딜레이도 없어' '이걸 어떻게 막으라고' 평소에는 짜증을 불러온 적들의 기술을 직접 써보는 것은 색다른 재미를 준다.

 

이걸로는 부족한 게이머들을 위해 '직접 적에게 빙의되는 방식'을 사용하는 게임도 있다. 플레이어가 직접 오랑캐가 되는 셈이다. 오래전 오락실의 '섀도우 포스' 같은 게임이 그렇다. 직접 적의 몸에 들어가, 적이 가진 기술을 사용해 또 다른 적을 물리치는 방식의 전투의 게임.

 

내가 직접 적이 되어, 다른 적을 물리치는게임 하나가 얼리엑세스를 시작한다. 바로 '로그 스피릿'이다. 'Kids With Sticks'가 개발하고, 주로 소규모 인디게임을 선보인 '505 games'가 퍼블리싱하는 '3D 액션 로그라이트' 장르의 게임이다.

'로그라이트' 답게 게임의 스토리는 간결하다. 수천 년 간 평화로웠던 '미드라 왕국'은 '카오스 군단'의 침략으로 이승과 저승의 경계가 무너진다. 왕국을 지키기 위해 '잊혀진 수도원'의 승려들은, 과거 '악마왕'을 봉인했던 영웅 '미드라 왕자'의 영혼을 소환한다. 플레이어는 영혼이 된 왕자가 되어 적에게 빙의하고, 적들의 기술을 사용해 마왕에게 도달해야 한다. 요약해보면, '마왕을 물리치기 위해, 적에게 빙의해라!' 정도다.

 

게임의 핵심이 되는 '영혼'은 필드에 있는 다른 적들의 몸에 빙의할 수 있다. 말 그대로 적이 내가 된다. 등장하는 적들은 일반 평타와 보조 공격 능력을 갖추고 있다. 공격의 방식도 '근접' '원거리'의 형태로 나뉜다. 현재 적의 유형은 10종류이고, 정식 버전에서는 20개로 추가될 예정이다.

한가지 독특한 점은 적들이 보유한 스탯이 다양하다는 점이다. 적을 물리치고 빙의할 수 있는 '바디'에는 각각 체력, 기본 공격력, 보조 공격력을 무작위로 부여되어있다. 즉, 현재 빙의한 적과 똑같은 유형의 '바디' 라고 하더라도, 더 좋은 스텟이 있고, 그렇지 못한 게 있다. 드물게 체력과 공격력이 압도적으로 높은 '엘리트' 등급의 적도 등장한다. '엘리트' 등급은 몸이 보라색으로 표현되고, 어렵지만 쓰러트리기만 하면 더 강력한 공격력과 체력의 '바디'로 빙의할 수 있다.

 

등장하는 적 중에서는 공격능력은 없지만, 버프를 주는 적도 있다. 본체에 빨대를 꽂아놓고 체력을 회복한다. 본체를 아무리 때려봐야 계속 체력을 회복해주기 때문에, 옆에 붙어있는 적부터 빨리 없애줘야 한다. 또 자폭 공격을 하는 적들도 등장한다. 초반에는 다들 비슷하게 생겼기 때문에, 이를 구분하기 쉽지 않다. 무작정 보인다고 공격하다가는 자폭 공격에 맞아 즉사하는 경우가 생기니 주의해야 한다. 

'스텟 좋은 엘리트 등급의 적에게 빙의하면 게임이 쉽겠네' 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로그 스피릿' 에서는 체력을 회복하는 수단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적을 물리쳤을 때 가장 확실하게 체력을 회복할 방법은 바로 '빙의'다. 

 

플레이어는 체력과 함께 '영혼 게이지'를 갖는다. 적을 해치우면 '영혼 구체'를 얻을 수 있고, 이렇게 모은 '영혼 게이지'은 다른 적의 몸으로 옮겨갈 때 체력으로 전환된다. 그러니 아무리 좋은 '엘리트' 등급에 빙의했다고 해도, 체력이 없다면 어쩔 수 없이 낮은 등급의 바디로 옮겨가야 한다. 

 

물론 후반부에는 '차징 공격'으로 소량의 체력을 회복하거나, 적에게서 체력 구슬을 얻을 수 있다. 여기에 피지컬이 압도적으로 좋다면, 적들의 패턴을 완벽하게 파악하고 안 맞으면 된다. 하지만, 그 정도로 말랑말랑한 게임은 아니다. 

'로그 스피릿'이라는 타이틀답게 '영혼' 상태를 잘 활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영혼' 상태에서는 이동속도가 증가하고, 적에게 잘 들키지 않는다. '영혼'으로 변신하면, 적들의 시야가 표시되는데, 이 시야에 걸리지 않는다면 들키지 않고 이동할 수 있다. '영혼' 상태로 적의 뒤를 노려서 공격하고, 다시 영혼으로 변신해서 빠져나오는 것이 기본 공격 패턴이다. 대신 적에게 발견되면, 시야에서 없어지기 전까지는 다시 '영혼'으로 변신할 수 없다.

 

게임을 하다 보면, 적들에게 둘러싸이게 될 때가 있는데 이때는 일단 빠져나오는 것이 좋다. '모아서 광친다'가 통하는 장르가 아니다. 어쩔 수 없이 둘 이상의 적을 마주하게 되었을 때는 '패링'을 활용해야 한다. 적의 공격 타이밍에 맞춰 느낌표가 보일 때 노리면, 타이밍을 벌 수 있다. 다른 게임과 마찬가지로 '패링'은 공격을 받아치고 적을 경직시킨다. 적이 많다고 무작정 공격으로 풀어나가려고 한다면, 타이밍이 나오지 않고 금방 죽는다. 일단 공격 한번, 방어 한번 이렇게 차근차근 타이밍을 잡는다면 좀 더 쉽게 전투를 풀 수 있다.

 

어디까지나 근접 적들만 있을 때의 이야기다. 수리검을 던지는 '댄서', 표창을 던지는 '닌자' 같은 적들이 섞여 있을 때는 '패링' 타이밍을 잡기가 복잡해진다. 이럴 때는 그냥 뒤도 돌아보지 않고 일단 빠져나와야 한다. 피해를 본 적들은 체력이 다시 회복되지 않으니, 아까워할 필요 없이 일단 생존이 우선이다.

현재 제공되는 스테이지는 총 여섯 개. 스테이지를 진행할수록 몇몇 적들이 조금씩 추가된다. 스테이지는 컨셉이 다양해지거나, 속성이 변화하진 않는다. 아직 이름만 다를 뿐이지 거의 같다. 확실한 개성이 없다.

 

세 번째 스테이지로 넘어가기 전에는 보스가 등장한다. 보스전 역시 아직은 확실한 컨셉을 잡지 못한 느낌이다. 보스의 패턴이 단순하다 보니, 첫 번째 공략에도 어려움이 없다. 뭔가 계속 트라이할만한 요소나 패턴에 대한 변수가 더 추가되고, 보스를 클리어했을 때의 확실한 보상도 필요해 보인다. 

 

'로그 스피릿'의 가장 큰 문제는 이 보스전에서 특히 더 느껴진다. 바로 타격감이다. 분명 액션을 강조한 게임이지만, 피격과 타격에 대한 느낌이 전혀 없다. 마치 그냥 흡수되는 듯한, 아주 오래전 '플래시 게임' 수준이다. 확실하게 공격이 들어갔다는 느낌, 내가 맞았다는 이펙트가 없다. 특히 패링에서는 '얍' 하고 마는 수준이다. 밋밋하다. 확실하게 '공격에 성공했다' '받아쳤다' '맞았다'의 타격 이펙트나 사운드가 추가되어야 할 것이다. 

'로그라이트' 에서 느낄 수 있는 강화나 무작위 요소에서도 아쉬운 부분이 보인다. '로그 스피릿'의 강화요소는 '속성' '고스트 스킬' '퍼밀리어' '에센스'로 나눌 수 있다. 

 

먼저 속성. '로그 스피릿'에서는 '번개' '얼음' '불' 속성을 사용할 수 있다. 필드에 있는 '사당'을 활성화하면, 몇 초간 속성 능력을 얻어 적을 공격할 수 있다. 이런 속성을 가진 적이 등장하기도 한다. 속성이 부여된 적을 쓰러트리고 빙의하면, 마찬가지로 속성 능력을 잠깐 사용할 수 있다.

'고스트'는 패시브 스킬이다. '로그라이트' 답게 한번 죽으면 모든 것을 잃어버리는 규칙이 적용되는데, '고스트'를 업그레이드하면 그나마 몇 개 정도는 남길 수 있다. 특히 재시작 할때 엘리트 영혼에 빙의되는 스킬과 새로 시작할 때 이용할 수 있는 바디가 추가되는 업그레이드는 필수로 하는 것이 좋다.

 

스킬과 퍼밀리어는 적을 해치우거나, 필드에서 얻을 수 있는 '청사진'을 반납해서 강화할 수 있다. '퍼밀리어'는 일종의 '하수인' 과 같은 개념이다. 플레이어 곁에 따라다니면서, 속성 능력의 공격으로 도와준다. '스킬'은 처음 착용하는 종류에 맞춰 퀘스트가 시작되고, 이를 달성할 경우에는 등급이 업그레이드된다. 

'에센스'는 일종의 버프다. '로그라이트' 장르의 핵심인 '무작위 요소'가 바로 '에센스'다. 현재 기준에서 봤을 때 '로그 스피릿'의 '에센스'는 '무작위 운빨 요소'가 다양하지 않다. '에센스'의 선택지가 제한적이고, 대부분이 공격력을 증가시키는 스텟과 관련된 업그레이드다. 

 

정말로 운이 좋아서 사기적인 버프의 조합을 갖추게 되는 재미가 있어야 하는데, 다양성과 무작위에서 생성되는 독특함을 찾아보기가 어렵다. 무조건 '얻었어? 그럼 강해져'가 되는데, 이런 일방적인 플러스보다는 '강력한 힘을 갖는 대신, 이 정도의 페널티는 감수해야 해' 같은 신선한 재미가 필요하다. 계속 강해지기만 하다 보니, 스테이지가 진행될수록 지루해진다.

'얼리엑세스'는 애정과 관심이 필요하다. 플레이어가 정말로 좋아하는 개발사의 게임이거나, 꼭 해야만 하는 장르거나, 정말 대박이 터질 거라는 기대를 믿고 플레이해야 한다. 개발사와 게이머가 소통하면서 같이 게임을 다듬는 과정이고, 더 발전되고 좋은 모습을 갖춰가는 시간이다.

 

이런 준비가 되어있다면 한 번쯤 플레이해보는 것을 추천한다. 아직 '절반의 완성'에 그치는 게임이지만, '대박 나는 게임은 테스트부터 알아본다'고 충분히 좋은 작품이 될 만한 재미는 담고 있다. 조급함보다는 여유로움을, '명작이 탄생하는 과정을 지켜본다'라는 마음을 가진다면 나쁜 선택은 아닐 것이다. 참고로 '로그 스피릿'의 정식 출시는 내년 2022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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