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릭만으로 도시가 만들어진다고? PC '타운스케이퍼' 리뷰
클릭만으로 도시가 만들어진다고? PC '타운스케이퍼' 리뷰
  • 더키드
  • 승인 2021.09.02 1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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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시티'나 '시티즈 스카이라인' 처럼 도시를 건설하고 꾸미는 게임을 좋아하지만, 할 때마다 극복하기 힘든 점이 하나 있다. 일단 건물을 올리고 도로를 까는 것까지는 재미있다. 그런데 문제는 이 예쁜 도시를 내가 직접 운영해야 한다는 것이다. 당연히 온갖 문제들이 발생한다. 나는 그냥 '예쁘고 멋진 도시'만 만들고 싶을 뿐인데 게임은 게이머를 그렇게 편하게 놔두질 않는다.

 

'롤러코스터 타이쿤' 같은 '타이쿤' 장르의 게임에서는 더 그렇다. '이번에 꾸민 공원은 동선도 좋고, 구성이 알차다' 라는 생각이 들지만, 이 공원을 방문객이 더 많이 찾도록 가격을 잘 조절해야 한다. 인기 있는 놀이기구를 최대한 많이 배치하고, 외면받는 놀이기구를 걸러내야 하는 귀찮음이 늘 따라온다. 그렇기 때문에 늘 건설 시뮬레이션이나 타이쿤 게임은 '꾸미기' 까지 일 뿐이다. 늘 후반의 운영에서 게임을 포기하게 된다.

 

이번 게임은 나처럼 수도관의 배치나 발전소, 소방서와 경찰서 같은 시설 배치에 자신 없는 게이머를 위해 '단 한 번의 클릭'만으로 도시를 건설할 수 있다. 다른 건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 오로지 건물만 지을 수 있는 게임이다. 비록 현대 도시의 모습보다는 유럽의 수상 도시 감성에 제한되지만, 복잡한 것도 없고 신경 쓸 것도 없다. 오로지 예쁘고 멋진 도시만 건설하면 된다. 바로 '타운스케이퍼'다. 

'타운스케이퍼'는 '퀘스트'나 '보스', 심지어 '문젯거리' 조차 없는 단순한 샌드박스다. 쉽게 말해 주어진 목표가 없이 '조물조물 이것저것 만들었다가, 맘에 안 들면 와장창 부시기'를 반복하는 게임이다. 여기에 조작도 단순하다. 좌클릭으로 건설, 우클릭으로 취소. 단 두 가지다. 키보드는 단순히 시야의 확대와 축소의 기능만 지원한다.

 

도달해야 할 목표가 없고, 자유보다 방임에 가까운 게임의 규칙에 당황하는 게이머도 있을 것이다. '아니 아무런 목적이 없는 게임을 왜 하는 거지?' 라는 생각을 하는 게이머들. 동기부여가 없는 게임에 흥미가 생기지 않는 게이머들. 이런 취향이라면 '타운스케이퍼'는 어필할 만한 매력이 없다. 하지만, 이와 반대로 모험과 도전보다는 '소소한 힐링'을 더 좋아하는 게이머라면 분명 끌릴만한 요소를 가지고 있다. 

게임은 '미니멀리즘'을 철저하게 따른다. 오프닝 영상이나 메인화면도 없고, UI도 없다. 그냥 바다로 이루어진 필드만 보인다. 이게 뭔가 싶어서 마우스를 클릭해보면 '뾱!' 하고 땅이 생기고, 이 땅을 한 번 더 클릭하면 집이 생기고, 이 집을 또 클릭하면 층이 올라간다.  '이게 다야?'라는 생각에, 처음 한 5분 정도 이것저것 눌러봤지만 정말로 '클릭'이 전부인 게임이다.

 

'타운스케이퍼'의 목표를 굳이 정한다고 한다면, 베네치아 같은 '수상 도시'를 만드는 것이다. 일단 기본 필드가 '물'이기 때문에, 오브젝트의 형태들도 '수상 도시'에 맞춰 세팅되어 있다. 현대적인 감성과는 약간 거리가 멀다. 도로나 다리 같은 다른 시설도 없다. 오로지 '땅'과 '건물'이다.

'타운스케이퍼'는 게임 자체가 단순한 건 맞지만, 내용을 보면 굉장히 치밀하게 짜인 게임이다. '건설과 철거' 단 두 가지뿐이지만, 조합이 어떤 상황에서든 자연스럽게 표현된다. 건물을 배치하는 방향이나 높이, 그리고 주변 건물과의 구성에 맞춰 지형이 자연스럽게 변화한다.

 

단순히 건물의 조합뿐만이 아니다. '공간을 어떻게 채울 것인지' '높은 건물의 벽 옆에 다른 건물을 추가했을 땐 어떻게 붙일 것인지' 플레이어가 조합하는 모든 경우의 수가 실시간으로 적용된다. 즉, 건물을 '어떻게 채워 넣느냐'에 따라 잔디밭이 되기도 하고, '얼마큼 덜어내느냐'에 따라 테라스가 되기도 하고, 사다리가 놓이기도 한다.

 

여기에 빨랫줄에 걸린 빨래, 비둘기가 모여있는 지붕, 높이 차이에 맞춘 계단, 나무와 벤치 등 잔잔한 오브젝트도 무작위로 표현된다. 단순히 건물만 표현되면 자칫 게임이 지루해질 수도 있는데, 플레이가 단조롭고 밋밋하지 않도록 약간의 변화를 준다. 소소한 볼거리를 숨겨놨다가 깜짝 선물로 보여준다.

 

'타운스케이퍼'만의 맛은 '자연스러움'에 있다. 현대의 도시, 각지고 정확한 각도의 빌딩, 정해진 규격의 아스팔트 도로의 모습은 없다. 약간은 서툴고 삐뚤빼뚤한 감성을 담았다. 자세히 보면 타일도 정사각형이나 정육각형이 아니다. 조금씩 타일의 크기와 형태가 제각각이다.

'미니멀리즘'을 추구하는 데서 오는 불편함도 있다. 바로 '오직 한 번에 하나씩'이라는 절대 규칙이다. 2x2나 4x4 형식으로 다중 지형을 설치하거나, 철거하는 기능이 없다. 여기에 최악의 단점, '드래그' 기능도 지원하지 않는다. '도시 건설'이라는 테마에 이런 기본적인 기능이 없다는 것은 굉장히 불편하다. '편의보다는 감성' '느림의 미학'을 추구하는 게임이라는 것에 동의해야만, '타운스케이퍼'를 즐길 수 있다.

 

선택할 수 있는 건물의 색상은 주어진 팔레트가 매우 많지만, 더 자유롭게 색상의 폭을 풀어주는 것도 나쁘지 않았을 것 같다. 물론 게임의 전반적인 색감, 톤을 맞추기 위해 뽑아낸 색이라는 것은 이해 할 수 있다. 개인마다 좋아하는 색깔이 천차만별이다 보니, 아쉬움을 느끼는 게이머도 있을 것이다. 나 같은 경우에는 분홍색과 검은색의 조합을 좋아하는데, 기본 팔레트에는 이 색상이 없어 아쉽다.

 

나처럼 '업적'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게이머라면, '도전과제'가 하나도 없다는 것에 아쉬움을 느낄 것이다. 약간의 동기부여를 줄 수 있는 '해금' 시스템을 도입했어도 좋았을 것이다. '건물을 몇 층까지 올려보기' '건물과 건물을 2중으로 이어보기' '평지를 적정 크기까지 늘려보기' 같은 다양한 도전과제를 제시하고, 좀 더 다양한 색상의 건물을 해금하는 방식도 나쁘지 않았을 것 같다.

 

다양한 오브젝트가 추가되는 것은 좋지만, 사람의 통행 효과를 ON/OFF 할 수 있는 기능 정도는 추가해도 재미있을 것이다. 하지만, '힐링'을 목표로 하는 게임인 만큼, 개발자들도 이런 다양한 요소가 추가되는 것을 원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뭔가 움직이는 오브젝트가 없다 보니 게임이 멈춘 것마냥 정적이다. 그런 게임은 아니지만, '롤러코스터 타이쿤' 처럼 관객을 괜히 들어서 바다에 빠트리거나 탑 꼭대기에 놓고 싶은 마음이 생기는 것은 게이머의 본능이다. 

도시건설 게임의 꽃은 바로 야경이다. 현실에서도 밤이 더 아름다운 도시가 있듯이, '타운스케이퍼'도 낮과 밤을 조절할 수 있다. 대신, '타운스케이퍼'는 도심의 화려함보다는 고요하고 잔잔한 저녁을 담고 있다. 톱니 모양의 설정을 누르면, 조명의 방향이나 색감의 조절, 스크린샷의 크기 변경 등의 다양한 옵션을 만질 수 있다.

 

잘 가꾼 도시는 클립보드에 복사해서 코드를 공유할 수 있다. 다른 유저가 만든 도시들도 고유의 코드를 복사해서 불러올 수 있다. 없었으면 모르겠는데, 막상 이런 기능을 지원하니 추가됐으면 하는 점이 명확하다. 다른 유저들이 만들어 놓은 도시를 실시간으로 공유할 수 있는 기능이다. 

 

다른 도시의 코드는 현재 '레딧'이나, 별도의 해외 커뮤니티가 아니면 구하기가 쉽지 않다. 차라리 인 게임에서 'BEST 도시' '독특한 도시' 같은 카테고리를 나누고, 여기에서 '별점'이나 '좋아요'를 많이 받은 도시를 바로 적용할 수 있는 기능이 추가되면 더 편리할 것이다. 게이머들 역시 더 다양한 도시를 접해보고, 이를 자신의 도시에 적용해 볼 수 있을 것이다.

 

'힐링'에 초점을 맞춘 게임이고, 단순한 게임이라는 것도 인정한다. 하지만 게임을 하자 보면, 나도 모르게 클릭을 하고 있고, '아 이것만 추가되면 참 좋을 거 같은데' 하는 아쉬움이 계속 생긴다. 관심이 있고, 또 재미있으니까 게이머로서 어쩔 수 없는 당연한 불만이 생긴다.

'타운스케이퍼'는 '힐링'을 테마로 한 게임인 만큼 쉽고 가벼운 게임이다. 하지만 한 가지 중요한 것을 잊어선 안 된다. 누구나 할 수 있는 게임이지만, '누구나 좋아할 만한 게임'은 아니라는 점이다. 샌드박스의 특징이 그대로 담겨있다.

 

그래서인지 PC보다는 모바일이나 '닌텐도 스위치'가 더 어울린다. 점수, 티어, 도전과제 같은 목표가 하나도 없다. '평화로운 블럭놀이' 를 원하는 게이머라면, '부수고 다시 만드는' 과정 자체가 즐거울 것이다. 이 감성을 받아들이고 즐길 준비가 된 게이머라면 한 번쯤 플레이해보길 추천한다. '잔잔한 감성' 하나 만큼은 느껴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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