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밸브 아티팩트(Artifact) PC판 직접 체험해 봤다!

  • 입력 2018.12.03 18:07
  • 기자명 캡틴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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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의 역사는 시작되었다!
철없던 어른들이 테이블 위에 그럴싸하게 꾸며낸 종이들로 카드며 게임판을 만들어 무언가를 꼼지락거릴 때부터 말이다.

물론 게임의 기원을 찾자면 훨씬 더 예전까지 거슬러 올라가겠지만, 그 먼 시절 테이블 RPG가 현시대 온라인 RPG 게임의 원류란 사실을 떠올려 보면 보드게임이야말로 PC 게임들의 직계 조상님들이다.

3을 매우 싫어한다는 세계적인 게임 개발사 밸브에서 간만에 야심작을 내놓았다.
그것도 무려 TCG 카드게임이란다.

 

TCG라니? 카드게임이라니 그게 뭐야? 딱지치기를 말하는 것인가?
사실 딱지치기야 말로 최고의 TCG 게임일지도 모르지만 그건 아니고.
복잡하게 생각할 것 없다. TCG 하면 그냥 유희왕을 떠올리면 된다. 뭐 TCG 게임 매니아가 들으면 ‘아니 매직 더 게더링도, 하물며 하스스톤도 아닌 유희왕이라고?’ 할 만한 설명일지도 모르겠지만, 그러면 뭐 어떤가. 그것들도 그냥 세련된 유희왕 아닌가.

괜히 머리 많이 써야 할 것만 같고, 매니악해 보이는 TCG 게임이라고 해서 지레 겁을 먹을 필요는 없다는 소리다. 게임은 게임. 모르는 사람이라도 클릭질 하다 보면 다 할 수 있게 만들어 놨다. 당기면 직접 해 보면 된다. 그럼 레츠 기릿!

 

 

 

게임을 처음 접해보면 제법 특이한 TCG 게임이라는 감각이 확 온다.
하기사 필자가 심도 있게 경험한 TCG 게임이 고작해야 한 시대를 풍미했던 국산 TCG <판타지 마스터즈> 나, 근래에 TCG치곤 제법 대중적으로 유행했었던 <하스스톤>뿐이긴 하지만 말이다. 

3개의 전장에서 동시에 전투가 치러지고, 원하는 전장에 총 5명의 영웅을 전략적으로 배치를 바꾸어가며 싸울 수 있는 시스템은 상당히 독특했다. 

이 시스템은 말로만 들으면 괜히 번잡스럽기만 하고 무언가 특별한 게 없어 보이지만, 실제로 플레이를 해 보면 다르다.

 

3개의 전장 중 2곳에서만 적의 포탑을 부수어 승리하면 게임을 완전히 승리 할 수 있으며, 또는 단 한 곳 에서라도 적의 포탑을 파괴한 뒤 나타나는 요새를 격파하면 이 또한 게임을 완전히 승리할 수 있다.

이기기 위해선 전장 세 곳을 골고루 살펴봐야 하고, 한쪽에서 이기고 있더라도 방심할 수 없다. 역으로, 가망이 없는 전장은 적당히 버리고 나머지에 집중하는 방식으로 승리를 쟁취할 수도 있다. 

적과 눈치 게임을 하며 어느 쪽 전장에 승부를 걸지, 혹은 다른 쪽을 신경 쓰는 척하면서 엉뚱한 곳에 비장의 한 수를 들이미는 등, 이런 상황에서 오는 긴장감이 의외로 제법이다.

 

 

 

튜토리얼만 클리어하고 나면 바로 직후에 여러 가지 다양한 모드들이 플레이 가능해진다.
이 중에서 필자의 마음에 들었던 것은 “특집” 모드의 플레이!

거의 모든 TCG 카드게임처럼 아티팩트 역시도 처음 시작한 초보자는 그럴싸한 카드들의 조합으로 덱을 짜기 힘들다. 희귀한 카드를 많이 가지고 있지 못한 것과는 별개로 다양한 종류의 카드 자체를 가지고 있지 못한 것도 크고, 무엇보다 게임에 대한 이해도가 뛰어나지 못하다 보니 새로운 덱을 직접 창조하는 것은 부담된다.

이럴 때 이런 여러 가지 문제를 한 번에 커버해주는 것인 “특집” 모드다.

 

특집에선 밸브에서 직접 제작한 콘셉트 덱들을 플레이 해 볼 수 있다.
단순한 체험 구성이 아니고, 이 덱들로 실제로 다른 유저들과 온라인 배틀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무언가를 머리 써 가며 준비할 필요 없이 콘셉트 덱의 밑에 적혀있는 간단한 설명을 참고하고 바로 게임 매칭을 돌리면 그만이다.
게임에선 상대방도 동일한 수준의 콘셉트 덱을 사용하기에 파워 밸런스에 문제가 있을 리도 없다.
초보자가 써보기 힘든 다양한 구성의 카드 덱들을 사용해 보며 게임 자체를 즐기고, 게임에 대한 감을 잡기에도 딱 맞은 모드 같다.

TCG 게임들 특유의 진입장벽을 한 방에 날려버리는 모드란 소리다.

 

 

 

▲ 게임인의 명예를 걸고(?) 중국계 유저와 한판 붙었다!
▲ 치열한 접전끝에 승리!
▲ TCG 답게 화끈하게 카드 트레이딩이 가능한 모습. 이 게임에선 아예 현금으로 플레이어간에 카드를 거래하는 시스템을 갖추었다. 많은 게임에서 게임내 재화가 오가도록 만드는 것을 감안하면 파격적인 거래방식.
▲ 빠질 수 없는 카드팩(가챠) 시스템. 희귀한 카드가 뜨면 기분이 좋다.

그런데 한 가지 문제점이 있다.
아니, 그러니까… 문제는 아닐 수도 있는데.

마음에 걸리는 점은 ‘아티팩트’에 새로운 점이 그다지 없다는 감상이다.

참신한 3방향의 전투. 좋다. 중간중간 골드로 아이템 상점을 열 수 있는 구성. 좋다.
TCG의 진입장벽을 낮춰줄 수 있는 모드의 추가도 좋다.

매직더게더링의 아버지를 데려온 만큼 게임 내부의 완성도는 높고, 일러스트들도 준수하고 분위기도 좋다. 그런데 아무래도 ‘봤던 것들을 또 보는’ 느낌이 든다.

카드 팩을 개봉해 새로운 카드를 얻고, 적과 대전을 펼치고, 더 강한 덱을 만들고, 다양한 모드들을 플레이해 봐야, ‘어라, 이거 무슨 게임의 그거 아닌가?’ 하는 식의 기시감이 계속 겹친다.

 

 

 

▲ 독특한 TCG의 변형으로 좋은 호응을 불러왔던<Slay the Spire>

TCG 게임이라고 해서 무조건 한 가지 형태를 고집할 필요는 없다.
사실 1세대 TCG 게임 개발자들에게 디지털 TCG란 건 일종의 대체재다. 그들이 진짜 만들고 싶은 건 현실의 카드들로 하는 보드게임 TCG일지도 모른다.
보드게임이 사양길을 타면서 대체재로 나온 것이 디지털 TCG고, 이제는 다수의 게임도 나와 있다. 하스스톤같이 보다 대중에게 친숙하고 캐주얼한 게임들도 있다.

그저 TCG를 온라인으로 옮겨오는 것에만 몰두하지 않고, 디지털의 강점을 살리는 쪽으로 방향을 잡는다면 새로운 게임이 나오지 못할 것도 없다. <Slay the Spire>가 그 좋은 예시다.

 

<Slay the Spire>는 기본적으로 TCG의 게임 요소를 사용하면서도, 로그 라이크 게임의 요소들과 캐릭터의 액션을 눈으로 볼 수 있는 진행 방식으로 큰 호평을 이끌었던 게임이다.

이러한 게임들에서 느껴졌던 디지털 TCG만의 장점, 혹은 ‘새로움’은 아티팩트에 없었다.
내부에 신선한 룰을 도입해 보아도 제자리걸음에서 그다지 발전하지 못했다는 인상이 강했다.

딱 잘라서 한마디로 말하면, 하스스톤을 버리고 아티팩트를 할 메리트를 찾지 못했다.

 

 

 

▲ 엄연히 유료게임이지만 게임을 제대로 하려면 유료 카드팩도 구매해야한다.

엄연히 카드 팩의 유료 판매가 주 수입원인 TCG 장르이며, 실제로 카드 팩을 유료로 판매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별도로 내야 하는 게임 구매 비용도 마음에 걸린다.

물론 게임을 처음 실행하면 무료 카드 팩을 몇 개 주니 계산이 맞는 것 아니냐 할지도 모르지만, 단순히 게임을 체험해 보고 싶은 사람에게 카드 팩을 강매한다는 인상도 없지는 않다.

이중 과금까진 아니지만, 비호감 요소가 되기엔 충분한 부분인 것 같다.

 

 

 

▲ 도타는 훌륭한 게임이다. 도타의 조상님인 유즈맵 버전의 도타가 유행하던 시기 국내에선 '카오스' 덕분에 이상할 정도로 인기를 끌지 못 했다.

너무나도 결정적으로. 우리에겐 도타의 추억이 없다.

물론 한국의 게이머들에게 한정해서 말이다.

밸브에서 만든 아티팩트는 역시 밸브에서 서비스한 DOTA의 IP를 가져다 만든 게임이다. 도타의 영웅들이 전장을 휩쓰는 TCG. 그게 사실은 아티팩트의 가장 큰 매력 포인트란 소리다.

DOTA는 세계적으로 가장 유명한 AOS 게임이고, 그 팬들을 활용하자는 전략도 아주 훌륭하다. 따지고 보면, 아주 신선한 것 같았던 3개의 전장에서 펼쳐지는 전투는 단순히 AOS 장르의 3 WAY 배틀, 그러니까 좀 더 익숙한 말론 탑/미드/바텀 구성의 전투를 TCG로 옮겨온 것에 지나지 않는다.

영웅이 죽게 되면 가는 우물이나, 영웅을 자동으로 따라 나오는 크립들, 게임 중간중간 들를 수 있는 상점은 두말할 것도 없고 말이다.

그러니 도타의 오랜 팬들에겐 아티팩트는 아주 매력적인 게임일 수도 있다.

 

다만 한국의 많은 AOS 게이머들은 도타가 유명하던 시기엔 비슷한 종류의 게임인 ‘카오스’ 나 ‘배틀 쉽’, ‘파이터 오브 캐릭터즈’ 등을 즐겼고, 현세대의 게이머들에겐 <리그 오브 레전드>가 훨씬 친숙하니, 한반도는 그야말로 ‘도타 불모지’ 라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블리자드 게임들에 추억이 없는 사람에게 디아블로와 스타크래프트의 전설적 영웅들이 한 전장에서 활약하는 히어로즈 오브 스톰 HOTS의 멋짐을 아무리 설명해 줘도 알아들을 수 없듯, 도타의 추억이 없는 게이머에게 아티팩트의 짜릿함을 전달하는 것은 한계가 명확할 것이다.

 

 

[리뷰] 밸브 아티팩트(Artifact) PC판 직접 체험해 봤다! / 마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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