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붓그리기'와 '수집형 RPG'가 만났을 때. 모바일 '백야극광' 리뷰

  • 입력 2021.06.23 11:22
  • 기자명 더키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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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산 모바일 게임' 엔 그다지 관심이 가지 않는다. 특히 '미소녀'에 로봇이나 총기, 군함, 전투기를 섞은 게임. 내겐 어디까지나 '타인의 취향'일 뿐이다. 스토리, 일러스트, 캐릭터의 대사 이런 전반적인 콘텐츠는 둘째치고, 일단 게임의 주된 진행이 '감상'이라는 것에서 그다지 마음이 가지 않는다. '모바일 플랫폼은 어쩔 수 없는 거 아니야?' 양보하더라도, 내가 추구하는 '게임'과는 거리가 있다.

 

매섭게 밀고 들어오는 '중국산 모바일 게임' 의 선봉에 '텐센트'가 있다. 워낙 거대한 기업이라 대부분 게이머라면, 모두 알고 있는 이름이다. 창의 끝에 있는 '텐센트'의 게임 하나가 국내 게이머들을 깊숙하게 찌르고 들어왔다. 사전예약 100만을 가볍게 달성했고, 곧바로 최고 매출의 리스트에도 이름을 올렸다. 신기하게도 이런 '류', 미소녀' 일러스트가 일렁이고, 플레이어에게 말을 걸어오는 '중국산 모바일 게임'은 어떻게 나오든 평타이상을 치는 모양이다.

 

이번 미소녀 게임의 이름은 '백야극광'. '소녀전선'이나 '명일방주' '벽람항로' 등 그동안 게이머들에게 좋은 평가를 들었던 게임처럼 네 글자다. 마치 무협지의 초식같은 네 글자의 타이틀 이름은 일종의 약속과도 같은 모양이다. 내가 알지 못하는 '그들만의 리그'를 들여다보는 건 재밌기도 하지만, '타인의 취향'을 다루는 일이라 두렵기도 하다.

'백야극광'의 도입부 스토리를 봤을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건 '프로토스'였다. 실제로 '공허의 유산'에 등장하는 '칼라'와 '아둔의 창'과 비슷한 내용이 있다. '백야극광'은 고대의 유물 '콜로서스'에서 시작한다. '콜로서스'는 그 기원을 알 수 없지만, 고도로 발달한 과학기술의 결정체다. '아이테르'라는 종족은 이 '콜로서스'와 교감할 수 있는 특별한 능력이 있다. '헤븐즈 벨리'라는 지역에서 평화로운 삶을 이어가던 '아이테르'는 '암귀'의 등장과 함께 그 평화를 위협받는다.

 

'암귀'는 '헤븐즈 벨리'의 모든 것을 파괴하기 시작하고, '아이테르'는 멸망한다. 하나의 특별한 존재를 제외하고 말이다. 그 특별한 '아이테르'가 바로 플레이어다. '암귀'의 침략으로부터 17년이 지난 어느 날. 플레이어는 최후의 '콜로서스'와 함께 '아스트라'에 모습을 드러낸다. '암귀'의 위협과 파멸은 시간이 지나도 계속되고 있다.  '아이테르'가 그러했듯, 대륙의 다른 종족들도 암귀에 맞서고 있지만, 상황이 좋지는 않다.

 

이제 플레이어는 특별한 능력인 '감응'을 통해 다른 종족을 도와 암귀를 물리쳐야 한다. 게임에 등장하는 캐릭터들은 '오로리안' 이라고 하며, '빛'을 통해 힘을 얻는다. 지휘관의 역할을 하는 플레이어는 '감응'을 통해 그들을 지휘하고, '암귀'의 위협에서 세계를 구해야 한다. 

'백야극광'은 수집형 RPG를 기본으로 깔고 있다. 그만큼 등장하는 '오로리안'의 개성이 다양하다. '오로리안'은 '일루미나' '백야성' '움브라톤' '레디젤 렌치' '북방' '진리의 결사' 크게 6개의 진영과 무소속으로 나뉜다. 각 진영의 '오로리안'은 독특한 색깔의 컨셉을 보여준다. 

 

예를 들어 '백야성'은 주로 흰색과 금색으로 조합된 의상을 입었고, '진리의 결사'는 뱀파이어를 연상하게 하는 '피' '박쥐' '붉은색'의 조합으로 그려졌다. 이름에서도 느껴지듯 '레디젤 렌치'의 경우엔 주로 기계를 다루는 '오로리안'이 많다.

 

일러스트는 쨍하고 선명한 쪽보다는, 편안한 파스텔 느낌을 살렸다. 최근 '중국산 미소녀 모바일 게임' 의 특징은 '노출'인데, '백야극광'은 전체이용가로 출시되었기 때문에 과도한 노출이 없다. 간혹 국내에 출시된 게임 중에서 일러스트가 문제 되어 검열을 맞고, 캐릭터들이 검정색 타이즈를 입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백야극광'은 애초에 그럴 염려가 없다. 다만, 게임을 즐기는 타겟층이 확실한 만큼 아쉽게 느낄 게이머도 있을 것이다.

 

게임 출시 초반이라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으나, 우선 캐릭터 '스킨'과 관련된 콘텐츠는 없다. 여름에 맞춰서 '해변' '비키니' 이런 스킨에 사기적인 능력치를 붙이는 게 이런 게임의 일반적인 업데이트 루트라 어떻게 변할지는 더 지켜봐야 알 수 있을 것이다. 

'오로리안'은 최고 6성부터 3성까지 등급이 나뉘어있으며, '물' '불' '숲' '번개'의 고유 속성을 가지고 있다. 클래스는 총 네 가지. '스나이퍼' '버스터' '서포터' '체인저'다. '스나이퍼'와 '버스터'는 원거리 공격과 근거리 광역 공격을 하는 '딜러'의 역할이고, '서포터'는 회복이나 버프 스킬을 사용한다. 

 

'백야극광'에서 가장 중요한 클래스는 바로 '체인저'다. '체인저'는 단어 그대로 뭔가를 바꾸는 역할을 한다. 게임에서 중요하게 바꿔야 할 것은 바로 전장의 '타일'이다. 정사각형 타일을 바꾸는 스킬은 '체인저' 클래스만 할 수 있다. 게임에서 바닥의 색깔이 중요한 이유는 전투 방식 때문이다.

 

'속성'과 '상성'이 맞물리는 대부분의 RPG가 그렇겠지만, '백야극광'에서는 전장에 흩어진 속성의 타일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 '백야극광'은 '오로리안'이 실시간으로 전투를 진행하다가, 때가 되면 스킬과 궁극기를 사용하는 일반적 수집형 RPG와는 조금 다르다. 기존의 '감상형' 전투를 벗어나 게이머가 직접 참여해야만 하도록 약간의 퍼즐을 섞었다. 그렇다고 PC나 콘솔처럼 복잡하진 않다. 어디까지나 '모바일 플랫폼'에 맞춰 잘 녹여낸 퍼즐 수준이다.

방법은 간단하다. 각 바닥에 흩어져있는 타일 중에서 같은 색을 한 번에 연결하는 것이다. '한붓그리기'나 예전 아케이드 게임 '탄트알'에 나오는 개구리 게임과 비슷하다. 전장에 있는 네 가지의 색깔 중 가장 길게 연결할 수 있는 타일을 한 번에 드래그 해야 한다. 

 

연결된 경로 위에 있는 '암귀'는 '오로리안'이 지나치면서 자동으로 공격한다. 연결된 타일의 색과 개수에 따라 오로리안의 스킬 범위가 늘어나고 공격력도 상승한다. 이 바닥의 색깔은 곧 속성과 연결된다. 네 가지의 색깔로 나뉜 타일이 곧 '오로리안'의 속성이다. 타일의 속성과 오로리안의 속성이 같을 때만 고유의 스킬이 발동한다.

 

예를 들면, 빨간색의 타일은 '불' 속성이다. 편대가 모두 '불' 속성의 '오로리안'으로 구성되었다면, 다섯의 '오로리안' 모두 추가 공격과 스킬을 발동한다. 하지만 타일의 색깔과 다른 속성의 '오로리안'이 있다면, 리더로 설정된 오로리안만 기본 공격을 사용한다. 

 

물론 '오로리안'마다 '패시브 스킬'과 '액티브 스킬'이 있기 때문에, 타일과 관계없이 공격할 기회는 있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보조적인 역할이다. 공격의 핵심은 '어떤 속성의 타일을 얼마나 길게 이었느냐'다. 타일이 끊이지 않고 이어질수록 콤보가 쌓이고, 15 타일을 넘기면 '오로라 모드'가 발동되어 추가로 턴을 얻을 수 있다. 

전장에 깔린 타일과 '암귀'의 위치, 그리고 각종 기믹을 계산하는 것이 중요하다. 한 번 지나간 타일은 무작위의 속성으로 바뀐다. 전장의 '암귀'들도 계속 움직이고, 새롭게 생성되거나 도망치기도 한다. 많은 타일을 많이 연결하는 것도 좋지만, 어떤 속성을 주로 사용할 것인지를 정하고, 다음 턴에는 어느 위치에서 시작할 것인지도 미리 생각해야한다. 

 

오로리안의 속성과 공격 범위, 스킬의 형태, 다음 턴의 타일 상태와 '암귀'의 위치 등 AI에게 자동으로 맡기면 효율이 극도로 떨어지는 전투시스템이다. 그동안 익숙했던 '자동' 전투를 위해서는 일단 해당 스테이지를 한번은 직접 클리어해야만 한다. 기존의 '예쁘기만 하고 매력은 없는' 그런 '중국산 모바일 게임'과는 다른 점이라고 볼 수 있다. 오로지 '수집'에만 목적을 둔 게이머라면, 취향에 맞지 않을 수도 있는 전투방식이다.

전투 시스템에서는 색다른 모습을 보여줬지만, 다른 콘텐츠는 그동안 경험했던 것을 크게 벗어나진 않는다. '오로리안'과 대화를 통해서 스토리를 이어가거나, 선물을 통해 호감도를 올린다거나 하는 콘텐츠는 '미소녀 수집형 RPG' 답게 필수로 담겨있다.

 

당연히 '레벨업'과 '강화' '각성' 그리고 '장비'와 같은 육성 콘텐츠가 골고루 섞여 있고, 주력으로 키우는 편대 외에는 어쩔 수 없이 그냥 버림받는 '오로리안' 들도 생긴다. 전투가 아무리 신선하다고 한들, 어찌 됐든 '수집형 RPG'다. 그만큼 효율이 좋은 '오로리안'을 수집하기 위해서는 뽑아야 하고, 각종 임무와 재화 던전을 돌리면서 육성에 필요한 재료를 모아야 한다. '붙잡고 늘어지는' 구간을 돌파하기 위해서는 과금이 필요하다.

 

그나마 괜찮은 점이라고 한다면, 다른 게임과 비교했을 때 '수집형'을 덜 강조한다는 것이다. '백야극광'은 '뽑기도 좋은데 전투 시스템을 한 번 봐줘. 6성 오로리안도 몇 개 줄게' 라며 다가온다. 시작부터 '스타터 팩' '특별 할인 팩' 'VIP' '마일리지'를 들이미는 게임과는 다르게 광고 배너도 거의 없다. 솔직히 '예쁘고 효율 좋은 6성을 모으는 것'이 목적인 게이머가 어떻게 받아들일지는 모르겠으나, 개인적으로는 의도적으로라도 이렇게 과금 요소를 덜 강조한 것에 좋은 점수를 주고 싶다.

'수집형 RPG'의 재미를 모르는 내입장에서 '네 글자의 중국 게임'은 사실 다 비슷비슷하게 느껴진다. 움직이는 일러스트를 왜 '나올 때까지' 뽑으려고 그렇게 집착하는지 잘 알지 못한다. 시간이 지나 게임이 업데이트되고, 신규 캐릭터가 나오면 어차피 버려지게 되는 게 '수집형 RPG'의 기본인데, 나는 이 기본에 동의하지 못한다. 이 점은 '백야극광'에서도 마찬가지다.

 

다만, 한 가지 새로운 경험이라고 한다면 바로 '감상형' 전투에서 벗어나, 게이머가 실제로 뭔가를 하게끔 만들었다는 점이다. 플레이어가 생각할만한 질문을 던지고, 또 직접 손으로 터치와 드래그를 통해서 풀어낸다는 점. 게임이라면 당연히 갖춰야 할 것을 보여줬다는 것만큼은 좋은 평가를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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