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이브는 없다. 죽을 때 까지! PC '언틸 위 다이' 리뷰

  • 입력 2021.07.01 15:39
  • 기자명 더키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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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퇴근길. 바다에 둥둥 뜬 플라스틱 조각처럼 인파에 휩쓸릴 때면, '통조림'이 떠오른다. 현실이 될 일 없는 망상이지만, '객차 안에 갇힌 채로, 지구가 멸망해버리면 어떡하지?' '먼 훗날, 지구를 침략한 거대 외계인들이 인간을 식량으로 삼는다면 나는 무슨 맛일까?' 이런 생각을 한다.

 

외계인의 침략으로 최후의 전쟁을 앞둔 인류. 마지막 무기 핵폭탄을 사용해 침략자들을 겨우 물리치지만, 지구는 결국 방사능에 오염된다. 피폭된 돌연변이와 괴물은 외계인의 자리를 대신하며 인간을 위협하고, 생존자들은 도피처를 찾는다. 사실 이런 망상은 게임에 자주 등장하는 설정이다.

 

핵전쟁 이후의 상상은 게임판에서는 빠질 수 없는 스토리다. 이런 설정은 너무도 많아서 정말로 잘 만들지 않으면, 늘 대작 게임과 비교된다. 뭔가 확실한 것, 신선한 것을 보여주지 못하면 게이머들은 외면한다.

비교 대상이 되는 것 중의 하나가 바로 '메트로 2033' 이다. 이 게임을 처음 했을 때 느낀 그 '처절함'에 놀랐던 기억이 난다. 핵전쟁 이후 인류의 삶이란, 소설을 읽으며 떠올렸던 상상보다 훨씬 지옥 같았다. 나의 나약했던 상상은 모스크바의 지하철을 만나면서 완전히 부서진다.

 

지하에서 삶을 이어가는 인류의 처절함. 그 와중에도 사라지지 않는 인간의 이기심. 그리고 이해관계가 얽힌 정치적인 세력까지. '메트로 2033'은 이 세계관을 게이머들에게 보여줬다는 것만으로도 위대한 게임이라고 생각한다. 

 

이번에 소개할 게임은 나의 망상과 '메트로 2033'이 모두 담겨있다. 게임에서 인류의 목표는 외계인 돌연변이의 위협으로부터 살아남는 것이다. 생존자들의 피난처는 다시 모스크바의 지하철. '아르티움'은 없지만, 플레이어는 이 지옥에서 살아남아야 한다. 게임 '언틸 위 다이'다.

'언틸 위 다이'는 '메트로 2033'을 배경에 깔고, '킹덤'과 '메탈 슬러그'를 위에 올렸다. 이 게임을 모두 해본 게이머라면 익숙함을 느낄 것이다. '생존' '전략' '디펜스'를 핵심으로 하는 게임이라 큰 스토리는 따로 없다. 물론 어느 정도 흐름을 짐작해 볼 순 있으나, 목적은 '외계인의 침략에 맞서 살아남아라'다.

 

시대적 배경은 정확하지 않지만, 게임의 무대가 되는 곳은 러시아의 모스크바. 게임에서 확실하게 언급해주진 않지만, 쉽게 눈치챌 수 있다. 등장하는 캐릭터의 이름이나 대사에서 '불곰국' '소비에트'의 감성이 묻어나온다. 그리고 무엇보다 지하철 노선도만 봐도 알 수 있다. 단번에 '완전 메트로 2033이네'라는 생각이 든다.

 

플레이어는 지휘관 '이반'과 '안나' 중 한 명을 선택한다. 이제 생존자를 모으고, 돌연변이를 막아야 한다. 진행 방식은 '로그라이크'의 방식과 비슷한 부분이 있다. 일단 한번 시작하면 중간 저장은 없다. 다만, 특정 분기점에 도달하면, 게임에 필요한 보너스를 얻을 수 있다.

플레이 자체만 놓고 본다면 '디펜스'에 가깝기 때문에 단순한 게임이다. 낮에는 '고철'과 '식량'을 모으고, 기지를 강화한다. 돌연변이가 공격해오기 전까지 오른쪽과 왼쪽의 방어벽을 강화한다. 방어병력을 세워서 막는다. 이것만 지키면 된다. 일반을 기준으로 했을 때는 이렇게 28일을 버티는 것이 목표다.

 

마지막까지 지켜야 하는 건물은 '발전기'다. 돌연변이가 벽을 뚫고 '발전기'까지 도달하면 게임은 끝난다. '발전기'는 건물에 포함되고, 꾸준히 업그레이드를 할 수 있다. 업그레이드가 끝나면, 기지 혹은 지휘관 캐릭터가 약간의 보너스를 받을 수 있다.

 

게임 시작과 함께 등장하는 정찰병에게 '식량'을 반납하면, 다음날 약간의 '고철'과 '자원병'을 태우고 기지를 방문한다. '자원병'은 처음엔 잔해를 뒤지고, 버섯을 수집하는 것처럼 별다른 능력이 없지만, 기지를 업그레이드하면 다양한 병력으로 활용할 수 있다. 

'자원병'은 '채굴꾼' '공병' '사냥꾼' '저격병'으로 바꿀 수 있다. 먼저 '채굴꾼'은 기지의 기초 건물을 지을 수 있고, 자원을 빠르게 획득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특히 돌연변이의 '생장물'을 삽으로 제거할 수 있는 '근접 딜러'의 역할도 한다. 초반에는 주로 '고철'을 빠르게 수집하고, 후반에는 '식량'을 수집하기 때문에 꼭 필요한 유닛이다.

 

'공병'은 '언틸 위 다이'의 핵심이다. 기지의 각종 건물을 빠르게 건설할 수 있고, 각종 건물과 방어벽을 업그레이드 할 수 있다. '공병'을 방어벽에 배치할 경우엔 '자동 포탑'을 설치해 돌연변이를 막아내고, 파괴된 방어벽을 수리한다.

 

무엇보다 각종 건물에 배치해 아이템을 생산할 수 있으며, 기지의 특성 보너스에 도움이 되는 시설에도 배치할 수 있다. 지휘관과 함께 공격 병력으로 사용할 경우에는 아이템 '방패'를 다른 아군을 보호할 수도 있다. 그야말로 처음부터 끝까지 없어서는 안 될 핵심 유닛.

'사냥꾼'과 '저격병'은 주로 후반부에 생산하는 유닛이다. '사냥꾼'은 원거리 공격이 가능하다. '채굴꾼'처럼 다른 차원을 수집할 수도 있지만, 그 속도가 매우 느리다. '원거리 공격'에 특화된 유닛인 만큼 '화염병'을 던질 수도 있다. 이 화염병은 '생장물'에 강력한 피해를 주고, 몰려드는 돌연변이에 광역피해를 줄 수 있다.

 

특정 지역을 탐험하면 '사냥꾼'을 셋을 지상으로 보낼 수 있다. 지상에 파견된 사냥꾼은 다음날 꽤 많은 양의 '고철'을 수집해 온다. 다만, '사냥꾼'의 화력은 방어에 핵심인 만큼, 배치 병력에서 빠지면 화력이 약해지는 건 어쩔 수 없다. 파견과 방어의 개체 수를 잘 조절할 필요가 있다. 

 

'저격병'를 위한 유닛이다. 공격속도는 느리지만, 긴 사정거리가 장점이다. 돌연변이 중에서도 투사체를 내뱉는 애들이 있는데, 이런 애들을 상대할 때 꼭 필요하다. 방어벽이 몇 번 부서지고, 복구하는데 고철을 쏟아붓다가 게임이 끝나게 되면 반드시 방어벽에 배치하는 유닛이다.

생존에 필요한 주요 자원은 '고철'과 '식량' '기술 플라스크'다. 우선 '고철'은 기지에 건물을 세우거나, 벽을 강화하고 수리할 때 필요한 자원이다. 초반에는 '채굴꾼'의 파밍으로 수집할 수 있다. 수량이 어느 정도 정해져 있기 때문에 무작정 사용했다가는 게임 운영이 어려워진다.

 

그만큼 초반에 어떤 식으로 운영할지 '빌드'나 '테크트리' 같은 'RTS' 적인 요소를 잘 생각해야 한다. 어떤 종류의 유닛을 먼저 생산할지, 오른쪽이나 왼쪽 중 어떤 쪽부터 방어벽을 강화할지 미리 정하는 것이 좋다. 한번 건설한 건물이 부서지면 수리를 위해서 다시 고철이 소모되기 때문이다.

 

'식량'은 기지 밖의 '버섯'에서 수집할 수 있고, '슬러그'라는 애벌레에게서 얻을 수도 있다. '슬러그'는 '채굴꾼'이 삽으로 때리면 '식량'을 뱉어낸다. 기지의 영역을 확장하면 '슬러그'를 기를 수 있는 농장을 만들고, 여기에 '채굴꾼'을 배치해서 '식량'을 꾸준히 수급할 수 있다. 

 

'식량'은 주로 '자원병'을 모집하거나, '화톳불'에 불을 지필 때 소모된다. 유닛은 '화톳불' 근처에서 체력을 회복할 수 있다. 다만, 유닛의 개별 체력이나 피해량이 따로 표시되지 않고, 단순히 색깔로만 구분된다.

 

기술 플라스크는 '발전기'를 가동하는데 필요한 자원이다. 파밍으로 아주 조금 얻을 수 있고, 기지에 방문하는 '정찰병'에게서도 얻을 수 있다. '발전기'를 업그레이드할 때마다, 기지에 도움이 되는 보너스를 얻을 수 있다. 게임의 시작과 동시에 하나의 공병은 '발전기'를 전담으로 배치하는 것이 좋다. 

'언틸 위 다이'는 첫판에 앤딩을 보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다. '로그라이크' 방식처럼 일정 기간을 버티면서 보너스를 얻고, 이를 통해 기지를 점점 강화해만 28일을 버틸 수 있기 때문이다. 게임 시간에서 8일이나 18일을 전후로 강력한 돌연변이들이 몰아치는데 이를 버텨내야만 새로운 보너스 능력을 얻을 수 있다.

 

수많은 시도를 해야 된다는 뜻이고, 그만큼 게임의 호흡이 필요 이상으로 길게 느껴진다. 여기다가 치명적인 단점이 될 수 있는 시스템을 도입했는데, 바로 중간에 저장할 수 없다는 것이다. 1일 차나 20일 차나 중간에  끊을 수가 없다.

 

돌연변이가 몰려오기 전에 세이브하고 준비를 하거나, 아쉽게 막지 못했을 경우 다시 할 수 있는 기회가 없다. 단 한 번의 전략과 전술이 게임에 큰 영향을 미친다. 28일을 목적으로 했다면 게임 한번이 굉장히 길게 느껴질 것이다. 그 전에 기지가 파괴되면 사실상 남는 것 없이 '시간 낭비'가 된다. '아니 이걸 어떻게 깨라고' 가 한 대여섯 번은 나와야 그나마 앤딩의 근처까지는 갈 수 있다.

'언틸 위 다이'는 게임의 특성상 '반복 플레이'를 어쩔 수 없이 거쳐야 한다. 그만큼 쉽게 질릴 수 있고, 또 중간에 세이브까지 없어 허무함까지 느낄 수 있다. 이런 식의 진행을 인정하는 게이머라면 적응할 수 있겠지만, 반복된 플레이나 긴 시간이 걸리는 게임에 거부감을 느낀다면 과감하게 포기하는 것도 좋다.

 

어디까지나 '익숙함에서 느껴지는 뻔한 재미'지 새로움은 찾기 어렵다. 어딘가에서 본 적 있고, 또 어딘가에서 해본 적 있는 그 느낌을 좋아한다면, 한 번 플레이해보는 것도 나쁘진 않을 것이다. 플레이하겠다고 마음먹었다면, 충분히 시간을 비워놓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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