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코넬 부족과 스태그의 왕관(Clan O'Conall and the Crown of the Stag), 삼인 삼색의 흥미로운 플랫폼 게임

  • 입력 2021.05.20 12:18
  • 기자명 진병훈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HitGrab이 개발한 오코넬 부족과 스태그의 왕관(Clan O’Conall and the Crown of the Stag)은 외형적으로는 흔한 2D 플랫폼 게임으로 보이지만, 그 안에서는 많은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각기 다른 기능을 가진 세 명의 캐릭터들을 상황에 맞춰 교체할 수 있기 때문에 전체적으로는 퍼즐 요소가 강화된 게임으로 볼 수 있다. 게다가 갖자 개성 있는 액션 퍼포먼스까지 선보인 덕분에 의외로 만족스러운 전개를 보여주고 있다.

다만 다음 레이아웃이 갑자기 나타나지 않거나 일부 객체가 제 기능을 하지 못 하는 버그가 있고, 플랫포머 게임 특성상 나타나는 추락사가 자주 있어서 흐름이 끊기는 면이 있다. 물론 플랫포머 게임 마니아들에게는 플레이 타임이 짧게 느껴질 정도로 간단해 보일 수는 있다. 문제는 일부 플랫폼에서 점프를 할 때 갑자기 반응이 더뎌지는 현상이 있어서 어쩔 수 없이 추락사하는 경우가 가끔 발견되고 있다.

이 게임은 세 캐릭터를 교체해 가며 진행한다는 아주 단순한 시스템을 활용했지만, 각 스테이지마다 좋은 아이디어가 있어서 흥미진진한 전개를 보여준다. 인디 개발진이 할 수 있는 최고치의 재미를 선사했다고 평가해도 무리가 아닐 정도다.

게임은 카오라나크라는 악마를 막기 위한 오코넬 삼남매의 이야기를 다룬다. 악마의 어머니로 불리는 카오라나크는 오코넬 삼남매의 아버지 아르단 족장을 사로잡고, 스태그의 왕관까지 훔쳤다. 켈트족의 이야기를 참고했고, 아트 스타일까지 영감을 받았다고 하는데 이런 곁가지 설명은 제쳐두고, 게임의 핵심은 세 캐릭터의 진행 방식이다. 먼저 오코넬의 장남 킬카논은 멧돼지의 망토를 입고 있어서 점프 버튼을 길게 누르고 있으면 대각선 방향 아래로 낙하를 할 수 있다. 이 게임에서 ‘점프’는 굉장히 중요한 시스템이다. 킬카논이 낙하를 할 수 있기 때문에 플랫폼이 대각선 방향에만 위치해 있다면, 먼 거리라도 안전하게 착지할 수가 있다. 바람이 위로 부는 곳에서는 어느 누구보다 더 멀리 점프할 수 있고, 대시 공격을 통해 가시나무를 뚫고 지나갈 수 있다. ‘루의 심장’, 이른바 뒤집기 회피를 사용하면 적들의 장거리 공격을 튕겨낼 수 있고, 근거리 공격에 대항해 반격을 시도할 수도 있다. 공중 강습은 위에서 아래로 찍어 내리는 공격인데 이 또한 플랫폼을 뛰어 넘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된다. 지금까지 설명한 킬카논의 능력은 차녀 클랙샷과 막내 해기쉬에게는 없다. 이는 곧 클랙샷이 가시나무를 뚫고 지나가려면 재빨리 킬카논으로 교체해야 한다는 뜻이다. 게임이 진행되는 동안에 캐릭터를 빨리 교체하는 액션, 어쩌면 게이머 스스로 리듬에 맞춰 교체 버튼을 누르고 있을 지도 모른다. 개발진은 캐릭터 교체 버튼을 적절한 상황에 맞춰 누르도록 조절하였고, 그 흐름은 꽤 성공적이다.

물론 세 명의 캐릭터를 교체해야 한다는 시스템이 번거롭게 들릴 수도 있다. 하지만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다. 개발진도 대마계촌이나 록맨 등 그 악마와 같은 난이도를 잘 알고 있고, 자칫하면 게이머들이 쉽게 포기해 버린다는 것도 아주 잘 알고 있다. 덕분에 이 게임에서 리듬 액션 게임처럼 교체 버튼을 자주 누르는 일은 없다. 대부분의 스테이지는 무난히 통과할 수 있을 정도로 난이도가 적절해서 오히려 교체 버튼을 누르는 일이 즐거울 수도 있다.

이 게임에서 가장 많이 활약하는 캐릭터라면 클랙샷일 것이다. 그녀는 화살을 발사하는 장거리 공격용 캐릭터로 플랫폼을 활성화하는 장치에도 화살을 발사한다. 점프 중에 공격 버튼을 길게 누르면 잠시 ‘불릿 타임’이 발동해서 플랫폼 사이에서 마치 새가 된 것처럼 우아한 모습을 볼 수 있다. 또한 유일하게 3단 점프까지 할 수 있어서 안전한 전개를 원하는 게이머들은 기본으로 클랙샷을 선택하고 진행할 것이다. 이외에 구르기 능력이 있어서 킬카논과 해기쉬가 갈 수 없는 곳도 지나갈 수 있으며, 밧줄을 활용해 더 높은 곳으로 점프할 수도 있다.

해기쉬는 기본적으로 공격이 강하기 때문에 장애물을 부수거나 들어올리는 역할을 한다. 때로는 특정 플랫폼을 밀어낼 수도 있기 때문에 점프할 수 있는 여유를 만들어 준다. 특히 전투 중에 위력을 발휘하는데 공격 버튼을 길게 누르면 적군의 방패를 부수거나 체력이 큰 몬스터들을 뒤로 밀쳐 내기도 한다. 잡몹들은 마무리 타격에 쓰러져 버리기 때문에 그로기 상태를 만들어 주는 유일한 캐릭터이기도 하다.

세 캐릭터를 자세히 들여다 보면 각 캐릭터당 길을 터주는 능력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위에 능력만으로는 이 게임의 재미가 어느 정도인지 설명할 수 없다. 게임이 중반부로 가면 캐릭터 교체가 강제되는 스테이지도 있다. 녹색 사슬을 지나가면 클랙샷, 빨간색 사슬을 지나면 킬카논, 하늘색 사슬을 지나면 해기쉬로 강제로 교체된다. 이 사슬들이 처음으로 등장할 때는 그리 큰 어려움 없이 진행할 수 있지만, 이후에는 돌아가거나 우회하는 길이 서너 단계씩 늘어가면서 퍼즐 요소가 강화된다. 이쯤부터는 다소 번거로운 작업이라는 인상이 들기 시작하지만, 이미 캐릭터 교체 시스템이 손에 익은 상태기 때문에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게다가 이 사슬들이 등장하는 스테이지들은 어김없이 아이디어가 좋은 편이다. 일부 플랫폼 게임들처럼 의도적으로 게이머들에게 스트레스를 주는 일은 없다. 오히려 즐기는 게이머가 있을 지는 몰라도, 이 게임의 단점으로 꼽힐 일은 없을 것이다.

다만 모두에 밝힌 것처럼 치명적인 버그가 가끔 발견되고 있다. 예를 들어 클랙샷이 밧줄을 잡고 위로 이동해야 하는데 길이 완전히 막힌 경우가 있었다. 바로 눈앞에 체크포인트 지점도 있어서 뭔가를 놓칠 리는 없다고 믿었고, 게임을 재시작 하고 나서야 다음 스테이지가 등장했다. 개발진의 입장에서는 다음에 등장할 레이아웃이 나타나지 않는 황당한 버그인 셈이다. 일부 객체는 자기 기능을 못 하는 경우도 있었다. 파괴 기능이 있는 열매가 벽으로 이동하지 못 하고, 엉뚱한 방향으로 튀어 버리거나, 그 자리에서 한참을 맴돌다가 폭파하는 경우였다. 뒤에서 거대한 멧돼지가 뒤쫓아오는 콘셉트였기 때문에 한 시라도 시간을 아껴야 하는 상황에서 이런 버그는 치명적일 수밖에 없다.

이 게임은 ‘점프’ 시스템에 상당한 공을 들였다. 모든 캐릭터들은 벽에 매달릴 수 있고, 손이 닿는 곳만 있다면 언제든지 높은 곳으로 이동할 수 있다. 특히 플랫폼 언저리에도 매달릴 수 있어서 해기쉬도 노력하면 플랫폼에 안전하게 착지할 수 있다. 그런데 이 게임이 중반을 지나서 점점 어려워지기 시작하면 일부 플랫폼에서 점프가 더뎌지는 현상이 있었다. 개발진도 이쯤부터는 캐릭터 교체에 익숙해졌다고 생각했는지, 어느 정도 순발력을 요하기 시작한다. 이런 와중에 캐릭터가 플랫폼을 딛고 점프하는데 맥없이 구름처럼 붕 떠 버리는 일이 잦아지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추락사 비중이 폭증해 버려서 더뎌진 점프처럼 게임의 흐름이 맥없이 끊겨 버린다.

가끔 이런 황당한 버그가 발견되고 있지만, 오코넬 부족과 스태그의 왕관은 오랜만에 인디 개발진에서 나온 훌륭한 게임이다. 앞서 나온 버그는 당연히 피드백이 있을 것으로 믿기 때문에 솔직히 큰 문젯거리는 아닐 것이다. 지금까지 퍼즐 요소에 대해서만 핵심적으로 언급했지만, 이 게임은 액션 요소도 소홀하지 않았다. 적군을 위로 띄워서 콤보를 활용하기도 하는데 패드가 있다면 진동이 주는 재미도 쏠쏠하고, 사운드 또한 박진감이 있다. 타격감을 만끽하기 위한 시간 할애도 충분하기 때문에 단점을 찾기 힘든 게임이다. 한글 자막 지원도 기쁜 일이지만, 텍스트의 양이 그리 많은 편이 아니기 때문에 액션과 퍼즐의 재미에 푹 빠질 수 있다.

관련기사
개의 댓글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