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쩡한 가정집에 벙커와 미사일? PC '미스터 프레퍼' 리뷰

  • 입력 2021.05.06 10:22
  • 기자명 더키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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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멸망. 현재 지구에 살아가는 인류를 위협하는 '지구 종말'을 이야기할 때, 그 확률이 가장 높은 것은 바로 '전쟁'으로 인한 멸망일 것이다. 전쟁으로 인한 인류의 멸망은 게임에서도 단골 소재로 활용된다. 배경도 다양하다. 러시아의 지하철이 되기도 하고, 또 지하 깊숙한 벙커가 되기도 하며, 지구에 희망이 없으면 우주로 나가버리기도 한다. 굳이 '핵전쟁' 까지 가지 않더라도, '테러'나 '내전'에 의한 위협은 2021년 아직도 계속된다. 

 

지구는 지금도 총성이 울린다. 전쟁, 내전이 끊이지 않는 국가와 지역이 남아있다. 지금의 미얀마를 봐도 알 수 있다. 미디어를 통해서 접하는 이런 비극은 게임을 통해서도 간접 체험할 수 있다. 그중에 대표적인 게임 하나가 바로 '디스 워 오브 마인'일 것이다. 나 역시 이 게임을 명작'으로 꼽는 사람 중 한 명이지만, 동시에 불편한 선택을 맞이할 수밖에 없는 게임 진행 방식에 플레이하기 꺼려지는 게임이기도 하다. FPS처럼 총을 들고 전쟁에 참여하는 것만큼, 전쟁을 '관전'한다는 것은 그렇게 유쾌한 경험이 아니기 때문이다. 아마 많은 게이머가 '디스 워 오브 마인'을 통해 단순히 게임이 주는 재미 '그 이상의 것'을 느꼈을 것이다. 

이번에 소개할 게임은 '미스터 프레퍼'라는 게임이다. 이 게임은 '디스 워 오브 마인'과 상당히 많은 부분이 닮았다. 사이드뷰 방식으로 진행되고, 생존이 목적이다. 살아남기 위해서는 다양한 아이템을 수집하고, 거래하고, 또 만들어야 한다. 그렇다고 해서 두 게임이 완전히 같다는 것은 아니다. '미스터 프레퍼'에는 독자적인 게임 시스템을 도입했고, '디스 워 오브 마인'보다는 덜 처절하다.

 

하지만 많은 부분이 닮은 만큼 비교를 피할 수는 없을 것이다. '명작'과 비슷한 시스템을 도입했고, 게임에서 느껴지는 것이 닮았다는 부분은 개발사 입장에서 '도전'임이 분명하다. 상당히 부담되었을 것이다. 이미 잘 나온 게임과 비슷한 방향으로 가겠다는 것은 '잘해봐야 본전'이기 때문이다. 이런 후발 주자들은 대부분 상당히 많은 비난을 받는 경우가 많다. 이미 게이머들의 기대치가 높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미스터 프레퍼'는 평타 이상은 한 모양이다. 게이머들의 평이 그다지 나쁘지 않다.

전염병이 퍼지고, 정부가 바뀐 뒤 '프레퍼'가 사는 마을 '머리케빌'은 활기를 잃는다. 그 빈자리는 거짓 선전과 선동, 조작으로 가득 찬다. '프레퍼'는 프레퍼는 마을을 도망치려 했으나 실패로 끝난다. 하지만 다시 탈출할 방법을 찾을 것이고, 어떤 이유에서인지 모르겠으나, 다가오는 위협에 대비해야 한다. 오프닝에서의 배경 설명은 짧고, 모호하다. 게임이 어떤 느낌인지 짐작하기는 어렵지만, 튜토리얼을 따라가면서 선명하게 보이기 시작한다.

 

'머리케빌'을 도망치려다 실패한 '프레퍼'는 이제 새로운 물건을 집에 들여놓지 못한다. '관찰대상'의 대상이 된 '프레퍼'는 이제 정기적으로 '정부 요원'의 감시를 받는다. 미국적인 지명과 인물에 '공산주의적'인 요소가 덮여있다. 쉽게 눈치챌 수 있듯 '자유의 나라'는 이제 사라지고, 정부는 복종을 강요하며 국민을 통제하려 한다. 

 

여기에 명확하진 않지만, 주변 상황은 '핵전쟁'을 암시하고 있다. 이제 '프레퍼'는 국가의 억압에 저항하고, 다가오는 위협에 맞서야 한다. 살아남기 위해서 자신의 집 지하에 몰래 벙커를 건설하고, 천천히 생존의 준비를 시작한다. 다행인 것은 '프레퍼'를 도와줄 만한 사람들이 남아있다는 점이고, 다양한 물자를 수집할 장소도 남아있다.

게임의 궁극적인 목적은 '생존' 이지만, 그렇다고 무작정 먹고 자면서 삶을 이어가는 것은 아니다. 당연히 시작부터 '목표'를 던져준다. 일종의 메인퀘스트를 달성하면, 추가 퀘스트가 업데이트된다. 차근차근 목표를 달성하다 보면 생존에는 어떤 것이 필요한지, 어떤 아이템을 모아야 하는지, 무엇을 건설해야 하는지가 익숙해진다.

 

생존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것은 '피로'와 '체력' 그리고 '준비도'다. '준비도'는 일종의 '행동력'과 같은 개념이다. 거의 모든 활동에 이 준비도가 소모되고, 게이지가 0이 되면 '프레퍼'는 기절한다. '피로'와 '체력'은 항상 높은 상태를 유지해주는 게 좋다. 두 게이지를 50% 이상 유지하면, 제작이나 다른 활동에 보너스를 받을 수 있다.

 

'체력'은 동물과 전투를 할 때도 적용된다. 공격당하면 급격하게 감소하는 만큼 항상 탐험할 때에는 게이지를 채울만한 요리를 챙기는 것이 좋다. '피로'는 '낮잠'이나, 하루를 마치는 '잠자기', 요리인 '자양강장제'나 '잼' 같은 아이템으로 즉시 회복할 수도 있다. '갈증' 게이지는 없으나, 거의 모든 요리에는 물이 함께 소모된다. 

아이템 파밍의 가장 기본적인 방법은 집 밖으로 나가서 주워오는 것이다. 처음 조사를 나갈 수 있는 지역은 '숲'이다. 초반부에서는 '블루베리'와 각종 동물의 고기를 얻을 수 있고, 제작에 필요한 목재도 얻을 수 있다. 물론 게임을 진행하면 더 높은 레벨의 숲을 탐험할 수 있고, 다양한 아이템도 획득할 수 있다.

 

'숲'에서 처음 먼저 만나게 되는 NPC는 '제니' 할머니다. '제니'의 첫 번째 부탁은 자신의 오두막 주변에 있는 늑대를 물리쳐 달라는 것. 이 퀘스트를 완료하면, 이제 제니에게서 각종 씨앗을 구매해 우편으로 받아볼 수 있다. 각종 씨앗은 집 뒷마당이나 벙커에 심어서 키울 수 있다. 

 

식물을 기르는 방법은 다양하다. 가장 기본적인 방법은 벙커 바깥 집의 뒷마당에 흙을 깔고 씨앗을 심는 것이다. 해가 떠 있는 동안에는 따로 빛을 만들지 않아도 되고, 비가 오면 또 물을 아낄 수 있다. 흙만 깔고 씨앗만 심어놓으면 쉽게 채소를 얻을 수 있다. 하지만, 이 방법은 정부의 '보안요원'이 방문하면 바로 지적대상이 된다. 때가 되면 시기에 맞춰서 만들어 놓은 밭을 숨겨야 한다.

벙커 안에서는 '파종기'나 '온실'을 만들어 꾸준히 식량을 생산할 수 있다. 광합성에 필요한 빛과 온도는 '농업용 조명'을 달아서 해결하고, 물은 수돗물을 받거나 빗물을 모아서 공급한다. 이 정도만 해도 기본적인 식량문제는 해결할 수 있다.

 

농사를 통해 얻은 기본적인 채소는 요리에 사용한다. 그냥 먹는 것보다 요리를 거치게 되면 더 오랫동안 재료를 보관할 수 있고, 체력을 더 효율적으로 회복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당근'은 재배해서 그냥 먹을 수도 있지만, '당근 수프'를 만들면 체력을 더 채울 수 있고, 요리법을 배우게 되면 '당근 수프'를 통조림으로 만들어 더 오랫동안 보관할 수도 있다.

 

각종 채소와 식량은 체력을 채우는 용도 외에도 '거래'에 사용할 수 있다. 물론 초반에 수확한 채소들은 제값을 받기 어려우나, 온실에서 길러낸 과일류는 '제니' 할머니에게 비싸게 팔 수 있다. 식량이 어느 정도 충분히 확보되었거나, 냉장고에 더 자리가 없다 싶으면 팔아서 자금을 확보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게임상 10일 차 정도까지는 '체력'과 '피로' 게이지를 채우기가 쉽다. '프레퍼'의 활동에 어떤 제약도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초반부를 지나면 각종 페널티가 부여된다. 생존 운영에 어느 정도 감을 익혔다는 생각이 들 때쯤, 플레이어는 '단수'와 '정전' 그리고 '보안요원'에 대처해야 한다. 

 

'머리케빌'은 주기적으로 물과 전기의 공급이 차단된다. 두 가지 페널티가 겹쳐서 오는 경우는 없지만, 언제 어떤 자원이 중단되는지는 알고 있어야 한다. 다행히도 달력에 표시가 되기 때문에 대비는 할 수 있다.

 

물 공급이 중단되는 날에는 '양동이'를 제작해서 빗물을 받을 수 있다. 물론 물 공급이 중단되기 이전에, 최대한 비축해서 보관하는 것이 중요하다. 물이 없으면 요리를 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비싼 품종을 심어놓고도 수확하지 못하는 경우가 생긴다. 갈증 게이지가 없는 대신 물은 '체력'에 직접 연관되기 때문에 부족하지 않도록 잘 관리해야 한다.

게임 진행을 위해서는 다양한 기계를 벙커에 배치해야 한다. 기계를 사용하기 위해서는 전기가 필요하다. 전력공급이 중단되면, 벙커 안의 대부분 장비는 거의 마비된다. 전력공급에 가장 많은 영향을 받는 것은 농장에 소모되는 전력이고, 다음은 각종 식량을 보관하는 냉장고다. 초반에는 다른 것보다 이 두 가지만은 확실히 유지할 수 있도록 전력 사용을 잘 조절해야 한다. 

 

다행히도 전력은 '발전기'를 설치해서 어느 정도 공급할 수 있다. 초반에는 '목재'를 태워서 전기를 얻고, 후반으로 가면 '연료'를 사용해서 전력을 얻을 수 있다. 전력은 많이 사용하면, 이에 필요한 재료의 요구량도 더 높아진다. 이 수치를 잘 확인하고 조절해야 한다.

 

'미스터 프레퍼'에서 플레이어를 꾸준히 괴롭히는 요소는 바로 '요원'의 방문이다. 일주일에 한 번꼴로 정부의 요원은 플레이어의 집안 상태를 확인한다. 집안에 배치된 아이템의 개수를 확인하고, 의심스러운 부분은 없는지 점검한다. 요원이 방문하기 전에는 계획판을 돌려놓고, 벙커로 이어지는 사다리를 잘 숨겨야 한다. 검사의 기준이 되는 '시민 검사 프로토콜'을 참조하는 것이 좋다. 

 

요원의 감시는 방문할 때마다 더 철저해진다. 특히 나중에는 수도와 전력의 사용량까지 검사한다. 무턱대고 농장을 크게 확장하거나, 벙커 안의 각종 장비를 무작정 사용하다가는 보안요원의 감시에 걸리게 된다. 의심 수치가 높아지면, '프레퍼'의 활동이 제약을 받는다. '준비도'가 기존보다 더 빠르게 감소한다. 이 페널티 하나만으로도 하루에 할 수 있는 행동이 많이 줄어든다. 의심받지 않기 위해서는 달력을 확인하면서 요원이 방문하는 날짜일 전후로는 지상에 있는 많은 물건을 정리해야 한다.

각종 아이템과 제작 재료는 '광산'과 '사막'을 탐험하면서 수집할 수 있다. 각각의 지역에서는 획득할 수 있는 아이템의 속성도 다르고, 또 등장하는 동물이나 장애물도 다양하므로 이에 맞춰 장비를 장착해야 한다. 각종 장비는 직접 제작할 수도 있고, 다른 NPC와 거래를 통해 얻을 수 있다. 특히 거래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서적은 '프레퍼'의 기본 능력치를 올려주기 때문에 여유가 된다면 최대한 사는 것이 좋다. 

 

탐험 지역은 레벨이 구분되어 있고, 다음 단계를 해금하기 위해서는 특정 아이템을 확보해야 한다. 생존에 자신이 생겼다면, 여기에 맞는 재료를 갖추면서 더 높은 레벨을 탐험하면 된다. 숲에서 만난 '제니'와 광산에서 만난 '밥'은 자연스럽게 퀘스트를 던져준다. 이 퀘스트를 따라가다 보면 게임은 자연스럽게 진행된다.

 

사실 아이템 수집과 제작은 '디스 워 오브 마인'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아이템의 이름만 다를 뿐이지 그 역할이나 속성은 비슷하다. 두 게임 간의 큰 차이는 없기 때문에 뭔가 색다른 재미를 원했던 게이머에게는 밋밋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미스터 프레퍼'는 '디스 워 오브 마인'과의 비교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 없다. 이런 장르의 생존게임을 원했던 게이머라면 좋은 경험이 될 수 있겠지만, '디스 워 오브 마인'보다 더 뛰어난 부분을 확실하게 보여주기엔 부족하다.

 

게임 내적인 시스템에도 아직은 다듬어야 할 부분들이 많이 남아있다. 여기에 덜 다듬어진 한국어화까지 더해져 어딘지 모를 '중국산 모바일 게임'의 느낌, '삼류 게임의 광고' 같은 때깔에 거부감이 들기도 한다.  분명 몰입할만한 요소가 있긴 하지만, 평타를 뛰어넘을 만한 '확실한 어떤 것'이 부족하다. 

 

그렇다고 완전히 나쁘다는 것은 아니다. 익숙한 것은 또 익숙한 대로의 재미가 있다. 정해진 기간 동안 '제발 하루만 더 버텨줘'라며 처절한 싸움을 한 '디스 워 오브 마인'과는 다른 유쾌한 분위기가 있다. 여기에 '프레퍼'의 지하 벙커에는 또 다른 비밀이 진행된다. '미스터 프레퍼'의 비밀을 확인해보고 싶다면, 한 번쯤 해볼 만한 게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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