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널 삼국지2 리뷰, 시나리오에 신경쓴 것까지는 좋았지만…

  • 입력 2021.04.27 11:49
  • 수정 2021.04.27 11:50
  • 기자명 진병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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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지’를 소재로 한 게임을 언제쯤이면 안 볼 수 있을까? 어쩌면 구글 상점이나 애플 앱스토어에서 ‘삼국지’라는 제목 자체를 안 보는 것도 쉽지 않을 것이다. 단순히 ‘삼국지’에서 자랑하는 영웅들의 지략을 언급하는 것이 아니다. 단순히 삼국지의 영웅들만 빌려 와서 MMORPG의 외관을 갖추는 게임들을 말하는 것이다. 기존 IP(지적재산권)을 바탕으로 구색만 맞춘 게임, 보상과 업그레이드만 반복되는 MMORPG들이 앞으로 얼마나 계속 나올 지는 모르겠지만, 가챠 시스템을 활용한다는 것만은 확실할 것이다.

게임펍이 배급한 ‘파이널 삼국지2’ 역시 기존 모바일 게임들과 형태는 비슷하다. 삼국지에 등장하는 영웅들의 외관을 그럴 듯하게 바꾸고, 긴장감 전혀 없는 전투 시스템도 웹서핑을 병행하는 게이머들을 위해 자동 모드로 변경할 수 있다. 특별 이벤트로 갖가지 보상을 할인해 준다며 ‘현질’도 유도한다.

다만 이 게임은 여타 삼국지 게임들과는 다르게 상대적으로 시나리오에 신경을 쓰고 있다. 개연성이나 스토리의 깊이를 떠나서 텍스트의 양이 어느 정도 받쳐준다는 뜻이다. 하지만 모바일 게임이라는 특성상 얼마나 많은 게이머들이 스토리에 관심을 줄 지는 모르겠다. 텍스트의 양이 많다는 것이지, 삼국지의 스토리를 그럴 듯하게 각색했다는 뜻은 아니기 때문이다. 아마 대부분의 게이머들은 등급표나 리세마라(가챠 시스템에서 원하는 보상이 나올 때까지 게임 리셋을 반복하는 행동)에만 관심이 있을 뿐, 텍스트가 나올 때마다 스킵하고 넘어갈 가능성이 크다.

게임은 따로 가공의 캐릭터를 만들어서 삼국지 스토리에 넣었다. 게이머 자신의 닉네임을 적어 놓고, 성별을 정하면, 삼국지 영웅들의 스토리에 개입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동탁 암살에 실패한 조조가 가공의 캐릭터에게 도움을 청하는 식이다. 황건적의 난 지도자 정각이나 관우에게 패한 화웅 등 게임에서는 과도하게 버프를 받아 스토리를 확장시켰다. 하지만 앞서 언급한 것처럼 각색한 스토리에서 특별히 눈에 띄는 개성은 찾아볼 수 없다. 어차피 삼국지 스토리의 뼈대는 계속 지켜주면서 진행되기 때문에 큰 기대를 갖기는 어렵다.

시스템도 여타 모바일 게임들의 패턴과 비슷하다. 보상을 위한 여러 가지 업그레이드 시스템이 준비되어 있고, 장비 강화, 승급, 진급 등 여러 인터페이스가 보인다. 다만 건설을 테마로 한 게임들이 최근 주를 이룬다는 점에서 이 게임은 상대적으로 간편하게 설정되어 있다. 건설에 필요한 목재를 구해야 한다면 근방 적군들을 해치우면 그만이다. 일일이 터치할 필요 없이 건설에 신경쓸 필요가 없고, 모든 것이 직관적으로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시뮬레이션 성격은 전무하다고 봐야 한다.

덕분에 시나리오에 집중할 수는 있다. 복잡한 시스템이 없고, 그저 전투에서 승리하면 해결되는 방식이라서 캐릭터들의 대사가 상대적으로 눈에 띌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 게임의 시나리오는 삼국지 스토리 주변을 겉도는 식이라서 그리 크게 중점을 두지 않을 것이다. 게이머는 그저 터치만 열심히 해서 스킵만 하면 되는데 문제는 장비 시스템에서 발견됐다. 이 게임은 특이하게 모든 장비를 장착해야만 일괄 강화가 가능하도록 했다. 강화는 일반 강화와 다섯 번을 한번에 강화하는 방법이 있는데 무기, 투구, 갑옷, 신발 중 하나만 없어도 일괄 강화가 안 되기 때문에 일일이 다섯 강화 버튼을 터치해야 한다. 앞서 직관적이라는 장점을 언급했는데 장비는 좀 의아한 부분이었다.

게임을 진행하다 보면 ‘진형’에서 알람이 많이 울릴 것이다. 업그레이드가 가능한 영웅이 있을 때마다 알람이 울리는 것인데 대부분 장비 부분이었고, 그 외에 승급과 진급 등이 있다. 장비야 언젠가는 모두 착용할 수 있기 때문에 그리 큰 문제라고 볼 수는 없다. 다만 캐릭터들끼리 버프를 받는 ‘인연’이라는 시스템도 있어서 의외로 ‘진형’쪽을 많이 둘러봐야 할 것이다. 딱 잘라서 귀찮은 부분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전투가 끝날 때마다 매번 알람이 울리기 때문에 매끄럽다고 볼 수는 없었다.

그 밖에 승급이나 진급도 마찬가지였다. 진급을 하려면 옥패, 반지, 팔찌, 요대가 모두 있어야 가능한데 전투에서 얻거나, 다른 방식의 보상으로 얻을 수 있다. 한 번 진급을 하면 같은 아이템끼리 합쳐야 장착할 수 있는데 이 또한 알람이 울리는 것은 마찬가지다. 의아한 점은 아이템이 완벽히 준비되지 않았는데도 알람이 울린다는 것이다. 게임은 여기에서 해당 아이템을 얻는 방법을 알려주는데 개인적으로는 여간 불편한 일이 아니었다. 해당 아이템을 얻기 위해서는 전투에서 승리하는 방법이 있는데 직접 전투하지 않고도 얻을 수 있는 ‘소탕’ 시스템을 활용한다. 모바일 게임들을 많이 해 본 게이머들이라면 ‘소탕’ 시스템이 익숙할 텐데 이미 클리어한 스테이지를 재화를 활용해 그에 해당하는 보상만 얻어가는 방식이다.

승급 또한 마찬가지다. 여기에서는 영웅 조각이 필요하기 때문에 상점이나 소환으로 가서 얻어야 한다. 보통 완벽히 준비되었을 때만 알람이 울리는 기존 게임들을 생각해 봤을 때, ‘파이널 삼국지2’는 다른 모바일 게임들에 비해서 2배 이상은 손이 많이 간다. 그것도 목적과 동기가 분명해서 바쁘게 손이 간다면 다행이지만, 불필요한 경우가 많다는 점을 봤을 때 시스템 통일이 안 되어 보였다.

전투 시스템은 다른 모바일 게임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일반 공격은 자동 모드로 진행되고, 스킬은 게이머가 필요할 때 터치해서 활용할 수 있다. 자동 전투와 속도 조절도 있는데 초반에는 개인적으로 플레이할 필요 없이 무난히 진행할 수 있다. 게임에서는 영웅들의 배치를 강조하고 있지만, 영웅들 업그레이드만 신경써도 큰 문제는 없다.

다행이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업그레이드에 조금만 소홀해도 전투에 패배하는 경우가 제법 많았다. 게임은 친절하게도 패배한 이후에 어떤 경로로 업그레이드해야 할지 알려준다. 하지만 이러한 패턴이 적절한지는 모르겠다. 본인 역시 자동 전투로 설정했다가 패배하면 업그레이드 부분을 훑어보고 지나치는 식이었다. 적군들이나 보스들, 딱히 매력적인 디자인이나 모델링이 보이지 않기 때문에 반복적이라는 단점을 피해 갈 수 없었다. 자동 전투로 설정했다가 패배해도, 재도전을 하면 승리하는 경우도 있었다는 것도 의아한 점이고, 혹여 패배가 계속된다고 해도 딱히 의욕이 생기지 않는다. 어차피 승리하려면 업그레이드만 하면 되는 것이니, 그 밖에 특별한 경로가 없기 때문이다.

그래도 이 게임에서 흥미로운 점을 찾아보자면, 국내 성우진의 활약이다. 특히 여성 캐릭터를 중심으로 진행하다 보면 웃음을 주는 포인트가 몇 개 보인다. 특히 게이머를 지칭하는 일부 목소리는 말 그대로 애교가 철철 흐른다. 풀보이스에 가까운 더빙 작업도 훌륭해서 게임 자체를 진행하는데 부담이 없다.

결론적으로 ‘파이널 삼국지2’는 보상과 업그레이드를 반복하는 여타 모바일 게임들과 큰 차이는 없다. 업그레이드를 위해 손이 많이 가도록 설정한 것은 아무래도 개발진의 의도로 보이는데 게이머들에게 얼마나 어필할 지는 모르겠다. 보상 시스템에만 치우친 모바일 게임들과는 다르게 시나리오에 신경쓴 부분도 칭찬할 만한 일이지만, 어차피 ‘삼국지’의 이야기라서 큰 방향을 일으키기도 힘들 듯하다.

하지만 ‘삼국지’ 게임을 많이 접하지 않았거나, ‘삼국지’의 스토리에 막 적응하는 단계라면 얘기가 달라질 수 있다. 드라마 ‘삼국지’를 이제 막 통달한 게이머도 ‘파이널 삼국지2’가 오히려 아기자기한 재미를 줄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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