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드 데드 리뎀션 2 : 락스타의 고집

  • 입력 2018.11.19 18:51
  • 기자명 조슈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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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이런 불평을 듣게 됩니다. “이 게임은 너무 비현실적이야.” 왜 이런 말이 나올까요? 이런 말은 ‘게임은 현실의 반영’이라는 오해에서 비롯된다고 생각합니다. 게임은 원래 비현실적인데 말이죠. 처음부터 게임은 현실을 반영하는 도구가 아니었습니다. 우리가 현재 즐기고 있는 ‘비디오’ 게임 이전에 원초적인 게임의 모습들, 예를 들어 구슬치기, 딱지치기, 가위 바위 보만 봐도 알 수 있습니다. 원래 게임은 현실을 따라가지 않았어요. 가끔 장기나 체스처럼 현실의 전쟁을 묘사한 게임이 있긴 했지만, 그저 일부일 뿐입니다. 시간이 흘러 기술이 발달하고 화면과 입력 장치로 구현할 수 있는 범위가 넓어지고, 이를 이용해서 좀 더 실감나는 경험을 전달하기 위해 현실 세계의 법칙이나 현상들을 일부 빌려오는 일이 많아졌지만, 그런 법칙과 현상 또한 일부일 뿐입니다. 과하면 오히려 독이 되니까요.

일부 게임들, 그러니까 시뮬레이터를 지향하는 게임들은 세일즈 포인트 자체가 ‘현실의 최대 반영’이니 논외로 치더라도, 일반적인 게임에서 배고플 때마다 꼬박 꼬박 밥을 먹어줘야 하고 물건 하나 사러 10분 동안 걸어가야 한다면 얼마나 불편할까요? 그래서 우리가 흔히 플레이하게 되는 대중적인 게임들은 대부분 현실성 보다는 편의성을 우선시하게 됩니다. 주인공이 3m 높이에서 떨어져도 무릎이 나가지 않게, 매 끼니 챙겨 먹지 않아도 굶어 죽지 않게 만들죠. 지난 리뷰에서 다뤘던 스파이더맨과 툼레이더도 마찬가지입니다. 제작비가 많이 들어가서 소비층을 최대한 넓게 잡아야 하는 게임일수록 조금이라도 더 편리하게 만들고자 하죠. 빠른 이동은 기본이고 요리같은 건 하고싶을 때만 하면 됩니다. 지극히 당연한 제작 방향 아닐까요?

 

이번 작품의 주인공 아서 모건. 명확하게 정의내리기 힘든 독특한 캐릭터입니다.
이번 작품의 주인공 아서 모건. 명확하게 정의내리기 힘든 독특한 캐릭터입니다.

 

 

 

하지만 다른 제작사들이 이런 방향으로 게임을 만들어 오는 동안, 유독 현실성을 고집해 온 회사가 있습니다. 바로 락스타 게임즈입니다. 이 제작사에서 만든 게임 중에는 진행 상황을 저장하기 위해서 집에 들려야 하거나 먼 거리를 한번에 이동해야 할 때는 꼭 돈을 내고 택시나 역마차를 타야만 하는 경우가 많았죠. 특히 GTA 4는 그냥 지나칠 수 있는 사소한 부분까지 세밀하게 묘사해서 마치 플레이어가 게임의 배경이 되는 도시에 실제로 들어온 듯한 느낌을 주는 점이 놀라웠고, 그 덕분에 평론과 대중의 호평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그 특유의 현실성 때문에 발생하는 불편함을 지적하는 의견도 많았고, 월드의 디테일과 스토리에만 신경 쓰느라 게임 플레이, 특히 슈팅 매커니즘이 단조롭다는 불만도 상당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그렇다면 이번에 리뷰하게 될 레드 데드 리뎀션 2는 어떨까요? 대세를 따라 현실성을 조금 희생하고 게임을 조금 더 편하게 만들었을까요? 결론부터 말하자면, 락스타 게임즈는 이번에도 그들만의 길을 갔습니다. 여전히 현실감 넘치는, 여전히 살아 숨쉬는 월드를 만들어 놓고, 그 위에 개성 넘치는 인물들과 멋진 이야기를 얹어서 놓았죠. 그리고 그 현실성에서 나타나는 다소 불편한 점까지 그대로 보입니다. 마치 소비자의 요구에 맞는 물건을 만드는 게 아니라 자신들이 추구하는 이상적인 게임을 만드는 것처럼 보입니다. “난 내 길을 갈 테니까 따라오고 싶은 사람들만 따라와라.” 이렇게 말하는 것 같군요. 좀 더 자세히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대부분 규모가 작은 마을이지만, 그 시대의 정취를 잘 표현하고 있습니다.
대부분 규모가 작은 마을이지만, 그 시대의 정취를 잘 표현하고 있습니다.

 

  • 1890년대 미국을 가보지 않았더라도!

사실 어렸을 때부터 미국에서 살았거나 특별히 미국 역사에 관심을 가지지 않는 이상, 이 게임을 해보고 그 시절의 향수를 그대로 재현했는지를 판단하긴 힘들 겁니다. 외국 언론에서는 그 부분에 대해서 호평을 하지만, 저를 비롯해서 이 글을 읽는 여러분들은 대체로 공감을 하기 힘들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러니까 굳이 비교를 하려면 우리에게 각인되어 있는 그 시절 미국 서부의 이미지를 기준으로 잡아야 하겠군요. 시기가 다소 차이나지만 장고:분노의 추적자나 헤이트풀 8 같은 좋은 영화도 있으니, 그런 영화들을 떠올리는 것도 괜찮겠습니다. 어쨌든 기준을 그렇게 잡는다면, 레드 데드 리뎀션 2에서 펼쳐지는 세계는 딱히 더이상 수식어를 붙일 필요가 없을 정도로 훌륭합니다. 아니, 완벽합니다.

서부극 하면 떠오르는 모든 배경이 게임에 녹아있거든요. 모래 바람이 부는 조그만 마을과 거기서 조금만 나가면 펼쳐지는 광활한 들판은 기본이죠. 거기에 울창한 숲과 넓은 호수와 길게 굽어 흐르는 강까지. 미국의 대자연과 인간의 문명이 자연스럽게 섞이는 그런 느낌이 고스란히 살아있습니다. 배경이 배경이다 보니 어디를 가더라도 비슷한 느낌을 받는 건 어쩔 수 없지만, 그래도 마을 마다 구조와 환경을 조금씩 바꾸는 등의 최소한의 변화는 주고 있는 모습입니다. 그리고 ‘생 드니’ 같이 이미 완전히 발전된 대도시의 모습을 갖추고 있는 장소도 있기 때문에, 이 게임의 배경이 무조건 단조롭다고 평가하긴 힘들 것 같습니다.

 

빛과 안개를 잘 활용해서 멋진 화면을 만들어 냅니다.
빛과 안개를 잘 활용해서 멋진 화면을 만들어 냅니다.

 

배경을 둘러봤으니, 이제 조금 더 세세한 부분을 살펴보도록 하죠. 이 게임의 시각적인 디테일은 정말 놀라울 정도입니다. 마을에 부는 흙먼지, 강가에 내려앉은 짙은 안개, 숲속에서 흩날리는 나뭇잎, 그 위로 비치는 은은한 햇살. 이 모든 것이 합쳐져서 현실적인 느낌과 몽환적인 느낌을 동시에 받는 독특한 경험을 하게 됩니다. 어디를 가도 감탄이 나올 정도로요. 또한, 눈이나 진흙 위를 걸을 때 생기는 발자국, 어깨에 조금씩 쌓이는 눈, 바람의 방향에 따라 비가 내리는 방향이 바뀌고, 말의 배설물을 밟을 때 튀는 모습까지. 어떻게 보면 굳이 이런 것까지 구현해야 하나 생각이 들 정도로 사소한 부분까지 신경을 쓴 티가 납니다.

인물 표현 역시 수준급입니다. 주인공을 비롯해서 주요 인물들은 이마와 눈가의 주름, 얼굴의 점과 주근깨까지 자세하게 표현하고 있고, 상황에 따라 달라지는 다양하고도 세밀한 표정 변화로 감정을 효과적으로 표현합니다. 모션 또한 무척이나 자연스러워서 이동하고 앉고 서는 일반적인 동작 뿐 아니라, 특정 이벤트 상황에서 가끔 발생하는 특수한 동작들도 전혀 어색함이 느껴지지 않고 부드럽게 이어집니다. 다만 가끔 버그라고 생각이 드는 모션이 있긴 하지만, 말 그대로 정말 가끔이기 때문에 게임에 몰입하는 데 크게 방해를 받는 일은 없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렇게 멋진 배경과 사소한 부분까지 집착한 디테일과 훌륭한 인물 묘사가 어우러져서 마치 그 시절 미국 서부를 그대로 재현해 놓은 느낌을 받게 되는 것이죠.

 

어떻게 보면 주요 콘텐츠라 할 수 있는 사냥. 곰은 딱 한 번 잡아봤습니다.
어떻게 보면 주요 콘텐츠라 할 수 있는 사냥. 곰은 딱 한 번 잡아봤습니다.

 

  • 모든 것이 촘촘하게 설계된 스토리

저는 게임에서 스토리 보다는 게임 플레이 방식이나 전반적인 시스템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기 때문에, 스토리에 대한 소개는 나중으로 미루는 경향이 있습니다. 실제로 요즘 대부분의 게임들이 제작 과정에서 배경 설정은 중요하게 생각해도 내러티브 자체는 등한시하는 경향이 있기도 하구요. 하지만 락스타 게임즈에서 나오는 작품들은 획기적인 게임 플레이를 시도한다거나 독특한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보다는 월드 구현과 내러티브에 잔뜩 힘을 주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리뷰의 순서를 조금 바꿔봤습니다. GTA 3부터 그래왔듯이, 탁월한 배경 설정과 인상적인 내러티브 그리고 복잡 미묘한 인물 묘사까지. 좋은 스토리에 필요한 모든 요소가 최근에 나오는 다른 AAA급 게임들을 아득히 뛰어넘습니다.

먼저 배경부터 짚어보겠습니다. 게임의 오프닝에서도 소개되듯이 이 작품의 시대적 배경은 1899년과 그 이후로 설정되어 있습니다. 무법자와 총잡이의 시대가 저물고 법의 지배력이 거친 서부까지 확장되던 시기죠. 소수의 갱단은 살아남았지만, 이들 마저 사냥 당하고 쫓기는 신세가 됩니다. 주인공이 속한 갱단도 주요 거점에서 쫓겨난 이후, 살아남아서 훗날을 도모하기 위해 떠도는 신세가 됩니다. 굉장히 흥미로운 배경입니다. 할 이야기가 무궁무진 하거든요. 기본적으로 갱단이 점차 문명화되는 사회에서 살아가는 과정을 메인으로 삼고, 살아남은 갱단과 갱단 사이의 대결과 궁지에 몰린 갱단 내부에서의 갈등을 곁다리로 풀어내면 그 자체로 훌륭한 이야기가 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생존이 걸린 문제다 보니 주인공이 미션을 클리어해야 하는 당위성까지 쉽게 제시할 수 있죠. 굉장한 배경 설정입니다.

 

캠프에서는 직접 요리를 하거나 필요한 도구를 만들 수 있습니다.
캠프에서는 직접 요리를 하거나 필요한 도구를 만들 수 있습니다.

 

다음은 인물입니다. 작품에 등장하는 주요 인물들의 개성이 정말 뛰어난데, 이는 겉모습만 봐도 쉽게 알 수 있습니다. 비슷하게 생긴 미형 캐릭터만 줄 세워 놓는 일부 게임들과는 달리, 무질서를 상징하는 서부의 갱단 답게 입고 있는 옷, 머리와 수염 스타일까지 너무나도 자유 분방하고 억양과 말버릇까지 모두 다르게 설정해서 1시간만 플레이 해봐도 누가 누군지 확실히 알 수 있을 정도입니다. 그렇게 개성이 확고한 인물들이지만, 그 내면을 들여다보면 불확실성이 자리잡고 있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겉으로는 카리스마로 무리를 이끄는 리더지만 그 자신조차도 불확실한 미래를 두려워하고 있고 실패를 거듭하고, 숱한 역경을 거친 백전노장은 지혜롭고 노련해 보이지만 그의 지식은 변화하는 사회에서 더 이상 통하지 않을 때가 많습니다. 영웅적이고 만능적인 인물만 등장하는 게임들과는 달리, 이 게임에는 이중적이고 불확실한 인물들이 등장해서 현실적인 재미를 살리고 있는 셈이죠.

이런 흥미로운 배경과 멋진 인물들을 놓고 이야기를 풀어가는 솜씨 또한 훌륭합니다. 튜토리얼이라 할 수 있는 챕터 1편부터 굉장히 인상적이죠. 현재 갱단이 처해있는 상황과 과거 이야기를 길게 설명하지 않습니다. 눈앞에 닥친 사건을 해결하는 중에 나오는 대사로 추측할 수 있게 해놓았죠. 과거에 이야기에 대해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동시에 게임 플레이가 지루해지지 않게 합니다. 그리고 챕터 2편까지는 각종 사건을 통해 주인공과 주변 인물들의 성격을 묘사하고 앞으로 닥쳐올 위기를 암시한 다음, 3편과 4편을 지나면서 조금씩 사건이 복잡하고 커지면서 긴장감이 한껏 올라가는 구조로 진행됩니다. 일부 미션은 다소 쓸 데 없고 지루한 면이 있긴 하지만, 전체적으로 봤을 때는 서부 갱단이 문명화된 도시에서 겪는 고난을 때로는 웃기게 때로는 슬프게 극적으로 표현해 나가는 것이 이 게임의 특징입니다.

 

1인칭 시점을 지원하긴 하지만, 말을 탈 때는 너무 흔들려서 도저히 쓸 수가 없었습니다.
1인칭 시점을 지원하긴 하지만, 말을 탈 때는 너무 흔들려서 도저히 쓸 수가 없었습니다.

 

  • 폼은 나지만 다소 불편한 게임 플레이

진행 방식은 여느 GTA식 오픈 월드 게임과 비슷합니다. 임무를 받고 이동한 뒤에 전투를 벌이면서 스토리를 진행하고, 메인 미션 중간에는 월드 곳곳에 있는 부가 콘텐츠를 즐기거나 탐험을 떠나는 방식이죠. 전투는 그다지 특별하지는 않습니다. 엄폐 후 라이플이나 리피터를 사용하는 중거리 전투나 샷건이나 리볼버 난사를 이용한 근거리 전투가 핵심이 되죠. 가끔 잠입 처치가 들어가긴 하지만 GTA 5 보다 비중이 조금 늘어났을 뿐 여전히 양념 정도에 그칩니다. 처음에는 이 전투가 제법 괜찮습니다. 볼트 액션(혹은 레버 액션) 특성 때문에 한 발 쏘고 다시 장전하는 매카니즘이 여느 게임과는 달라서 전투 방식에서 다소 신선함을 느낄 수 있고, 다수의 적을 리볼버 난사와 데드 아이를 조합해서 단 번에 제압하는 상황도 굉장히 재밌습니다.

그런데, 그런 전투 방식이 처음부터 끝까지 그대로 이어지다 보니, 나중에 가서는 이게 특별하게 느껴지지 않게 된다는 점이 문제입니다. 메인 미션만 하더라도 넉넉잡아 40시간은 되고, 약간 천천히 진행하면 60시간이나 80시간은 무난히 즐길 수 있는 게임인데 전투 방식의 변화가 없다 보니 어쩔 수 없이 질리게 되겠죠. 또한, 미션에 수반되는 스토리는 매번 다르고 전개를 예측하기 쉽지 않아 재밌지만, 그 미션을 클리어하는 방식은 매번 유사하기 때문에 이런 점이 더욱 심해집니다. 매번 말 타고 가서 총 쏘고 도망가기를 반복하니까요. 미션의 동선이 지저분한 점도 한 몫 거드는데, 심할 경우에는 미션 받으러 가는데 10분, 정해진 장소까지 도착하는데 10분씩 걸릴 때도 있어서 말 타는 장면만 20분씩 봐야할 경우도 있습니다. 마치 GTA 4에서 봤던 단점을 그대로 보는 느낌입니다.

 

서부극의 로망이 넘쳐 흐르는 멋진 사격 시스템.
서부극의 로망이 넘쳐 흐르는 멋진 사격 시스템.

 

이번 작품에서도 GTA 3 산안드레스에서 선보였던 육성 시스템을 변형해서 사용하고 있습니다. 스테이터스를 체력, 기력, 데드 아이로 나누고, 특정 행동을 하면 거기에 해당하는 능력이 올라가는 방식이죠. 사냥 같은 부가 활동을 많이 할수록 빨리 올라가게 되는데, 사실 지난 번 스파이더맨 리뷰에서 부가 활동과 능력치 연계를 비판한 적이 있었습니다. 근데 이 게임에서는 그런 걱정을 할 필요가 없는게, 꼭 부가 활동만으로 능력치를 올리는 것도 아닐 뿐더러, 사냥 같은 부가 활동의 퀄리티가 꽤 괜찮기 때문입니다. 동물의 흔적을 찾아서 다가간 뒤, 바람이 부는 방향을 보고 자신의 냄새를 숨기고, 휘파람으로 동물의 고개를 들게 만든 뒤에 깔끔한 헤드샷으로 완벽한 가죽을 얻는 과정이 다소 까다로우면서도 긴장감 있게 흘러갑니다. 전설 등급 포식 동물을 잡을 때는 메인 미션보다 더 재밌기도 하죠.

게임 플레이 부분에서 아쉬운 것은 역시 편의성입니다. 앞에서도 말씀드렸듯이, 지나치게 현실성을 중시하다 보니 여러가지 불편한 점이 존재하거든요. 예를 들어서, 도시에서 멀리 떨어진 산 속 내리막 길에서 말을 타고 가다가 돌뿌리에 걸려서 심하게 넘어지는 바람에 말이 다쳤습니다. 마침 말 소생제도 없어요. 이러면 정말 골치가 아파집니다. 누가 말을 타고 가는 걸 기다려서 뺏거나 도시까지 걸어가야 하죠. 마차를 볼 때는 실제 자동차 운전하듯이 뒷바퀴가 어디 걸리는지 조심해야 하는데, 바위 같은데 잘못 부딪히면 바퀴가 부서져서 낭패를 보게 됩니다. 빠른 이동이 없다 보니 의미없이 이동에 보내는 시간이 너무 많기도 하구요. 역마차를 타러 가는 데만 5분씩 걸리기도 합니다. 다소 무난한 게임 플레이에 이런 불편한 점까지 존재하기 때문에, 지겹고 불편하다고 느끼는 경우가 제법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조연급 인물들의 묘사와 연기도 매우 훌륭합니다.
조연급 인물들의 묘사와 연기도 매우 훌륭합니다.

 

 

 

  • 텅 빈 것 같지만 탐험심을 자극하는 세계

레드 데드 리뎀션 2의 월드는 굉장히 넓습니다. 하지만 시대적 배경이 1890년대 미국 서부다 보니, GTA 시리즈와는 달리 건물을 많이 채워 넣을 수 없습니다. 게임에서 말을 타고 한참을 달려도 아까 본 듯한 비슷한 경치들이 계속 나옵니다. 제작진들도 이 부분을 염려했는지, 넓고 황량한 공간 속에 최대한 여러 콘텐츠를 배치하려고 노력한 흔적이 엿보입니다. 그 중 하나가 랜덤 인카운트입니다. 길을 다니다 보면 도움이 필요한 행인을 만나기도 하고 경쟁 관계에 있는 갱단에게 공격을 받는 등 다양한 상황을 겪게 되는데, 이벤트 종류가 다양하지 않고 싱겁게 끝나는 경우가 많기는 해도, 이 때 만나는 인물들의 대사가 가끔 황당하거나 위트 넘치는 경우가 있어서 어느 정도 단조로움을 달래주는 역할은 하게 됩니다.

그리고 GTA 5에도 있었던 괴짜 시스템이 있습니다. 이들은 랜덤으로 나타나지 않고 고정된 지역에서 등장하는데, 괴짜 이벤트에서 발생되는 게임 플레이 자체는 어차피 거기서 거기지만, 이들의 캐릭터나 배경 이야기가 상당히 흥미로운 편입니다. 예를 들어, 길 가다가 만난 불쌍한 노인을 도와주다가 우연히 이 노인이 과거에 굉장히 반인륜적인 범죄를 저지르며 부를 쌓았던 것을 알게 되고, 아직도 그 시절을 그리워하며 헤어나오지 못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 플레이어가 묘한 감정을 느끼게끔 이벤트를 만들어 놨죠. 그 밖에도 사냥, 낚시, 채집, 미니 게임 등 필드나 마을에서 즐길 수 있는 콘텐츠를 많이 배치했고, 그 중에는 꽤 오래 즐길 만한 것도 있습니다.

이런 크고 작은 즐길 거리들이 모여 있기 때문에 탐험하는 재미가 있습니다. 어쩌면 탐험 자체를 핵심 콘텐츠로 봐도 될 정도로요. 아까도 말씀드렸 듯이 메인 미션의 스토리는 정말 대단하지만, 비슷한 플레이 방식 때문에 이것만 반복하면 조금 지겨울 수도 있습니다. 그럴 때 저는 미션은 잠시 잊어버리고 아무 방향으로나 훌쩍 떠나버렸습니다. 여행을 하는 거죠. 가다가 곤경에 처한 사람을 구해주기도 하고, 돈이 떨어지면 복면 쓰고 마차도 털어보고, 배고프면 사슴 잡아다가 캠프 차려서 구워 먹기도 하고, 밤 중에 노상 강도한테 쫓기기도 하는 식으로요. 다양한 콘텐츠 덕분에 별다른 목적없이 떠돌아 다니기만 해도 특별한 경험을 할 수 있도록 세심하게 디자인된 게임입니다.

 

물고기의 종류에 따라 미끼 선정을 잘 해야하는 낚시 시스템.
물고기의 종류에 따라 미끼 선정을 잘 해야하는 낚시 시스템.

 

 

  • 마치며

저는 게임에 점수를 매기는 것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만약 이 게임에 점수를 매기라고 하면 다른 해외 언론들과는 달리 10점을 남발하지는 못하겠습니다. 이 게임에도 분명 아쉬운 점이 있거든요. 게임 초기에 아직 시스템을 이해못하고 멀리 여행 갔다가 말이 죽어버려서 정말 많이 걸었습니다. 게다가 걸음도 느리게 설정되어 있고 반응도 좀 답답해요. 중간에 말을 훔치지 않았다면 아마 1시간 넘게 걸어서 집에 도착했겠죠. 그 밖에도 지나치게 현실적인 부분 때문에 ‘굳이? 이렇게 까지? 이게 수동으로? 거기까지 걸어서?’ 라고 느낀 경우가 많았습니다. 현실성에 대한 제작진의 고집이 과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하지만 그 지독한 현실성 때문에, 어느새 게임 안의 가짜 세상에 몰입하고 있는 저를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정말 생고생해서 키운 갱단이 위기에 처할 때, 현상 수배범에게 둘러 쌓여서 도망갈까 리볼버를 꺼낼까 고민할 때, 어느새 패드를 꼭 붙잡고 있더군요. 그 때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 이 불편함을 고집하는 이유가 있구나.” 어쩌면 제작진은 자신들이 만든 세계를 더욱 진짜처럼 느껴지도록, 아무도 신경도 안 쓸 그런 부분까지 공을 들여서 구현해 놓은 것이 아닐까요? 그들의 진심은 알 수 없지만, 아무튼 다른 게임에서는 느끼지 못할 특별한 경험을 할 수 있는 것만큼은 분명합니다.

그래서 다소 불편함이 있더라도 이 게임은 훌륭합니다. 완벽에 가까운 오픈 월드, 강렬한 인상을 남기는 스토리, 잊혀지지 않는 캐릭터들, 넘치는 콘텐츠와 넉넉한 플레이 타임까지. 락스타 게임즈의 현실성에 대한 고집은 GTA 5에 이어 또 한번 걸작을 만들어 냈습니다. 손에는 리볼버, 등에는 라이플, 말을 타고 해가 지고 있는 서부로 한번 떠나보세요. 그곳에서 분명 잊지 못할 경험을 하게 되실 겁니다.

 

 

시대의 변화 속에서 자유와 희망를 찾는 갱단의 모습이 매우 인상적이었습니다.
시대의 변화 속에서 자유와 희망를 찾는 갱단의 모습이 매우 인상적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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