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비싸고 재미없다! 오드월드 소울스톰! 리뷰 (ODDWORLD: SOULSTORM) (PC/에픽)

  • 입력 2021.04.14 12:27
  • 수정 2021.04.14 16:41
  • 기자명 캡틴베어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 시리즈 명작이라던데!

 

제목은 조금 과장을 해서 적긴 했습니다. 하지만 결국 제가 오드월드 소울스톰에 대해 느낀 전반적인 인상을 압축해서 단 한마디로 말하면 결과적으로 별로 재미없는데 비싸기까지 하다로 수렴이 가능합니다. 물론 리뷰라는걸 재미없고 비싸요만 반복하면 그만큼 성의 없는 리뷰어는 없을 테니 구체적으로 어떤 부분이 불만이었는지 차곡차곡 풀어서 이야기할 테지만, 어차피 기왕 그렇게 말할 거니까 탁 터놓고 가자는 거죠.

 

그리고 나름 100여 개의 게임을 리뷰 해 온 제가 유난히 서문에서부터 혀가 길어진 이유도 있습니다. 왜냐면 오드월드 소울 스톰의 전작, 그러니까 오드월드 1이 상당한 호평을 받는, 명작 어드벤쳐 게임으로 자주 언급되는 게임이기 때문이죠. 그러니까 이름 붙이자면 라오어 2 딜레마상황입니다. 내가 하기엔 분명 별로인 거 같은데, 전작의 명성이 워낙 떨쳐 있으니 오히려 내 입맛을 의심하게 되는 경우지요.

 

평이 좋은 시리즈의 게임을 혹평한다는 건 상당한 용기가 필요합니다. 마치 음악 평론가가 BTS의 신곡을 혹평하는 리뷰를 내기 전 기분일 겁니다. 물론 전 BTS는 좋아하지만요.

 

하지만 역시 과거 (게임인을 제외한 ᄒ) 무수한 웹진들이 호평했다가 차후에 오히려 호되게 욕을 먹었던 라스트 오브 어스 2 때의 일화를 돌이켜 봐도, 역시 리뷰 제1의 가치는 솔직한 감상이 아닐까! 하는 식으로 밑밥을 넉넉히 깔며 들어가 보겠습니다.

 

오드월드! 흥 쳇!

그거 뭐! 그렇게 재밌지도 않더만!

 

 

 

 

수준 높은 인게임 컷씬,

흥미진진한 스토리,

하지만 그것이 게임을 위한 것은 아니다.

 

오드월드의 스토리는 흥미진진합니다. 역사상 단 한 번도 이겨본 적 없는 종족인 주인공 에입이 자신들의 지배 계층인 종족들에게서 도망친 이후의 스토리입니다. 기관총과 하늘을 나는 비공정을 앞세운 병력이 에입과 동료들을 추격하고, 도망친 노예 종족은 목숨을 부지하기 위해 쉴 틈 없이 뛰어야만 합니다!

여기에 에입은 전작에서의 활약으로 이 종족의 지도자 역할까지 맡게 됩니다. 이건 에입이 원한 책무가 아닙니다. 하지만 커다란 힘엔 큰 책임이 따르듯, 이미 종족의 영웅이 된 그에겐 일족의 앞길을 개척해야 할 사명이 부여됩니다. 도망치다 적에게 당해서 죽어가는 동족, 에입은 처음 보는 그 역시 에입을 알아보고 식어가는 손을 건네며 마치 그를 성서 속 구원자라도 된 듯 말합니다. 죽기 전에 에입을 볼 수 있어 다행이라는 듯 말이죠.

소심한 에입에겐 너무나도 큰 사명이지만, 그는 아마도.

 

대충 그런 스토리입니다.

무려 한 종족의 생존과 주인공 개인의 각성이 동시에 달려있습니다. 스케일도 상당히 큰 데다 흥미진진한 구석도 있습니다. 과연 명작이라고 칭해지기에 부족함 없는 진지함과 비장함이 녹아있습니다.

인게임 컨 신들로 등장하는 3D 그래픽 기반의 애니메이션도 아주 훌륭한 수준입니다. 그냥 게임이라서 봐주는 정도가 아니라, 따로 떼어내서 극장 상영용 애니메이션을 만들어도 될 수준의 퀄리티가 나옵니다. 컷 신의 퀄리티는 가히 업계 최고급이라 칭해도 다른 게임들에 아주 큰 실례는 아닐 겁니다.

다만, 그것이 게임과 어우러지진 않습니다.

 

오드 월드 소울 스톰의 스토리 텔링, ‘전달 방식을 보자면 거의 형편없는 수준입니다. 곰곰이 생각해 보면, 이미 수십 년 전 나왔던 헤일로 시리즈의 전달 방식이 훨씬 세련되었다 느껴질 정도입니다. 예를 들어, 역시 컷 신을 통해 스토리 전달을 하고, 플랫포머 장르 게임이기도 한 Ori 오리 시리즈만 보아도 차이가 납니다.

오리와 도깨비불을 플레이해 보면, 그 특유의 자연스러운 컷 신과 인게임의 전환 연출에 감탄하게 됩니다. 모든 컷 신은 아주 부드럽게 게임 속에 녹아 들어있고, 이것이 컷 신 이란 것 자체도 의식하지 않으면 잊힐 정도로 자연스럽게 진행됩니다.

 

하지만 오드월드 소울 스톰의 컷 장면은 그 자체는 훌륭할지언정, 게임과 완벽하게 분리된 별개의 영상들처럼 느껴집니다. 오히려 이런 게임에 이런 영상들이 붙어있다는 것이 조금 이질감이 느껴질 지경입니다. 아니, 오히려 본격적인 게임 플레이는 컷 신으로 형성된 몰입감을 헤치기까지 합니다!

 

 

 

 

 

어쩐지 여유로운 퍼즐 게임,

이거 심각한 상황인 거 맞지?

 

아주 극박하게 흘러가는 스토리지만, 막상 플레이어가 경험하게 되는 스테이지 하나하나엔 긴장감이 거의 없습니다. 이건 참 여러 이유에서 그런데요, 우선은 퍼즐 요소 때문입니다.

주인공 에입을 위험한 지역을 통과 시켜야 하는 콘셉이 많은 게임인데, 그 통과 방식은 엄밀히 따져보자면 퍼즐 게임에 가까운 경우가 많습니다. 물론 여타 퍼즐들과 다른 점은 퍼즐 풀이에 실패하면 적들이 바로 주인공에게 총을 갈겨댄단 사실이죠.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예 종족이 목숨을 걸고 도망친다는 분위기에 합당한 수준의 긴장감이나 몰입감이 느껴지진 않습니다.

 

하나는 주인공의 태도 때문일 겁니다. 정확힌 모션이라고 해야 할까요, 에입의 캐릭터 모델은 시종일관 어떤 상황에서든 살짝 장난스러운 분위기를 냅니다. 적들의 눈을 피해 발 뒤꿈치를 들고 손을 좀비처럼 뻗은 채 살금살금 걷는 모션은 디즈니 어린이 애니메이션의 그것이고, 지뢰 제거를 할 때는 두더지 잡기 모션이며, 각종 투척 물을 사용할 땐 유튜브에서 한때 유행했던 던질까 말까가 생각나는 모양새죠. 이런 주인공의 태도가 묘하게 열이 받습니다. 속으로 생각하게 되죠. ‘이 자식, 지금 진지한 거 맞지?’ 하고요.

적들의 리액션 역시 마찬가집니다. 충격 지뢰를 밟은 적들은 마치 워너 브라더스 애니메이션의 코요테처럼 양 눈이 빙글뱅글 돌아가고 머리 위에 삐약삐약 병아리를 띄우고 흐느적대며 쓰러집니다. 이런 모션들을 반복해서 보다 보면 사람이 진지해질 수가 없습니다.

 

물론 이런 디테일은 어쩌면 문화권의 차이, 혹은 동/서양의 차이, 혹은 취향의 차이일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전 종족의 생존을 걸고 역사상 단 한 번도 패배한 적 없는 종족의 압제를 피해 목숨을 걸고 도망치는 상황인데 장난스러운 묘사가 잔뜩 있어도 어떤 사람들은 몰입에 지장이 없을 수 있겠죠. 저는 좀 별로였습니다.

 

퍼즐 플레이 그 자체도 문제입니다.

분명 컷 신의 스토리에선 지금 당장 몇 분 안에 이 지역에서 탈출하지 못하면 몰살이 될 것 같은 분위기를 잔뜩 조성하는데, 실제 플레이에 들어가면 퍼즐과 퍼즐이 이어지는 구간마다 십분, 까다로운 부분에선 이 십 분 삼십 분씩 머리를 싸매고 고민하며, 지뢰를 제거한다던가 해야 하거든요.

분명 긴장감 넘치게 게임 플레이를 시작했다 해도, 이런 루즈한 플레이를 계속하다 보면 있던 긴장감도 사르르 녹더라고요. 그 순간 몰입은 깨지고 말이죠!

엇비슷한 구간의 반복 등장, 참신하다기보다는 쓸데없는 콘트롤 요소와 변수로 그저 까다롭게느껴지는 퍼즐들은 그 자체로도 그다지 즐길 거리가 되진 못했습니다. 내 머릿속에선 순식간에 공략이 완료되었는데, 실행이 미묘한 변수로 계속해서 실패한다면 이건 딱히 즐거운 퍼즐 게임도, 그렇다고 컨트롤로 모든 걸 해결할 수 있는 액션 플랫포머도 아닌 어중간한 그 무언가처럼 느껴질 뿐입니다.

 

 

 

 

 

버그까지 있습니다!

 

생각해 보면 사이버 펑크 2077은 굉장히 양반이었습니다.

플레이 자체는 재미있었고, 버그들이 심각하게 있었을지언정, 그것이 절묘하게도 스토리를 진행하는 데 걸림돌은 되지 않았거든요.

물론 제 주인공은 대머리 버그에 걸려서 진지한 대사를 말하는 와중에 대머리인 채 였고, 주인공 동료의 차는 유령처럼 주인공을 통과해 갔으며, 키아누 리브스는 허공에 담배를 몇 개나 염동력으로 띄운 채로 저와 대화를 하긴 했었지만 말이죠.

 

오드월드 소울스톰에서 제가 경험한 버그는 훨씬 질이 나쁜 쪽이었습니다. 게임 진행이 불가능해지는 버그였거든요!

 

어떠한 한 구간에서 바닥에 죽창 같은 가시들이 굉장히 많이 꽂혀있는 구간이 있었는데, 도무지 이 구간의 파훼법을 모르겠는 겁니다. 어떠한 방법을 써 봐도 주인공 캐릭터는 힘없이 죽창의 무더기에서 죽어가기를 몇 번이나 반복했습니다. 수십 분의 시간 동안 아무리 머리를 굴려봐도 도저히 답이 없다 내린 전 웹 서핑을 통해서, 그것이 공략이 힘든 구간이 아닌, 죽창 위에 있어야 하는 발판들이 사라진 버그에 걸린 것이란 걸 알게 되었죠.

죽창들을 피해 발판에서 발판으로 오가며 생존해야 하는 구간인데, 이 발판이 버그로 사라진 상태인 겁니다. 이 버그는 게임을 종료하고 다시 키거나, 삭제하고 다시 깔아도 전혀 나아지지 않았고, 결국 세이브 파일을 완전히 지우는 데이터 초기화를 한 뒤에나 괜찮아졌습니다. 그래서 전 그 구간 이전의 플레이를 완벽하게 다시 한번 되풀이하는 수밖에 없었죠! 버그 자체도 악질인데, 해결법은 더욱더 악질인 터라 참 별로였습니다.

 

 

 

 

예 뭐,

51천 원입니다.

 

오드 월드 소울 스톰 (ODD WORLD: SOUL STORM)이 저퀄리티의 게임이란 것은 아닙니다. 영 못 써먹을 게임이란 소리도 아닙니다. 인게임 그래픽도 상당히 신경은 쓴 것 같았고, 컷 장면의 경우는 아주 훌륭하죠. 게임 내부의 요소들도 오히려 망작보단 웰메이드에 가깝습니다. 퍼즐과 액션의 혼합 비율이나 게임 내부의 연출방식도 제 마음에만 들지 않을 뿐 어느 정도 호불호의 영역이라고 보는 게 합당한 판단일지 모릅니다.

 

하지만 게임의 퀄리티를 떠나서, 제가 하기엔 그다지 재미가 없더라고요.

 

더군다나 5만천 원입니다.

이 신작 게임을 바로 구매하는 것보단, 우리의 결제를 기다리는 많은 다른 게임들부터 둘러보고 와도 크게 잘못된 선택을 하시는 건 아닐 듯합니다.

 

 

개의 댓글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