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일에 낮잠을 잔 듯, 감성 자극 힐링 게임. PC '코지 그로브' 리뷰

  • 입력 2021.04.20 11:45
  • 기자명 더키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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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자고 하는 게임이지만, 어느 순간 필연적으로 시간과 노력을 쏟아부어야 하는 때가 온다. '래더' '승급전' '레이드' '템렙업' '장비 강화' '업적' 등 그 방식에는 장르마다 차이가 있지만, 어쨌든 '재미' 그 이상의 것을 느끼게 되는 구간을 피할 수 없다. '게임은 쉬려고 하는데 왜 스트레스를 받아?' 일반인들은 이해하지 못한다. 하지만, 적어도 '게이머'라는 타이틀을 붙이는 사람이라면 '이 과정을 극복하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힐링이다' 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힐링'이란 단어 그대로 쉬고 치유하는 것이다. 하지만 게임을 통한 '힐링'에는 게이머마다 조금씩 차이가 있다. 현실의 삶이 극도로 고통스러운 사람들은 오히려 자신을 더욱 고통스럽게 만드는 방법 '딜링'을 선택하기도 한다. 하드코어 게이머라면 게임 중에서도 공략이 복잡하고, 극도의 피지컬을 요구하는 게임만 골라가며 자신을 몰아붙이기도 한다. 나 또한 8시간 이상의 레이드를 통해 지친 몸과 마음을 치유하곤 한다. 일반인들은 8시간 동안 앉아서 모니터를 쳐다보는 걸 이해하지 못하겠지만 말이다.

작년, 내가 보기엔 정말 별거 아닌 것처럼 보이는 게임 하나가 아이와 어른들의 마음에 불을 지핀 적이 있었다. 이 게임 하나 때문에 난리가 났었다. 바로 '동물의 숲'이다. 당시엔 '닌텐도 스위치'를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만큼 어려웠는데, 운 좋게 '닌텐도 스위치 동물의 숲 에디션'을 구한 친구의 집에서 그 게임을 플레이했던 적이 있다. 내 입장에서는 '아무것도 안 하는' 이 게임에 사람들이 왜 그렇게 열광하는지, 도대체 어떤 재미가 숨어있는지 궁금했다.

 

동물의 숲을 처음 했을 때, 친구에게 했던 첫 번째 질문은 "이거 레벨은 어디서 보냐?" 였다. 친구는 곧 '내가 너 그럴 줄 알았다'라는 표정을 지으며, "동물의 숲은 그런 게임이 아니야" 라고 말했다. 당연하다시피 레벨업과 장비부터 살폈던 나는 졸지에 '겜알못, 동알못'이 되어버렸다. '뚜렷한 목적도 없고, 그저 맵을 돌아다니면서 나무를 흔들고, 곤충이나 잡는 게 뭔 게임이냐' 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많은 사람이 이 게임 특유의 목적 없음과 잔잔함, 밋밋함에서 나오는 은은한 재미에 끌렸다. 사실, 이 그들에게는 '닌텐도 스위치'를 가지고 있다는 것 자체가 힐링이었을지도 모른다.

 

이번에 리뷰할 게임은 바로 이 '동물의 숲' 과 많이 닮은 게임이다. 게임의 타이틀은 '코지 그로브'. '힐링'을 목적으로 한 라이프 시뮬레이션 게임이다. 이미 모바일과 '스위치' 플랫폼에서 출시되어 많은 게이머를 치유한 게임이 이번엔 스팀으로 출시됐다. 게임 설명에 있는 '짬이 날 때마다' '수개월 동안 지속되는 이야기' 라는 게 과연 어떤 뜻을 담고 있는지 알아볼까 한다. 

주인공은 유령들을 볼 수 있고, 다양한 형태의 정령과 소통할 수 있는 '영혼 스카우트'다. 게임 타이틀 '코지 글로브'는 게임의 무대가 되는 섬의 이름이다. '코지 글로브'에는 다양한 형태의 영혼과 정령들이 머물고 있는데, 대부분은 '상처받은 영혼'들이다. 플레이어는 이 영혼들의 이야기를 들어보고, 또 도와주기 위해 '파견'된 셈이다.

 

먼저 만나는 NPC는 '불꽃이'라는 모닥불이다. 시작 지점이자 베이스캠프인 '텐트'에서 만날 수 있는 '불꽃이'는 메인 스토리를 진행하고, 다음 챕터로 넘어갈 때 꼭 필요한 핵심 퀘스트 NPC 역할을 한다. '불꽃이'와 대화를 하면 다양한 선택지를 볼 수 있다. 텐트를 업그레이드 할 수 있고, 특정한 아이템을 제작하거나 저장, 그리고 현재까지의 게임 진행도를 확인해 볼 수도 있다. 

'코지 그로브'에서 만나게 되는 정령 NPC는 '곰'과 비슷한 모습을 하고 있다. 이 '곰'에게 말을 걸면 앞뒤가 맞지 않게 엉뚱한 이야기부터 풀어놓는다. 선택지를 두고 고민할 필요는 없다. 그들의 부탁을 들어주면 조금씩 이야기를 확인할 수 있고, 또 약간의 보상을 받을 수 있다. 플레이어가 받게 되는 퀘스트의 종류는 다양하다. 특정 아이템을 만들거나, 숨겨진 아이템을 찾거나, 낚시를 통해 특정 등급 이상의 물고기를 잡는 것이다.

 

퀘스트를 완료하면 NPC와 친밀도가 조금씩 오르고, 주변의 맵은 알록달록한 색으로 물든다. 이렇게 색이 입혀져야만 반응하는 오브젝트들도 여럿 있으니, 이 범위를 확인하는 정도의 노력은 필요하다. '곰'들의 부탁을 들어주면, 핵심 스토리 퀘스트를 진행할 수 있는 '영혼 나무'를 얻을 수 있다. 이 '영혼 나무'는 '코지 그로브'의 이야기를 계속 확인할 수 있는 아이템이다.

 

이 '영혼 나무'를 '불꽃이'에게 가져다주면, '코지 그로브'에 많은 영혼이 새롭게 깨어난다. 다양한 형태의 '곰'이 등장한다는 뜻이다. 황량하던 섬에는 점차 다양한 정령들이 모여들게 되고, 또 다양한 색을 되찾아 간다. 굳이 게임의 목적이라고 한다면, '곰'의 이야기를 들어주면서 '코지 그로브'에 활기를 불어넣는 것이다. 게임에서 얻는 아이템을 조합하고, 레시피를 배워서 '코지 그로브'를 좀 더 활기차게 가꾸는 것이 이 게임의 핵심이다. 

'코지 그로브'에 늘어나는 '곰' NPC는 다양한 역할을 한다. 다양한 물건을 팔기도 하고, 또 특별 아이템을 제작해주기도 한다. 섬에서 얻는 다양한 아이템을 수집품 목록에 등록할 수도 있다. 그냥 등장해서 퀘스트만 던져주는 것이 아니다. 플레이어가 게임에 조금씩 적응하고, 섬에서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코지 그로브'는 '동물의 숲'과 '굶지마'와 많이 닮아있다. 게임의 진행 방식도 비슷하다. 조작은 마우스만으로도 간단하게 할 수 있다. 모든 오브젝트는 단순 클릭만으로도 상호작용할 수 있는 만큼 '난이도'를 따질만한 게임이 아니다. 힐링 라이프 시뮬레이션이라고는 하지만, 사실은 '숨은그림찾기'에 더 가깝다.

 

퀘스트의 대부분이 특정 물건의 개수를 채우는 것인데, '코지 그로브' 섬을 돌아다니다 보면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어떤 몬스터를 잡아야 한다거나, 퍼즐을 풀어야 하는 과정도 없다. 그나마 복잡한 과정이라고 한다면, '불꽃이'를 통해 아이템을 변환한다거나, 레시피를 배워 새롭게 제작한다거나, 특정 등급의 물고기가 나올 때까지 낚시를 하는 것이다. 

'코지 그로브'에서의 '힐링'은 바로 '친절함'이다. 게임이 너무 친절하다 보니, 플레이하는 입장에서는 스트레스받을 일이 거의 없다. 아이템 찾기는 '어디에 있을 거야' 혹은 '어떻게 만들면 될 거야' 라고 친절하게 설명까지 해준다. 이렇게까지 도와주는데도 아이템을 찾지 못하면, NPC를 찾아가 힌트를 얻을 수도 있다. 굳이 어려운 일을 꼽자면, 희귀한 등급의 물고기가 잘 낚이지 않는다는 것 정도다.

 

게이머는 그저 '코지 그로브'의 귀여운 정령과 이야기를 나누고, 조개껍데기를 줍고, 다양한 장식품들을 곳곳에 꾸미기만 하면 된다. 뭔가 목표가 수치가 있고, 분기마다 해야 할 일이 정해진 게임과는 전혀 다르다. 말 그대로 '아무것도 하지 않고 돌아만 다녀도 되는 게임'이다.

그래도 의지의 한국 게이머라면 '뭐 빚이라도 갚아야 되는 거 아니야? 일단 빨리 돈부터 벌고, 장비를 만들어보자'라는 생각을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코지 그로브'에서는 이처럼 게이머들이 조급함을 느끼게 하는 과정마저도 과감하게 덜어냈다. 여기에서는 모바일 게임과 비슷하다. 

 

바로 오늘 주어진 퀘스트를 모두 클리어했다면, 더 진행은 없다. 할당량이 정해져 있다. 물론, 낚시와 채집, 조개껍데기를 줍는 것은 할 수 있지만, '곰' 들이 퀘스트를 주지 않는다. '불꽃이'를 찾아가도 '오늘은 할 게 없어. 내일 다시 찾아와'라며 게이머를 돌려보낸다. 성질이 급한 게이머라면 '코지 그로브'의 규칙에 쉽게 적응하지 못할 것이다. 게임은 하루에 한 10분 정도만 플레이하면 다 끝이 난다.

 

담백함. 밋밋함. 심심함에서도 은은하게 퍼져나오는 재미가 있다. 나는 잘 모르겠지만, 그렇다고들 한다. 그 맛을 느낄 수 있는 게이머에게 '코지 글로브'는 '힐링'이 되겠지만, 맹물처럼 아무것도 느끼지 못하는 게이머도 있을 것이다. 굳이 길게 설명하지 않아도 '동물의 숲'에서 자신의 취향을 알 수 있을 것이다.

 

모바일이나 '스위치' 플랫폼이라면 '잠깐 가볍게 즐길만한 게임'이라고 소개하겠지만, 사실 많은 게이머가 PC플랫폼에서 기대하는 게임은 이런 장르가 아니다. 이 감성을 PC에서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는지 잘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목적 없이 이곳저곳 돌아다니는 것을 그저 '시간 낭비'라고 생각한다면, 과감하게 다른 게임을 알아보는 게 더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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