밸런 원더월드(Balan Wonderworld), 소닉의 아버지는 그동안 어디 계셨나요?
밸런 원더월드(Balan Wonderworld), 소닉의 아버지는 그동안 어디 계셨나요?
  • 진병훈
  • 승인 2021.03.29 12: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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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퀘어 에닉스’의 브랜드를 걸고 나왔다는 점, 거기에 소닉의 아버지로 불리는 ‘나카 유지’가 직접 디렉터를 맡았고, 소닉의 디자인을 담당했던 ‘오시마 나오토’가 캐릭터 디자이너로 참여했다는 내용만으로도 ‘밸런 원더월드(Balan Wonderworld)’는 꽤 기대작으로 불릴 만하다. 하지만 소리소문 없이 등장한 이 게임은 이미 무료 체험판이 모든 플랫폼으로 선보인 바 있었고, 정식 출시가 이루어지기까지 별다른 평가도 전무한 상태다. ‘슈퍼 마리오’나 ‘크래쉬 밴디쿳’ 시리즈의 클래식한 버전을 플레이하는 것처럼 게임이 매우 평이하고, 심심한 구석이 있어서 정식 출시 전부터 외면 받은 것으로 보인다.

이 게임에 가장 근접해 보이는 작품이라면 ‘슈퍼 마리오 64’가 될 텐데 시계를 거꾸로 돌린 듯한 고전적인 플레이 스타일이 단점이라고 할 수 있다. 새로울 것 없는 레벨 디자인과 성의 없는 판정 효과 탓에 플랫폼 게임의 장점을 느끼기도 힘들다. 유아틱한 그래픽과 연출로 봐서는 저연령층을 노린 것 같지만, 현 시대의 게이머들에게 환영 받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다만 뮤지컬 무대를 콘셉트로 잡았다는 점 덕분에 오리지널 사운드트랙은 괜찮은 편이다. 유튜버로 시작해 메이저까지 데뷔한 피아노 연주자가 참여했으니 그 의미가 크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 게임은 플레이를 하면 할수록 허술해 보이고, 심지어 낡아 보이기까지 한 경우도 있어서 난감한 경우가 많았다. 안타깝게도 단점보다는 장점을 찾는 게 더 어려울 지경이었다.

먼저 이 게임을 좋아할 만한 사람을 찾아 보자면, 느긋하게 수집을 즐기는 유형일 것이다. 기본적으로 플랫폼을 건너 뛰어다니면서 빛나는 객체를 수집하는 것인데 주요 목표는 황금색으로 된 밸런 조각상을 찾아내는 것이다. 게이머가 밸런의 조각상을 모두 수집하려면 이른바 적절한 ‘의상’을 갈아입으면서 진행해야 한다. ‘토끼’ 의상으로 갈아입어서 더 높게 점프하거나, ‘늑대’ 의상으로 갈아입어서 블록을 파괴하는 경우다. 게임에서는 ‘의상’으로 개념을 정했지만, 캐릭터의 성격 자체가 바뀌는 것과 마찬가지다. ‘귀염 드래곤’은 입에서 불꽃을 발사하지만, 점프를 할 수 없기 때문에 ‘토끼’나 ‘용수철 꽃’으로 갈아입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제 각 스테이지에 숨어 있는 밸런의 조각상을 수집하려면 게임을 어떻게 구성해야 할까? 머릿속에서는 불꽃을 발사하는 ‘귀염 드래곤’이 점프를 해야 할 위기에 처이고, 곧장 ‘토끼’로 변신하려고 하지만, 버튼을 잘못 누른 탓에 게임오버가 되는 경우가 떠오를 것이다. 하지만 이 게임에서 ‘위기’는 좀처럼 찾아오지 않는다. 단일 버튼, 그러니까 XBOX 패드 기준으로 A, B, X, Y 어느 버튼을 눌러도 적용은 똑같다. 그 어떤 버튼을 눌러도 점프를 하거나 불꽃을 발사한다. 그만큼 단순 명료한 컨트롤을 지향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오히려 게임이 순진해졌고, 결과적으로 매우 심심해졌다. 게이머가 버튼을 번갈아가며 누르는 그런 흥미진진한 전개를 이 게임은 아예 거부하고 있다.

무료 체험판에서는 블록을 파괴하는 ‘늑대’와 더 높은 곳으로 점프해서 움직일 수 있는 ‘용수철 꽃’, 블록을 밀고 나오게 하는 ‘땅돼지’, 불꽃을 발사하는 ‘귀염 드래곤’ 등 플랫폼 게임에서 전제하는 아주 기본적인 콘셉트만을 보여줬다. 정식 버전에서는 더 신선하고, 개성 있는 의상을 기대했지만, 일부 의상은 기능이 겹치는 부분도 있었다. 무료 체험판은 일종의 튜토리얼 버전으로 느껴졌기 때문에 더 많은 의상이 등장하는 정식 버전은 많이 다를 것으로 믿었다.

하지만 버튼이 단일화된 것처럼, 의상을 갈아입는 액션 자체가 주는 의미가 그리 크지 않다. 적 객체나 보스에 의해 피격을 받으면 입고 있는 의상이 하나씩 제거되는데 총 3개의 의상만을 입을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나름대로 괜찮은 설정이라고 할 수 있다. 각 스테이지에는 누적된 의상을 갈아입을 수 있도록 체크포인트 지점도 열어 놓았기 때문에 게이머가 일종의 ‘설계’를 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그런데도 이 게임은 그러한 장점을 살리지 못 하고, 아주 느슨한 전개를 보여준다. 밸런 조각상을 어느 정도 수집해야 다음 스테이지가 잠금 해제되도록 한 것도 그래서 다소 의아한 부분이었다. 아마도 나카 유지는 ‘슈퍼 마리오’나 ‘크래쉬 밴디쿳’ 시리즈처럼 속도전 있는 전개보다는 느긋하게 각 레벨을 즐길 수 있도록 설정한 것으로 보인다.

이 게임은 초반부터 아동용으로 제작됐다는 점을 노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게이머는 왕따 아동 캐릭터 레오와 엠마가 되어서 수수께끼의 사나이 밸런에 의해 이끌려 ‘원더월드’에 오게 됐다. 잃어버린 가치관을 찾기 위해, 더 쉽게 설명해서 ‘소중한 것’을 발견하기 위해 ‘이상한 나라의 레오와 엠마’가 된 것이다. 잘 관찰해 보면 이 게임에서 레오와 엠마를 제외하면 모든 캐릭터들이 가만히 있지를 않는다. 게이머가 지나갈 때마다 적 객체나 NPC 등이 촌스러운 율동을 보여주고, 어떤 보스는 대놓고 흐물흐물 춤을 추기도 한다. 보스를 클리어할 때마다 마치 디즈니식의 뮤지컬을 보는 듯한 음악과 연출이 보여지는데 개인적으로는 괜찮은 편이었다. 앞서 잠깐 언급한 것처럼 이 게임의 사운드트랙은 들어줄 만한 가치가 있다.

그렇다면 나카 유지가 이런 식의 게임을 개발한 이유에 대해 어느 정도 설득될 수 있다. 어느 스테이지를 가더라도 생명과 감정이 있는 것처럼 모든 객체가 가만히 있지를 않기 때문에 역동적인 흐름을 느낄 수 있다. 대부분의 게이머들은 금방 잊겠지만, 레오와 엠마가 감수성 예민한 아동이라는 점을 깨닫고 나면 이 게임이 그리 큰 잘못을 한 것 같지도 않다. 그래서 플랫폼 게임의 대표격으로 떠오르는 ‘슈퍼 마리오’나 ‘크래쉬 밴디쿳’, 최근 작품을 예로 들자면 ‘색보이’나 ‘아스트로봇’ 시리즈와 억지로 비교할 필요도 없다. 게임 자체가 정교한 레벨 디자인과 독창성을 거의 포기하다시피 했기 때문에 게이머가 스스로 기대치를 조절해야 할 것이다.

이 게임의 비밀 스테이지를 보더라도 금방 이해할 수 있다. 타이밍을 노려서 버튼을 누르는 액션 미니 게임인데 보너스 포인트를 얻어가는 ‘크래쉬 밴디쿳’ 시리즈와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매우 평이하다. 난이도를 언급하는 것 자체가 민망할 정도로 순진무구해 보일 정도니 더 이상 연령대를 언급할 이유가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 의도를 인식하고 플레이를 하더라도 ‘밸런 원더월드’는 그동안 많은 진전을 보여줬던 여타 게임들 사이에서 자리를 잡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최근 모습을 보인 ‘크래쉬 밴디쿳’의 네 번째 시리즈를 보더라도 그 차이를 쉽게 알 수 있다. 박스를 투명하게 만드는 버튼을 추가함으로써 게이머의 순발력을 테스트함과 동시에 도전적인 플레이를 제공했다. 플레이스테이션5의 듀얼센스를 시험해 볼 수 있는 ‘아스트로 플레이룸’은 어떤가? 이미 3년 전에 출시한 ‘아스트로봇 : 레스큐 미션’도 기억날 것이다. ‘밸런 원더월드’는 지금까지 언급된 게임들과 비교될 수밖에 없다.

난이도에 부담을 느끼기 싫다면 이 게임이 좋은 선택이 될 수는 있다. 개인적으로도 플랫폼 게임을 이토록 편안한 마음으로 즐겼다는 것이 의아할 정도였다. 그래서 그런지 이 게임 자체가 일종의 옵션으로 느껴졌다. 게임에 쏟는 열정이 전무한 탓에 주류로 즐길 수는 없어서 간단한 수집형 게임을 플레이한다고 생각했다. 고전으로 분류되는 플랫폼 게임은 능력 있는 인디 개발진들 사이에서도 큰 진전을 이루어왔다. 메트로베니아나 로그라이크 장르 또한 마찬가지다. 그래서 소닉의 아버지에게 묻고 싶다. 그동안 신선하고 개성 넘치는 플랫폼 게임들이 나오는 동안 어디에 계셨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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