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S5] Maquette(마케트), 미니어처의 세계와 공유하는 독특한 퍼즐 게임

  • 입력 2021.03.23 16:16
  • 기자명 진병훈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플레이스테이션 구독 서비스인 ‘플레이스테이션 플러스’에서 가장 화제가 됐던 게임은 역시나 ‘파이널 판타지7 리메이크’였다. 구독 서비스를 사용하는 유저들을 위해 매달 무료 게임을 발표하는데 ‘스퀘어 에닉스’의 AAA급 게임이 포함된 건 전 세계 게이머들에게 적지 않은 충격이었다. 하지만 이번 ‘플레이스테이션 플러스’의 3월 무료 게임에서 눈에 띄는 또 하나의 작품이 있었는데 ‘Graceful Decay’의 첫 번째 데뷔작인 ‘Maquette(마케트)’였다. PS4와 PS5, 스팀으로 각각 출시된 이 게임은 아주 독창적인 퍼즐 요소를 갖추고 있다. 마치 아트 뮤지엄을 보는 듯한 건축 모형들과 감성적인 러브 스토리까지 엮이면서 아주 영리한 흐름을 보여주고 있다.

이 게임의 주 배경은 샌프란시스코의 ‘Palace of Fine Arts’를 뿌리로 두고 있다. 개발진이 샌프란시스코를 기반으로 제작했다고 하는데 특히 야간에 황금빛을 낸다는 ‘돔’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그 밖에 수채화를 보는 듯한 거리와 건축물들이 ‘돔’을 감싸고 있다.

게이머가 먼저 시선을 돌려야 할 곳은 방금 전에 설명한 ‘Palace of Fine Arts’와 그 주변 거리와 건물을 묘사한 소형 건물들이다. ‘미니어처’에 해당하는 이 작은 모형이 중앙에 위치해 있는데 자세히 관찰해 보면 주변에 위치한 건물들을 정확하게 본떠서 제작됐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그리고 게임은 먼저 사각형 모양의 큰 모형 하나를 툭 던져주고 마는데 퍼즐에 익숙한 사람들이라도 그 이유를 눈치채기는 힘들 것이다. 컨테이너 정도로 커 보이는 이 사각형 모형이 소형 건물 안에도 있다는 점(당연히 소형 건물에 맞게 작은 사이즈다.)을 미루어 봤을 때 이 소형 건물이 실제 건물과 연결 고리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게이머가 소형 건물에 있는 이 사각형 모형을 집어서 들어올리면 방금 전까지 보였던 컨테이너 크기의 사각형 모형이 없어졌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제 호기심을 발휘해서 주먹 만한 크기의 사각형 모형을 아무 곳에 떨어뜨리면 컨테이너 크기의 사각형 모형이 다시 나타난다. 그럼 소형 건물 안에 있던 사각형 모형을 주어서 컨테이너 크기의 모형이 있던 곳에 떨어뜨리면 어떻게 될까? 소형 건물의 세계가 현실 속의 모형을 더 작게 만들어주는 역할을 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 사각형 모형은 점점 미니 사이즈로 바뀌게 될 것이다.

사실 위와 같은 과정을 먼저 겪을 게이머는 별로 없을 것으로 보인다. 사각형 모형을 소형 건물에서 보지 못 한 게이머도 있을 것이고,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은 아닌가 생각하고 집어다가 여기저기 돌아다닐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 사각형 모형은 개발진에서 준비한 일종의 튜토리얼로, 게임의 퍼즐 요소를 풀어나가는 기본적인 전제라고 할 수 있다. 친절한 안내 한 마디 없기 때문에 이 첫 부분에서부터 헤매는 게이머들도 적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미니어처의 세계와 현실 세계 사이의 이러한 장난질은 왜 필요할까? 바로 옆 건물 지하에서 미니 사이즈의 다리 하나를 줍게 되면서 점차 이해가 될 것이다. 옆 건물에 대해 좀 더 자세히 묘사해 보면 전방에 입구가 하나 보이지만, 길 사이에 큰 공백이 있기 때문에 다리 하나가 필요하다. 이제 미니 사이즈의 다리를 들고 소형 건물로 돌아가서 제대로 배치하면 첫 번째 퍼즐이 해결된다.

‘마케트’의 속임수는 놀랍지만, 굉장히 불친절하다. 그 흔한 튜토리얼이 없다는 것도 문제지만, 앞서 설명한 그 미니어처의 세계를 충분히 이해하지 못하고 진행하는 경우가 많을 것이다. 예를 들어서 열쇠를 미니어처의 세계에 떨어뜨려 다리 역할을 하게 한다면 어떨까? 아니면 역으로 미니어처의 세계에서 열쇠를 활용해 잠긴 문을 열어본다면? 이쯤 되면 이 게임의 상상력이 두려울 정도다. 게이머들이 생각의 폭을 넓히지 못 한다면 아마 이 게임은 최악의 난이도를 보여줄 것이다.

이 게임은 사실 켄지라는 여성과 마이클이라는 남성의 로맨스가 핵심이다. 다만 게이머가 보고 듣는 건 두 사람의 목소리와 스케치북을 통해 공유된 그림들뿐이다. 퍼즐을 풀어나갈 때마다 텍스트가 보이는데 그 언급을 켄지와 마이클 중 누가 했는지는 알려주지 않는다. 대부분은 켄지로 알겠지만, 후반부로 갈수록 마이클의 시선이 포함될 수도 있다는 추측을 하게 된다. 게임은 퍼즐을 풀어나가는 것만 해도 벅찬 편이다. 하지만 시간을 두고 서로의 관점을 더 깊이 이해하려고 한다면 생각보다 더 놀라운 게임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단순한 로맨스가 아니라 인간 대 인간의 신뢰와 정체성을 논하는 아주 중요한 기회로 볼 수 있다.

이 게임의 사운드트랙 또한 놀랍다. ‘Cannons and Clouds’의 ‘Meridian’이나 ‘Meredith Edgar’의 ‘Tidal Waves’ 등은 게임에 미묘하게 몰입하게 해주는 노래들이다. 이해하기 힘든 퍼즐 요소에도 불구하고, 켄지와 마이클의 감성적인 대화 내용에 이어 몽환적인 느낌을 준다. 특히 ‘Eric Burdon’과 ‘The Animals’가 연주했던 ‘San Franciscan Nights’를 ‘Gabor Szabo’의 감성에 맞춰 부른 노래는 이 게임의 백미라고 할 수 있다.

눈에 띄는 또 한가지는 켄지와 마이클의 목소리를 연기한 사람들이 성우가 아니라 할리우드 배우라는 것이다. 영화 ‘헬프(2011)’와 ‘쥬라기 월드(2015)’로 스타덤에 오른 ‘브라이스 달라스 하워드’가 켄지의 목소리를 담당했고, 그녀의 남편 ‘세스 가벨’이 마이클의 목소리를 맡았다.

다만 이 게임의 퍼즐은 무척 어렵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본인 역시 미니어처의 세계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 한 채 진행했다가 낭패를 봤다. 열쇠를 다리 만한 크기로 만든다는 점도 그렇지만, 이 게임은 후반부로 갈수록 그 상상력의 세계가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대단하기 때문에 새로운 건축물과 맞닥뜨릴 때마다 두려움이 앞설 정도였다. 게다가 게이머 스스로가 미니 사이즈로 조절해서 이동해야 하는 경우도 있어서 여간 복잡한 게 아니다. 비유하자면 3X3 큐브가 6X6 이상까지 늘어난다고 보면 된다.

그렇다 보니 이 게임은 시도가 반복되는 경우가 많고, 자칫 피로감을 줄 수도 있다. 3인칭 시점으로 진행되는 게임이다 보니 본의 아니게 많은 실수들도 저지른다. 예를 들어 높은 곳으로 이동할 필요가 있을 때 바로 옆 공간에 세 개의 기둥이 있다고 치자. 이 세 기둥들을 각각 역으로 배치해서 올라가면 되겠지만, 이 게임은 미니어처의 세계와 공유하는 것처럼 다른 공간에다 기둥을 배치해야 한다. 기둥을 배치하고, 제대로 공간을 만들어주고 있는지 지켜보는 이러한 비슷한 과정이 앞으로도 계속 반복된다. 이러한 과정은 의외로 오래 걸리는데 이렇게 시간만 낭비하는 퍼즐 요소들이 있기 때문에 몰입에 방해가 되는 것이다.

하지만 ‘마케트’는 오랜만에 도전적인 플레이를 제공하는 게임이었다. 본인은 갖가지 방법으로 열쇠를 찾는 여러 스테이지를 거치면서 굉장한 성취감을 느꼈다. 이 게임은 마치 건물 곳곳을 잘 살피지 않는 게이머들을 향해 끊임없이 지적하는 것 같아서 쓴웃음을 짓게 만들었다. 결국 해내고야 말았다며 포효를 하는 시점이 오면, 이 게임의 난이도가 최악이라는 평가와 함께 무척 영리하다는 것도 부정할 수 없었다.

P.S) 이 게임은 의외로 플레이스테이션5로도 출시했고, 듀얼센스까지 지원한다. 물건을 들어 올려서 당기고 밀면 트리거에 저항력이 생기기도 하고, 진동도 세밀한 편이다.

관련기사
개의 댓글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