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력함의 상징 '인간 대머리 남캐' 등장! 모바일 '원펀맨: 최강의 남자' 리뷰

  • 입력 2021.03.19 14:41
  • 기자명 더키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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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어릴 적, 1990년대 말과 2000년대 초반에는, 치트키나 에디터를 쓰지 않으면 도저히 진도가 나가지 않는 게임이 있었다. 지금처럼 유튜브나 게임 관련 커뮤니티가 활성화된 시대도 아니었고, 게임에 한글이 보이는 것 자체가 희소했던 시절이었다. 일단 'black sheep wall'과 'show me the money'를 치고 시작해야 마음이 편했다.

 

이제는 그 이름조차 생소한, '패키지 게임' 에서의 치트키는 어느 정도 게임 진행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재밌자고 하는 게임을 굳이 끙끙대가며 스트레스받을 필요는 없다. 개발자들 역시 자신들의 게임이 '고통'이 아니라 '즐거움'으로 받아들여지길 원하는 마음에 이런 치트키를 몰래 숨겨놨을 것이다. 물론, 이제는 트렌드가 예전과는 다르게 변했다. '너 한번 당해봐라' 식의 어려운 난이도의 게임이 나오기도 하고, 또 이를 즐기는 하드코어 게이머도 많다.

 

게임에 특정 기능을 추가하거나, 일종의 스킨을 적용하는 '모드'와 '애드온'을 허용하는 경우도 볼 수 있다. 어떤 게이머는 이런 프로그램을 달갑게 보지 않지만, 개인적으로는 전혀 다른 색깔의 게임을 경험할 수 있는 또 다른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선'에서 그렇다는 뜻이다. 

'무적' '원샷원킬' 같은 기능도 가끔 써야 재밌지, 매번 사용한다면 크게 재미없을 것이다. 그런데도 이런 반칙과 같은, 말도 안 되는 설정을 가져가는 캐릭터가 하나 있다. 아마 이 주인공의 이름이 익숙한 게이머도 있을 것이다. 바로 애니메이션 '원펀맨'의 '사이타마' 다.

 

'원펀맨'은 일반적인 성장형 소년만화와 다른 결정적인 특징이 있다. 바로 주인공 '사이타마'가 '절대강자'로 등장한다는 것이다. 대부분 '주인공' 포지션에 있는 캐릭터는 악의 세력을 물리치기 위해 고난과 역경을 극복하며 점점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RPG 게임도 대부분이 이런 방식이다. 끝판왕까지 가기 위해서는 열심히 레벨업을 해야 하고, 또 장비를 파밍해야 한다.

 

하지만 '사이타마'는 정 반대다. 너무 강해진 나머지 펀치 단 한 번이면 모든 적이 소멸해버린다. 이런 탓에 늘 의욕이 없고 자신을 '취미로 히어로를 하는 남자'라고 소개한다. 소위 '우리 편' '착한 편'에 있으면서 시작부터 만렙이고, 피해를 입힐만한 존재가 없다. 물론 처음부터 절대적 강자는 아니었지만, 어쨌든 중요한 건 이 '사이타마'에겐 적이 없다는 것이다. 

 

이런 설정의 애니메이션 '원펀맨'이 그대로 모바일 게임에 들어왔다. 바로 '원펀맨: 최강의 남자' 다. 여기까지만 놓고 본다면 '아니. 주인공 펀치 한 방이면 다 죽는데 게임이 돼?'라는 생각을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주인공은 항상 나중에 등장법. 애니메이션도 그렇고, 또 게임에서도 비슷하다.

게임의 스토리는 애니메이션과 똑같이 진행된다. 별도의 스토리 임무가 있으니, 아직 '원펀맨'을 잘 모르는 게이머라면 이 챕터를 플레이하면서 스토리를 자연스럽게 확인할 수 있다. 정식 라이센스를 받은 게임이다 보니 게임 중간중간 애니메이션을 그대로 가져왔다. 정주행한 게이머에겐 익숙한 장면이다.

 

원작에 등장하는 캐릭터를 SD 형태로 바꿔서 모바일에 이식했는데, 각각의 개성도 잘 유지했고 퀄리티도 나쁘지 않은 수준. 특히 게임에서 볼 수 있는 일러스트는 애니메이션에서 보여줬던 것과 거의 같은 퀄리티를 보여준다. 모바일 플랫폼의 게임이다 보니 연출은 사실 애니메이션보다는 단조로운 느낌이 들긴 하지만, 그 흐름을 방해할 정도는 아니다.

'원펀맨'에 등장하는 히어로들은 'C급'부터 'S급'으로 등급이 나뉘고, 그 등급에서도 순위가 정해져 있다. '괴인'들 역시 그 위험도에 따라 재해 레벨 '호' '귀' '용' '신' 등으로 분류된다. 등장하는 캐릭터의 대부분이 등급과 순위를 정해져 있는 만큼, 게임에서도 이를 그대로 가져와서 사용했다. 정말 '수집형 RPG'가 가장 잘 어울리는 IP다. 

게임에서는 애니메이션과 조금 다르게 'N' 'R' 'SR' 'SSR'의 등급으로 분류된다. 히어로나 괴인은 애니메이션에서 보여줬던 강력함에 맞게 등급이 나뉘어 있다고 생각하면 된다. 각각의 캐릭터는 등급과 '격투' '무장' '초능력' '사이언스'의 계열도 가진다. 딱히 상성이 맞물리는 것은 아니다. 

 

게임은 다양한 캐릭터를 수집하고 또 활용해야 하는 방식, 전형적인 '턴제 수집형 RPG'로 진행된다. 최대 6명의 캐릭터가 한팀을 이뤄서 출전할 수 있다. 따로 공격이나 방어의 포메이션은 없고 대신 '전열'과 '후열'같은 위치만 있다. 히어로를 어디에 배치하는가에 따라서 공격하는 순서가 달라지고, 캐릭터의 스킬 역시 특정 위치만 공격할 수 있다는 점만 유의하면 된다. 

 

캐릭터는 '진영'에 따라서 '히어로' '괴인' '무도가' '현상수배범' 으로 나뉜다. 이 '진영'은 후반부에 공개되는 '히어로 X 괴인' 콘텐츠에서 적용된다. 이때 어느 진영에 도전하느냐에 따라서 배치할 수 있는 히어로가 제한된다. 주력인 캐릭터만 키우다가 후반부에 개방되는 콘텐츠가 막힐 수도 있으니, 다양한 계열과 진영을 골고루 성장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몇몇 히어로는 특정 조건을 달성하면 '핵심 스킬'을 활성화 할 수 있다. 조건은 주로 각 계열의 히어로를 배치하면 된다. 팀에 각각의 계열을 가진 히어로를 적어도 하나씩 배치하는 것이 좋다. 이 '핵심 스킬'은 팀 전체에 적용되는 버프이고, 스킬 사용에 큰 도움이 되기 때문에 꼭 활성화하는 것이 좋다. 

 

전투는 기본적으로 자동이 가능하다. 하지만, 전열과 후열의 개념이 적용되는 만큼 전투 AI는 높지 않은 편. 무엇보다 모든 캐릭터가 스킬을 사용할 수 없다는 점을 파악해야 한다. 모든 전투의 핵심은 바로 '에너지'다. 이 '에너지'는 일종의 팀 스킬 포인트다. 플레이어의 턴이 오면, 모은 '에너지'를 소모해서 캐릭터가 스킬을 사용한다. 에너지는 공격을 통해 획득할 수 있고, 또 '핵심 스킬' 효과가 발동되면 추가로 얻을 수도 있다. 보통 한 턴에 두 번, 많으면 네 번 정도 스킬을 사용할 수 있다.

 

여기에 맞물리는 것이 바로 '속도'다. 이 '속도'는 히어로의 공격 순서를 결정하는 요소다. 히어로는 각각의 특수한 공격 형태를 가지고 있고, 이를 다양하게 연계할 수 있다. '연소' '약화' '폭주' '스턴' 등 다양한 형태 버프와 디버프가 적용되기 때문에 순서가 중요하다. 예를 들어 '연소상태의 적을 스턴시킨다'는 스킬이 있는 히어로가 있다면, 바로 앞에 '연소'의 스킬을 사용하는 히어로가 공격하고 이어서 스턴을 연계할 수 있도록 순서를 정하는 것이 효율적이다. 

'그럼 그 강력한 사이타마는 쓸 수 있는 건가?' 라는 생각이 드는 게이머가 있을 것이다. 애니메이션을 봤다면 알겠지만, 사실 '사이타마'는 조연과 같은 역할이다. 다른 수많은 히어로와 괴인들의 이야기를 다루는 과정에서 사이타마는 그저 각각 에피소드의 시작점 혹은 매듭짓는 역할로 등장한다. 

 

'원펀맨: 최강의 남자' 역시 애니메이션과 크게 다르지 않다. 세계관 최강자이자 '우리 편'인 '사이타마'는 직접 팀에 배치해서 사용할 순 없다. 다만, 게이지를 모두 채우면 전투에 한 번 부를 수 있다. 이때 적의 레벨이나, 유형과 관계없이 무조건 '원펀치'에 보낼 수 있다. '일단 무조건 한 놈은 보낸다' 정도의 치트키로 생각하면 된다.

 

요약하자면 적의 배치에 맞춰 스킬을 사용하고, 딜을 몰아서 해야 한다. '사이타마'가 등장하면 무조건 한 방에 보낼 수 있는 만큼, 다수의 적을 조금씩 공격하기보다는 확실히 보낼 수 있는 대상을 하나만 정해서 차근차근 그 수를 줄여나가는 것이 효율적이다.

'수집형 RPG'의 핵심인 '강화 요소'는 처음부터 많은 것을 요구하지 않는다. 애초에 특정 레벨에 도달하지 않으면, 강화와 관련된 콘텐츠를 진행할 수 없게 설계되어있다. 다른 '수집형 RPG'와 비교했을 때 처음부터 질리도록 강요하진 않는다는 점은 마음에 들지만, 후반에는 결국 '모바일 RPG' 고유의 방식이 나타난다.

 

게이머 레벨이 높아지면 각각 히어로의 등급, 스킬, 특성을 업그레이드해야 하고, 이를 위해서 다양한 재화를 모아야 한다. 즉, 후반부로 갈수록 들어가는 시간과 비용이 늘어단다는 것이다. 특히 30레벨이 넘으면 단순 스펙업이나 스킬업으로는 스테이지의 클리어가 버겁게 느껴진다. 이때부터 '장비'와 관련된 콘텐츠가 개방된다. 히어로의 스펙업으로도 자원이 부족한데 여기다가 또 '장비 강화'까지 해야 한다.

 

초반부터 '소환권'은 꾸준히 주는 편이지만, 하나의 영웅을 팀에 편성시켜서 써먹기 위해서는 다양한 스펙업과 장비가 필요하다. '수집형 RPG'의 숙명과도 같은 부분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는 해도, '이거 나중에 더 높은 등급 나오면 버려야 되는데 굳이 시간과 노력을 이렇게 까지 써야되나?'라는 생각이 드는 게 사실이다. 

 

'SR' 등급을 사용하다가 'SSR' 등급이 나오게 되면, 사실상 처음부터 다시 이 과정을 거쳐야 한다. 그래도 차라리 'SSR'등급의 히어로가 나와준다면 다행이다. 몇 번씩 소환을 해도 'SR' 등급의 영웅만 나오다 보면 게임의 흥미가 급격하게 떨어진다.  

영화, 웹툰, 만화의 좋은 IP를 '모바일 게임'이라는 틀에 맞추다가 실패하는 경우가 많은데, '원펀맨: 최강의 남자'는 근본이 되는 애니메이션의 느낌을 그대로 잘 살린 게임이다. 게임의 그래픽이나 컷신, 일러스트에서는 원작과 크게 차이가 없다. 애니메이션을 재미있게 봤던 게이머라면 게임에서도 그 즐거움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수집형 RPG'가 추구하는 방향을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 아무리 인기가 좋고, 잘 만든 IP라고 해도 모바일 게임판의 규칙에 거부감이 있다면, 분명 '다른 게임이랑 똑같네'라는 생각이 들 것이다. 팬심에도 한계가 있는 법이다. 가벼운 마음으로 플레이하기엔 괜찮지만, 애니메이션과 같은 혹은 그 이상을 기대하다간 크게 실망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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