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 그걸 왜 밴해요? PC '팀파이트 매니저' 리뷰

  • 입력 2021.03.12 12:14
  • 기자명 더키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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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게임으로 뭐 한다고 하지 않았어?" 부끄럽지만, 게임 'LOL'과 관련된 이야기가 나올 때면 꿀 먹은 벙어리가 된다. 현재 e스포츠 종목의 정점에 있는 'LOL'. 나는 사실 'LOL'과 관련된 팀이나 프로선수들을 보면 "누구지? 잘하시는 분인가?" 라는 생각이 든다. 어쩌면 당연할지도 모른다. 'LOL'이라는 게임을 2010년 이후로 해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e스포츠도 게임의 범주에 포함할 순 있지만, 공략을 찾고 리뷰를 쓰는 것과 비교했을 때 그 호흡이 훨씬 길다. 시즌 내내 경기를 분석하고 요약해야 하며, 팀에 소속된 선수들의 성적과 플레이, 계약이나 방출, 이적 등에 관한 것 등을 모두 파악해야 한다. 단순히 '게임을 잘하고, 또 오랫동안 했다' 만으로는 e스포츠와 관련된 콘텐츠를 만들기 어렵다. e스포츠와 관련된 전문 매체나 취재 기자분들이 있으신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이런 내게 e스포츠를 간접적으로 체험해 볼 수 있는 게임이 등장했다. 사실 이 게임을 알게 된 것은 스트리밍 플랫폼 '트위치' 때문이다. e스포츠와 '트위치'는 따로 이야기할 수 없을 정도로 가깝다. 다양한 게임의 리그 경기를 중계하고, 또 프로게이머들과 팬들이 소통하기도 하며, 많은 게이머가 함께 모여 노는 플랫폼이기 때문이다.

 

최근까지 '대기업' 이나 '하꼬' 할 것 없이 많은 스트리머들이 플레이한 게임. 바로 '팀파이트 매니저'다. 방송을 보면서 '이렇게 하면 되는 거 아니야?' '아니 왜 이걸 짤라?' 하는 답답한 마음에 시작하게 된 게임이다. 솔직히 대충 봤을 땐 쉽게 플레이할 수 있는 게임처럼 보였다. 하지만, 이번에 다시 한번 깨달았다. 게임은 보는 것과 직접 해보는 것은 다르다는 걸.

'매니저'라는 단어가 붙은 만큼 '팀파이트 매니저'는 게이머가 뭔가를 직접 플레이하는 것이 아니라, 플레이하는 것을 '지켜보는' 게임이다. 이 '지켜보기'까지의 과정을 통해 좋은 결과를 내는 것이 이 게임의 목적이다. 현재 e스포츠와 관련된 팀이나 선수, 감독을 도트로 찍어서 게임에 옮겨놨다고 생각하면 쉽다. 게임의 첫인상은 'FM과 많이 닮았네'다. 매니지먼트의 대표라고 할 수 있는 '풋볼매니저'를 조금 더 단순하고 간결하게 다듬어서 e스포츠 버전으로 만든 것이 느껴진다.

 

게임의 스토리도 실제 e스포츠 팀의 감독들 이야기와 비슷하다. 플레이어는 프로게이머로 데뷔한 18살부터 10년 동안 우승을 놓친 적이 없다. 프로를 은퇴한 후에는 감독 생활을 시작했고, 또 10년 동안 월드 챔피언십 우승을 놓친 적이 없다. 정점에만 있던 플레이어는 자신의 이런 결과가 과연 실력이었는지 아니면 단순히 운이 좋았는지를 의심하게 되고, 새로운 도전의 길을 선택하게 된다.

 

이제 플레이어는 아마추어팀의 감독으로 새롭게 부임하고, 이 팀을 정점에 올려놓기 위한 여정을 시작한다. 이제부터 팀을 우승으로 이끌기 위해 많은 일을 선택하고 책임져야 한다.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선수단을 갖추는 것이다. 처음엔 4명의 선수와 시작하고, 필요하다면 '팀 관리'의 '영입'에서 다른 선수를 찾을 수 있다. 처음엔 '지역 인재' 위주로 선수를 찾을 수 있고, 숙소의 업그레이드를 통해 '베테랑'이나 '슈퍼루키' 같은 선수들도 찾을 수 있다. 주의할 것은 탐색으로 찾아낸 선수를 바로 영입할 수는 없다는 점. 게임의 일정은 실제 리그처럼 진행되기 때문에 '영입 기간'이 따로 정해져 있다. 이 시기가 와야지만, 새로운 선수를 팀에 추가할 수 있다.

 

시즌이 시작되면 리그에서 뛰게 될 선수를 등록하고, 이때 등록한 선수는 한 시즌 동안 계속 사용하게 된다. 서브 선수로 등록된 한 명은 경기 도중에 교체할 순 있지만, 로스터에 등록하지 않은 선수는 애초에 참여할 수 없다. 그냥 숙소에 남겨둬야 한다. 물론 좋은 선수를 남겨두는 것은 필요하겠지만, 여기에는 골드가 필요하다. 시즌이 끝나게 되면 선수들과 새롭게 계약을 연장해야 한다.

 

선수들은 각각의 '특성'과 '챔피언 숙련도'를 가지고 있다. 먼저 '특성'은 최대 3가지를 가질 수 있고, '특성'이 좋은 선수일수록 영입이나 재계약 비용이 많이 든다. '챔피언 숙련도'에는 총 4가지의 챔피언이 등록된다. '특성'과 '챔피언 숙련도'를 잘 맞춰서 공격적인 선수로 활용할지, 아니면 방어적인 선수로 육성할지 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선수영입과 로스터 등록이 끝나면 시즌이 시작된다. 한 시즌에서는 총 18번의 경기를 치르고, 전반기가 끝나면 영입 기간을 갖는다. 당연히 성적이 좋다면 상위리그로 승급되고, 그렇지 못하다면 강등이다. 요약하자면 '전반기 - 선수 영입 - 후반기 - 플레이오프 - 승격과 강등 - 월드 챔피언십'의 일정으로 진행된다. 

시즌이 시작되면 본격적으로 '팀파이트 아레나'라는 게임을 파악해야 한다. '팀파이트 아레나'는 2:2로 시작해서 최대 4:4까지 플레이어가 늘어난다. 게임 규칙은 굉장히 간단하다. '아레나'나 '투기장' 형태의 PVP 라고 생각하면 된다. 출전하는 선수가 하나의 챔피언을 선택할 수 있고, 이 챔피언을 사용해서 1분 동안 많은 킬을 올리는 팀이 승리한다.

 

챔피언은 '전사' '원거리' '암살자' '마법사' '전투 보조' 등의 역할 군으로 나뉘어있다. 선수의 '챔피언 숙련도'에 맞춰 팀을 구성하면 공격력과 방어력이 오른다. 등록된 선수의 '특성'을 파악하고, 또 자주 사용하는 챔피언을 선택할 수 있도록 판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각각의 챔피언은 기본 공격과 스킬, 궁극기를 사용하는 것은 물론이고 각각의 포지션에 맞게 상성도 물려있다.

 

플레이어가 직접 챔피언을 조종해 스킬을 쓴다거나 궁극기를 사용한다면 좋겠지만, 그럴 수는 없다. 단지 게임에 참여할 선수를 고르고, 또 선수가 사용할 챔피언을 픽하는 것이 전부다. 그 이후부터는 오로지 지켜보기만 해야 한다. '뭐 별로 하는 것도 없어 보이고, 챔피언만 골라주는 게 뭔 재미가 있나'라는 생각이 들 수도 있겠지만, 사실 이 게임의 핵심이자 진짜 재미는 바로 '밴픽'에 있다. 

캐릭터의 '특성'과 '챔피언 숙련도'를 뛰어넘는 것은 바로 '조합'이다. 즉, 상성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이에 맞춰 챔피언을 고르는 것이 핵심이다. 좋은 성능의 캐릭터를 가져와서 조합을 맞추고, 상대 팀의 상성을 무너트릴 수 있도록 '밴픽'을 잘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당연히 올 근딜 만으로는 이길 수 없고, 또 올 원딜 만으로도 이길 수 없다.

 

챔피언의 특성이나 패턴을 파악하고, 조합 간의 시너지도 맞춰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챔피언의 능력치와 시즌별 통계, 그리고 조합테스트를 꾸준히 확인해야 한다. 어느 정도 선수와 챔피언의 역할, 성능이 파악되면 이를 바탕으로 몇 가지 조합을 정하는 것도 좋다. 어떻게 보면 '메타의 고착화' '기사랑 무녀만 고르면 무조건 이기네' 같은 생각을 할 수도 있다.

 

하지만, '팀파이트 아레나'에는 이런 문제점을 예상한 듯 때가 되면 밸런스 조정 패치를 진행한다. 몇몇 캐릭터의 밸런스 상향 및 하향으로 변수를 주고 메타가 굳어지는 것을 막는다. 변수는 또 있다. 상대 팀도 우리팀이 자주 고른 챔피언, 승률이 좋은 챔피언은 먼저 밴을 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이유로 항상 최적의 조합을 가져가기란 어렵다.

'팀파이트 매니저'는 e스포츠 리그를 즐겨보는 게이머들이나 나처럼 리그가 어떤 식으로 진행되는지 궁금한 게이머라면 분명 재미를 느낄 만한 게임이다. 하나의 리그를 간접적으로 쉽게 체험해볼 수 있다. 하지만 '매니저'라는 단어에 큰 기대를 했다가는 실망할 수 있다. 아마 많은 게이머가 'FM'을 생각하고 또 비교할 것인데, 만약 'FM'이 100이라면 '팀파이트 매니저'는 10도 되지 않는다. '인디게임'이라는 것을 생각해보면 그만큼 단순할 수밖에 없다.

 

'유망주 육성' '전술 훈련' '연봉협상' '임대' '이적' 등의 다양한 요소를 기대했지만, '팀파이트 매니저'에서 이렇게 복잡한 '매니지먼트'는 없다. 대부분의 요소가 굉장히 쉽고 단순하며 직관적이다. 있다고 해도 대부분 '장비 뽑기' '선수 뽑기'같은 운빨 요소다. 팀 선수 간의 친밀도나 육성 방향에 대한 설정도 거의 없고, 따로 신경 써야 하는 인원도 없다. 오로지 선수만 관리하면 된다. 게임 자체의 난이도는 낮은 것은 알겠지만, 뭔가 다양한 요소를 고민하면서 파고들만 한 게 없다는 점은 아쉽다.

 

게임이 후반부로 진행될수록 늘어지는 느낌도 있다. 1분 동안 캐릭터들이 싸우는 똑같은 화면을 계속 지켜봐야 하는데, 플레이 배속을 조절하는 기능이 없는 것이 아쉽다. 여기에 챔피언의 무빙, 스킬, 궁극기의 사용이 제멋대로 시전되는 점과 자잘한 버그 요소 등 아직 다듬어야 할 부분들도 남아있다. 

 

그래도 '게임에서 경기를 지켜본다'라는 독특함에는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e스포츠에서 감독의 역할이 어떤 것인지, 경기에서 밴픽 싸움이 왜 중요한지는 확실하게 경험해 볼 수 있다. 복잡한 요소를 걷어낸 간결한 '매니지먼트' 게임을 원한다면, 국산 인디게임에 대한 애정어린 마음을 가지고 있다면 '팀파이트 매니저'를 한 번 플레이해보길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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