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stled(비캐슬), 일꾼들이 게으르지만 않다면… 준비되지 않은 얼리 엑세스

  • 입력 2021.02.17 14:07
  • 기자명 진병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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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na Potion Studios(마나 포션 스튜디오스)의 ‘Becastled(비캐슬)’은 ‘워크래프트’와 같은 전략 시뮬레이션에 건설 경영과 웨이브를 혼합한 게임이다. 낮에는 일꾼들을 생산해서 열심히 건물을 짓고, 필요하면 일꾼들을 병사로 훈련시킨다. 일꾼이 늘어나면 먹여 살릴 식재료가 필요하며, 자원의 한계를 극복하려면 창고와 헛간, 국고도 필요하다. 여기에 시장을 추가해서 자원을 거래하고, 일꾼들의 사기를 드높이기 위해 선술집을 짓기도 한다.

게임의 주 목적은 적군들의 웨이브 공격에 대비하는 것이다. 웨이브 게임의 유형이 늘 그렇듯이 밤마다 습격해 오는 적군들의 숫자는 점차 날이 갈수록 늘기 때문에 진지를 쌓는 등 더 강력한 방어 태세가 필요하다. 그야말로 게임은 시작부터 매우 바쁘게 돌아간다. 디폴트로 15일을 버텨내야 하는데 게이머가 단기간에 끝내고 싶다면 설정에서 10일로 줄일 수도 있고, 더 오래 하고 싶다면 기간을 늘릴 수도 있다. 지도의 규모도 조절할 수 있어서 게이머의 능력에 따라 무한대로 즐긴다는 장점이 있다.

다만 얼리 엑세스(Early Access) 기간 탓인지 버그가 많은 편이다. 그것도 매우 치명적인 버그가 곳곳에서 발견되고 있어서 아예 진행이 안 되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다.

게임의 시작은 워크래프트의 초기 버전을 떠올리게 한다. 일꾼들을 클릭할 때마다 나오는 음성이나 장작을 패는 소리 등 게임의 첫인상은 친근한 편이다. 먼저 메인 건물인 ‘성’을 지으면 일꾼 세 명이 나타난다. 이후에 제재소를 지어서 건물의 주 재료인 목재를 만들기 시작하고, 일꾼을 늘리기 위해 ‘집’을 지어야 한다. C와 V를 누르면 건물을 좌우로 돌려가면서 지을 수도 있기 때문에 예쁘게 나열해서 게이머만의 마을을 완성할 수 있다.

이제 주변을 천천히 훑어보면 금광과 동물들의 서식지, 비옥해 보이는 토양, 석굴, 호숫가 등이 보일 텐데 모두 게임의 재료들이 된다. 금광은 병사 훈련에 필요하며, 동물들의 서식지나 비옥해 보이는 토양, 호숫가는 식재료가 된다. 그에 맞는 적절한 건물들을 짓고, 일꾼은 건물 하나당 두 명을 할당한다. 이 게임의 지도는 쪼개진 구역들이 모여서 만들어진 것이기 때문에 목재를 이용해서 점령을 하고, 건물을 지어 나가야 한다. 처음에는 하나의 구역을 40으로 점령할 수 있지만, 차츰 늘어나기 때문에 목재의 수급이 굉장히 중요하다. 그래서 기본으로 제재소는 두 개로 짓는 게 좋고, 영토를 늘려가면서 필요할 때마다 짓는 것도 중요하다.

아무래도 웨이브 게임이다 보니 병사들이 빨리 필요할 텐데 병영을 지어서 일꾼들을 훈련시키는 방식이다. 집을 지으면 성에서 일꾼이 두 명 더 나오는데 병영에서 생산을 지시하면 그대로 병영으로 들어가서 훈련을 받은 뒤에 병사가 되어 나오는 것이다. 다행히 웨이브 2까지는 초반에 등장하는 다섯 명의 병사들로 막아낼 수 있어서 초반에 재료 수급에 집중할 수 있다. 주변에는 늑대굴이 있는데 아군뿐만 아니라 적군들도 공격하기 때문에 이 구역을 잘 활용하면 웨이브 4까지도 막아낼 수 있다. 초소 주변을 빙빙 돌아서 아군의 피해 없이 막아내는 꼼수도 있지만, 웨이브 3부터는 천천히 병사들을 생산하는 것이 좋다.

웨이브 게임에 경영 시뮬레이션까지 혼합되다 보니 복잡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게임은 아주 간단하다. 워크래프트 방식에서 구역 확장과 재료 수급이 좀 더 디테일하게 들어간 것뿐이다. 흐름을 살펴보면 메인 건물인 성을 먼저 짓고, 제재소와 집을 차례대로 짓는다. 바로 옆에 금광과 동물들의 서식지가 있어서 구역을 확장하고, 식재료를 수급한다. 웨이브 5까지 잘 막아낸 다음부터는 추가로 호숫가에 낚시꾼 오두막을 짓고, 생산되는 일꾼들을 먹여 살린다. 집이 계속 지어지니 일꾼은 계속 나오고, 공간이 부족해지니 보기 좋게 구역을 추가로 점령한다.

여기서 특이한 점은 ‘분위기’라는 시스템이다. 일꾼들이 제대로 일하려면 선술집을 지어서 사기를 높일 필요가 있다는 뜻이다. 선술집에 일꾼 두 명을 할당해서 분위기 점수를 높여야 일꾼 생산 속도가 느려지지 않는다.

덕분에 게임을 하는 동안에 손이 아주 바빴다. 어느 정도 방법을 터득하다 보면 게임의 흐름이 보이고, 구역 확장이 얼마나 세밀하게 진행되어야 하는지 깨닫게 된다. 구역 확장에 필요한 목재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기 때문에 웨이브 10 이상으로 가면 선택의 순간이 오기 시작한다. 개인적으로는 몇 번이나 게임을 재시작해도 도전 정신이 꺾이지 않았다. 어떻게든 건물을 더 전략적으로 지을 수 있는지 관찰하고, 고심해야 했다.   

그런데 이 게임은 진행이 막힐 정도로 치명적인 버그가 곳곳에서 발견됐다. 버그 말고도 이해할 수 없는 시스템도 몇 개 보이고 있다. 먼저 마지막까지 친절할 듯한 튜토리얼이 갑자기 중단되는 현상이 있었다. 게임을 설치하고, 새로 시작한 그 이후부터는 튜토리얼이 사라지고, 대신에 소수의 병사들이 출동한다. ‘중단’이라는 표현을 쓴 이유는 솔크리스 고문이라는 캐릭터가 마지막 인사도 없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메인 건물인 ‘성’을 짓고, 재료를 수급할 건물들을 친절히 안내하던 그가 게임을 새로 시작해도 나타나지 않는 것이다. 이것이 버그인지, 아니면 개발진의 의도인지 알 수는 없지만, 해외 유저들의 불만이 많은 것은 사실이다. 그렇다 보니 게이머가 스스로 터득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다. 다행히도 좌측 상단에 필요한 건물을 표시해주기 때문에 게임의 원리를 파악하는 건 그리 어렵지 않다.

돌이켜보면 튜토리얼이 갑자기 중단된 게 오히려 장점이 된 것 같기도 하다. 스스로 게이머가 터득해 가는 재미가 있고, 계속 도전할 수 있는 동기가 되기도 한다. 갑자기 일꾼들이 사라지거나 생산 속도가 느려지는 등 원인을 하나씩 알아내다 보니 어느새 플레이 횟수는 계속 불어나고 있었다.

문제는 이 게임이 제대로 진행되는지 계속해서 의문이 생긴다는 점이다. 일꾼들이 일손을 놓는 현상, 그러니까 재료 수급이 안 되는 일이 잦아지니 게임 진행 자체가 안 되는 일이 자주 발생했다. 개발진도 버그로 인정하고 피드백을 계속해서 받고 있다 보니 해외 유저들 사이에서는 잠시 게임을 거두는 게 좋다는 의견도 심심찮게 나오고 있다. 게임의 원리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 한 상황이라면 버그가 아닌 것도 버그로 인지해 버릴 수도 있어서 하루빨리 수정해야 할 문제다. 일꾼들이 갑자기 사라지거나 식재료가 줄어드는 현상의 원인은 당연히 추가 건물로 해결할 수 있지만, 버그가 많은 탓에 오해하는 경우가 생길 수 있다. 본인 역시 금광의 자원 한계가 없는 줄 알고 진행했다가 낭패를 본 경험이 있었다. 우습게 들리겠지만, 금광이라는 개체가 클릭 자체가 되지 않기 때문에 그렇게 오해할 여지가 있었다.

게으른 일꾼들은 더 있다. 재료 수급뿐만 아니라 건물을 짓지 않는 문제도 있다. 특히 벽을 짓는 와중에 언덕 사이에 끼면서 중단해 버리는 버그 같은 것이 많다. 특히 일꾼들이 많아질수록 이런 버그가 자주 발견되고 있어서 게임 진행 자체가 부담스러워진다. 전투를 치르고 나면 제재소에서 일하던 일꾼이 성으로 돌아가는 웃지 못할 버그도 있다.

버그와는 상관없지만, 해상도를 변경할 수 없는 문제도 있다. 본인은 오로지 4K 해상도로만 플레이했는데 언어 크기 설정이 따로 없다 보니 팝업으로 뜨는 설명 글이 깨알 같이 작아서 불편함을 겪었다. 플레이 속도가 1배속과 0.25배속만 있다는 것도 의아한 점이었다. 2배속이든 더 빠른 속도를 결정할 수 없다는 것이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었다.

‘비캐슬’은 결론적으로 아기자기하고 재밌는 게임이지만, 일꾼들이 워낙 게으른 탓에 잠시 숨을 고르고 천천히 즐기는 것이 좋을 것 같다. 2월 13일자로 버그 픽스 업데이트가 있었고, 어느 정도 수정은 된 것 같지만, 아직 갈 길이 멀어 보인다. 하지만 '비캐슬'의 야심은 심상치 않다. 모든 버그만 고쳐진다면 심각한 중독성을 보여줄 게임으로 개발진의 미래가 밝아보이는 것은 분명하다. 본인도 언젠가는 버그가 모두 고쳐진다는 기대감으로 게임을 계속해서 플레이했으니 추후 정식 버전이 나오길 바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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