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대보다 소심한 '늑대인간', PC '웨어울프: 디 아포칼립스 어스블러드' 리뷰

  • 입력 2021.02.11 15:45
  • 기자명 더키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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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하늘에 보름달이 뜨면 정신을 잃고, 내면의 강렬한 파괴본능에 잠식되는 '늑대인간'. 개인적으로 '늑대인간'은 동아시아보다 북유럽이나 북아메리카 원주민들의 이야기에 가깝다고 생각한다. 물론 한국에도 '구미호'라는 캐릭터에서 그 유사성을 찾아볼 순 있겠지만, 따지고 보면 둘은 늑대와 여우이기 때문에 접점이 없다. 그만큼 '알긴 알지만, 정확히는 모르는' 생소한 캐릭터라는 의미다.

 

생각해보면 게임에서 늑대인간을 만나본 기억이 많지 않다. 가장 확실히 '늑대인간'이라고 할 수 있는 캐릭터는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정도가 떠오른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인간에서 늑대인간으로 변신'이라는 조건을 만족하는 캐릭터를 떠올리기가 쉽지 않다. 인간처럼 행동하고 말하는 늑대 형상의 캐릭터는 찾아보면 많은 것 같은데 말이다.

 

나처럼 '늑대인간'이 등장하는 게임을 해본 경험이 없는 게이머들이 '늑대인간'을 느껴볼 수 있는 게임이 출시됐다. '웨어울프 : 디 아포칼립스 블러드어스'다. 원작 '웨어울프 : 디 아포칼립스'라는 TRPG에서 그 배경과 스토리를 그대로 가져왔다. 원작을 모른다고 해도 걱정할 것은 없다. 이 시리즈의 팬이 아니어도, 원작을 모른다고 해도 게임을 플레이하는 것에는 전혀 문제가 없다.

게임의 첫 시작은 강렬하다. '늑대인간'에 품은 기대감을 확실히 만족시켜주는 시작이다. 첫 실행과 함께 나오는 오프닝은 '웨어울프 : 디 아포칼립스 어스블러드'라는 게임의 색깔과 분위기가 어떤지를 제대로 보여준다. 세계관과 캐릭터의 배경설명을 필요 이상으로 꾸미지 않고 깔끔하게 정리한다. 특히 판타지 캐릭터 '늑대인간'과 현실을 연관 지어 설명하는 부분이 좋았다. 

 

특히 어두운 흑백 분위기를 깔고 그 위에 피를 상징하는 듯한 영상의 연출이 인상적이다. 게임에 대해 기대를 하기 충분하다. '늑대인간'에 별로 관심이 없었다고 해도, 이 영상을 보고 나면 '게임 재미있겠는데?' 라는 마음이 들 정도다.

게임의 세계관은 익숙하다. '와일드' '위버' '웜'이라는 원초적인 힘이 모여 '가이아'가 생겨났다. '와일드'는 창조의 존재이고, '위버'는 형태와 질서, '웜'은 파괴를 상징한다. 본래 '웜'은 새로 생겨날 것들을 위해 옛것을 파괴하는 존재였으나, 광기에 빠지고 만다. '웜'은 탐욕과 증오를 먹으며 부패를 상징하는 힘이 되었고, 이는 인간에게도 깊숙하게 침투해 서서히 '가이아'를 파괴하고 있다. 이를 현실에 비추면 인간의 무분별한 개발로 인해 지구가 파괴되고, 그 과정에서 '웜'이라는 존재가 은밀하게 힘을 얻어가며 세력을 넓히는 상황이다.

 

인간, 짐승, 정령의 후손인 주인공 '카할'은 '웜'으로부터 '가이아'와 '와일드'를 지켜야 한다. 정리하자면 '웨어울프 : 디 아포칼립스 블러드어스'에서의 '늑대인간'은 '균형의 수호자' 역할을 하는 셈이다. 이제 플레이어는 '엔드론'이라는 기업에 맞서 자연을 지켜내고, 기업의 숨겨진 진실을 파헤치는 일을 해야 한다.

 

그렇다고 밑도 끝도 없이 '자연 보호 짱짱맨'은 아니다. 도입부는 클리셰 그 자체를 보여준다. '가족의 죽음과 이별'을 시작부터 깔고 간다. 누구나 예측할 수 있는 '늑대인간'의 폭주와 광기. 이에 사로잡혀 '이게 어떻게 된 일이지? 내가 이랬단 말인가?' 라는 뻔한 스토리를 보여주기며 게임의 개연성을 이어간다. 지루하고 뭔가 신선한 느낌이 없는 것 같지만, 원작을 생각해보면 오히려 '전통을 따르는 느낌'으로 받아들일 수도 있을 것이다. 어차피 '늑대인간'을 컨셉으로 잡은 게임인 이상 어느 정도 틀을 따라야 하는 것은 어쩔 수 없다. 

게임은 선형적인 체크포인트 액션 어드벤쳐로 진행한다. 구역마다 달성해야 할 퀘스트가 있고, 이를 해결하지 못하고 중간에 실패할 경우 저장된 지점에서 다시 게임을 이어간다. 개인적으로 맵 곳곳을 돌아다니면서 몬스터나 악당들을 할퀴고, 물어뜯는 오픈 월드를 기대했기에 장르의 아쉬움이 남는다. 

 

초반 오프닝 영상이나 도입 스토리까지는 좋은 평가를 줄 수 있겠지만, 핵심이 되는 게임 진행에서는 조금 실망스럽다. 우선 게임은 크게 '잠입'과 '액션'으로 나뉜다. 인간 상태의 '카알'은 늑대 형태인 '루프스'로 변신할 수 있다. '카알'과 '루프스'로 변신하면서 시설에 침투해 적을 해치우거나 주어진 임무를 수행해야 한다.

 

'카알'은 적들의 기계를 직접 조종할 수 있고, 시설의 전자 장비를 해킹할 수 있다. '루프스'는 '개구멍'을 찾아서 적에게 들키지 않고 빠르게 침투할 수 있는 것이 장점. 플레이어가 '참을 수만 있다면' 이 게임은 '잠입 액션' 처럼 플레이할 수도 있다. 물론 '잠입'이 핵심요소가 아닌 만큼 다른 게임과 비교했을 때, 그 긴장감은 많이 떨어진다. '히트맨' '스플린터 셀' '디스아너드'를 해본 게이머라면 튜토리얼 수준으로 느껴질 것이다.

필수로 거처야 하는 잠입 구간은 큰 재미를 느낄 수 없다. 밋밋하게 늘어진 호흡은 전투의 화끈함으로 다시 찾을 수 있다. 기대했던 '늑대인간'의 모습은 전투 모드인 '크리노스'에서 찾을 수 있다. 하지만 무작정 전투부터 할 순 없다. 이 게임에서 '크리노스'를 사용할 수 있는 구간은 정해져 있다. 초반에는 어느 정도 은신과 잠입으로 게이지를 채워야 하고, 또 미션 자체에서 변신을 못 하게 억제하는 구간도 있다. 

 

그래도 일단 '변신'만 한다면, 무자비한 전투가 진행된다. 등장하는 적의 수가 많고, 공격 형태도 다양하기 때문에 여기에 맞춰 '민첩 태세'와 '강인 태세'를 변경해가면서 공격해야 한다. 공격은 버튼만으로 콤보를 연계할 수 있고, 전투 중에 쌓인 분노를 사용해 회복이나 도약 같은 스킬을 사용할 수도 있다. 분노 게이지를 모두 채우면 필살기 개념인 '광분' 모드에 돌입할 수 있는데, 사실 이 상태가 되면 거의 끝났다고 봐도 무방하다.

하지만 뭔가 아쉽다. 몰려드는 적들을 '찢어내는 맛'은 있지만, 정확하게 '이 게임이 뭘 보여주고 싶은지'를 느낄 수가 없다. 많은 적이 등장하고, 또 중간중간 보스전도 섞여 있지만, 이 게임에서만 느낄 수 있는 뭔가가 없다. 날뛰고, 할퀴고, 집어던지는 것은 보이는데, '주고받는' 느낌이 없다. 등장하는 적과 '크리노스'가 그냥 '공격 VS 공격' 으로 맞붙는 느낌이다. 적이 방패를 들고 서 있다고 해서 그게 어떤 압박감을 주거나 위협적으로 느껴지지 않는다.

 

전투에서 느낄 수 있는 재미가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 등장하는 적들이 인간, 기계, 괴물 등 다양하고 독특하지만 이런 점들이 전투에 큰 영향을 주진 못한다. 확실하게 더 많은 양으로 승부를 봤다거나, 그게 아니라면 1:1 전투나 소규모 전투에 조금 집중을 했으면 더 좋았을 것이다. 솔직히 예전의 오락실에서 했던 액션 아케이드 게임 정도 수준에 그친다. 

 

더 큰 문제는 카메라 워킹과 락온이다. 적들은 계속 등장하고, 콤보 공격 한두 번만 몰아치면 없어지는데, 시점을 정확하게 잡기가 어렵다. 키보드 마우스라면 조금 덜 하겠지만, 패드로 플레이하는 입장에서는 적들이 어디에서 나오는지, 내가 지금 뭘 집고 있는지 알 수가 없다.

개인적으로 '웨어울프 : 디 아포칼립스 어스블러드'에서 가장 아쉬운 부분은 그래픽이다. 초반에 보여줬던 오프닝 동영상의 감동은 실제 인게임 그래픽에서 처참하게 무너진다. 가장 먼저 드는 생각은 '모바일 게임'이다. 사실 PC게임의 그래픽을 모바일과 비교하는 것은 정말 어지간한 게임이 아닌 이상 떠올리기가 힘든데, 이 게임은 모바일 게임의 그래픽과 때깔이 느껴진다. 뭔가 번쩍거리는 스킬 이펙트나 캐릭터 모델링을 보면 그쪽 계열과 상당히 비슷하다.

 

다른 부분은 '전통'이라는 이름으로 포장할 수 있겠으나, 이런식의 그래픽 퀄리티는 쉽게 받아들이기 어렵다. 2021년에 나온 게임 치곤 기대에 상당히 못 미치는 수준이다. 그래픽이 뛰어나질 않으니, 이를 커버하기 위해 번쩍거리고 알록달록한 이펙트를 사용한 것. 대신 그만큼 그래픽 옵션을 타협할 고민은 하지 않아도 된다. 마지막 현역인 'GTX 970'으로도 풀옵션이 가능하다.

'웨어울프 : 디 아포칼립스 어스블러드'는 초반 도입부의 기대감이 서서히 증발하는 게임이다. 게임 진행의 단조로움과 밋밋함과 떨어지는 그래픽 퀄리티, 그리고 가격대비 조촐한 볼륨. 가벼운 마음으로 '늑대인간'을 한 번 체험해보겠다면 적당하지만, 이 가격이면 더 나은 게임을 하는 편이 좋다.

 

가볍게 '찍먹'하는 느낌으로 접근하는 편이 실망을 덜 할 것이다. 트레일러나 꾸며진 플레이 영상을 보고 '긴장감 넘치는 잠입, 화려하고 빠른 전투' 같은 걸 기대할만한 게임은 아니다. 아직 덜 다듬어진 느낌이 상관없다면, 라이브러리에 '늑대인간'이라는 카테고리를 따로 모으는 게이머라면 킬링타임용으로 적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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