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방치형 게임. 플레이어는 뭐 하나? IDLE ANGELS : 여신전쟁 리뷰

  • 입력 2021.01.31 17:12
  • 기자명 김민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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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치형 게임은 한때 모바일 게임 분야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구가한 장르다. 플레이어가 특별히 머리를 쓰거나 전략을 짤 필요없이 단순하게 버튼만 연타하거나, 자동으로 캐릭터가 성장하고, 이를 바탕으로 새로운 콘텐츠를 오픈하거나 영구적인 능력치를 부여받는다. 방치형은 이름에서 나와 있듯이 콘솔게임에서 느껴지는 무거움과 진중함을 한결 덜어낸 라이트한 게임장르다. 플레이어가 개입하는 건 전체적인 큰 틀에서 결정해야 할 요소들 뿐이라 캐릭터를 직접 세밀하게 조종하면서 느끼는 재미는 거의 없다. 하지만 게이머가 직접 전략을 짜고, 큰 결정을 주도하기 때문에 게임의 방향을 정한다는 점에서 시뮬레이션과 비슷한 재미를 느낄 수 있다.

태생부터 모바일에 최적화 되어 있는 방치형 게임 장르는 국내에서는 약간 병맛스러운 B급 요소가 들어가야 크게 흥행한다. 중년기사 김봉식, 거지키우기처럼 게이머들이 어이없는 웃음을 지을 수 있도록 하는 요소가 게임의 키포인트로 기능하는 것이다. 이미 오랜 시간 사랑받으며 그 재미를 많은 게이머들에게 알려준 방치형 게임이지만, 유독 RPG, 그것도 국내와는 인연이 없었다. 사실 RPG라는 장르 자체가 캐릭터의 성장과 스토리를 중심으로 진행되는 게임이기에 방치형의 아이덴티티와는 겹치는 부분이 없기도 하다. 게다가 게임에 진심(?)을 다하는 한국인의 특성상 라이트한 면이 있는 방치형 RPG게임은 성공하기가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방치형 RPG를 하기보다는 차라리 정통 RPG 게임에 자동사냥이 들어간 게임을 하고 마는 게 한국인이니까. 국내에서는 크게 성공하지 못했지만, 해외, 특히 서양에서는 방치형 RPG가 대세로 자리잡은 지 오래다. 탭 타이탄이라는 방치형 게임의 롤모델 이후 수많은 방치형 게임이 양산되고 있는 추세. 이미 레드오션 수준에 이른 방치형 게임이지만 정작 방치형 게임 매니아들은 게임성 좋고, 할만한 방치형 게임이 없어 고민하고 있다. 그런데 지난 22, 정식 출시된 모바일 게임, 여신전쟁이 이러한 방치형 게임 마니아들의 요구를 충족시켜줄 수 있을까? 개발은 조이포트가 했고, 서비스는 코닉글로리의 자회사인 네오조이가 담당했다. 이름에서부터 방치형을 뜻하는 IDLE(게으른, 가동되지 않은)이라는 단어가 사용된 이 게임의 경쟁력은 무엇일까?

몰입감은 커녕 세계관 설명도 없는 빈약한 스토리

스토리는 없다고 보는 게 마음이 편하다. 방치형 게임의 특성상 스토리가 빈약한 것은 어쩔 수 없다고 할지 모르지만 그렇게만 치부하기에는 너무 성의가 없다. 기본적인 컨셉은 주인공 캐릭터가 도움을 주는 조연 캐릭터와 함께 각 나라를 돌아다니며 그 지역의 신들을 물리치는 것이다. 그런데 이 과정이 아주 불친절하게 묘사된다. 주인공의 이름도 모르고, 이들이 신들을 왜 찾아다니는지. 각 신들의 특징이나 목적도 언급되지 않는다. 게다가 조연 캐릭터나 주인공의 대사는 마치 국어책을 읽는 듯, 어색하기 그지없다. 서비스하는 코닉글로리가 중국 회사인 것은 맞지만, 분명 해외 런칭한 게임을 번역하여 들여온 것은 아닌 것으로 아는데, 대체 왜 이런 문제가 자꾸 발생하는지 모르겠다. 2개월 동안 국내외에서 소프트론칭을 통해 이용자 피드백을 받아들였고, 스토리는 유명 웹툰 제작사인 와이랩이 담당했다고 하는데, 그 퀄리티가 결코 좋다고 할만한 수준이 아니다.

스토리의 진행방향에 대한 명확한 설명이 없을뿐만 아니라 최종적으로 달성해야 할 목표도 모르니, 몰입이 될 리가 없다. 하나의 스테이지가 무려 20개 가량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이 과정에서 보스와의 이벤트 대화나 세계관을 알 수 있는 대화는 스테이지 1과 마지막 뿐이다. 그나마도 자세한 설명이 없고, 주먹구구식으로 자기네들끼리 대화하고 말기 때문에 게이머 입장에서는 스토리를 이해할 수도 없고, 이해하고 싶은 생각도 들지 않는다. 물론 게임의 전체적인 시스템이나 일러스트를 보면 이 게임이 스토리에 힘을 준 게임이 아니라는 것은 너무나 쉽게 알 수 있다.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기본적인 스토리 라인은 알려줘야 할 것 아닌가. 단순히 예쁜 일러스트만 보기 위해 게임을 하는 게 아닌만큼, 정형화되더라도 최소한의 스토리 라인은 살려줬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전형적인 방치형. 심지어 플레이어도 방치한다.

시스템은 아주 간단하다. 기본적으로는 수집형 RPG로 세계 각지의 신화 속에 등장하는 여신들을 영입하여 전투력을 높이고, 스테이지를 클리어하는 방식이다. 각 스테이지는 10~20개로 구성되어 있는데, 독특하게도 모든 스테이지가 보스와의 전투로 구성되어 있다. 기본적인 메인 화면에 계속해서 자잘한 적들이 등장하고 자동으로 전투가 벌어진다. 게이머가 다른 키를 조작하거나 아무런 행위를 하지 않고 켜 놓기만 해도 계속해서 자동전투가 벌어지니 신경 쓸건 없다. 스테이지 하나를 넘기려면 따로 지정된 보스전투를 눌러야 한다.

전투는 아주 심플하다. 보스와 게이머의 캐릭터는 시간이 지나면서 행동력이 차 오르고, 행동력이 찬 캐릭터는 자동으로 행동에 들어간다. 기술 게이지(명확한 호칭은 모르겠다. 시간이 흐를수록 행동력 옆에 작게 칸이 차오른다.)가 차기 전에는 평타공격만 하다가 칸이 다 차면 각 캐릭터의 고유 기술을 써서 데미지를 주게 된다. 이 모든 전투과정에서 플레이어가 개입할 수 있는 부분은 전무하다. 플레이어는 처음에 보스전이라는 버튼 하나만 누르면 자신의 역할을 다한 것이다. 가만히 앉아서 기술 쓸 때 등장하는 여신들의 일러스트만 열심히 구경하면 끝이다. 전투가 끝나고 나가서도 상황은 비슷하다. 플레이어가 할 수 있는 건 장비를 교체해 주고, 강화하고, 새로운 여신을 영입하는 것 뿐이다. 나름대로 전략을 짜고, 캐릭터 배치를 신경 써야 뭔가 내가 전투를 세팅한다는 기분이 날 텐데, 그런 요소가 거의 없다.

전체적으로 게임 시스템이 간략하고 전투도 일차원적으로 쉽게 구성되어 있지만, 정작 설명이 필요한 부분은 어떤 코멘트도 없다. 캐릭터의 종류를 뜻하는 궁수, 힐러, 탱커 등은 이름 옆에 아주 작은 마크로 표시되는데, 이 마크도 가독성이 떨어질 정도로 작게 표시되어 있어 알아보기가 힘들다. 레벨이 떨어지는 여신을 덱에 포함시키면 자동으로 같은 종류의 여신 중 가장 레벨이 높은 여신에게 레벨이 이어지는 계승 시스템도 명확한 설명이 없어 유저들이 하나하나 클릭해보며 알아나가야 한다.

그래픽과 일러스트가 좋지만 대놓고 선정적. 18금이니까 뭐.

이 게임에서 유일하게 호평할만한 부분은 그래픽 뿐이다. 게임성은 별로지만 게임 내에 구현되어 있는 적들이나 여신들의 그래픽, 일러스트가 여러 의미로 인상적이었다. 게임을 기획했을 때부터 염두에 두었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선정적인 포즈를 취하고 있는 캐릭터들 덕에 불편한 감이 있긴 하다. 애초에 이름부터가 여신전쟁이고, 거의 헐벗은 수준의 옷을 입고 있는 캐릭터들을 보고 있으면 개발사가 뭘 노린 것인지는 명명백백하다. 스킨이라 불리는 코스튬을 게임 출시 초기부터 연달아 내놓고 있는 것만 봐도...... 선정성이 정말 위험한 수준이라 공공장소에서는 쉽게 킬 수 없을 정도다. 18금 타이틀을 달고 있어 불법도 아니고 문제될 여지는 없지만, 뭔가 게이머들을 하나의 욕망 덩어리로 취급하는 것 같아 기분이 썩 유쾌하지는 않았다.

할 게 없다는 게 딱 들어맞는다.

아직 출시 초반이라 그런지 콘텐츠는 빈약한 편이다. 하지만 하루가 다르게 콘텐츠를 추가하는 걸 보면 조금만 시간이 더 지나면 풍부한 게임 콘텐츠가 마련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다른 콘텐츠도 메인 전투와 비슷한 매커니즘으로 구성된다면 뭐 하나 발전이 없을 것이라는 점이다. 기본 전투가 보는 재미뿐이라 내가 조작한다는 느낌이 없다. 다른 콘텐츠도 이런 식이라면 단순히 클릭만 하고 마는 게임이 될 가능성이 크다. 물론 방치형 게임의 특성이 그런 것이라면 할 말은 없지만.

여담으로 전투 이펙트 자체는 나쁘지 않은 편이다. 스킬을 쓸 때의 그래픽 효과, 타격감 자체는 떨어지는 수준이 아니기에 발전의 여지가 충분하다.

앙코 없는 찐빵 같은 느낌. 조작의 맛이 없다.

뭐라 한 마디로 표현하기 애매한 게임이다. 필자가 방치형 게임을 그닥 좋아하지 않는 탓도 있는 것 같은데 뭔가 하나가 부족한 느낌이다. 대놓고 선정성을 드러낸 일러스트는 불만이지만, 그럼에도 그래픽은 나쁘지 않고, 전투 이펙트도 평균 수준은 된다. 그럼에도 묘하게 끌리지가 않는다. 아마 게이머가 직접 개입하여 전투를 이끌어가는 맛이 없기 때문인 것 같다. 뭐랄까. 너무 쉽게 강해지는데다가 스토리에도 몰입감이 없으니, 굳이 플레이해야 할 필요를 못 느낀다고 할까? 일러스트 보는 맛에 킬링타임용으로 즐길 수는 있겠지만, 오래 즐길 게임은 아닌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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