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리뷰] 소셜 RPG로 돌아온 쿠키런 킹덤, 다시 달달해질 수 있을까?

  • 입력 2021.01.24 22:18
  • 수정 2021.01.25 01:13
  • 기자명 진병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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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셜 RPG라는 장르로 출시된 <쿠키런 킹덤>은 카카오톡뿐만 아니라 라인 기반으로도 출시됐던 러닝 액션 게임이었다. 모바일 게임에서 흔히 봤던 이른바 ‘오토 러너(auto-runner)’ 형식으로 아기자기한 2D 도트 그래픽으로 주목을 받았다. 해외에서 전해져 오는 전래 동화 ‘진저브레드 맨’을 콘셉트로 제작했다는 점 덕분에 모든 연령대에서도 인기를 얻었다. 흔히 오토 러너 형식의 게임은 <소닉>과 <마리오> 시리즈처럼 리듬감을 타면서 플레이하는 것이 특징인데 이번에 출시한 <쿠키런 킹덤>은 완전히 다른 게임이 되었다.

모바일 게임, 특히 MMORPG(대규모 다중 사용자 온라인 롤플레잉)를 즐겨 하는 게이머라면 ‘킹덤’이라는 부제 때문에 플레이가 어떻게 변했을지 쉽게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손쉬운 자동 전투와 무한대로 펼쳐지는 보상과 업그레이드가 절로 떠오르는 것이다.

<쿠키런 킹덤>도 그런 대세를 충실히 따르고 있다. 뽑기 시스템을 통해서 여러 쿠키들을 모을 수 있고, 시간이 지날 때마다 여기저기서 보상이 주어진다. 업그레이드에 필요한 재료들이 계속 수급되면서 모바일 RPG라는 장르답게 접속 시간을 충분히 늘려 놓았다.

이 게임은 왕국을 세워야 한다는 테마를 내세워서 여러 건물들을 짓고 업그레이드해야 한다. 물론 여타 모바일 게임과 크게 차별화를 둔 것은 아니지만, 나무를 깎고 베면서 영토를 확장한다는 점이 눈길을 끌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드래곤 퀘스트 빌더즈>가 떠올랐는데 그 정도로 ‘집짓기’가 세밀한 것은 아니지만, 아주 작은 영토에서부터 시작하기 때문에 어느 정도 동기부여가 되고 있다. 건물들에는 모두 ‘설탕’이나 ‘쿠키’, ‘각설탕’, ‘롤케이크’, ‘비스킷’ 등 전부 달달한 어감의 이름들이 지어졌기 때문에 중장년보다는 그 이하의 세대에게 더 통할 수 있는 게임으로 보인다.

전투는 디펜스 형식으로 진행된다. 쿠키들이 전진하면서 적들과 만나면 각종 스킬을 사용하면서 헤쳐나가야 한다. 보기에는 유아틱하고 단순해 보이지만, 전술이라는 것도 존재한다. 예를 들어 ‘용감한 쿠키’의 ‘용감한 돌격’ 스킬은 적들을 뒤로 밀치는 효과가 있기 때문에 대오를 짜서 오는 적들을 한 곳으로 뭉치게 하는 역할을 한다. 그런 다음에 ‘칠리맛 쿠키’가 ‘발빠른 습격’을 통해 후방에서 4연타를 날리면 더 큰 피해를 줄 수 있다. 자동 전투로 설정을 해 놓으면 당연히 이런 전술적인 공격이 이루어지지 않아서 효율적이지 않다.

다만 시간이 날 때마다 레벨을 올려 놓으면 이런 전술적인 공격도 사실상 무용지물이 된다. 보통공격하는 쿠키들이 다섯 개 정도로 팀을 짜는데 스킬 쿨타임(스킬을 사용하고 동일한 스킬을 사용하기까지 걸리는 시간)이 제법 빠르기 때문에 터치하는 일이 여간 번거로운 게 아니다. 게임 자체도 건물을 짓는 플레이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전투에 그리 크게 신경쓸 일도 없을 것이다.

다행히도 주어지는 퀘스트를 따라가다 보면 전투에서 막히는 경우가 자주 발생한다. 전투할 때마다 필요한 재료들이나 코인 등 수급에 있어 인색한 면도 있어서 접속만 하고 웹서핑할 일도 별로 없을 것이다. ‘킹덤’이라는 주제에 맞게 건물을 짓는데 시간을 크게 할애하고 있고, 나름대로 개발진의 의도가 성공하고 있다.

다만 기존 <쿠키런> 팬들이나 다른 취향의 게이머들에게 얼마나 어필할 지는 모르겠다. <쿠키런>이라는 게임 자체가 갖는 성격이 이 게임에서는 거의 후퇴했기 때문에 사실상 전형적인 MMORPG라고 봐야 한다. 게다가 <쿠키런>의 초기작인 ‘오븐 브레이크’가 출시한 지 벌써 10년이 넘었고, 장기적인 서비스 기간에 비해 방치됐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라서 반가움보다는 그저 대세를 따라서 똑같은 쿠키를 찍어낸 결과물이 아닌가 싶다.

전투를 전개할 때는 예전 추억을 소환하려고 했는지 점프와 슬라이드 버튼을 추가하면서 코인을 얻는 장면도 있다. 그런데 이런 액션이 각 스테이지마다 계속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서 그다지 의미가 없어 보인다. 마지막에 생명력 아이템을 얻어서 전투를 이어갈 수 있지만, 자동 전투를 걸어 놓는 게이머들 중에 이런 부분에 유의할 사람들이 얼마나 될까?

아마도 개발진은 <쿠키런>이라는 프랜차이즈를 대세에 맞게 RPG 형식으로 바꾼 것 같은데 큰 차별화가 없다는 점이 아쉽다. 모바일 온라인 게임들의 그 틀에 끼어 맞추려 한 노력이 곳곳에서 엿보인다. 잦은 업그레이드와 보상은 기본이고, 온라인 PvP(플레이어 vs 플레이어)가 펼쳐지는 아레나는 당연히 추가되어야 할 것이며, 뽑기 시스템과 확률 계산도 해야 한다. 쿠키나 케이크, 초콜릿, 비스킷 등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좋아할 만한 아이템들은 많으니 디자인 면에서도 어느 정도 커버가 가능할 것이다.

몇 달 전에 SLG(시뮬레이션) 게임 장르로 탈바꿈해서 돌아온 온라인 모바일 게임을 플레이한 적이 있었는데 업그레이드와 보상의 무한 반복이 혀를 내두를 정도였다. 나쁘게 말하면 참 게으른 전개였기 때문에 딱히 평가할 일도 없었다. 다행히 이 게임은 코인이나 전투에 필요한 재료 등 수급의 밸런스를 알맞게 조절은 해 놓았다. 전투에서 자주 막히면서 패배하기 때문에 업그레이드에 신경써야 하고, 더욱 할 일이 없게 되면 영토를 확장하는데 시간을 보낼 수 있다.

그렇다고 해서 꼭 할 일이 많은 것만은 아니다. 세 번째 챕터까지 가면서 흐름이 끊긴 적이 딱 세 번 정도 있었는데 건물 짓는 시간이 걸려서 게임 애플리케이션을 종료해야만 했다. 물론 이 일련의 과정들은 무과금 유저를 기준으로 진행됐다. 이 게임 역시 ‘현질’ 유도를 위한 광고가 자주 보이는데 딱히 탐나는 쿠키는 보이지 않았다. 건물을 빨리 짓고 싶으면 소량의 크리스털이 필요한데 이 역시 욕심이 나지 않는다.

게임의 스토리를 들여다볼 게이머는 별로 없을 것이다. 게임의 소재도 그렇고, ‘쿠키런’이라는 프랜차이즈를 잘 모르더라도 여타 모바일 온라인 게임과 별 차이가 없어 보이기 때문이다. 아마 다른 게임들처럼 대사들이 나와도 대충 터치하고 넘어갈 것이다.

그렇다고 해도 쿠키들과 건물들의 이름 등이 모두 대충 지은 티가 역력해서 플레이 자체가 매우 가벼워 보인다. 물론 낯선 이름보다는 친근한 이름으로 다가서는 게 유리할 수는 있지만, 고심의 흔적이 별로 보이지 않는다.

이 게임은 결론적으로 <쿠키런>이라는 프랜차이즈를 활용해서 전형적인 MMORPG를 제작한 것으로 보인다. 플레이를 하면 할수록 여타 모바일 게임의 포맷을 그대로 찍어낸 것 같아 아쉽다. ‘진저브레드 맨’이 주는 감수성이 살아날 때마다 모바일 게임의 기성품들이 오버랩 되고 있어서 게이머들에게 얼마나 큰 영향을 줄 지는 모르겠다.

그래서 개인적으로는 이 게임의 비주얼에 더 초점을 맞추고 싶었다. 게임의 스토리나 전투 시스템과는 별개로 ‘찰리와 초콜릿 공장’을 떠올리면서 단맛에 잠시 푹 빠져 보는 것이다. 게다가 게임 자체의 소재 덕분에 ‘킹덤’을 들여다볼 때마다 그 알록달록한 그래픽 디자인이 눈의 피로감을 줄여주고 있다. ‘쿠키 하우스’와 ‘뚝딱 대장간’, ‘나무꾼의 집’, ‘젤리빈 농장’, ‘각설탕 채석장’, ‘설탕 몽땅 잼가게’, ‘롤케이크 공작소’ 등 게임의 초반부를 차지하고 있는 이 건물들 위로 떠오르는 아이템들이 나중에는 꽤 친근하게 다가온다. 국내 성우진의 연기력 역시 뛰어난 편이라서 아동들이 플레이할 때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추후 피드백을 통해서 다른 모바일 게임과는 차별성을 두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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