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세, 그 처절함의 정밀묘사. PS4 '킹덤 컴: 딜리버런스 로열 에디션' 리뷰
중세, 그 처절함의 정밀묘사. PS4 '킹덤 컴: 딜리버런스 로열 에디션' 리뷰
  • 더키드
  • 승인 2021.01.20 1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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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의 중세는 게임의 단골 배경이다. 거미줄처럼 얽힌 가문과 왕위 계승으로 인한 갈등. 끊이지 않는 전쟁과 드러나지 않은 정치적 암투. 여기에 마법사와 드래곤, 전설의 갑옷과 무기, 엘프와 드워프 같은 판타지를 조금 섞으면 그대로 RPG의 기본 배경이 된다.

 

이런 스토리는 실제로 일어났던 당시 유럽의 역사와 많은 부분이 닮아있다. 이런 배경 위에서 가난한 농부나 대장장이의 아들, 혹은 사생아 같은 캐릭터로 시작해 영웅이 되는 이야기를 한 번쯤은 경험해봤을 것이다. 중세를 배경으로 한 게임에 유난히 덕과 빠가 많은 이유는 바로 이런 상상력이 '정말로 있었을 법한 역사'처럼 느껴지기 때문이다. 

 

사실 14, 15세기 유럽의 역사를 자세하게 알고 있다면, '중세 게임'을 더 많이 즐길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당시의 사건이나 인물이 보이지 않는다고, 모른다고 해서 그 재미를 완전히 잃는 것은 또 아니다. '엘더스크롤' '위쳐' '마운트 앤 블레이드' 같은 게임들은 그 특유의 '서양 중세 판타지' 분위기를 충분히 느낄 수 있다. 꼭 역사를 완벽하게 꿰뚫어야 할 필요는 없다.

간혹 중세를 배경에 두고 '스팀 펑크'나 '로봇 SF' '공룡' 같은 요소를 섞어 혼종을 만들어 내는 게임도 있지만, 그래도 '중세 게임'이라고 한다면 최소한 '롱소드'나 '할버드' 같은 무기를 들어줘야 한다. 어떻게 보면 최소한의 장치와도 같다.

 

어설프게 뭔가를 섞는 방법 대신 철저하게 '현실적인' 모습을 그려낸 게임들도 있다. 마법이나 몬스터 같은 요소를 완전히 걷어내고, 담백하게 그 시대를 정말 있었던 역사처럼 만들어 내는 게임. 판타지 요소를 새롭게 만들기보다는 있었던 사실을 세밀하게 그려낸 게임도 많다.

 

이번에 다룰 게임은 실제 역사를 그대로 게임에 옮겨온, 아마 '중세 게임'을 좋아하는 게이머라면 무조건 들어봤을 타이틀이다. 바로 '킹덤 컴 딜리버런스'다. 이미 PC로 발매되어 많은 호평을 받았던 게임이 이번엔 플랫폼을 옮겨 'PS4'에서 출시됐다. 이번에는 그동안의 DLC를 모두 포함하는 '로열 에디션'이다. 이미 팬들에게 그 게임성이 검증된 게임이지만, 아직 이 게임을 모르는 게이머들 그리고 'PS4'에서 주로 플레이하는 게이머들을 위해 이 게임을 한 번 소개해볼까 한다. 

게임은 시대적 배경은 1400년 초. 지금의 '체코'라고 불리는 '보헤미아'에서 시작한다. 플레이어는 '스칼리츠'라는 마을 대장장이의 아들 '헨리'로 게임을 시작한다. 게임에서는 위대한 황제 '카를 4세'가 죽고, 선황의 첫 번째 아들 '벤체슬라스'가 왕위를 이어나가는 시점이다. '벤체슬라스'는 아버지와 다르게 나태하고 방탕한 야망없는 군주다. 이런 왕의 모습에 백성들의 불만은 소리소문없이 퍼졌고, 여기에 이복동생이자 헝가리의 왕 '지기스문트'가 선의를 가장해 자신의 형을 납치한다. 

 

'스칼리츠' 마을의 영주 '라드직'은 마을의 은광을 몰래 활용해 '벤체슬라스' 왕을 지원하고 있다. 이에 대한 일종의 보복으로 '지기스문트'의 군대와 '쿠만' 용병이 마을을 습격한다. 수많은 군대가 '스칼리츠'를 짓밟았고, 그 과정에서 주인공인 '헨리'의 부모님은 목숨을 잃게 되고, 광경을 눈앞에서 목격하게 된다.

 

이후 성으로 피신하려다 실패한 '헨리'는 그대로 말을 탄 채 얼마 떨어지지 않은 성 '탈름버그'로 달려 이 소식을 전한다. 그날 밤, 습격당한 '스칼리츠'의 성주 '라드직'과 병사들, 살아남은 사람들은 폭풍우 몰아치는 밤을 틈타 '라타이'라는 도시로 대피하게 된다. 탈름버그에 머무르던 '헨리'는 이 소식을 듣고 부모님의 시신을 수습하지 못했다는 죄책감에 시달리다 결국 '탈름버그'를 빠져나와 폐허가 된 스칼리츠를 찾는다.

 

모두 불탄 마을. 아무것도 남지 않은 곳에서 부모님의 시체를 찾은 '헨리'는 자신의 집 보리수 아래에 부모님을 묻어드린다. 그러던 중 시체를 약탈하는 도적들을 만나게 되고, 이 습격에서 아버지와 자신이 만든 검을 약탈당하며 쓰러진다. 죽음의 순간, '탈름버그'의 '로바드'가 '헨리'를 구출하며 게임은 시작된다. 

프롤로그의 내용만 봐도 알 수 있듯이 이 게임은 중세의 환상보다는 '처절함'과 '구질구질함'을 있는 그대로 보여준다. 다른 게임과 비교했을 때 초반 스토리의 도입부에선 엄청난 몰입감을 느낄 수 있다. 프롤로그만 요약하자면 왕위계승을 지키려는 세력과, 이를 노리는 세력. 그 혼란 속에 던져진 주인공의 복수라고 볼 수 있다.

 

'당신은 대장장이의 아들입니다. 이름과 직업을 선택하세요. 무기를 고르세요. 모험을 시작하세요' 같은 방식이 아니라, '이 이야기는 실제 역사를 배경으로 합니다' 라는 분위기가 그대로 느껴진다. '신성 로마 제국' '카를 4세' '벤체슬라스' '보헤미아' 같은 인물과 지명이 그대로 사용되고, 게임에서도 '백과사전'을 통해 이를 자세하게 설명한다.

 

그동안 꾸며진, 만들어진 중세의 모습에서 벗어나 역사의 일부분에 들어와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킹덤 컴'은 그동안 봐왔던 예쁘고, 잘 다듬어진 느낌이 아니라 거친 '날것'의 느낌이 난다. 축축하고 곰팡내가 코를 찌를 것 같은, 그 시대의 분위기가 그대로 느껴진다. 그래서 그런지 주인공의 '처절함'이 더욱 진하게 느껴진다.

'킹덤 컴'의 NPC나 아이템, 건물, 성의 경우도 조금만 살펴보면 '고증'을 철저히 따르고자 한 것이 느껴진다. 아마 판타지적인 요소가 섞인 '중세 게임'을 원했던 게이머라면 '예쁘지 않아서' 실망할 것이다. 게임의 전반적인 분위기만 놓고 보자면 '마운트 앤 블레이드' 의 모드 '펜도르'와 결이 비슷하다.

 

하지만, 이런 디테일에는 결정적인 단점도 포함된다. '킹덤 컴'이 어떤 방향을 추구하는지는 알겠으나, 내적 시스템을 놓고 보면 불합리한 부분이 군데군데 보인다. 가장 극단적인 부분이 바로 아이템을 한 번에 획득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물론 상자나 죽은 적에게서 아이템을 얻을 경우엔 '모두 획득' 메뉴가 있지만, 탁자 위에 있는 음식이나 아이템을 집을 때는 하나씩 차근차근 획득해야 한다.

 

아이템의 획득뿐만 아니라 다양하고 복잡한 형태의 버프와 디버프도 알아야 한다. '피로'와 '허기'는 항상 신경을 써야 한다. 때가 되면 잠도 자야 하고, 식사도 해야 한다. 이를 해결하지 못한다면, 게임 도중에 시야가 흐릿해진다거나, 행동하지 못하는 경우가 생긴다. 먹는 음식에 따라서 중독되기도 하고, 취기가 오르기도 한다. 

 

받는 피해가 어떤 형태인지, 어떤 부위를 다쳤는지를 제대로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괜히 엉뚱한 아이템을 소모하며 '물약이나 음식 먹으면 피 차겠지'가 아니라, '왼쪽 팔이 출혈 상태니까 붕대나 리넨 천으로 지혈을 하자'의 방법으로 접근해야 한다.

'헨리'는 게임에서 다양한 형태의 의뢰를 받는데, 이를 해결하는 방법도 다양하다. 말로 좋게 해결할 수도 있고, 주머니 사정이 좋다면 '그로셴'을 사용할 수도 있다. 이것도 저것도 통하지 않는 상대라면 최선의 해결책인 주먹을 사용할 수도 있다.

 

정해진 정답은 없다. 다양한 방식을 선택할 수 있는 만큼, 똑같은 퀘스트를 하더라도 플레이하는 게이머의 성향에 따라 전혀 다른 결말이 나오는 것. 플레이어가 선택하는 결과들이 모여서 게임의 진행 방향을 결정하고, 캐릭터의 성향도 바뀌게 된다. 즉, 플레이어가 선택하는 것이 곧 '헨리'의 운명이 된고 성격이 된다.

 

평화적인 방법을 주로 사용했다면, 마을 사람들은 호의를 보이고, 좋은 평판이 쌓일 것이다. 하지만, 일단 공격부터 하고 전리품을 챙겼다면 사람들은 '헨리'를 '무법자'로 생각할 것이다. 게임에서도 물건을 훔친다거나, 훔친 물건을 판다거나 하면 평판이 좋지 않게 된다. 이유 없이 사람을 때리고 다녔다면, 마을의 경비병에게 붙잡혀 질문을 받는 경우도 생긴다. 

캐릭터의 레벨업도 단순히 경험치를 쌓아 스탯을 찍는 것과는 다르다. '특성이나 스킬을 찍는다' 까지는 일반적인 RPG와 비슷하지만, 기존의 '테크트리'와는 다르다. 물론, 무언가를 찍어서 해금하는 방식도 있지만, 어떤 스킬은 무작정 반복 숙달하면 오르기도 하고, 또 어떤 스킬은 누군가에게 배우거나 훔쳐야 하는 것들도 있다. 경험치를 모아서 레벨업을 하는 방식에 익숙한 게이머라면 불편하게 느껴질 것이다. 

 

1인칭 게임이다 보니 전투에서도 호불호가 명확하게 나뉠 것이다. 전투 시스템은 계속 언급되지만 '마운트 앤 블레이드'와 거의 비슷하다. 공격과 수비를 기본으로 하면서 자신과 상대방이 사용하는 무기, 공격 방향, 타이밍, 거리 등 파악해야 하는 요소들이 있다.

 

공격과 방어에는 기력이 소모되고, 도중에 회복 물약을 먹는 것은 할 수 없다. 플레이어는 사용하는 무기의 특성을 정확하게 파악해야 하고, 또 등장하는 적이 어떤 형태의 방어구를 입었는지와 어떤 무기로 덤비는지도 알아둘 필요가 있다. 베기와 찌르기, 발차기를 사용해 공격할 수 있으며 상반신, 하반신, 오른쪽, 왼쪽 등의 공격 방향 타이밍에 맞춰 변경할 수 있다.

 

찌르기와 베기를 잘 사용하면 다양한 형태의 특수공격이 나가기도 하고, 상대의 공격을 제대로 방어하면 튕겨내거나 슬로우 효과도 걸린다. 1인칭답게 전투의 긴장감은 높지만, 조작이 익숙하지 않다면 초반에 고생을 할 수도 있다. 초반에는 익숙해지기까지 시간이 걸리는 만큼 안 되겠다 싶으면 도망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킹덤 컴'은 굉장히 디테일하고, 현실에 가까운 중세를 그려내기 위해 고집을 부린 것이 느껴진다. 하지만 그 결과물이 유저들을 불편하게 하는 점도 있다. 게임 시스템뿐만 아니라, 전반적으로 다듬어지지 않은 부분이 많다. 캐릭터의 움직임이나 상호작용이 어설프고, 또 군데군데 버그도 남아 있다. 

 

1인칭 게임을 패드로 했을 때의 불편함과 정교하지 못한 움직임이 섞이다 보니, 이게 익숙하지 않은 게이머라면 굉장히 불친절한 게임처럼 느껴질 것이다. '스토리나 디테일만 볼만하네'에서 그칠 것이다. 하지만 이 게임에서 느껴지는 '장인정신'은 이런 단점을 참을 수 있게 한다. 특히 백과사전의 빽빽한 텍스트, 기본 3개 이상은 던져주는 대화 선택지 같은 걸 보고 있으면 결코 대충 중세의 옷만 입힌 게임이 아니라는 것 '그래도 할만하네'라는 생각이 들게 한다.

 

확실히 '중세 게임'을 좋아하는 게이머에겐 좋은 게임이다. 하지만, 디테일보다는 게임적인 요소나 일반적으로 떠올리는 그런 '멋들어진' 장면을 보고 싶은 게이머들은 실망할 것이다. 자신의 취향이 인물 간의 관계, 시대적 배경과 고증을 살펴보는 것에 있는지, 아니면 화려한 액션과 예쁜 캐릭터에 있는지를 생각해 볼 필요가 있는 게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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