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산 짝퉁 '포켓몬'은 언제 사라질까? 모바일 '포켓 트레이너 DX' 리뷰

  • 입력 2021.01.06 15:59
  • 기자명 더키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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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그리고 앞으로도 모바일 게임판에서 '명작'이라 부를만한 게임이 나오긴 굉장히 어렵게 됐다. 대형 게임 개발사들이 모바일 게임을 만들 때 '재미'보다는 '수익성'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 그 비중은 점점 더 노골적으로 드러났고 그 결과로 지금의 모바일 게임은 '선수'들의 영역, 즉 P2W의 시대가 됐다.

 

물론 모든 게이머가 무과금만으로 그 게임을 플레이한다면 개발사의 입장도 곤란할 수밖에 없다. 늘 나오는 이야기지만, 개발사 역시 땅 파서 직원들 월급 주면서 게임을 만들 수는 없는 일이다. 이익집단이 이런 시장에서 수익성을 극대화하겠다고 한다면, 이를 말릴 수도 없고 또 무작정 비난할 수도 없다.

 

게이머 입장에서 아쉬운 것은 어쩔 수 없다. '땅 파서 장사하냐?'는 개발사의 변명에 '재밌으면 비싸도 산다'는 입장을 내세울 수 있지만, 사실 어느 한쪽이 완전히 포기하지 않는 이상 이 간격을 좁히기란 매우 어려운 일이다. 그나마 PC나 콘솔 쪽에서는 아직 '너드'의 고집이 남은 게임 개발사들이 몇몇 남아있고, 이들이 간헐적으로 명작들을 만들어 낸다. 하지만, 사례들도 모바일 플랫폼에서는 거의 불가능한 일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이제 양산형, 현질 유도형 모바일 게임을 대하는 게이머들의 입장도 변했다. '그러려니' 와 '어차피 기대도 안 했다'의 부정적인 감정만 남았다. 어떻게 보면 '포기했다'고 느껴질 정도로 모바일 게임에서 '재미'를 찾는 일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

 

정작 더 심각한 문제는 따로 있다. 바로 근본 없는 불법 짝퉁 게임들이 제법 그럴싸한 모습을 하고 마치 '합법'인 양 떳떳하게 서비스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재미가 있고 없고와는 전혀 다른 문제다. 남의 것을 허락 없이 가져다가 베끼고 이를 통해 수익을 내는 것은 명백한 범죄이기 때문이다.

 

이번에 다룰 게임은 바로 이 '불법 짝퉁'으로 가장 큰 피해를 보고 있는 IP '포켓몬'이다. '포켓 트레이너 DX'는 '포켓몬스터' 정식 IP를 합법적인 절차 없이 무단으로 도용한 게임이다. 기존의 애니메이션과 게임으로 활용된 정식 창작물을 그대로 가져다 사용한, 말 그대로 불법 짝퉁이다.

 

불명확한 개발사의 이 짝퉁 게임이 구글플레이 마켓에 등록되어 있다는 사실도 놀랍지만, 이 게임의 '공식 카페'까지 그럴싸하게 운영되고 있다는 점에서 그 뻔뻔함을 짐작도 할 수 없을 정도다. '불법 공식 카페' 같은 혼종이 아무런 제재 없이 그대로 운영되고 있다.

현실에서도 A급 짝퉁, SA급 짝퉁이 명품을 아주 정교하게 흉내 내는 것처럼 이 '포켓 트레이너 DX'도 최신 모바일게임이 갖춰야 할 모든 요건은 그대로 다 집어넣었다. 게임은 수집형 턴제 RPG. '포켓몬스터'의 근본이 수집에 있는 만큼 이 장르를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이렇게 보면 '포켓몬스터'는 짝퉁이 많을 수밖에 없다. 어차피 불법이고 최대한 유저들의 과금을 끌어내기에 이 '수집형'보다 더 좋은 것이 없다. 

 

얼핏 보면 구색은 다 갖춘 것처럼 그럴싸해 보이지만, 하나하나 자세히 보면 상당히 조잡하다. 배경은 기존의 다른 '포켓몬스터' 게임의 이미지를 고정해놓고 그 위에 캐릭터의 모션만 추가했다. 당연히 캐릭터와 배경이 어울리지 못해 그래픽이 전반적으로 떠 있는 느낌이다. 마감이 덜 된 가벼운 느낌이 든다.

 

배경을 비롯해 게임에서 등장하는 대부분의 애니메이션 컷신은 '포켓몬스터'의 극장판 애니메이션을 그대로 가져왔고, 등장하는 BGM 역시 정식 '포켓몬스터' 게임의 것을 그대로 가져와 무단으로 사용했다. 다른 게임을 그대로 복사 붙여넣기 하고 짜깁기했다.

'포켓몬'의 기본 모션에는 특별한 것이 없다. 스킬의 이펙트도 어딘가 다른 게임에서 본 것처럼 익숙하다. 전체적인 전투는 '포켓 토너먼트'라는 3D 게임을 본떠서 가져온 느낌이 강하다. 게임에 근본이 없다 보니 배경이 변화하거나 애니메이션의 재생도 어딘가 어울리지 않는다. 오래 갈 것도 없이 튜토리얼만 해봐도 컨셉 없는 짜깁기의 조악함이 느껴진다.

 

'포켓 트레이너 DX'가 무서운 점, 그리고 동시에 가장 악의적인 부분은 등장 '포켓몬'의 일러스트다. 불법 짝퉁 게임이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대기화면과 일러스트와 때깔은 그럴싸하게 포장했다. 원작 '포켓몬스터'의 개성이 워낙 뛰어나고, 또 다양하기 때문에 때깔은 좋아 보일 수밖에 없다. '포켓몬'이라는 최고의 IP를 그냥 가져와 조금 다듬은 것만으로도 어느 정도 모양은 갖춰진다. 이런 걸 보면 '포켓몬스터'의 힘이 어느 정도인지, 왜 짝퉁들이 이렇게 기를 쓰고 베껴다 쓰는지가 이해는 된다.

 

그나마 신경 쓴 것이라곤 UI의 배치 정도다. 그래봤자 전형적인 중국형, 양산형이 풍기는 조잡함이 그대로 느껴진다. 근본이 없는 게임이고, 남의 것을 허락 없이 가져다가 자기 것인 양 포장했으나 이를 담아낸 그릇은 형편없다.

'포켓 트레이너 DX'의 목적은 확실하다. '이왕 불법인 거 어떻게든 수익을 내겠다'는 것이 게임 곳곳에서 느껴진다. 처음 시작할 때에는 마치 무과금도 충분히 게임을 즐길 수 있는 것처럼 많은 재화를 퍼주지만, 대부분은 눈속임이다.

 

이 게임은 '수집형'의 근본 중의 근본인 '포켓몬'이 담겨있다. 수많은 속성과 스킬을 가진 '포켓몬'이 각각의 등급별로 나뉘어 있고, 이를 수집하기 위해서는 당연히 '과금'을 거쳐야 한다. 문제는 '뽑기'의 등급별 획득확률은 공개하지도 않았다. 바로 이 부분이 게임의 정체성을 보여주는 것이다. 여기에 초보자 패키지로 시작해서 첫 충전 패키지, 그리고 VIP시스템까지 정점을 찍는다. 규제되지 않은 모바일 게임이 어떤 식인지, 불법으로 이득을 취하는 모바일 게임이 어떤 모습을 하는지를 그대로 보여준다.

 

강화요소를 보면 더욱더 악질적이다. '포켓몬'에 액세서리를 달고 '스킬' '돌파' '개체값'등의 온갖 강화 요소를 다 집어넣었다. 물론 최근 모바일 수집형 RPG가 대부분 이런 방식이라는 것을 모르진 않는다. 하지만 '포켓 트레이너 DX'는 정도를 넘어 노골적으로 '과금 유도'를 한다. 진짜 문제는 이 '과금'에 대한 그 어떤 안전장치도 없다는 점이다. 이 게임으로 인해 발생하는 문제에 대해서는 제대로 된 보상을 받을 방법이 없다. 피해를 보는 것은 이러한 사실을 모르는 선량한 게이머들이다. 

'포켓 트레이너 DX'는 불법으로 운영되는 게임이다. 애초에 마켓에 올라와서도 안 되는 게임이고, 게이머들 역시 이를 인식하고 플레이하지 않는 것이 좋다. 애초에 '게임은 괜찮던데. 그래도 할만하던데'라는 의견을 두고 논쟁할 일이 아니다.

 

게임이 괜찮은 이유는 '포켓몬스터'라는 IP가 뛰어나기 때문이다. 개발사가 게임을 잘 만들어서도 아니고, 붙여넣기를 잘해서 그런 것도 아니다. 게임의 시작부터 끝까지 기존에 있던 것을 그대로 보여주기만 하는 데 여기에다 '게임성'이나 '재미'를 이야기하기엔 무리가 있다.

 

개인적으로 걱정이 되는 것은 이런 사실을 잘 모르고 게임을 플레이하는 게이머들이다. 이런 불법 짝퉁 게임은 개인정보의 유출이나 악성코드로 인한 해킹에 그대로 노출되어있다. 출발 자체가 게이머를 '호갱'으로 보고 있는데 당연히 피해 보상이나 환불 같은 정책이 있을 리 없다. 정말로 '포켓몬스터'를 좋아해서 과금을 하고 열심히 플레이하던 게임이 하루아침에 사라질 수도 있다. 이에 대한 피해는 고스란히 게이머에게 돌아간다.

아직도 저작권에 대한 제대로 된 보호 없이 이런 불법 짝퉁 게임이 나온다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짝퉁 게임이 근절되지 않고, 원작자의 창작물이 보호받지 못한다면, 결국 모바일 게임에서 '명작'이 등장하는 시기는 더 늦춰질 것이다.

 

원작의 소유권을 가진 '닌텐도'와 '게임프리크'가 한국 구글플레이 인기 순위에 '포켓 트레이너 DX'가 버젓이 올라있는 것을 보면 어떤 생각을 할까? 자신들의 권리가 제대로 보호받지 못한 문제는 둘째 치고, 한국 게이머들의 저작권 인식에 의문을 품을 것이다. 

 

이 피해는 정말로 '포켓몬스터'를 좋아하고, 정식 라이센스의 게임을 구매한 국내 게이머들에게 돌아간다. 원작자에게 돌아가야 할 수익이 불법 짝퉁 개발사에 간다면, 당연히 그 IP는 힘을 잃게 될 것이고 새로운 신작을 기대하기는 더 어려워질 것이다.

 

'해적판'이나 '와레즈'의 시대는 지나갔다. 개인의 자유까지 간섭하고 싶지는 않지만, 적어도 '포켓 트레이너 DX'를 플레이한다는 것이 다른 선량한 게이머들에게 피해를 주는 이기적인 행위인 것 하나 만큼은 알리고 싶다. 직접 해봤는데 그렇게 재밌지도 않다. 제발 이번 게임만큼은 피해주시길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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