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 오브 더 씨(Call of the Sea), 러브크래프트와 퍼즐이 만난다면…
콜 오브 더 씨(Call of the Sea), 러브크래프트와 퍼즐이 만난다면…
  • 진병훈
  • 승인 2020.12.18 12: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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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 오브 더 씨(Call of the Sea)>를 즐길 마음을 먹었다면 뜨거운 커피가 들어 있는 보온병 하나 정도는 준비하는 것이 좋겠다. 나는 오랜만에 퍼즐로 가득한 세계를 접했으며, 그 시간 동안은 꽤 차분하고 여유로웠다. 난해한 퍼즐이 계속해서 이어졌지만, 실마리를 찾아가는 과정에서 그 어떠한 스트레스도 없었다. ‘셀 셰이딩’ 스타일의 미적인 레벨 디자인은 눈의 피로감을 줄여주었으며 사랑과 외로움을 중심으로 이어지는 스토리텔링은 좀처럼 게임 속에서 빠져나오지 못할 정도로 흥미로웠다. 퍼즐을 풀 때마다 오는 성취감은 웅장한 사운드트랙과 함께한다.

당신이 두 눈을 좀 더 뜨고 관찰력을 발휘한다면 ‘러브크래프트’에 가까울 정도로 감성적인 스토리에 빠져들 것이다. 안개가 낀 것처럼 뚜렷하지 못하고 어렴풋해 보이기도 하지만, 두려움과 절망이 뒤섞인 소용돌이 속에서 생존할 때마다 극적인 평온함을 안겨다 준다.

하지만 방심은 금물이다. 이 게임에 등장하는 퍼즐들은 결코 만만치 않다. 적당히 도전적이지만, 시각적으로 민감하게 반응하지 않는다면 놓칠 수 있는 것들이 많다. 다행히도 이 게임은 실마리를 찾는 과정에 투자했던 그 기나긴 시간이 전혀 아깝지가 않다. 여유를 가지고 도전한다면 꽤 가치 높은 게임이 될 것이다.

배우자의 지병 때문에 태평양의 고립된 섬으로 떠난 남자가 있다. 노라의 남편 해리는 부인의 치료 방법을 찾기 위해 똑똑한 사람들을 모아 팀을 꾸렸다. 하지만 해리의 마지막 편지 이후에 석 달이 지나도 소식이 없었고, 노라의 꿈자리도 사나워졌다. 괴상한 꿈 때문에 깨는 일이 잦아지고 있을 무렵, 수수께끼의 문장과 고대 유적, 황동 열쇠가 들어 있는 소포가 도착한다. 발신자가 없는 소포에는 ‘타히티’의 직인이 찍혀 있었다. 그리고 ‘오타헤이트(타히티의 고대 이름)에서 동쪽으로 74해리 떨어진 곳’이라는 의미심장한 문구를 볼 수 있었다.

무작정 타히티로 출발한 노라는 해리와 함께한 원정대의 행방을 알아내고, 타히티에서 동쪽으로 74해리 떨어진 섬으로 갈 수 있었다. 현지인들뿐만 아니라 데려다 준 선장이나 선원들, 모두 그 섬에 가려고 하지 않았다. 유난히 미신을 믿었던 선장 역시 그 섬에 발도 들이지 않을 작정이었다.

결국 노라는 남편을 찾기 위해 홀로 섬으로 떠난다. 모두가 저주의 섬이라고 하는 그곳으로 돛단배에 몸을 실어 유유히 이동한다. 자신의 영원한 벗이기도 했던 해리가 노라의 알 수 없는 병을 치료하기 위해 샌프란시스코로 떠난 지가 벌써 1년이 지났지만, 지금은 실종된 상태다. 그리고 지금 노라가 가려고 하는 그 곳은 꿈에서 자주 봤던 바로 그 섬이었다.

게이머가 플레이할 노라는 남편 해리가 다녀간 흔적을 따라서 갖가지 퍼즐과 맞닥뜨리게 된다. 퍼즐들 대부분은 왔던 길을 가거나 반복적인 경향이 있지만, 1930년대를 상징하는 여러 테마들이 존재하기 때문에 심심한 면은 없다. 특히나 노라의 목소리를 연기한 시시 존스의 존재감이 꽤 크게 작용한다. <하프라이프 알릭스>와 <데이즈 곤>, <레드 데드 리뎀션 2>, <콜 오브 듀티 블랙옵스 4> 등 굵직한 게임들의 성우를 맡았던 그녀의 내면 연기가 게임의 몰입도를 한층 높여 준다. 실종된 남편을 찾아야 하는 여성, 병에 걸려 아무 것도 할 수 없다는 무기력감, 그녀는 노라의 감정을 전달하는데 더할 나위 없는 원동력이 되었다.

퍼즐로 돌아가면 정교한 부분이 꽤 많다. 여러 위치에서 단서를 수집하는 과정은 까다로운 편이지만, 게이머가 깨달을 수 있도록 유기적으로 설정되었다. 상호작용을 통해 그녀의 노트로 실마리가 그려지고, 왔던 길을 돌아가서 해결하는 방식이다. 패턴은 비슷해 보이지만, 그녀가 신비의 고대 유적에 손을 대면서부터 많이 까다로워진다. 특히나 상호작용 부분이 인색한 구석이 있어서 문제가 꼬이는 경우가 있을 것이다. 시점 한 가운데에 보이는 십자선이 상호작용 표시로 변하는 그 순간을 놓치는 일이 초반에 자주 발생할 수 있다. <언차티드> 시리즈나 <라이즈 오브 더 툼레이더>의 힌트 부분과 극명하게 갈린다고 생각하면 된다. 이 게임의 옵션을 보면 십자선을 아예 끌 수도 있는데 퍼즐에 젬병이라면 매우 끔찍한 핸디캡이 될 것이다.

이 게임은 퍼즐로 시작해서 퍼즐로 끝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잠시 고민을 해야 할 정도로 어렵고, 지겹기도 하지만 마지막에 오는 성취감은 남편 해리의 행방과 맞물리면서 묘하게 이끌린다. 초자연적인 요소들은 섬세하고 감성적이지만 미지의 공포가 걱정될 정도는 아니다. 자극적인 일부 장면들이 있지만 대부분 노라와 해리의 사랑이 결부되어 있기 때문에 더 깊이 파헤칠수록 정신적으로 회복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여기서도 노라의 목소리를 연기한 시시 존스를 빼 놓을 수 없다. 그녀의 탄탄한 연기력이 없었다면 이 게임의 대부분이 단순히 퍼즐 장르로 평가됐을 지도 모를 일이다.

그런 면에서 퍼즐에 익숙하지 않은 게이머라면 만족하기는 힘들 것이다. 이 게임에 등장하는 퍼즐들이 대부분은 논리적이라고 믿고 싶지만, 일부는 막연하고 난해해서 실망스러울 수 있다. 개인적으로는 잠시 머리를 긁적이는 순간에도 힌트를 눈치챌 수 있었고, 상호작용의 맹점 때문에 게임을 쉽게 포기하는 일은 없었다. 해리와 그 원정대들의 행방이 안개 속에 있는 것처럼 묘연해질 무렵에도 크고 작은 반전이 끼어들고 있어서 호기심을 자극하는 부분도 많다. 게이머들이 조금만 끈기를 발휘한다면 게임이 결코 어렵지는 않다.

다만 상호작용 부분에서 언급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이 게임의 퍼즐이 어려운 이유는 게이머가 논리적이지 않거나 경솔한 것 때문이 아니다. 노라가 빠짐 없이 노트에 실마리를 적어 나가려면 섬 구석구석을 누벼야 할 것이다. <툼레이더> 시리즈처럼 상호작용 객체가 뚜렷이 보이는 경우가 아니기 때문에 오로지 게이머의 관찰력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이것은 꽤 성가신 일이 될 수 있다. 상호작용을 단번에 잡아낸다 하더라도 왔던 길을 돌아가는 경우도 많기 때문에 나중에는 놓친 것들이 있는지 없는지 판단하기도 어렵게 된다. 후반부로 가면서 노라의 미스터리가 하나씩 드러나게 되면 퍼즐의 실마리들은 더욱 까마득해진다.

하지만 게이머가 실마리에 집착만 하지 않는다면 게임의 내러티브에 흥미를 더하는 요소가 될 수 있다. 노라가 탐험할 섬에는 남편 해리가 작성한 일기와 문서, 메모, 녹취록 등을 찾을 수 있는데 결론에 도달하기까지 추측하는 것은 어려운 편이고, 추리를 하면 할수록 불안감마저 생긴다. 그렇다고 일부 게이머들이 기대하는 것처럼 공포 속으로 몰아넣지는 않는다. 이 게임은 노라와 해리의 유대감을 강조하는데 크게 할애하고 있고, 의외로 효과적이다.

<콜 오브 더 씨>는 ‘크툴루의 부름(1926)’의 한 소절을 읽는 것처럼 미스터리한 부분이 많다. 고대의 외계 언어가 뒤섞인 해괴한 발음도 등장하고,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고대 생명체에 대한 갈망이 노골적으로 드러난다. 일부 장면들은 러브크래프트의 상상력처럼 터무니 없으며 기이하다. 게이머들은 그 한가운데에 홀로 덩그러니 남아 1시간을 넘게 고민하고 있을 지도 모른다. 실제로 일부 퍼즐들은 우연히 풀게 되었는데 무작위로 다이얼을 돌리다가 금고 문을 여는 것과 비슷했다. 하지만 나는 ‘러프크래프트’의 세상 속에서 불가능한 일을 해낸 것처럼 기적에 가깝다고 느꼈다. 우연히 해결책을 찾은 것처럼 의도했다면 개발진은 우리가 상상한 것 그 이상으로 ‘크툴루’의 신화에 심취했다고 봐야 한다.

개발진은 멋진 게임을 제작했다. ‘셀 셰이딩’ 스타일을 가볍게 느꼈다면 이 게임에서 그 편견이 깨질 지도 모르겠다. 웅장한 사운드트랙과 눈속임에 가까운 광원 효과가 눈길을 사로잡고 있다. 지금 생각해도 퍼즐에서 아주 안 좋은 경험을 한 것 같지만, 결국 해내고야 말았다는 성취감에 젖어 들었다. 지금이라도 러브크래프트의 구절을 읽고 싶다거나 퍼즐 요소를 즐기고 싶다면 <콜 오브 더 씨>는 훌륭한 게임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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