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MMORPG의 시대를 열 수 있을까? PC '엘리온' 리뷰
국산 MMORPG의 시대를 열 수 있을까? PC '엘리온' 리뷰
  • 더키드
  • 승인 2020.12.16 1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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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간만에 국산 MMORPG 신작이 출시됐다. 오래전 지스타에서 처음 봤던 그 'AIR'라는 게임이 기억에서 점점 잊혀갈 즘 '엘리온'이라는 이름으로 게이머들을 찾아왔다. '스팀 펑크'를 담아낸 'AIR'라는 이름으로 기억하는 게이머도 있을 것이고, 새로운 이름의 '엘리온'으로 알고 있는 게이머들도 있을 것이다.

 

'엘리온'은 '국산 MMORPG'의 현재 수준이 어떤지, 어디까지 발전했는지 그리고 앞으로 과연 한국 MMORPG의 미래는 어떨지 파악할 수 있는 좋은 지표가 되는 게임이다. 게이머마다 생각하는 것이 다른 만큼 '엘리온'을 받아들이는 느낌도 다르겠지만, 개인적으로는 '과연 6년의 기다림 끝에 나오는 게임은 얼마나 높은 완성도를 보여줄까?' 하는 궁금함이 있다.

 

오랫동안 MMORPG를 플레이해온 유저 입장에서 '엘리온'은 예쁘고 잘생긴 캐릭터들이 등장하고, 스킬이나 장비들도 번쩍번쩍 화려하고, '클랜전'이나 '진영전' 같은 RVR 콘텐츠의 스케일도 엄청 큰 '최신 게임' 처럼 느껴진다. 특히나 최신 3D 그래픽을 입은 캐릭터들의 전투 '타격감'은 내가 오랫동안 했었던 'WOW'에 비하면 거의 천지개벽 수준이다.

 

'엘리온'은 정말 오랫동안 뜸을 들였고, 그만큼 많은 게이머의 관심을 받았다. 과연 어떤 재미를 담고 있을지, '크래프톤'과 '카카오게임즈'가 보여주는 국산 MMORPG는 어떤 모습일 지, 그리고 기다린 보람은 있을지를 한 번 알아볼까 한다. 

'엘리온'은 '벌핀'과 '온타리'의 두 가지 진영중 한쪽을 선택해야 한다. 게임내에서의 설정은 아마 '온건파'와 '급진파' 같은 느낌을 담고 싶었던 모양이다. 선택한 진영에 따라 게임의 시작지역이 달라지고, 퀘스트의 동선에도 차이가 있다. 맵의 북부 지역은 '온타리' 남부 지역은 '벌핀' 세력으로 나뉘고, 서로의 경계 구역에서는 제한 없는 PVP가 바로 시작된다.

 

캐릭터 커스터마이징은 PC MMORPG답게 많은 부분을 설정할 수 있다. 온라인 캐릭터에 영혼을 불어넣는 '커마장인'들이 서운해하지 않을 정도로 헤어 스타일부터 체형까지 필요한 모든 것을 다 담았다. 커스터마이징에 별로 흥미가 없거나, 크게 의미를 두지 않는 게이머들을 위해 프리셋도 준비되어 있다.

 

선택 종족은 휴먼, 엘프, 아인종, 오크 총 넷이다. 휴먼과 엘프에는 예쁨과 잘생김을 담았고, 귀여움을 좋아하는 플레이어를 위해 아인종도 하나 넣었다. 개성 있는 캐릭터를 원할지도 모르기 때문에 오크도 끼워놨다. 현재 시점에서의 종족은 넷이지만, 앞으로 확장팩이나 대규모 업데이트를 통해서 새로운 종족이 추가될 것 같은 느낌이 강하게 든다.

 

클래스는 '워로드'부터 '거너'까지 총 다섯이다. 탱커, 딜러, 힐러의 역할로 나뉘고, 색다르다고 느껴지는 직업은 딱히 없다. 그동안 수많은 MMORPG에서 한 번씩은 주인공 역을 했었던 클래스들이 모두 모여있다. 클래스에 대한 설명과 전투 영상이 조금씩 나오기 때문에 생성 전에 보고 참고할 수 있다.

튜토리얼에서 가장 먼저 느껴지는 점은 '스팀 펑크의 유산'이다. '엘리온' 이전의 'AIR'에서 추구했던 그 느낌을 조금은 느껴볼 수 있다. 은 그래도 남겨놨구나'였다. 게임의 전반적인 그래픽은 번들거림과 과도한 '눈뽕'이 있긴 했지만, 못 참을 정도는 아니다.

 

전투는 논 타겟 방식이고, 몇 가지 스킬은 '락온'이라는 과정을 거쳐야 시전된다. 스킬을 사용하기 전 몬스터들을 선택해서 락온을 한 후에 사용해야 하는 방식이다. 단순히 바닥에 스킬을 찍는 방식이 아닌 점은 신선했다. 스킬 이펙트는 클래스의 특징이나, 스킬 자체의 속성을 보여주기보다는 화려함과 타격감에 집중한 느낌이 먼저 든다. 

 

튜토리얼에서도 컷신이 진행되는데 최후의 현역 'GTX 970'에서는 프레임드랍이 느껴졌다. 초반의 긴박한 느낌을 주기 위해 선택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영상을 엄청나게 흔들어댄다. 대부분 '어디선가 본듯한' 느낌의 익숙함이 느껴져서 컷신 자체에 몰입하기는 어렵다. 

'엘리온'에서 가장 마음에 들었던 부분 이 게임의 특징 중 하나인 '스킬 특성' 시스템이다. 단순히 스킬의 레벨이 높아지면, 공격력이 세지거나 각종 옵션이 붙는 것으로 끝이 아니다. '산탄 사격 레벨 1' '회피 레벨 5' 이렇게 끝이 아니라, 하나의 스킬은 특성을 통해서 그 공격 형태나 속성 자체를 바꿀 수 있다.

 

같은 클래스를 플레이해도 각자의 취향에 맞춰서 스킬의 형태를 다양하게 조합할 수 있다. 단일 대상 공격 스킬도 특성을 선택하면 각종 도트 대미지와 광역 대미지, 넉백 등의 효과를 추가로 부여할 수 있다는 것이다. 특성의 효과는 범위 확대, 효능 증가, 지속시간 증가 등의 효과로 변경할 수 있지만, 대신 재사용 대기시간이 늘어나는 식으로 조건이 변경되기도 한다. 

 

초반에 사용할 수 있는 스킬은 몇 가지 안 되지만, 나중에는 스킬 단축 창에 등록하지 못할 정도로 늘어난다. 주로 사용하는 스킬의 조합을 모아서 프리셋에 등록할 수 있고, 게임 자체에서 추천해주는 프리셋을 불러올 수도 있다. 상황에 따라 언제든 바꿔가며 사용할 수 있다. 필드 사냥에는 광역 대미지 위주의 스킬, 네임드 보스에서는 단일 타깃의 스킬, PVP에서는 차단과 스턴 위주의 스킬 등 전투 방법에 맞춰 프리셋을 저장해 놓을 수 있다는 뜻이다.

'엘리온'의 레벨업은 실전 압축 퀘스트 방식으로 진행된다. 최근 쉽게 볼 수 있는 모바일 RPG와 비슷한 부분이 있다. 요약하자면 일단 많은 퀘스트를 한꺼번에 받고, 이를 조금씩 해결해 나가는 방식이다. 메인 스토리를 진행하기 위해서는 특정 레벨이 필요하고, 이 과정을 다수의 서브 퀘스트로 메꾼다. 레벨이 안되면 스토리는 진행할 수 없다. 

 

개인적으로 MMORPG에서 스토리의 몰입을 유도할 수 없다면, 이렇게 압축된 진행이 오히려 좋다고 생각한다. 복잡하게 왔다 갔다 할 필요 없이 레벨업에만 집중할 수 있는 것은 어떻게 보면 극도로 편한 방식이다. MMORPG는 레벨업이 곧 스토리라고 생각하는 플레이어에게는 최고의 방식이다. 퀘스트는 주로 할당된 몬스터를 잡거나, 개인 던전, 채집 등의 콘텐츠로 진행된다. 중간에 간혹 파티플레이를 경험할 수 있는데, 확실히 이용자의 수가 많아서 매칭도 잘되고 진행도 어렵지 않다.

 

어떻게 보면 '붙잡고 늘어지기' 방식처럼 느껴진다. 퀘스트와 스토리가 압축된 만큼 동기부여는 강하지 않다. 오로지 목적은 '레벨업'이 되다 보니, 주변의 캐릭터 모델링이나 배경, 몬스터 등의 살펴볼만한 여유는 없다.

'엘리온'의 강화요소는 '룬스톤' '강화석' 그리고 '루미너스'다. 전혀 새로운 방식이거나, 특별한 시스템이 있는 것은 아니다. 게이머라면 누구나 쉽게 예상 가능한 방식이다. 캐릭터의 장비에는 빨간색, 주황색, 보라색 등 각종 색깔의 소켓이 뚫려 있고, 이 소켓의 색깔에 맞춰 '룬스톤'을 끼우면 스탯을 업그레이드할 수 있다. 룬스톤은 '연마'를 통해서 레벨을 올릴 수 있고, 최대로 연마하면 한 단계 높은 등급으로 승급할 수 있다.

 

장비에 장착한 '룬스톤'의 개수에 따라 캐릭터의 '룬 특성'이 개방된다. 룬 특성은 맹공, 제어, 지원 등 캐릭터의 공격이나 방어에 조금씩 버프를 주는 형태다. 같은 색깔의 룬 특성을 모아 6단계에 도달하면 새로운 스킬도 획득할 수 있다. 게임의 초반부에는 다양한 룬스톤을 획득할 수 있는 만큼, 연마와 합성에 큰 부담은 없다.

 

장비는 일반부터 전설까지 색깔별로 등급이 나뉘어 있고, 각각의 '강화석'으로 플러스 수치를 붙일 수 있다. 일반은 기본 +1이 붙고, 높은 등급의 '강화석'을 사용할 경우 한 번에 +2나 +3을 강화할 수 있다. 장비에 뚫긴 슬롯만큼 강화할 수 있는 횟수는 정해져 있고, 황금 슬롯은 더 높은 확률로 강화를 할 수 있는 구간이다.

 

'루미너스'는 확률형 아이템 상자에서 얻을 수 있다. '루미너스'는 획득방식이 어렵지만, 별도의 재화인 '루비'를 구매하면 상점에서 쉽게 교환할 수 있다. 룬특성 포인트가 증가하거나, 스킬 피해량이 늘어나는 등 캐릭터의 스텟에 영향을 주는 콘텐츠다. 다분히 'P2W'의 성격이 묻어있는 확률형 아이템은 '합성'까지 할 수 있어, 기존의 '나올 때 까지 뽑는다'는 방식이 필요하다. 어찌 됐든 월 정액제 게임에서 '확률형 아이템'을 반기는 게이머는 많지 않을 것이다. 

'엘리온'은 지금까지 나온 MMORPG의 장점들을 모두 담아낸 느낌이다. 게임을 하다 보면 '검은사막'이 생각나기도 하고, 또 이 게임이 세상에 나올 수 있었던 '테라'가 떠오르기도 한다. 그만큼 '국산 MMORPG'의 색깔, 그리고 그 의지를 이어가겠다는 뜻이 전해진다. 

좋은 것들만 담고자 했고, 뭘 좋아할지 몰라서 일단 다 가져왔기에 게임 자체는 솔직히 괜찮은 편이다. 이 정도면 충분히 해볼 만 한게임이다. 개인적으로 기존의 'AIR'라는 밑바탕을 완전히 수정하고, 새롭게 다듬은 것만으로도 놀랍다고 본다. 하지만 '엘리온'의 문제는 전혀 의외의 곳에서 터졌다.

 

오픈 첫날부터 서버가 터졌고, 캐릭터 생성이 제한되었다. 9,900원의 이용요금을 낸 게이머들은 '돈 내고 기다리는 게임'을 참을 수 없었다. 여기에 얼마 지나지 않아 치명적인 버그가 파악되었고, 이를 통해 부정한 방법으로 골드를 수급한 유저들도 생겼다. 당연히 이 과정에서 누군가는 피해를 보게 될 것이다. 게임은 시작부터 위태롭고, 6년을 기다렸던 게이머들은 '엘리온'의 첫 만남에 큰 실망을 한 채 게임을 떠났다.

CBT에 몇 번 참여했던 입장에서 이번 사고들은 상당히 아쉽다. 분명 재미있는 요소가 있고, '엘리온'에서 느껴지는 독특한 맛도 있는데, 이를 제대로 보여주지도 못했다. 많은 것들을 준비하고, 변화하면서 여기까지 왔지만, 처음에 너무 큰 실수들이 연달아 일어났다.

 

이런 사고에 사과하고, 또 바로잡았다고 해서 위기가 지나간 것은 아니다. 진짜는 지금부터 시작이다. '엘리온'의 운영은 아슬아슬하고 위태롭다. 이제부터는 게임 콘텐츠를 전반적으로 다시 확인할 필요가 있다. 잘못된 부분은 확실하게 다듬고, 이런 일이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이미 떠나버린 게이머들의 민심을 다시 붙잡기란 어려울 것이다. '엘리온'이 이런 사건들이 아니라, 게임 자체만으로 평가받길 원한다면 상당한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테라'와 '배그'를 개발한 '크래프톤'과 '검은사막'을 품고 있는 '카카오게임즈'의 능력을 이제 보여줘야 할 시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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