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파이더맨 : 현세대 오픈 월드 게임의 총집합

  • 입력 2018.10.01 16:26
  • 수정 2018.10.30 19:47
  • 기자명 조슈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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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영화 아이언맨을 시작으로 슈퍼 히어로를 다루는 콘텐츠는 어느새 전 세계적으로 친숙한 존재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올해 개봉한 어벤저스 : 인피니티 워에서 그 인기의 절정을 이루었다고 볼 수 있겠죠. 이제 슈퍼 히어로 관련 콘텐츠의 위상이 최고조에 달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사실 스파이더맨을 주인공으로 하는 게임은 이전에도 꽤 많이 나왔습니다. 제가 직접 플레이해본 게임만 대략 다섯 작품이 넘는데요, 그 중에서도 웹 오브 쉐도우와 섀터드 디멘션이 가장 마음에 들었습니다. 웹 오브 쉐도우는 당시에는 아직 대중적이지 않았던 오픈월드 방식을 도입해서 웹 스윙으로 뉴욕 거리는 자유롭게 날아다니는 충격을 선사했죠. 또한, 섀터드 디멘션은 일자 진행 방식이지만 미션과 보스전을 창의적이고 짜임새 있게 구성해서 완성도가 아주 높았습니다. 특히 느와르 스파이더맨 파트가 매우 인상적이었죠. 그렇다면 인섬니악 게임즈가 제작한 2018년 스파이더맨은 이 훌륭한 두 작품을 뛰어넘을 수 있을까요? 지금부터 상세하게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뉴욕을 날아다니는 재미가 상당한 편입니다.
뉴욕을 날아다니는 재미가 상당한 편입니다.

 

  • Take me to New York City!

오픈 월드 게임이니만큼 게임의 무대가 되는 월드부터 살펴보겠습니다. 솔직히 저는 살면서 한 번도, 단 한 번도 한국을 벗어나 본 적이 없어서 뉴욕이 어떻게 생겼는지 알 수는 없지만, 그런 제게도 이 게임의 월드는 아름답습니다. 빽빽하게 들어서 있는 빌딩들, 여유가 넘치는 공원, 그런 도심의 한켠을 차지하고 있는 할렘가까지. 누가 봐도 미국 최대의 도시임을 알 수 있도록 월드를 화려하게 구성하고 있습니다. 건물들의 생김새가 복사, 붙여넣기 했다는 느낌이 전혀 들지 않고 건물 사이를 가로지르는 거리 또한 실감 나게 구성해놔서, 처음에는 그냥 구경만 해도 감탄이 나올 정도죠.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전체적인 겉모습뿐만 아니라 세밀한 부분까지 신경을 쓴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게임 내 제공되는 카메라로 각종 명소들의 사진을 찍을 수 있는데, 이 명소들을 적재적소에 배치해놔서 저처럼 뉴욕을 사진으로만 본 사람들도 ‘아, 여기가 뉴욕인가 뭔가 하는 곳이구만!’ 하고 감탄할 수 있게 만들어놨죠. 거기에 스파이더맨 세계관에 등장하는 가상의 장소들과 어벤저스 타워, 와칸다 대사관 등 마블 전체 세계관의 랜드마크까지 배치해서 도시를 구경하는 재미를 더하고 있는 모습입니다.

 

걸어다녀 보면 세밀한 모습까지 잘 구현된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걸어다녀 보면 세밀한 모습까지 잘 구현된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런 멋진 장소를 웹 스윙으로 멋지게 날아다닐 수 있다는 점이 이 게임의 가장 큰 장점입니다. 이 웹 스윙 자체가 무척 재밌게 느껴지는데, 여기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일단, 간단한 조작만으로도 쉽게 스윙을 시작할 수 있습니다. 아무 자리에서나 R2 버튼을 누르면 스윙을 시작할 수 있고, 이 버튼을 그저 타이밍에 맞춰서 연타하는 것만으로도 원하는 장소에 도착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여기에 더해서 사용자의 실력이 향상되면 더 멋지고 빠르게 이동할 수 있죠. 활공 중에 X 버튼을 눌러서 방향을 전환하는 것도 한 가지 예시가 될 수 있겠군요. 다시 말해서, 간단한 조작체계지만 추가적인 사용법을 깨우치면서 마치 자기가 잘해서 캐릭터가 멋지게 움직인다는 느낌을 주는 것입니다.

웹 스윙의 보는 재미 또한 충실하게 구현하고 있습니다. 스윙을 할 때 나타나는 스파이더맨의 유연하면서도 다양한 모션, 속도감을 주기 위해 캐릭터 주위에 퍼지는 그래픽 효과들의 수준이 상당한 편입니다. 조작하는 재미가 있고 보는 재미가 있으니, 아무것도 하지 않고 그저 뉴욕 빌딩 숲을 활공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만족감을 느낄 수 있는 것이죠. 경찰서 등 일부 거점을 이용하는 빠른 이동 기능을 제공하지만, 저는 날아다니는 게 재밌어서 이 기능을 거의 이용하지 않았습니다. 4000m 정도 되는 거리면 직접 날아갔죠. 아마 이 게임을 플레이하신 다른 분들도 저와 같은 경험을 했으리라 생각합니다. 정말 잘 만든 이동 시스템이니까요.

 

비 온 뒤 젖은 땅을 매우 잘 표현하고 있는 그래픽.
비 온 뒤 젖은 땅을 매우 잘 표현하고 있는 그래픽.

 

  • 화려하면서도 세밀한 그래픽

이 게임이 출시되기 전에 그래픽에 관련해서 몇 가지 염려가 있었습니다. 우선, E3 등을 통해 공개된 그래픽과 실제 그래픽이 많은 차이를 보인다는 논란이 있었기 때문에, 기대보다 그래픽 수준이 떨어지지 않을까 하는 염려를 했습니다. 또한, 캐릭터의 이동 속도나 전투 스타일이 매우 빠르기 때문에 프레임 드랍이 심하거나 팝인 현상이 자주 발생하지 않을까, PS4에서 자연스러운 움직임을 보여줄까 하는 걱정도 들었고요. 그런데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좋은 화면을 보여주었습니다. 도시는 화려하고 캐릭터의 움직임은 역동적이고 반사 품질, 그림자, 사물의 질감, 물 표현력까지 모두 만족스러운 수준입니다.

제작진 인터뷰에 따르면, 월드를 세밀하게 나눈 다음에 스파이더맨이 이동할 구역을 아주 빠르게 불러오는 시스템을 탑재해서 이동할 때 렉이 걸리거나 팝인 현상이 나타나는 것을 막았다고 하는데, 과연 그 말 대로 웹 스윙으로 매우 빠르게 이동하는 와중에도 특별히 프레임이 떨어지거나 건물 텍스쳐가 흐릿하게 보이는 일이 없었습니다. 넓은 공간에서 신속하게 적을 바꾸면서 전투를 벌여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다만, 리뷰에 사용한 PS4 PRO의 경우 소음이 아주 많이 발생하는 구간이 많긴 했습니다. 그만큼 기계의 성능을 최대한 활용했다고 봐도 되겠죠.

 

프리 플로우 전투가 매우 잘 구현되어 있습니다.
프리 플로우 전투가 매우 잘 구현되어 있습니다.

 

  • 간단하면서도 눈이 즐거운 전투 시스템

전투 방식은 배트맨 아캄 시리즈에서 선보였던 프리 플로우 시스템을 채용했습니다. 말 그대로 간단하게 공격, 회피, 반격 버튼만 눌러도 물 흐르듯이 자연스럽게 액션이 이어지는 방식이죠. 접근하기 매우 쉬우면서도 플레이어가 눈으로 보는 결과는 매우 화려합니다. 다만, 이 게임의 경우 스파이더맨의 캐릭터 특성을 살리기 위해 배트맨 아캄 시리즈와는 약간의 차별을 두었습니다. 아캄 시리즈에서는 상대적으로 전장이 좁고 적들이 점점 좁혀 들어오며 플레이어를 압박하는 방식이었다면, 스파이더맨은 넓은 전장에 적들이 퍼져있는 형태를 취하고 있습니다. 멀리서 총이나 로켓 런쳐로 원거리 공격을 해오는 적이 많고, 멀리 떨어져 있다가 갑자기 대쉬하는 적도 꽤 많은 편이죠.

따라서 좁혀오는 적을 차례대로 상대하던 아캄 시리즈와는 달리, 이 게임에서는 플레이어가 적극적으로 전장 곳곳을 빠르게 훑으며 적에게 접근하는 패턴이 펼쳐지게 됩니다. 예를 들어, 근접 공격을 피한 직후에 거미줄을 이용해서 멀리 있는 적에게 순식간에 다가가서 제압한 후, 다시 웹 스윙으로 근거리 적에게 다가가서 처리하는 방식을 택하는 경우가 꽤 많은 편이죠. 그래서 아캄 시리즈와 유사한 전투 시스템을 마련했지만, 전장의 넓이와 적의 종류를 달리해서 마치 다른 방식처럼 느껴지게 됩니다. 거기에 스파이더맨의 특징까지 고스란히 살려냈으니 제작진의 선택이 꽤 영리했다고 말할 수 있겠죠.

 

전투에 사용할 장비를 해금하고 업그레이드할 수 있습니다.
전투에 사용할 장비를 해금하고 업그레이드할 수 있습니다.

 

이런 기본적인 전투 방식에 다양한 보조 장비와 스킬이 더해져서 전투를 자기만의 방식으로 풀어갈 수 있습니다. 거미줄을 발사해서 적에게 경직을 걸거나 아예 벽에 붙여버려서 전투 불능 상태로 만들어 버릴 수도 있고, 전기 충격을 이용해서 지속적으로 경직 상태로 만들 수도 있죠. 상황이 불리할 땐 다수의 적을 한 번에 행동불능으로 만들어 버릴 수도 있습니다. 어떤 상대에게 무슨 장비를 써서 어떻게 효율적으로 플레이할 수 있을까 생각하는 재미가 있는 셈입니다. 그리고 레벨이 오르고 장비의 능력을 높일수록 플레이어가 만들어갈 수 있는 전투 방식이 다양해지고, 이런 패턴은 게임이 후반에 등장하는 더 많은 종류의 적과 만나서 시너지 효과를 내게 됩니다.

하지만 아쉽게도, 이렇게 다양한 공격 수단과 여러 종류의 적을 준비해놨지만, 계속해서 비슷한 전투 패턴으로 흘러가게 되는 문제가 있습니다. 이렇게 되는 첫 번째 이유는, 다양한 적이 있어도 이들을 상대하는 방법이 특별히 다르지 않다는 것입니다. 일반 근접 공격이든 로켓 런처 공격이든 그 어떤 공격도 같은 방식으로 피하게 됩니다. 스파이더 센스가 발동한 뒤 회피 버튼을 누르는 방식이죠. 그리고 공중에 떠있는 적이나 땅에 붙어있는 적이나 모두 공중 콤보로 처리할 수 있습니다. 게다가 굳이 장비를 사용하지 않더라도 혹은 장비 중에 한두 가지만 사용하더라도 게임을 풀어가는데 아무 문제가 없다 보니, 플레이어 입장에서는 굳이 이런저런 장비를 꺼낼 필요가 없게 되는 것이죠.

물론 제작진의 의도 자체는 충분히 납득이 갑니다. 가볍게 플레이하고 싶은 사람은 기본 연타와 회피만으로 진행하도록 하고, 어느 정도 전략을 세워가면서 플레이할 사람들에게는 그렇게 할 수 있는 선택지를 줘서, 이들 모두를 아우르는 대중성을 확보하겠다는 의도일 겁니다. 하지만 쉽게 진행할 수 있는 상황에서 굳이 복잡한 장비나 스킬을 다 동원할 사람은 생각보다 많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니 대부분의 사람은 ‘어째 뒤로 가도 전투가 거기서 거기일까’ 하는 느낌을 받게 되겠죠. 단조로운 전투는 보스전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대부분의 보스전이 이벤트 연출은 뛰어나지만, 정작 전투를 들여다보면 멀리서 공격을 피한 다음에 거미줄로 행동 불능으로 만들고 근접 공격으로 데미지를 주는 패턴을 반복하게 됩니다. 상대하게 되는 빌런들은 많은 편이지만, 전투가 이러니 등장 자체가 별로 반갑지 않게 되죠.

 

다양한 수집 요소가 준비되어 있지만, 그렇게 깊이있는 콘텐츠는 아닙니다.
다양한 수집 요소가 준비되어 있지만, 그렇게 깊이있는 콘텐츠는 아닙니다.

 

  • 단조로움을 달래주는 다양한 콘텐츠들

주로 스파이더맨으로 플레이하는 시간이 많긴 해도, 다른 캐릭터를 조종하는 파트를 꽤 많이 배치해놓은 점이 인상적입니다. 메인 미션 중에는 MJ나 스파이더맨이 아닌 피터 파커로 플레이하는 부분이 있는데, 이 미션들이 처음엔 꽤 신선하게 느껴집니다. 스파이더맨의 특수한 능력들을 총동원한 화려한 전투와 아무런 능력이 없는 MJ의 잠입 플레이가 상당한 대비를 이루면서 게임에 색다른 재미를 만들어내죠. 그리고 다양한 시민들과 스파이더맨이 힘을 합해서 위기를 이겨내는 과정이 다른 히어로물과는 다른 특별함을 만들어 내기도 합니다. 다만, 이런 부분이 처음에는 신선하게 느껴지고 가끔 나올 때는 괜찮게 느껴지는데, 나중에는 굳이 잠입 파트를 넣지 않아도 될 부분까지 억지로 집어넣은 티가 나서 이제 좀 그만 나왔으면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미션 중간에 퍼즐을 배치한 점도 눈여겨볼 부분입니다. 바이오 쇼크 1편에서 쓰였던 배관 퍼즐에서 약간 변형된 형태의 퍼즐이 많이 등장하고, 그 외에도 스펙트럼 모양을 일치시키거나 전기 배선을 찾아서 전기를 공급하는 퍼즐도 나옵니다. 이 퍼즐들이 딱히 어렵지 않지만 너무 자주 나오고 패턴이 거의 비슷해서 질린다는 문제가 있습니다. 배트맨 아캄 시리즈처럼 주어진 환경에 맞춰서 다양하고 창조적인 퍼즐이 등장하는 것이 아니라, 아까 풀었던 퍼즐이 아주 조금만 바뀌어서 다시 등장하기 때문에 뭔가 김이 빠지게 되죠. 이 또한 퍼즐을 싫어하는 사람들을 위해 최대한 간단하게 구성하는 대신, 게임이 단조롭게 흘러가는 것을 막기 위해 최소한의 퍼즐을 배치하다 보니 이렇게 된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지만, 비슷한 퍼즐을 몇 번씩이나 반복해서 풀게 만들 거라면 아예 전부 없애는 것이 더 낫다고 봅니다.

 

나름 변칙을 주려했지만, 결국 거기서 거기인 퍼즐들
나름 변칙을 주려했지만, 결국 거기서 거기인 퍼즐들

 

오픈 월드 게임답게 다양한 수집 요소들을 배치하고 있습니다. 피터의 고교 시절 물건을 모으거나, 파크라이 시리즈처럼 전파 탑을 해금하고, 각종 랜드마크를 다니면서 사진을 찍기도 합니다. 특정 조건을 맞춰서 코믹스에 등장하는 스파이더맨 수트를 해금하기도 하죠. 특히 수트는 디자인이 훌륭할 뿐만 아니라 그 수트만의 강력한 능력이 붙어있기 때문에 모으는 재미가 상당히 괜찮은 편입니다. 그 밖에도 월드를 탐험하면서 각종 범죄를 해결하거나 해리의 연구를 완수하는 등 메인 미션 외에 즐길 거리를 풍부하게 배치하고 있습니다. 주력으로 삼기엔 부족한 콘텐츠들이지만, 메인 미션을 진행하다가 한 번씩 즐기기엔 괜찮은 수준이죠. 가끔 한 메인 미션이 끝나고 다음 미션으로 넘어가기 전에 이런 부가 활동들을 강제하는 점이 약간 아쉽지만, 그런 경우가 그렇게 많지 않아서 큰 문제라고 보긴 어렵습니다.

여기까지만 보면 보통의 오픈 월드 게임에 있는 부가 콘텐츠와 크게 다른 점이 없지만, 이 게임은 이런 부가 활동을 캐릭터 육성과 적극적으로 연계시키고 있다는 점이 독특합니다. 범죄 사건을 해결하고 피터의 옛 물건들을 모으면서 장비를 업그레이드하고 능력을 개방하는 방식이죠. 그런데 이것을 한번 거꾸로 생각해봅시다. 장비를 업그레이드하려면 부가 활동을 해야 하는데, 아까 말씀드린 대로 이것들은 가끔 한 번씩 하기엔 좋지만 계속 잡고 있다가는 금방 질려버립니다. 깊이가 있는 것도 아니고 변화가 있는 것도 아니거든요. 범죄 사건은 비슷한 패턴 3가지 정도를 돌려쓰는 정도에 불과하고 가방 찾기 같은 건 수집광이 아닌 이상 특별한 재미를 찾기가 힘들죠. 그런데도 장비를 업그레이드하고 슈트와 능력을 해금하기 위해서는 이런 활동들이 강제되는 셈입니다. 부가 활동과 캐릭터 육성을 연계시킨다는 시도 자체는 나쁘지 않았지만 결과는 썩 좋지 못한 편이죠.

 

이벤트 연출은 굉장히 화려하고 역동적입니다.
이벤트 연출은 굉장히 화려하고 역동적입니다.

 

  • 게임만을 위한 오리지널 스토리

굳이 이전에 출시된 영화나 코믹스를 그대로 따르지 않고 게임만의 오리지널 설정과 스토리로 변화를 준 점은 좋은 선택이라 생각합니다. 덕분에 스파이더맨 시리즈를 잘 아는 사람이나 그렇지 못한 사람 모두에게 신선하게 다가갈 수 있으니까요. 특히 데일리 뷰글의 기자로 맹활약하는 MJ는 지금까지 유명 배우나 이웃집 친구로 등장했던 다른 매체와는 확연히 다른 모습을 보여주는 모습이 매우 인상적입니다. 그리고 이런 점 덕분에 스토리에 끝까지 집중하게 된다는 장점도 있죠. 설정 자체가 우리가 알던 스파이더맨과는 조금 다르다 보니 기본 설정을 소개하느라 초반 스토리를 많이 할애하고, 그래서 이 부분이 조금 늘어지고 산만해진다는 점이 아쉽긴 하지만, 이 부분이 끝나는 중반부터는 진행에 탄력이 붙고 흥미진진해지기 때문에 어느 정도 보상이 됩니다.

메인 스토리를 진행하는 동안 펼쳐지는 액션 연출도 상당히 괜찮은 편입니다. 전투와 추격전 같은 이벤트에서 굉장히 역동적인 모션을 보여주는데, 여기에 클로즈업과 슬로우 모션을 매우 적절하게 사용하여서 마치 잭 스나이더 감독의 영화를 보는 듯한 느낌을 받게 됩니다. 게다가 등장인물들의 표정 연기와 목소리 연기 또한 나쁘지 않고 인물 그래픽까지 훌륭해서 컷신 영상 하나하나가 영화에 견주어도 손색이 없을 정도라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신나는 전투 혹은 긴장감 넘치는 잠입 플레이를 마치고 난 뒤 훌륭한 영상을 감상하고 다시 뉴욕을 신나게 가로지르는 선순환 과정이 만들어지는 셈이죠.

 

보스전이 다양하지만 패턴이 다 비슷하다는 게 문제.
보스전이 다양하지만 패턴이 다 비슷하다는 게 문제.

 

 

스토리 부분에서 한 가지 아쉬운 점은 한 가지 주제와 테마에 집중하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하고 싶은 이야기가 너무 많아요. 빌런의 탄생, 빌런의 배경 이야기, MJ와 마일즈와 메이 숙모로 대표되는 일반 시민들의 활약, 오스본 가문의 이야기, MJ와의 로맨스 등 여러 이야기가 섞여 있는데, 깔끔하게 정렬되어 펼쳐지는 것이 아니라 이 이야기를 했다가 저 이야기를 했다가 갑자기 급하게 마무리가 되는 느낌으로 진행됩니다. 특별한 메인 디쉬 없이 반찬의 가짓수만 많으면 오히려 손이 잘 가게 되지 않는 것처럼, 이 스토리를 끝까지 감상하고 나니 ‘그래서 하고 싶었던 이야기가 뭘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영화나 코믹스나 어떤 스토리를 다루게 되면 분명한 중심 이야기가 처음부터 끝까지 튼튼하게 받쳐줘야 하거든요. 예를 들어 영화 ‘스파이더맨 : 홈커밍’을 보고 나면 한 가지 주제를 집어낼 수 있습니다. 아직 미숙하고 부족한 점이 많은 10대 소년 피터 파커가 여러 고난을 겪으면서 한 단계 성숙해지는 과정이 주요 테마죠. 실외기에 깔려서 도와달라고 처절하게 소리치는 장면은 이 영화의 테마를 강렬하게 부각합니다. 빌런인 벌쳐는 이 과정을 도와주는 도우미 역할을 충실히 하고 있고 MJ와의 관계는 약하게 친 양념 선에서 그칩니다. 게임 스파이더맨도 특정 빌런의 탄생, 비화, 고뇌 같은 한 가지 주제에 집중을 하고 나머지는 적당히 사이드 디쉬로 보냈다면 엔딩을 보고 났을 때 본인이 뭘 보고 뭘 느꼈는지 명확하게 알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뭔가 맵을 가득 채우고 있지만, 특별한 콘텐츠는 없습니다.
뭔가 맵을 가득 채우고 있지만, 특별한 콘텐츠는 없습니다.

 

  • 마치며

‘스파이더맨’은 잘 만든 오픈 월드 게임의 정석을 보여줍니다. 뉴욕을 웹 스윙으로 신나게 날아다니는 재미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제 가치를 하죠. 적당하게 즐기기 좋은 프리 플로우 전투와 스파이더맨이 아닌 일반인으로 진행하는 잠입 플레이도 나쁘지 않습니다. 그래픽 하향 논란에도 불구하고 충분히 훌륭한 화면, 영화처럼 아니 어쩌면 영화 이상으로 훌륭한 영상들, 빼곡하게 들어차 있는 부가 콘텐츠들까지. 오픈 월드 게임의 최신 경향을 충실히 따르면서도 스파이더맨의 캐릭터 특징을 잘 잡아내어 구현해서 대중성을 극한까지 실현한 모습입니다. 말하자면 누구나 부담 없이 접근하고 누구나 쉽게 즐길 수 있는 게임의 전형이죠.

그러나 충분히 좋은 게임임에도 불구하고 웹 스윙 이외에 이 게임만의 특별한 장점을 보여주지 못한다는 점은 아쉽습니다. 스킬이나 장비 등 갖춘 것은 많지만 그것을 활용할 이유를 제공하지 않는 전투 시스템, 이야기의 후반부는 강렬하지만 중반까지는 다소 산만하게 진행되는 스토리, 결국 거기서 거기인 부가 콘텐츠까지. 이미 다른 게임에서 라디오 타워를 실컷 해금해왔는데 왜 이 게임에서까지 또 반복해야 할까요. 우리가 다른 오픈 월드 게임에서 많이 봐왔던 단점들이 고스란히 남아있습니다. 그러니까 잘 팔리는 게임들의 공식을 충실히 따랐지만 아직 그 한계에 머무르고 있다고 볼 수 있죠. 하지만 새로운 IP의 첫 작품이니 만큼 완벽함을 바라는 것은 무리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게임 말미에 후속작에 대한 암시를 남겼으니, 다음 작품에서는 이 부족함들을 모두 극복하는 모습을 보여줬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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