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 그래픽은 무난한데, 전투는 긴장감 넘친다. Unto the end 리뷰

  • 입력 2020.12.14 17:36
  • 기자명 김민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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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로우 나이트라는 게임이 있다. 2D버전 다크소울이라 불릴 정도로 역대급 난이도를 자랑하는 게임인데, 간단하면서도 쉬운 조작을 바탕으로 어렵고 화려한 액션을 잘 구현해 낸 게임이었다. 비단 이 게임뿐만 아니라 여타 수많은 게임을 보면 알겠지만, 게임은 그래픽이 다가 아니다. 간단하고 일차원적인 그래픽으로 화려한 액션을 연출할 수도 있고, 오히려 큰 액션 없이 은은하고 특유의 분위기로 승부하는 게임도 있다. 어쌔신 크리드 시리즈나 최근 화제가 되고 있는 사이버 펑크처럼 출시 전부터 인상적인 그래픽과 트레일러, 인게임 영상으로 게이머들의 기대를 잔뜩 끌어올려 놓는 게임들이 있는가 하면, 할로우 나이트나 오리와 눈먼 숲처럼 일단 출시된 후 게이머들의 입소문을 통해 알려지는 게임들도 있다. 통상 대기업이 아닌 인디쪽에서 만든 게임들은 게임성을 무기로 입소문을 바라며 조용히 출시하는 편이고, 대기업에서 어마어마한 자본이 투입되어 만들어진 게임들은 주구장창 열심히 홍보를 한다. 투입되는 자본이나 시간은 천차만별이겠지만, 의외로 게임성 자체에는 큰 차이가 없는 경우가 많다. 게이머의 취향에 따라 어쌔신 크리드를 더 좋은 게임이라 평하는 이가 있고, 할로우 나이트를 더 갓겜이라 찬양하는 게이머들이 있는 것이다.

20201210. 스팀에서 Unto the end라는 게임이 출시되었다. 미국의 인디 게임 개발사인 2 Ton 스튜디오에서 개발한 게임으로 할로우나이트처럼 2D 기반의 플랫포머 게임이다. 카툰풍 그래픽으로 제작된 게임으로 가격은 26,000. 얼핏 봐서는 힐링게임이라고 착각할만큼 수려한 그래픽을 자랑하는 이 게임의 장점과 단점은 무엇인지, 리뷰를 통해 살펴보자.

집을 떠난 전사의 고독한 여정

이 게임은 한글화를 지원한다. 그런데 그게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지문은 적다. 아니 적은 수준이 아니라 아예 없다. 그럼에도 스토리 전달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을 정도로 연출이 훌륭하다. 한글화를 지원하기 때문에 메뉴나 도움말, 아이템 등은 당연히 모두 한글로 설명되어 있다. 처음 게임을 시작하면 이름도 알 수 없는 한 전사가 커다란 나무 앞에 무릎을 꿇고 있다. 잠시 후, 가족으로 보이는 이들이 등장한다. 어린 딸과 와이프가 등장하는데, 딸은 창을, 와이프는 머리카락 일부를 잘라서 건넨다. 그렇게 남자가 길을 떠나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어떤 대사도 없고, 캐릭터가 작아서 표정이 보이지도 않지만, 길을 떠나는 전사의 쓸쓸한 심경과 그리움이 고스란히 전해져 온다. 길을 떠난 전사는 눈발이 날리는 설원을 걷다가 동굴에 빠지게 되고, 그렇게 첫 챕터가 시작된다. 스팀의 게임 설명 창에는 집으로 향하는 여정을 시작한 전사라고 나와 있지만, 실제로는 집에서 출발한 전사다. 인디게임이 대부분 그렇듯, 게임의 진행을 알려주는 스토리는 대수로울 것도 없고, 특별하지도 않다. 정말 특별하고 독특한 건 게임 전반을 지배하는 시스템이다.

죽일지, 살릴지. 신중한 진행을 강요하는 시스템

기본적인 시스템은 할로우 나이트같은 액션 로그라이크다. 전사는 모험을 진행하면서 뼈, 가죽, 약초 등을 자체적으로 수급하고, 이를 이용해 장비를 강화한다. 강화라고 해서 판타지처럼 획기적으로 강해지는 게 아니라 단순히 몇 대 더 버틸 체력이나 조금 올려주는 식이다. 게임 시작시에 친절하게 설명하고 있지만, 이 게임은 최대한 천천히, 신중하게 진행해야 하는 게임이다. 자동저장을 지원하고 있어서 따로 저장을 신경 써야 할 필요는 없지만, 정말 무수히 많이 죽는다. 장애물에 맞아 죽고, 적의 칼질에 맞아 죽고, 떨어지는 돌에 죽는다. 개발사 측에서 애초에 많이 죽으면서 배우라는 식으로 시스템이 구성되어 있다. 전투는 밑에서 따로 설명할 예정이니 길 찾기와 상호작용, 간단한 퍼즐에 대해 이야기를 해보자.

길 찾기는 어렵지 않다. 전사의 모든 행동 자체가 굉장히 사실적인 움직임에 기반해 있어서 이단 점프나 뭘 타고 넘어가거나. 이런 식의 퍼즐도 없다. 그냥 돌을 기어오르고, 떨어지는 돌을 피하며, 열쇠를 찾아오는 정도? 오른쪽으로 가다가 막히면 왼쪽으로 가보면 되는, 간단한 구조긴 하지만 지도가 있는 건 아니라서 조금 길을 헤맬 수도 있다. 왼쪽 오른쪽에서 오른쪽을 택했는데 그대로 진행이 된다면, 왼쪽에는 뭐가 있는지 궁금한 게 사람 심리 아닌가? 그런 단순한 불편은 있지만 그게 게임 진행을 방해할 요소는 아니었다.

NPC들과의 상호작용이 굉장히 독특했다. 기본적으로 화폐가 없는 세계인지, 모든 거래는 물물교환으로 이뤄진다. 물물교환이 가능한 NPC가 따로 표시되지는 않지만, 대부분 먼저 선제공격을 하지 않고 뭐라뭐라 소리 지르면 대부분 물물교환이 가능한 이들이다. 가방에서 물건 하나를 내려놓으면 상대가 물건을 주는데, 이 과정이 꽤나 디테일하다. 칼을 들고 있으면 칼을 넣으라 손짓하고, 이를 따르지 않으면 바로 공격한다. 역으로 게이머가 먼저 공격을 해서 상대를 죽일 수도 있다. 필요한 것만 얻고 상대를 죽이는 양아치스러운 플레이도 가능하지만, 후술할 전투가 워낙 헬이기에 추천은 하지 않는다.

막고 치고 찌르고 베고. 이게 왜 이렇게 어려운 걸까

이 게임에서 가장 독특한 부분은 전투다. 게이머가 조작 가능한 행동은 하단공격, 상단공격, 구르기, 앉기, , 하단 막기, 어깨치기, 단검 던지기. 이 정도다. 이 모든 행동을 조합해 상대를 죽여야 하는데, 이게 쉽지 않다. 전투는 두 가지 중에 하나를 선택하는 식으로 진행된다. 상대가 상단을 공격하면 상단을 막고 반격으로 하단을 때려야 하며, 하단을 공격하면 반대로 하면 된다. 문제는 하단과 상단을 섞어서 공격하는 적들과 콤보를 구사하는 적들이다. 처음에 필자는 전투 튜토리얼에서 배운 대로 상단을 막고 바로 하단을 공격하려 했는데, 상대가 상단 콤보를 이어오는 통에 죽고 말았다. 다음에는 하단을 다 막고 상대가 경직에 걸렸을 때 상단 공격을 하려 했는데, 손이 꼬여서 죽었다. 그 다음에는 상단과 하단을 조합하는 적에게 죽었다. 이렇게 놓고 보면 필자가 무슨 보스에게 죽은 것 같겠지만, 우습게도 상대는 쌍칼을 든 일개 졸개 하나였다.

전투가 정말 너무나도 어렵다. 패드로 플레이를 하면 조금 더 수월할 수도 있겠지만, 크게 차이가 날 것 같지는 않다. 패턴이 정해진 것도 아니라서 상대의 모션을 보고 버튼을 눌러야 하는데, 그게 아재인 내게는 너무 어려웠다. 체력이 표시되지는 않지만, 기본적으로 칼 2, 혹은 3방을 맞으면 골로 간다. 결국 모든 공격을 막거나 피해야 한다는 건데, 이게 쉽지 않다. 그렇다고 전투가 짜증나게 어려운 건 아니다. 충분히 연습을 하고, 집중을 하면 극복해낼 정도의 어려움이라 정복하는 재미가 있다. 집중을 해서인지, 아니면 연출과 소리 덕분인지 액션 하나하나가 화려하진 않았지만, 긴장감 넘쳤다.

은은하면서도 게임 전체를 지배한 효과음과 BGM

전투와 함께 이 게임을 지배하고 있는 건 수려한 그래픽과 연출이다. 주 배경이 되는 설원의 살풍경한 모습도 괜찮았고, 동굴 속의 음침한 분위기도 좋았다. 길을 가다 보면 바위가 캐릭터를 가리는 식으로 배경이 지나가는데 이 역시 Unto the end만의 개성이었다. 무엇보다 효과음과 BGM이 너무 마음에 들었다. 전사의 고독한 길을 보여주듯, 헉헉대는 숨소리와 자박거리는 발걸음이 절묘하게 어우러진다. 시종일관 긴장감을 주는 BGM은 더할 나위 없이 좋다. 은은하면서도 빠른 박자로 몰아치는 BGM 덕에 캐릭터의 움직임이 역동적이지 않음에도 긴장감이 느껴진다. 게임 전반을 지배하는 분위기처럼 은은하게 깔리는 BGM이 아주 매력적이었다.

도전을 좋아한다면 플레이 추천! 수작 이상의 재미를 보장한다.

Unto the end는 재미있는 게임이다. 조작의 불편함과 그래픽 덕에 대작이라고는 말 못하겠지만 그래도 잘 만들어진 한 번쯤 플레이해볼 법한 수작 반열에는 들어간다. 현실적인 액션을 좋아하고, 도전을 좋아하는 게이머라면 플레이해보길 권한다. 다만, 전투가 어렵다는 건 꼭 인지를 하고 플레이하길 바란다. 필자처럼 멘탈이 바스라질 수 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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