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 유비식 오픈월드에 야숨을 더했다. 임모탈 피닉스 라이징 리뷰

  • 입력 2020.12.08 12:30
  • 기자명 김민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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겜돌이를 자부하는 이들이라면 절대 모를 게임이 하나 있다. 젤다의 전설, 야생의 숨결. 스위치를 구매하는 이유이자 오픈월드 게임의 정석이라 불리는 이 게임은 아직까지도 많은 게이머들의 기억 속에 명작으로 남아 있으며 수많은 오픈월드 게임에 영향을 줬다. 2018년에 나온 이 게임을 잡겠다고 중국 게임사는 어마어마한 비용을 들여 원신이라는 게임을 만들어냈고, 지금도 아류작들이 시시각각 출시되고 있는 명작 중의 명작이다.

그리고 또 하나, 겜돌이들에게 익숙한 게임사가 있으니, 유비소프트다. 1년에 한 번씩 시리즈물로 나오는 어쌔신 크리드는 전 세계적인 기믹이 존재할 정도로 유명한 게임이며, 최근에는 와치독스라는 또 다른 시리즈를 발매해 화제를 이끌어 낸 바 있다. 굉장히 많은 게임을 자주 발매하는 게임사이고, 그렇게 나오는 게임들이 죄 다 평균 이상의 퀄리티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이제는 유비식 게임 시스템이라는 말이 존재할 정도로 자신만의 영역을 확고하게 구축하고 있는 게임사이기도 하다. 정말 변태적일 정도로 완벽에 가까운 고증, 지도가 복잡해 보일 정도로 난잡한 서브 퀘스트와 수집요소, 거지같은 발 번역으로 내용 이해가 힘든 자막 등등. 유비식 게임은 게이머들에게 호불호가 갈리는 편이지만, 그래도 이들의 게임이 화제를 몰고 다닌다는 걸 부정하는 이들은 많지 않다.

2020123. 이 유비소프트와 젤다의 전설, 야숨이 만났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다양성과 대중성을 추구하는 유비소프트답게 스위치, 플스, 엑박, PC. 거의 모든 기종으로 출시된 임모탈 피닉스 라이징이 그 주인공. 과연 오픈월드의 대명사 야숨을 유비소프트는 어떻게 소화했는지, 리뷰를 통해 살펴보자.

익숙한 스토리에 감칠맛을 더하는 B급 유우머

그리스 로마 신화는 한국인은 물론이고 전 세계적으로 통용되는 고전적인 스토리 라인이다. 비극과 풍자, 역설이 묻어 있는 이 스토리는 지금까지 무수히 많은 영화와 소설, 게임에 차용된 바 있는 단골 소재다. 신화나 설화를 근간으로 한 스토리는 대중들에게 익숙하다는 장점이 있지만, 역으로 너무 익숙하기에 신선함은 떨어질 수 있다는 위험도 내포하고 있다. 스토리나 시스템의 행방을 결정하는데 있어서 항상 대체적으로 안정적인 선택을 해 왔던 유비소프트는 이번에도 대중에게 익숙한 이 스토리 라인을 선택했다.

그리스 로마 신화 특유의 비극적인 전개가 예상되고, 등장인물 역시 우리가 익히 아는 얼굴들이지만, 임모탈 피닉스 라이징은 뻔한 스토리를 제법 유쾌하게 풀어내어 게이머들의 흥미를 자아내고 있다. 전체적인 스토리는 비극이 예상되는 그리스 로마 신화 그대로다. 고대의 타이탄인 티폰이 부활하고, 제우스와 헤르메스를 제외한 모든 신들은 티폰에게 사로잡혀 기이한 형태로 변화하고 말았다. 저승에 놀러 갔다가 뒤늦게 올라온 제우스가 사태를 수습하려 했지만 그의 무기인 번개 역시 티폰에게 빼앗겼고, 반신인 영웅들 역시 티폰에게 사로잡혀 버렸다. 이에 제우스는 예지능력이 있는 프로메테우스를 찾아가 방법을 묻는다. 그리고 프로메테우스는 제우스에게 피닉스라는 이름의 남자, 혹은 여자의 이야기를 들려주면서 게임이 진행된다.

게임으로는 특이하게 액자식 구성인데, 이 경계가 굉장히 모호하고 흥미롭다. 제우스와 프로메테우스의 대화는 게이머가 플레이할 때도 나레이션 식으로 계속해서 흘러나온다. 도끼 하나를 얻으면 프로메테우스가 피닉스가 드디어 도끼를 얻었습니다!” 하는 식으로 상황을 설명해 주는 것이다. 이 구성도 특이했지만, 무엇보다 재미있었던 건 제우스와 프로메테우스의 캐릭터성이다. 처음 인트로만 봤을 때는 근엄하고 진지한 제우스와 간을 쪼아 먹히며 비통에 젖은 프로메테우스를 떠올릴지 모르지만, 이 둘은 게임 내내 자잘한 농담을 마구 던져댄다. 게다가 피니스의 여정에 간간이 개입하며 만담 아닌 만담을 나누는데, 이게 또 꽤나 유쾌하다. 전형적인 b급 코미디식 만담. 대체적으로 진중하고 정적인 유비소프트식 캐릭터와 완전히 반대되는 매력을 보여주고 있어서 아주 흥미로웠다.

야숨과 빼박. 그것 말고는 할 말이 없다.

먼저 필자는 스위치가 없는 관계로 야숨을 해보지 않았다. 그래서 야숨의 시스템이나 게임 구성이 어떻게 되어 있는지를 알 길이 없다. 그래서 야숨을 인생게임이라 여기는 친구에게 부탁해서 야숨과 임모탈 피닉스 라이징이 얼마나 다른지를 평가해 달라고 했다. 그 친구의 평은 다른 게 거의 없다는 것. 야숨의 사당은 임모탈 피닉스 라이징에서 타르타로스의 구멍으로 대체할 수 있고, 야숨의 시커 탑은 각 신들의 동상이 있는 곳으로 대체할 수 있다. 링크가 공중에서 활공하는 건, 이카루스의 날개로 대체되었으며 거리에 있는 나무나 돌을 던져 기절치를 쌓는 것도 비슷하다. 전투 모션과 퍼즐 역시 마찬가지. 전체적으로는 비슷한 구석이 많지만 세세하게 따지면 당연히 다른 점도 있다. 야숨 특유의 그 자유도는 절대 구현하지 못했으며 레벨업, 무기나 방어구 시스템도 조금씩은 다르다. 하지만 원형이 되는 전투 시스템이나 모션 자체가 워낙 비슷해 야숨 팬들은 대놓고 표절 아니냐며 욕을 하는 이들도 있다. 여기까지는 야숨과의 비교한 입장이고, 지금부터는 야숨을 플레이 해보지 못한 필자 본인의 감상을 이야기해 보겠다.

확실히 기본적인 유비소프트류 시스템에서 많이 벗어난 느낌이다. 이게 야숨의 방식인지는 모르겠지만, 호평받을만한 요소가 많다. 유비소프트는 언제나 방대한 오픈월드를 대놓고 처음부터 드러내서 어디서 어떻게 죽든 네 선택이라는 식으로 방치하는 경향이 많은데, 임모탈 피닉스 라이징은 레벨링에 따라 차근차근 맵을 밝혀나가도록 구성하고 있다. 수집을 통해 체력과 지구력, 능력들을 하나하나 해금하는 것도 기존 유비소프트와는 다른 방식. 체력을 올리기 위해, 혹은 능력을 얻기 위해 맵 탐방이 강요되긴 하지만 그 과정이 그렇게 지루하지는 않아서 견딜만 했다.

기존 유비 게임보다 훨씬 단순화된 그래픽. 연출도 충분히 합격점

호불호가 극명하게 나뉠 수 있는 요소다. 야숨과 비슷한 느낌을 주기 위함이었는지 모르겠는데, 임모탈 피닉스 라이징은 기존 유비소프트의 게임들과 다르게 디자인을 많이 단순화시켰다. 고증의 유비소프트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그래픽과 연출 하나만큼은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회사가 바로 유비소프트인데, 그 정체성을 포기한 느낌이라 싫어하는 유저들이 많다. 하지만 필자의 개인적인 의견으로는 꽤 괜찮았다. 애초에 그래픽에 크게 신경을 쓰지 않는 탓인지도 모르겠으나, 이 정도면 굉장히 준수한 그래픽이라는 생각이다. 물론 대작 게임들에게 비빌 수준은 아니고, 최적화도 좋지 않아서 4k도 지원이 안되는 점은 아쉽지만, 그게 게임성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고는 생각하지 않으니까.

연출도 수준급이라고 느꼈다. 조작할 수 있는 액션이 다양하지는 않지만 여러 가지 능력을 조합하면 나름 화려한 액션을 구사할 수 있다. 야숨과 비슷한 모션과 연출이긴 하지만 그 퀄리티가 제법 괜찮아서 즐길만 하다.

유비여. 그놈의 수집 좀 그만하면 안되나?

보스전도 즐길만 하고, 전체적으로 수작 이상의 점수를 줘도 아깝지 않을 게임이지만, 누가 유비소프트 아니랠까봐 호부호를 가르는 단점도 존재한다. 일단 그놈의 수집. 맵 곳곳에 체력을 올려주는 콘텐츠와 상자, 그리고 퍼즐이 산재해 있는데, 이것들의 양이 상당해서 계속 진행하다보면 절로 지루해진다. 이건 다른 유비소프트 게임에서도 드러나는 문제점인데, 하나의 오픈월드에 너무 많은 콘텐츠를 우겨넣어서 이걸 하나하나 해결하다 보면 게임 자체가 루즈해진다. 계속 같은 퍼즐을 주구장창 풀어나가는데 어느 누가 재미를 느끼겠는가. 물론 서브 콘텐츠 같은 경우 무시하고 지나가도 무방한 것들이지만, 맵에 내가 해결하지 못한 아이콘이 떡하니 있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찝찝한 기분이 드는 건 사실이다. 실제로 필자 역시 상당히 많은 유비소프트 게임들을 이런 반복수집에 질려서 포기한 경험이 있다. 임모탈 피닉스 라이징 역시 이 같은 문제를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

스토리 라인이 전형적이라는 점 역시 단점으로 지적할 수 있다. B급 농담을 일삼으며 시종일관 유쾌한 대사를 남발하는 캐릭터들은 매력적이지만, 그 바탕이 되는 그리스 로마 신화는 언제나 짜여진 틀 안에서 움직이는 경우가 많다. 갓 오브 워처럼 캐릭터가 세계관 자체를 뒤엎어버리는 식의 전개가 나오지 않는 이상 그리스 로마 신화를 배경으로 한 콘텐츠는 언제나 그 결말이 정해져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 임모탈 피닉스 라이징 역시 마찬가지. 이런 저런 과정을 거치겠지만, 피닉스와 이 세계의 결말은 정해져 있다고 볼 수 있다. 승자가 정해진 레이싱에 흥미가 없는 이들은 임모탈 피닉스 라이징의 스토리에 공감하지 못할 수 있다.

수작 이상이 될 수 있는 게임이지만, 모방이라면?

유비소프트는 언제나 수작 이상의 게임을 선보인다. 하지만 명작이라 불릴만한 게임은 많이 내놓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그래서일까? 야숨을 떠올리게 하는 임모탈 피닉스 라이징의 모습에서 명작을 향한 부러움과 애절한 마음이 느껴지기까지 한다. 물론 모방은 창조의 어머니가 될 수 있다. 하지만 모방을 하는 와중에도 나만의 독특한 무엇, 남들과 차별화된 무엇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 명작을 이만큼 따라하는 것도 능력이긴 하지만, 그게 좋게 보이지만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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