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이 'K-MMORPG'라는 것입니까? 모바일 '세븐나이츠 2' 리뷰

  • 입력 2020.11.23 20:56
  • 기자명 더키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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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마블'이 오랜만에 자신들의 이야기를 선보인다. '리니지'와 '블&소'를 '레볼루션'이라는 이름으로 묶은 것과는 다르다. 이번에는 '넷마블'의 이야기. 바로 '세븐나이츠'다.

 

모바일게임을 좋아하는 게이머라면 한 번쯤은 거쳐 갔을 게임 '세븐나이츠'는 전성기 시절 공식 카페의 가입자가 100만이 넘을 정도로 많은 인기가 있었던 게임이다. 

 

지금은 그 열기가 조금은 식었지만, 얼마 전엔 '세븐나이츠 타임 원더러'라는 타이틀을 통해 '닌텐도 스위치'의 플랫폼 확장을 시도했다. '세븐나이츠'라는 IP, 자신들의 이야기를 그대로 놔두진 않겠다는 의지를 보여준 것이다.

 

지금까지 출시된 '세븐나이츠' '세븐나이츠 타임 원더러'와 앞으로 나올 예정인 '세븐나이츠 레볼루션'. 그 중간지점에 '세븐나이츠'의 이야기를 이어갈 게임이 게이머를 찾았다. 바로 '세븐나이츠 2'다.

귀여움과 아기자기함이 담겨있던 전작과는 다르게 이번 '세븐나이츠 2'는 현실의 비율을 담은 캐릭터가 등장한다. 3D 그래픽을 바탕으로 예쁜 여캐와 잘생긴 남캐, 그리고 몇몇 수인형 캐릭터가 새롭게 '세븐나이츠'의 이야기를 이어간다.

 

다른 건 제쳐두고 '세븐나이츠 2'에서 확실하게 남는 것이 있다면 당연히 바로 '영웅'일 것이다. '멋지고, 예쁘고, 귀여운' 캐릭터를 보여주겠다는 게 확실히 느껴진다. 사실 MMORPG라고 하면, '인간 대머리 남케' 나 '드워프 여캐' 같은 독특한 개성의 캐릭터를 떠올릴 수 있지만, 이번 '세븐나이츠 2'에는 개성보다 멋을 선택했다.

 

종족의 대부분은 '인간'과 '엘프'고, 수인형이나 요정의 수는 적다. 트롤이나 오크, 기계나 정령 같은 캐릭터는 오직 '몬스터'형태의 적으로 등장한다.

예쁘고 귀여운 것은 좋지만, '세븐나이츠 2'가 내세운 MMORPG 고유의 색깔은 없다. MMORPG의 시작은 대부분 종족을 고르고, '검사' '마법사' '궁수' 같은 직업을 정하고, 초기 스탯을 분배하고, 각종 커스터마이징으로 이어진다. 하지만, '세븐나이츠 2'는 이 과정이 전부 생략되어 있다. 

 

'개성'을 게임의 또 다른 재미로 삼는 게이머들 입장에서는 '뭐 만드는 것도 없고, 그냥 다 뽑으라는 건가?' 하는 생각부터 하게 된다. 사실 이 생각이 완전히 틀린 것도 아니다. '세븐나이츠 2'의 핵심은 '영웅'이다. '수집형'이라는 단어를 가져온 뜻이 게임의 플레이에 고스란히 담겨있다.

 

'내가 만든 하나의 캐릭터'를 키우는 방식의 MMORPG와는 완전히 다르다. '세븐나이츠 2'는 '좋은 영웅을 모아서 강력한 팀을 편성' 하는 기존의 방식을 이어간다. 그러니 '수집형'과 'MMORPG'라는 단어가 끔찍하게 섞이게 된 것이다.

플레이어가 모아야 할 영웅은 '일반' '희귀' 희귀+' '전설' '전설+' 등급으로 나뉜다. 중간에 '고급'이나 '초월' 같은 단어 대신 +를 붙인 이유는 캐릭터가 겹치기 때문이다. 아마 모바일 수집형 RPG를 해본 게이머라면 '코스튬'을 본 적 있을 것이다. 같은 영웅이라고 하더라도, 어떤 코스튬을 사용하느냐에 따라 스텟이 바뀌거나 스킬이 늘어나기도 한다.

 

'세븐나이츠 2'는 이 코스튬 대신 '등급+'를 선택했다. 똑같은 캐릭터지만, 앞에 어떤 이름이 붙느냐에 따라서 등급이 달라지고, 사용하는 스킬과 기본 스탯도 바뀐다. 40여 종이 넘는 영웅이라고는 하지만, 캐릭터의 수로 따지면, '수집형' 치곤 많지도 않은 편이다.

 

게임은 기본적으로 '자동 전투'를 지원한다. 플레이어는 '방어형' '공격형' '사수형' '만능형' '지원형'의 속성을 가진 영웅 중 4명을 하나의 팀으로 정해주기만 하면 된다. '오픈 월드'형 게임답게 필드에 있는 적을 마주하면 바로 전투가 진행된다.

플레이어가 직접 설정해야 하는 것은 '진형'이다. 진형은 영웅을 배치하는 위치에 따라 '전열' '중열' '후열'로 나뉜다. 각각의 진형은 조금씩 형태가 다르고, 위치에 따라 적용되는 버프도 달라진다. 아쉽지만, 처음부터 모든 진형을 사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기본으로 사용할 수 있는 진형 외엔 모두 재화를 사용해 해금해야 한다. 총 15가지의 진형이 있고, '진술서'라는 특정 아이템을 모으면 강화까지 할 수 있다. 영웅도 수집하고, 진형도 수집해야 하는 셈이다.

 

전투 자체의 난이도는 어렵지 않다. 게임이 대부분 '자동'으로 진행되고, 특정 구간의 허들을 만나기 전까지는 수월하게 진행된다. 다만, 중간에 등장하는 네임드의 강력한 패턴은 '집결'이라는 스킬을 사용해서 바닥을 피해 주거나, '진압'을 사용해서 차단해주는 정도의 참여는 필요하다. 특정 캐릭터를 선택해서 직접 조작할 순 있지만, 그렇다고 큰 의미가 있는 것은 아니다.

 

스킬 이팩트나 캐릭터 모션, 배경의 때깔은 확실히 뛰어나지만, 전투 자체만 놓고 봤을 때는 뭔가 내세울 만한 특별한 점이 없다. 멋지고, 화려한 것은 알겠지만 이런 요소는 다른 게임에서도 충분히 느낄 수 있다. '세븐나이츠 2'만의 맛, '넷마블'만이 보여줄 수 있는 재미는 찾기 어렵다.

'세븐나이츠 2'의 가장 큰 문제는 '수집형'에 MMORPG를 붙인 이유를 찾을 수 없다는 점이다. 사실 이 두 단어는 어울리지도 않고, 제대로 구현해내기도 어렵다. 앞에서도 몇 가지 언급했지만, '세븐나이츠 2'에는 MMORPG의 기본적인 요소들이 많이 빠져있다.

 

기본적으로 '오픈 월드'를 혼자 사용한다. 다른 플레이어를 만나서 퀘스트를 함께 진행한다거나, 사냥하는 경우가 없다. 맵을 이리저리 열심히 뛰어다니지만, 다른 캐릭터의 이름을 보는 경우가 거의 없다. 게임이 마치 MORPG의 싱글 게임을 하는 느낌이 든다.

 

그리고 무엇보다 '필드' 에서는 퀘스트를 진행하는 것밖에 할 수 없다. 약초를 캐거나 낚시를 하면서 재화를 모으는 일, 특정 구역에서 경험치를 모으는 일, 장비를 파밍 하는 일 이런 것들은 각각의 '성장 던전'이 따로 준비되어 있다.

MMORPG라면 퀘스트, 수집, 사냥, 파밍의 대부분이 필드에서 진행된다. 하지만 '세븐나이츠 2'를 하다 보면 기존에 알고 있던 MMORPG와 다르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무엇보다 이해가 안 가는 것은 '입장 티켓'이다.

 

사실 MMORPG는 특정 아이템을 얻기 위해서 나올 때까지 사냥한다는 게 어느 정도 통하는 장르다. 시간이 얼마나 걸리든 일단 세워두고, 드랍하는 몬스터들을 잡다 보면 언젠가는 그 아이템을 얻을 수 있다. 하지만 '세븐나이츠 2'는 이 과정에도 과금이 필요하다.

 

'특정 아이템은 특정 던전에서만 나온다'를 충실히 따르면서, 횟수는 1회로 제한을 둔다. 플레이어는 이제 시간이 아무리 많아도, 지갑을 열지 않으면 아이템 파밍에 제한이 생긴다. 여기에 더 높은 등급의 아이템을 얻기 위해서는 '전투력'이라는 입장 조건까지 갖춰야 한다. 

 

MMORPG의 근본, MMORPG가 가진 독특한 특징까지 없애버리면서 어떻게든 과금을 유도하려는 의도가 명확하게 보인다. '시간만 있으면 언젠가는 먹는다'가 이제 통하지 않고, 대신 '먹고 싶으면 돈을 써라'가 그 자리를 차지했다. 

'레벨업' '스킬 강화' '장비 강화' '잠재력' '영웅 합성' 같은 과금 요소를 언급하고 싶진 않다. 요즘 나오는 모바일 RPG 게임 중에서 이런 과금 요소에 완전히 자유로운 게임이 없기 때문이다. 오히려 없으면 이상할 정도다.

 

'세븐나이츠 2'는 이런 과금 요소보다 MMORPG의 이유가 없다는 것을 꼭 언급하고 싶다. 겉은 그럴싸했지만, 속에는 움직이는 것을 제외한 거의 모든 것에 과금이 묻어 있고, '오픈 월드' 에서 느낄 수 있는 북적거림이 느껴지지 않는다. '다른 플레이어와의 관계'에서 오는 재미를 완전히 걷어내고, 오로지 혼자서 플레이하는 게임을 그럴싸하게 포장했다. 그러면서도 기존의 게임과는 다른 점이 전혀 없고, 오히려 변형된 장르의 게임만이 남았다.

 

'넷마블'이라서, 그래도 '세븐나이츠'라서 기대했던 팬들은 크게 실망할 것이고, 어차피 다 똑같을 거라 기대도 안 했던 게이머들의 예상은 이번에도 그대로 들어맞았다. 한때 정점의 자리에 있던 IP가 이렇게 활용되는 것에, '한국은 이게 MMORPG야?'라는 의문이 드는 전혀 새로운 형태의 'K-MMORPG'의 모습에, 그리고 이 결과물에서 또다시 한국 게임의 어두운 미래를 볼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캐릭터는 남았지만, 게임의 때깔은 남았지만 그게 전부다. 보는 것을 좋아하는 게이머라면 잠깐은 할만하다. 하지만, 기존 모바일 게임의 트렌드에 질렸거나 MMORPG 특유의 재미를 좋아하는 게이머라면 추천하고 싶지 않다. 많은 것을 기대하는 것은 욕심이고, 그 욕심에는 같은 실수를 반복한 실망감의 대가가 따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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