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지난무, 삼국지 캐릭터들이 여성으로… 게이머들의 선택은?

  • 입력 2020.11.20 12:54
  • 수정 2020.11.30 14:23
  • 기자명 진병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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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빛소프트가 스퀘어 에닉스와 공동 개발했다는 <삼국지난무>는 이미 2013년, 일본 시장에 진출했던 IP(지적재산권)을 활용한 게임이다. 당시 스퀘어 에닉스가 삼국지를 소재로 모바일 게임 시장에 처음 진출했다는 것이 화제였고, 2019년 서비스가 종료된 시점에는 다른 형태의 삼국지 게임을 개발하고 싶었다는 것이 알려진 후문이다. 2013년에 출시됐던 <삼국지난무>는 아니메(일본 애니메이션) 캐릭터들의 일러스트가 주축이 되어 디펜스 형태로 전개됐다. 카드 뽑기 식으로 성장과 수집을 병행하면서 모바일 게임의 특성을 최대한 활용했던 것이다. 우리가 익히 봐 왔던 일본식 캐릭터들이 자주 보이는데 한빛소프트가 이번에 내놓은 <삼국지난무>는 무슨 이유인지 일본 오타쿠 문화를 그대로 받아들인 듯한 캐릭터들이 즐비해졌다. <랑그릿사> 시리즈의 캐릭터 디자인과 일러스트를 맡은 것으로 유명한 우루시하라 사토시의 18금 여성 캐릭터들이 겹쳐 보일 정도다. 아니메 마니아들 머릿속에 <랑그릿사> 시리즈가 떠올랐다면 자연스럽게 <프론트 이노센트>나 <버블검 크라이시스>가 스쳐 지나가겠지만, 그 세계(?)에 깊이 심취한 마니아라면 <극흑의 날개 바르키사스>까지 건너갈 것이다.

한빛소프트에서는 미소녀 수집과 성장이 아닌 전략 RPG 장르라는 점을 강조했지만, 캐릭터와 전투 시스템의 면면을 살펴 봤을 때 게이머들에게 얼마나 어필할 수 있을 지는 모르겠다. 개인적으로 이 게임은 한동안 인터넷에서 신조어로 떠올랐던 ‘베이글녀’ 캐릭터들을 수집하는 게 목표로 보인다.

게임의 전개 방식은 완전히 달라졌다. 기존에 존재했던 소규모의 디펜스 전투는 사라졌고, 장수가 이끄는 부대들이 대규모로 전투를 하는 방식이다. 게이머는 장수 한 명을 지목해서 어느 부대를 공격할지 정할 수 있으며 화살표의 색상에 따라 전투의 유불리를 판단할 수 있다. 장수 한 명의 목숨이 위태로운 것 같으면 잠시 후퇴를 할 수 있는데 그 목적은 역시나 보상 때문이다. 각 스테이지마다 모든 장수가 살아나면 더 많은 보상을 얻을 수 있다.

당연한 수순으로 들리겠지만, 장수들마다 스킬이 있으며 발동이 될 때마다 이벤트 애니메이션을 볼 수 있다. 한빛소프트는 거의 모든 장수들을 18금 여성 캐릭터들로 바꿔 버렸기 때문에 초기에는 대부분 코스튬에 집중할 것이다. 그녀들 대부분은 갑옷을 입었지만, 사실상 쓸모가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노출이 심한 옷을 입히는 것이 목표이고, 스킬을 발동할 때마다 어떻게 하면 더 섹시한 포즈를 취할 수 있을지 연구한 흔적이 뚜렷하다. 역시나 스킬 애니메이션의 마지막은 다리를 최대한 벌리는 등 어정쩡한 자세로 끝이 나기도 하는데 게이머들에게 어느 정도 호응을 얻을지는 모르겠다. 이미 웹소설이나 웹툰 콘텐츠에서 삼국지 소재를 최대한 우려 써 먹고 있기 때문에 이미 소비자들 머릿속에는 창작자들이 생각지도 못한 상상의 나래가 가득하기 때문이다. 사실 삼국지를 인생의 교훈으로, 혹은 눈물을 머금고 지켜봤던 우리 문학 소년, 소녀들에게는 거창한 설명도 필요 없을 것이다. 그런 면에서 이 게임은 크게 세 가지 시선으로 들여다 볼 필요가 있었다.

먼저 모바일 게임을 즐겨 하는 게이머들 입장에서 리세마라(원하는 결과가 나올 때까지 리셋을 반복하는 행위)에 먼저 눈이 간다. 가장 유용하다는 장수가 나올 때까지 카드 뽑기를 반복하는 것이다. 그런 다음에 공식 카페나 SNS를 통해 덱을 공개하고, 합격점을 받은 이후부터 게임을 진행한다. 게이머들 중 일부는 한빛소프트가 강조한 전략의 흐름에 잠시 초점을 맞춰 보겠지만, 대부분은 자동 전투가 더 편할 수 있다. 스킬 발동을 하려면 쿨타임(동일한 스킬을 다시 사용하기까지 걸리는 시간) 종료 후에 터치를 하고, 공격할 적 장수를 선택해야 하는데 자동 전투로 설정하면 거의 순식간에 이 간극이 해결된다. 물론 적 장수들의 체력을 잘 살펴 가면서 전투를 이끌어야 할 필요도 있지만, 직접 자동 전투로 플레이해 본 결과, 게임 진행에 큰 지장은 없었다. 아군 장수 중에 한 명이 힘에 부치거나 사망이라도 한다면 레벨과 장비 부분에 신경 써 주면 그만이다. 사실 범람하는 국내 모바일 게임들 대부분이 이런 흐름을 타고 있다.

한빛소프트는 한국, 일본, 대만의 실시간 국가전을 포인트로 내세웠다. 아마도 ‘PvP(Player vs Player)’에 나름 공을 들였고, 전투에 직접 개입하는 시스템을 넣은 것도 이 때문으로 보인다. 게임 초기에도 연합에 가입하면 보상을 주는 것으로 봐서 게이머들이 온라인 대전을 꼭 즐기길 바라는 모양이다. 그런 면에서 캐릭터 육성을 꽤 강조하고 있는데 당연히 여기에는 꾸준한 접속이 필요하다.

하지만 리세마라를 통해 최고 수준의 덱을 구성하는 것이 목표인 게이머들에게 얼마나 와닿을 지는 모르겠다. 전략이 중요하다고는 하지만 자동 전투로 전개하는 것이 훨씬 편하기 때문에 대부분의 게이머들은 시나리오 모드로 쭉쭉 밀고 나갈 것이다. 기존의 디펜스 형태에서 게이머들이 직접 개입할 수 있는 실시간 전략 시뮬레이션으로 달라졌다고는 하지만 ‘간발의 차이’라는 것이 느껴질 정도로 게임이 역동적으로 흘러가지는 않는다. 추측건대 이 부류에 속하는 게이머들은 아마 자동 전투를 설정해 놓고, 웹 서핑을 하고 있을 지도 모른다.

다른 하나는 한빛소프트가 삼국지의 캐릭터들 대부분을 여성으로 탈바꿈했다는 것이다. 특히 관우는 그 길다란 수염은 사라지고, 노출을 강조하는 코스튬을 입고 있는데 일본의 ‘데포르메형’ 그림체와는 사뭇 다르다. 이른바 ‘큰 눈 그림체’로 불리는 아니메 캐릭터들은 오타쿠 문화에 깊숙이 들어와 있었다. 한빛소프트의 여성 캐릭터들 눈은 다행히도 정상인으로 돌아왔지만, 미묘하게 밍밍한 구석도 있다. 특히 시나리오 모드에서 유난히 생명력이 없어 보이는데 놀라울 정도로 낡은 그래픽과 디자인 탓도 있겠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눈에 생기가 없었던 것도 컸던 것 같다. 자세히 들여다 보면 셰이더(shader) 처리가 덜 된 ‘보컬로이드’ 캐릭터를 보는 것 같기도 하다.

이 시선은 한빛소프트가 삼국지 캐릭터들에게 온갖 야한 의상을 입힌 쪽에 관심을 기울일 것이다. 개인적으로 플레이했던 관우나 적군으로 설정된 동탁 같은 경우는 우리 상식 속의 ‘의식주’에서 한참 벗어났을 뿐만 아니라 일본의 오타쿠 문화에 존재했던 여러 여성 캐릭터들을 뛰어넘을 정도로 홀가분하게(?) 벗었다. 이 부류에 속하는 게이머들은 위, 촉, 오의 영웅전과는 무관하게 자신들만의 상상력에 더 무게를 두기 때문에 만족스러운 장면이 나올 때까지 플레이를 진행할 것이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그 기대는 비관적일 수밖에 없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캐릭터들의 디자인이나 일러스트가 창작자의 순수한 개성과는 거리가 멀기 때문이다. 얼굴은 앳된 미소녀, 그런데 우람한 어깨와 큰 가슴을 가지고 있고, 육덕은 지나칠 정도로 크다. 이 언밸런스한 몸매가 통하는 세상이 있다면 좋겠지만, 역시 이 부류의 게이머들도 자동 전투를 설정해 놓고 웹 서핑을 즐길 것이다.

마지막 시선은 삼국지를 통틀어서 고전까지 즐겨 읽었던 문학 소년, 소녀들이다. 사실 이들까지 갈 필요 없이 낯익은 게임 커뮤니티 사이트에서도 단점을 더 많이 언급하고 있었다. 대부분은 전략 RPG에 초점을 맞췄다는 한빛소프트의 설명에 손사래를 치고 있었다. 그들에게는 여성 캐릭터들을 수집하고 성장하는 게임이라는 게 훤히 보이기 때문이다. 혹자는 “도대체 삼국지는 어디까지 가는 것인가?”라며 나관중 작품의 희화화를 멈춰 주길 바라고 있었다.

개인적으로는 이 게임의 여성 캐릭터들을 보면서 오타쿠 문화에 갑작스럽게 호기심이 생기기도 했다. 여포와 동탁을 여성으로 바꾸고 이렇게 과감히 벗겨 논다고 해서 섹슈얼리티라고는 전혀 느껴지지도 않는데 말이다. 일본의 츠쿠바 대학 의학 박사인 사이토 타마키 씨는 오타쿠에게 현실로 돌아오라는 설득은 무의미하다고 설명한다. 성적인 존재일 수밖에 없는 우리들의 현실을 잊으려 한다는 인식 자체를 문제로 삼은 것이다.

한빛소프트의 <삼국지난무>는 모두에 언급한 것처럼 전형적인 미소녀 수집 게임이라고 할 수 있다. 전략 RPG를 표방하기에는 전투 시스템이 다소 심심하고, 업그레이드와 보상에 시간을 할애하는 경우가 더 많다. 다만 많은 게이머들이 기다린 만큼 서버가 안정이 되고, 체계적인 영웅 시스템이 원활하게 홍보 된다면 현재보다는 더 많은 사랑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국내 성우진의 목소리 연기는 지금 생각해도 여전히 멋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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