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억 명의 인간들 : 알고리즘을 배워보자!

  • 입력 2018.09.10 14:49
  • 수정 2018.10.08 16:52
  • 기자명 조슈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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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좀 잠잠해진 것 같지만, 한 때 코딩 교육 열풍이 거세게 불었습니다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프로그래밍 지식과 기술이 필수라면서 어릴 때부터 코딩을 가르쳐야한다는 말이 많았죠. 사실 저는 그게 꼭 필요한지 잘 모르겠습니다. 피아노에 태권도에 영어 학원까지 다니느라 피곤한 아이들에게 학원 하나를 더 다니게 하자는 말로 밖에 들리지 않더군요. 하지만 굳이 코딩 사교육을 해야겠다면, 본격적으로 학원에 보내기 전에 이 게임을 먼저 시켜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바로 7 Billions Humans. 우리말로 70억 명의 인간들입니다.

70억 명의 인간들Tomorrow Corporation에서 제작한 Human Resource Machine의 후속작입니다. 두 작품 모두 주어진 명령어로 알고리즘을 짜서 과제를 해결하는 방식으로 진행됩니다. 일의 순서를 계획하고 반복 명령어로 자동 진행되게 만드는 과정이 프로그래밍과 아주 유사합니다. 다만, Human Resource Machine에서는 어셈블리어 기반의 명령어로 한 명의 인간에게 지시를 내렸다면, 이 게임에서는 좀 더 복잡하고 독자적인 명령어로 다수의 인간에게 지시를 내린다는 점이 다르죠.

 

시작은 무척 간단합니다. 상자를 들었다 놓기만 하면 되거든요.

 

 

이해를 돕기 위해서 초반 스테이지를 예시로 들겠습니다. 이동하기, 집어들기, 내려놓기 명령어가 주어지고, 이 명령어를 활용해서 10명의 사람들에게 상자를 집어들어서 특정 장소에 놓으라는 지시를 내려야 합니다. 1열에 이동하기, 2열에 집어들기, 3열에 이동하기, 4열에 내려놓기 명령어를 설정한 뒤에 프로그램을 실행하면, 10명의 사람들이 일제히 이 지시에 맞춰서 움직이게 되죠. 이런 방식으로 제시된 목표를 달성하면 다음 스테이지로 넘어가게 됩니다.

 

처음엔 간단한 목표가 제시되고 주어지는 명령어도 많지 않지만, 게임을 진행하면 할수록 복잡한 목표와 다양한 명령어가 추가됩니다. 예를 들어, 가장 왼쪽에 있는 상자를 위로 올리고 다음 상자는 한 칸 밑으로 내리는 과정을 반복해서 상자를 지그재그로 배치하거나, 바닥에 있는 구멍을 피해다니면서 상자를 파쇄기로 옮기는 것처럼 쉽지 않은 조건이 주어집니다. 명령어도 점프문, ifor를 사용하는 조건문 등이 추가되고 오브젝트도 다양해지죠. 한 명의 인간에게 사칙연산 위주로 지시를 내렸던 전작에 비해서 굉장히 복잡해진 모습입니다.

 

나중에는 점점 복잡한 목표와 다양한 명령어가 제시됩니다

 

 

물론, 이 게임이 실제 코딩과 완전히 같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현실에서는 사용되지 않는 명령어도 있고 논리적이지 못한 조건과 상황이 제시되기도 하니까요. 따라서 이 게임을 통해서 코딩을 배운다는 말은 맞지 않습니다. 하지만, 코딩에 필요한 기초적인 알고리즘 배열을 배우고 논리적이고 효율적인 사고를 키우는 데에는 적합하다고 생각합니다. 명령어를 이용해서 알고리즘을 만드는 과정에 아기자기한 그래픽과 직관적인 인터페이스를 더해서 접근성을 높였으니까요. 코딩을 하나도 모르는 사람도 쉽게 접근할 수 있을 겁니다.

 

다만, 여전히 불친절한 부분과 높아진 난이도는 아쉬운 부분입니다. ‘70억 명의 인간들앞서 말씀드린대로 시작하기는 무척 쉬운 게임입니다. 초반에 제시되는 목표와 명령어는 누구나 이해하고 달성할 수 있을 만큼 쉬우니까요. 하지만 이렇게 쉽게 시작한 난이도를 천천히 끌어올리는 것이 아니라 불과 몇 스테이지만에 확 끌어올리는 구간이 자주 등장해서 플레이어를 좌절감에 빠뜨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전작보단 나아지긴 했지만, 새로 추가된 명령어가 어떤 식으로 활용되는지 설명과 예시가 여전히 부족한 점도 아쉬움으로 남습니다. 심화된 스테이지를 후반에 몰아서 배치하거나 보너스 스테이지로 분리해뒀으면 좀 더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군요.

 

전작처럼 최소 스피드, 최단 시간에 도전할 수도 있지만, 난이도가 상당한 편입니다.

 

 

‘70억 명의 인간들은 전작인 Human Resource Machine을 잘 계승하는 퍼즐 게임입니다. 전작에서도 코딩을 퍼즐로 만든 제작사의 아이디어에 감탄을 했지만, 이번 작품에서는 그 퍼즐의 차원을 한 단계 끌어올린 모습에 놀라게 되었습니다. 복잡한 스테이지를 들여다보면서 한참 머리를 싸매고 고민하다가 명령어가 제대로 작동하는 과정을 보고 있으면 짜릿한 기분이 드는, 아주 좋은 퍼즐 게임입니다. 중간에 등장하는 컷신 영상이나 대사도 사회 비판적인 모습과 유머러스함을 동시에 갖추고 있어서 게임이 단조롭게 흘러가는 것을 어느 정도 막아주는 점도 훌륭합니다.

 

다만, ‘70억 명의 인간들을 누구에게나 추천할 수는 없습니다. 꽤 어려운 퍼즐을 오래 붙잡고 풀어내는 과정을 즐기는 사람이거나, 전작을 재밌게 했거나, 코딩에 어느 정도 관심이 있어야 이 게임의 진입 장벽을 통과할 수 있을 겁니다. 사실 퍼즐 하나 풀겠다고 몇 시간 동안 노트에 연습하면서 고민할 사람은 그렇게 많지 않거든요. 아마 복잡한 명령어를 썼다 지웠다 하고 있으면 이게 게임인지 일인지 헷갈릴 수도 있겠죠. 포탈2처럼 비교적 간단한 퍼즐에 충격적인 스토리와 연출이 섞인 대중적인 퍼즐 게임과는 거리가 먼 편입니다. 게임의 가격이 15,500원으로 저렴하고 플레이 타임도 충분하지만, 구입하시기 전에 자신의 취향에 맞을지 고민을 해보시길 바랍니다.

 

중간에 등장하는 컷신 영상은 전작보다 풍성해졌고, 한국어화가 잘 되어있어서 이해하기 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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