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S4] 내가 아는 스파이더맨은 아니지만 그래도 스파이더맨. 스파이더맨 모랄레스 리뷰

  • 입력 2020.11.16 11:28
  • 기자명 김민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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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파이더맨은 여러 모로 매력있는 캐릭터다. ‘여러분의 친절한 이웃이라는 히어로 모토에 맞게 조금(?) 똑똑한 평범한 고등학생이 슈퍼 거미에 물려 하루아침에 히어로가 된다는 설정인데, 히어로인 스파이더맨이 우리와 같은 일반인의 삶을 영위하며 취업, 연애, 우정 같은 일상 문제로 골머리를 앓는 모습이 친숙함을 불러일으킨다. 거기다 히어로 스파이더맨과 일반인 피터 파커와의 사이에서 끊임없이 고민하지만 시종일관 유쾌하고 활기차게 문제를 해결하려는 캐릭터의 매력은 가히 독보적이라고 할 수 있다.

워낙 유명한 캐릭터고, 마블 영화를 통해 그 인기가 더욱 높아진 캐릭이지만, 정작 게임에서는 제대로 구현된 적이 없었다. 사실 예전 게임 그래픽과 시스템에서는 스파이더맨 특유의 역동적이고 정신없는 액션을 구현하기가 어려운 것이 사실이었다. 그런데 2018, 인섬니악은 그 어렵고 힘들다는 스파이더맨의 액션을 거의 완벽에 가깝게 구현해 굉장한 호평을 받았다. 물론 게임 내적으로는 여러 가지 단점이 지적되기도 했지만, 스파이더맨이라는 캐릭터를 게임에 잘 녹였냈다는 점에서는 거의 이견이 없을 정도로 호평일색이었다.

필자 역시 PS4를 구매하자마자 스파이더맨을 즐겼었고, 꽤 오랜 시간 굉장히 즐겁게 즐긴 경험이 있다. 스피디하고 호쾌한 액션은 물론이고, 그래픽도 수준급이었다. 거기다 이동 자체가 웹 스윙으로 뉴욕을 가로지르는 액션성이 내포되어 있는데, 이 부분이 엄청난 호평을 받으며 빠른 이동이 필요 없다는 찬사를 받기도 했다. 애초에 게임 출시 때부터 2를 계획한 게임이었는데, 그 문제의 스파이더맨 21112일 출시되었다. 무엇보다 큰 관심을 끌었던 건 최초의 PS4/PS5 독점작이었다는 것. 아쉽게도 필자는 아직 PS5를 구매하지 못해 PS4로 즐겼지만 게임의 전체적인 내용이나 시스템은 모두 동일하기에 리뷰에는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게임 스토리는 물론 상당 부분이 전작의 영향을 받은 만큼, 전작과의 비교가 많이 들어갈 수밖에 없는 점은 이해 바란다.

뉴욕에서 할렘으로 활동반경을 바꾼 스파이더맨

전작 마지막에 2대 스파이더맨으로 지명된 마일즈가 주인공이다. 이제 막 피터로부터 스파이더맨 교육을 받은 마일즈는 스파이더맨과 함께 뉴욕의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나서는데, 마일즈의 실수로 라이노와 죄수들이 탈출하게 된다. 어찌저찌 이 사건을 해결하고 나면 피터는 메리 제인의 해외 출장에 따라가게 되었다는 말을 전하며 당분간 마일즈에게 뉴욕을 맡긴다고 이야기한다. 홀로 뉴욕의 스파이더맨 역할을 하게 된 마일즈는 록슨 에너지 회사와 언더커버라는 범죄자 집단 사이에서 발생하는 문제의 한 복판에 서게 되고, 스파이더맨으로서의 무거운 책임감을 절감하며 조금씩 성장하게 된다.

스파이더맨 시리즈 특유의 어린 청소년의 성장과 고뇌가 잘 묻어나는 스토리다. 마일즈가 홀로 성장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만들어 놓는 개연성도 좋았고, 전체적인 진행이 매끄럽긴 하지만, 아쉬운 건 캐릭터의 매력 자체가 좀 약해 보인다는 점이다. 필자가 선대 스파이더맨인 피터 파커에게 특별한 애정이 있어서 그런건지는 모르겠지만, 마일즈는 여러 모로 조금 무난한 성격의 소유자다. 피터 파커처럼 b급 병맛드립을 즐기는 것도 아니고, 배트맨처럼 아예 딥한 분위기가 느껴지는 것도 아니다.(물론 그랬다가는 스파이더맨이 스파이더맨이 아니게 되겠지만) 여러 모로 너무 평범한 청소년의 모습이라 쉽게 정이 가지 않았다. 분명 나는 계속 마일즈를 플레이하고 있는데, 중간 중간 전화통화나 홀로그램 등으로 등장하는 피터가 더 반가운 건 기분 탓일까? 강케라는 캐릭을 통해 그런 요소를 많이 분담하려 한 것 같기는 한데, 필자가 보기에는 많이 부족해 보인다. 사소한 설정들 가운데 이해되지 않는 부분도 많다. 마일즈는 어쩌다 생체전기와 투명화 능력을 얻었는지. 전작에서는 단순히 자애로운 어머니로만 표현되던 리오 모랄레스가 어쩌다 시 의원에 출마하게 되었는지. 전작과 많이 달라진 모습에 괴리감이 느껴지는 부분이 많다. 그게 가장 심한 건 피터 파커. 오프닝 부분에 잠깐 나오는게 다지만, 전작과 모델링이 달라져서 상당히 어색했었다. 그와 반대로 메인 빌런 역할로 등장하는 팅커러는 스토리와 모델링, 무기 등 모든 부분이 매력적이었다.

장점은 극대화, 단점은 그대로

성공을 답습하기 위함인지, 전작의 시스템을 거의 그대로 가져왔다. 전투는 물론이고 오픈월드 시스템, 이동방식까지. 답습의 문제는 명확하다. 장점은 물론이고 단점까지 그대로 물려받는다는 것. 스피디한 전투의 호쾌함과 이동의 즐거움은 여전하다. 특히 전투에서는 생체 전기와 투명화를 이용해서 좀 더 색다른 전술을 펼칠 수도 있다. 능력이 많아진 만큼 등장하는 적들의 난이도도 한층 올라갔다. 전작에서 이어지는 느낌이라고 해야 할까. 단순히 스파이더맨 능력만 가지고는 모든 적들을 상대하기 어려워서 생체 전기와 투명화 능력을 꼭 사용해야 전투가 조금 더 수월해진다. 이동 역시 조금 더 진화했다. 이전작에서 가장 큰 호평을 받은 부분인 만큼 이동 자체는 거의 건드리지 않고, 오히려 즐길법한 요소를 더 추가해 두었다. 공중에서 버튼 조합을 통해 다이빙 선수들이 하는 것처럼 묘기같은 움직임을 더할 수 있고, 그에 따라 생체전기 게이지가 차거나 경험치를 얻기도 한다. 생체 점프를 통해 공중에서 더욱 다양한 동작을 구현할 수 있도록 한 점도 좋았다.

장점을 그대로 계승한 것 만큼이나, 단점 역시 그대로다. 일단 반복적인 수집요소가 너무 많다. 차라리 처음에 모든 수집요소를 오픈해 주던가. 전작처럼 스토리 진행에 따라 수집요소가 오픈되어서 같은 맵을 몇 번이나 돌아야 한다. 아이러니한 건 정작 오픈월드에서 가장 답답한 이동이 재밌어서 지루하지 않다는 점이지만, 그래도 전작에서 단점으로 지목된 부분인 만큼 개선을 좀 해줬으면 했는데, 아쉬웠다.

겨울의 뉴욕, 밤의 뉴욕. 아주 훌륭하다.

PS5 대작 중 하나인지라 그래픽은 물론이고 조작감도 훌륭하다. 특히 그래픽은 보는 내내 감탄을 자아낼 정도로 좋았다. 구현이 잘 되어 있는 것과 별개로 앞서 말한 모델링 변화는 좀 아쉬웠지만, 그걸 감안해도 작품 전체에 드러난 그래픽이 환상적이었다. 특히 해외에서도 호평을 보내고 있는 건 뉴욕의 약간 황량한 듯 하면서도 화려한 특유의 겨울을 아주 디테일하게 구현해 냈다는 것. 어쌔신크리드에서 느꼈던 것 같은 디테일을 뉴욕에 한정해서 즐길 수 있는 건 큰 메리트 중 하나였다. 전작과의 연결점을 찾아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전작에서 피터가 서브퀘스트로 인생을 갱생시켜준 여인이 자원봉사센터의 책임자로 나오고, 전작의 빌런들 이름도 수시로 언급된다. 서브퀘스트의 등장인물이 메인 퀘스트에 비중있게 등장하는 점 역시 일반적인 오픈월드 RPG의 클리셰를 벗어난 점이라 특색 있었다.

적은 볼륨은 단점. DLC를 노리나?

전작이 워낙 뛰어났고, 이를 그대로 이어받은 작품이라 큰 단점을 찾기 힘들다. 하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아쉬운 점은 눈에 띈다. 가장 큰 건 볼륨. 가격이 싼 편이 아닌데, 플레이 타임이 길지가 않다. 서브퀘스트와 부가목표를 모두 완료한다 하더라도 50시간이 안될 것으로 보인다. DLC를 염두에 두고 발매한 거라면 할 말은 없지만, 그런 장삿속이 마냥 좋게 보이지는 않는다. DLC를 염두에 뒀다면 본편 가격을 좀 낮추던가. 6만원에 이르는 가격치고는 볼륨이 너무 적어 보인다. 스토리도 불필요하게 끄는 면이 없지 않아 있다. 메인 스토리에서 주요 적으로 등장하는 건 오프닝의 라이노를 빼면 팅커러와 악덕기업의 수장이 전부. 이들 이야기에만 상당 시간을 투자하고 다른 빌런들은 거의 등장하지 않아 아쉬운 감이 컸다. 보스전이 거의 존재하지 않는 점도 좀 아쉽다. 물론 잡몹들의 능력이 훨씬 다채로워지고 강해져서 전투 한 번 한 번마다 긴장의 끈을 놓지 않게 만들지만, 그것과 보스전의 재미는 다르니까. 자잘한 오류도 좀 있다. 메인 스토리 도중에 마일즈의 음성이나 자막이 아예 삭제되는 오류도 있고, 튕기는 현상도 있었다.

PS5 첫 독점작인 만큼 꼭 플레이해 보길. 스파이더맨의 스윙을 이만큼 구현한 게임도 드물다.

전작을 플레이해 본 이들은 알겠지만, 스파이더맨의 스피디한 액션을 이만큼 구현한 시리즈는 아마 없을 것이다. 스파이더맨2, 마일즈 모랄레스는 그러한 스파이더맨의 장점을 더욱 극대화했다. 전투는 좀 더 파괴적이고, 다채롭게 바꾸었고, 이동에서도 추가로 즐길 수 있는 요소를 더 집어넣었다. 장점을 더욱 발전시켰지만, 단점은 개선하지 못했다. 피터 파커의 개성은 그대로지만, 신 캐릭터인 마일즈는 별 다른 특징이 없는 스파이더맨이 되어 버렸고, 유비식 수집 요소는 여전히 비판의 대상이며, 볼륨은 가격에 비해 적다. 하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즐길거리가 있는 게임이다. 스파이더맨의 웹 스윙과 이동을 체험해 볼 수 있다는 점만 으로도 이 게임은 플레이할 가치가 있다. 특히나 스파이더맨을 사랑하는 유저라면 꼭 플레이해보길 권한다. 이왕이면 전작부터 플레이하고 즐기길 권하지만, 이 작품부터 즐겨도 크게 문제가 되지는 않는다. 볼륨 대비 가격이 비싼 편이라 스파이더맨에 그닥 애정이 없는 게이머라면 굳이 출혈을 감수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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