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일단 참으십시요! 써틴(XIII) 리마스터!

  • 입력 2020.11.16 11:37
  • 기자명 캡틴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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써틴은 2003년도에 발매한 1인칭 FPS 비디오게임입니다.

그리고 바로 저번 주, 20201111일 빼빼로데이를 기념해서 새로운 기술로 재탄생한 써틴(XII)이 발매되었죠!

 

개발진들의 의지는 확고합니다. 오죽하면 대부분 게임이 리메이크 되면 뒤에 나온 작품에 리마스터리메이크리포지드같은걸 붙인다든지, 혹은 후속편의 부제를 붙이기 마련인데요? 써틴은 오히려 2003년도 발매되었던 게임에 써틴-클래식 (XIII : CLASSIC)이란 이름을 부여해주고 2020년 판의 제목을 XIII로 가져왔습니다.

이것이 바로 새 시대의 제대로 된 진정한 써틴(XIII)이란 소리죠!

 

먼저 읽는 법부터 확인하고 가시겠어요.

XIII 이것은 로마자입니다. X10. 뒤에 붙은 세 개의 I3을 의미하여 XIII13 (써틴)을 의미하게 되는 것이죠. 그리하여 쓰는 방법이 XIII이지만 읽을 땐 엑시-’가 아닌 써틴-’이 됩니다.

 

하여간 그렇게 야심찬 개발진들의 의사와 다르게, 사랑의 날인 빼빼로데이에 공개된 이 게임의 평가는 아주 사랑스럽지 못합니다. 아래로 향한 엄지들과 붉은 평가들이 매우 불만족을 그리고 있거든요. 그렇다면 이게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인지, 여러분 대신 매우 불만족스러운 게임 플레이를 마치고 온 저의 한탄을 들어주시죠!

 

 

 

호쾌한 상남자 액션의 콘셉트”.

실제 게임속은 어버버”.

 

써틴(XIII)의 스토리나 캐릭터 콘셉트는 자못 비장합니다. 만화 같은 표현기법이 난무하는 서틴식 효과음으로 글자로 허공 어딘가에 비쟈아앙~”을 써놔도 괜찮을 정도죠. 스토리의 패턴은 영화 007시리즈의 후기 시리즈 스토리들과 비슷합니다.

과거가 감추어진, 특급 살인기술을 가진 특수요원 써틴은 기억을 잃은 채로 바닷가에서 눈을 뜹니다. 그리고 일어난 그는 구조대원조차 총으로 갈겨버리는 무자비한 악당들에게 쫓깁니다. 더군다나 경찰도 써틴의 편이 아닙니다. 왜냐면 써틴 자신은 또 모 유력 정치인을 저격, 살해했다는 의심을 받으며 FBI에게 쫓기는 상태죠.

이렇게 FBI와 의문의 단체 둘 모두에게 쫓기는 도망자 신세인 써틴은 과거 동료와 힘을 합쳐 진정한 사건의 진실을 찾기 위한 액션활극을 벌입니다!

 

이런 콘셉트는 써틴을 조금 지난 액션 영화들, 예를 들면 007혹은 리썰 웨폰 시리즈, 혹은 본 시리즈의 주인공을 떠올리게 만듭니다. 어두운 비밀을 간직한 채, 적들을 샤프한 액션으로 때려눕히는 하드보일드한 멋진 주인공들 말이죠!

 

하지만 게임속의 주인공은 그렇지 못합니다. 정확히는 게임을 하는 플레이어는 그런 액션을 이어가기 힘들다는 게 맞는 표현이겠죠.

게임속에서 하드보일드한 멋진 주인공처럼 굴기 힘든 이유는 두 가지가 있습니다.

 

첫 번째는 어설픈 액션들입니다.

마치 암살자들에게 둘러싸인 존 윅처럼 멋들어진 액션을 선보이고 싶지만, 실제로 하게 되는 것은 어설픈 허우적거림에 가깝습니다. 이 게임 써틴(XIII)의 조작감은 최악을 살짝 빗겨 난 수준입니다. 주인공의 모든 액션이 이상할 정도로 어색하게 느껴집니다. 가장 기본인 총 쏘는 액션도 마찬가지입니다. FPS 게임에 대한 숙련도가 없지 않은 저임에도 불구하고 써틴의 에이밍은 정말 이상하게 느껴져서 바보처럼 걸어 다니는 AI들도 단번에 맞추지 못하고 여기저기 총알을 갈겨대며 낭비하기 일쑤였습니다.

 

세부적인 액션도 몰입감을 깨긴 마찬가지입니다. 캐릭터가 휘두르는 근접 공격인 주먹질은 마치 드래곤볼 주인공의 그것처럼 원거리에 있는 적에게 날아가서 박히기도 하고, 적의 한참 뒤편에 있는 벽에 날아가서 박히기도 합니다. 마치 주인공이 장풍을 쏘는 거처럼 보입니다.

 

자물쇠를 해제하는 도둑들의 도구인 락픽을 이용하게 되면 훨씬 더 가관입니다. 애초에 이 주인공이 여는 문 중에 열쇠 구멍이 제대로 있는 문이 별로 없습니다. 열쇠 구멍은 없지만, 대충 문의 어딘가에 락픽 버튼을 대면 잠금이 해제됩니다. 이것이 심해지면 눈으로 봐서 락픽이 채 닿지도 않을 거리의 문도 락픽으로 해제해버리는 초능력을 발휘하는 주인공을 볼 수 있게 됩니다.

 

 

이러한 디테일들은 2003년에 출시된 게임이라면 그러려니 할 수 있는 분위기였겠지만, 요즘에 와서 4만 원대의 가격을 받으며 이 정도로 디테일이 엉망인 게임은 보기 힘듭니다.

 

더군다나 사소한 디테일들은 모두 넘긴다 해도 총을 활용한 액션이 손에 안 달라 붙는듯한 미묘한 조작감을 가지고 있는 게 가장 용서할 수 없는 부분이죠.

 

미끌미끌한 감각의 조작감과 에이밍은 그렇다 치고, 멋진 하드보일드한 주인공을 연출할 수 없는 이유는 또 있습니다.

 

두 번째, 조잡한 동선과 불친절한 UI입니다.

써틴(XIII)의 미션 동선은 상당히 조잡하다는 인상이 듭니다. 그런데 이를 안내해주는 UI가 그다지 친절한 편도 아닙니다. 그러다 보니 플레이어는 별거 아닌 구간에서 한참이나 뭘 하란 거지?’ 하며 헤매게 되는 시간들이 생기게 됩니다.

 

예를 들면 가장 첫 번째 미션에선 정체불명의 적들을 피해 해변가에서 도망쳐야 하는데, 눈앞에 딱 타고 도망치면 좋을 거 같은 차량은 내버려 두고, 대신 주인공은 적들이 버글버글한 해변가로 다시 돌아가서 싸워야 합니다. 미션의 내용은 도망쳐라인데 말이죠!

이런 내용인 거까지도 좋습니다. 하지만 그런 행동을 해야 한다는 실마리조차 주지 않는 부분은 질이 나쁘죠. 써틴(XIII)에도 번지 스튜디오 등에서 FPS 게임에 자주 사용하는 흰색의 마름모꼴로 퀘스트 진행을 알려주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 퀘스트 표시가 굉장히 짧게 등장하고 금세 사라져서 곤란해지죠. 1인칭 FPS 게임의 경우엔 미션이 이뤄지는 위치를 뻔하게 알고있어도 눈앞에 각종 장애물이 막고 있는 경우가 많으므로 잠깐 마름모꼴을 표시해주는 것 만으론 도대체 어디서 뭘 만져보라는 건지 못 보고 지나치는 경우가 태반입니다.

 

헤일로 시리즈나 월드워Z 게임, 혹은 데스티니 가디언즈 등의 게임을 보면 이 미션을 표시하는 마름모꼴을 그래서 굉장히 자주 띄워주며 플레이어가 방향을 잃지 않도록 하는 지표로 사용해줍니다. 하지만 써틴(XIII)에선 플레이어가 이 마름모꼴을 발견하는 순간 사라지다시피 해, 정작 마름모꼴이 있었을 법한 곳의 근처에 가면 또다시 미션의 방향성이 오리무중이 되어버리는 경우가 잦습니다. 있으나 마나 한 가이드같이 느껴지죠.

 

 

 

심지어 써틴(XIII)의 중후반부엔 FPS 유저들이 가장 싫어하는 불릿 스펀지 타입의 적들이 등장합니다. 아무리 정확하게 총알을 먹여도 일정이상 데미지를 입기 전까진 슈퍼맨처럼 멀쩡하게 돌아다니는 네임드 적들이죠.

 

최악의 조작 감속에서 불릿 스펀지 네임드와 싸우자니 정말 찐~하게 현타가 오는 기분이었습니다.

 

날 어두운 과거를 지닌 멋진 전직 특수부대 요원 출신의 건맨으로 만들어주는 게 그리도 힘든 일이었나요? 이 게임에 바란 건 딱 그거 하나였는데 말이죠!

 

 

 

돌아오지 않았음이 좋았다.

별게 다 괘씸해진다.

 

2003년 산 써틴-클래식의 경우엔 제가 직접 해보진 않았지만, 남아있는 평가들이나 흔적들을 살펴보면 최소 범작에서 나만의 작은 명작 정도는 되었던 거 같습니다. 게임 자체에 대한 전반적인 평가를 높게 받았던 작품은 아니지만, 좋아하는 마니아층은 잘 잡았던 게임이었던 거 같아요.

 

그런 면에서 보자면 2020 써틴(XIII)은 차라리 돌아오지 않았던 것이 나을 뻔했습니다. 아마도 이 게임은 써틴(XIII) 시리즈를 처음 해 보는 저 같은 사람에겐 돈이 아까운 게임이 될 공산이 크고, 원래 써틴의 팬에겐 추억을 난도질당한 상처가 될 확률이 높습니다.

 

 

게임의 초반엔 써틴의 배경 스토리를 FBI 직원이 자료실에서 지켜보는 거에서부터 시작되는데요, 이 자료 안의 화면을 잘 보면 2003년 써틴의 초반 오프닝을 그대로 가져온 것입니다. 2020년의 부드러워진 그래픽의 캐릭터가 2003년 캐릭터들로 이뤄진 만화 형식의 오프닝을 3자의 시선으로 보는 상황이 바로 이 게임의 오프닝인것이죠.

 

 

처음엔 그냥 넘어갔던 오프닝이지만, 게임의 전반적인 퀄리티를 체험하고 나니 초반의 오프닝마저 개발을 쉽게 하려는 꼼수처럼 느껴지게 되었습니다. 게임에 대한 인상 자체가 주는 것 없이 밉게 변하니, 오프닝을 새로 만들기 귀찮아서 2003년 오프닝을 재탕한 거처럼 보이는 거죠. 그런 의도가 아니었다 해도요.

 

 

그래서 써틴(XIII)은 리마스터도 리포지드도 아닌, 써틴(XIII) 그 자체로 되돌아왔지만, 결과물을 보니 차라리 안 돌아오는 편이 나았을 거처럼 보입니다. 아직까지는요!

 

게임의 가격과 퀄리티가 절대적인 연관성이 있는 건 아니지만, 4만 원을 쓰고 거의 짜증만 나는 게임은 확실히 잘못된 게 틀림없거든요.

 

써틴의 팬 여러분, 혹시 10여 년 만에 새로이 돌아온 써틴이 너무나 반갑더라도 일단 참으세요!

 

그럼 이번 리뷰는 여기까지.

전 다음에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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