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산형 좀비, 돈으로 때려잡기. 모바일, 'S.O.S: 스테이트 오브 서바이벌' 리뷰

  • 입력 2020.10.29 17:45
  • 기자명 더키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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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에서의 1시간과 현실에서의 1시간은 체감하는 게 다르다. 똑같은 1시간이라고 해도, 게임에 몰입하면 '시간 벌써 이렇게 됐나. 빨리 가네'라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여기에 또 어떤 게임을 하는지, 어떤 플레이를 하는지에 따라 그 길이는 다르게 느껴진다.

 

MMORPG를 예로 들자면, '1탐' 은 공격대의 네임드를 10마리도 잡을 수 있는 시간이지만, 운이 좋지 않다면 네임드 하나의 페이즈도 넘기지 못하고 끝나는 경우도 있다. 플레이어가 주어진 시간 동안 어떤 게임을 하느냐에 따라 그 길이와 가치는 달라진다. 캐쥬얼 퍼즐 게임에서의 1분 1초는 큰 영향이 없지만, 스피드런에 도전하는 경우엔 100분의 1초가 소중하다.

 

대부분 게임은 주어진 시간을 게임에 얼마나 투자했느냐에 따라 그 성과가 나타난다. 물론, '게임 센스' '재능'이라는 것이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치긴 하겠지만, 투자한 시간과 노력만큼의 성과를 얻게 되는 것이 또 게임이다. 

하지만 이런 기본 전제가 다르게 적용되기도 한다. 최근 모바일 게임이다. 모바일 게임은 실력보다 '운빨'이 중요하고, 이를 뒷받침할 '자본'도 필요하다. 시간과 노력을 쏟아붇는 건 비효율적이다. 모바일에선 플레이어에게 '나는 시간이 없어. 근데 나는 남들보다 뒤처지긴 싫어. 돈으로 혼내주겠어'를 자극하고, 또 그렇게 유도한다.

 

이를 가장 극단적으로 보여주는 장르가 바로 'SNG' 혹은 'SLG'라고 부르는 게임들이다. 이 장르에서는 '확률'이라는 변수가 적용되는 경우가 다른 모바일 게임에 비해 적다. 그렇다고 이게 좋다는 뜻은 아니다. 예를 들어 수집형 RPG의 경우엔 10번의 뽑기로 전설 급 영웅을 얻을 수도 있지만, 100번의 뽑기로도 얻지 못하는 '경우의 수'가 적용된다. 하지만, 'SLG' 게임에서는 'P2W' 말 그대로 '돈 쓴 만큼 더 강해진다'의 규칙이 여과 없이 적용된다. 서버에서 가장 강력한 1등도, 자고 일어나면 한순간 순위가 밀려버린다.

 

그만큼 이 장르를 플레이하는 게이머들은 서로 암묵적인 동의가 이루어진다. 말도 안 되는 자본력을 뽐내는 게임이라는 것을 인정한다는 것이다. 물론, 가볍게 즐기는 방법도 있다. 동맹이나 연합, 길드 같은 것을 만들어서 서로 조금씩 협동하는 재미가 없는 것은 아니다. 뭐 어찌 됐든 '중국 클랜의 자본력'을 한 번이라도 지켜본 게이머라면 쉽게 정이 가지 않는 장르인 것은 분명하다.

 

이번 리뷰는 'S.O.S: 스테이트 오브 서바이벌'이다. 'SLG'가 주로 삼국지를 기반으로 하거나, 중세 판타지에 근본을 둔 공성전의 경우가 많은데, 이번에는 '세기말과 좀비'라는 컨셉이다. 재료는 신선하다고 볼 수 있지만, 그 원산지가 중국산이다. 과연 중국산 양산형 게임이 그려낸 아포칼립스와 좀비의 맛은 어떤지 한번 알아보자.

혜리와 정우성의 광고는 그래도 나름 볼만했으나, 게임을 실행하자마자 그런 생각은 모두 증발한다. 유튜브나 웹페이지의 광고에 나오는 그 '중국산'의 맛이 강하게 느껴진다. 특히 초반 게임 타이틀의 일러스트와 어색한 한국어에서 ‘이 게임은 돈을 쓰는 게임입니다’의 분위기가 강렬하게 뿜어져 나온다. 왜 인게임 영상은 노출하지 않았는지 이해가 간다.

 

소재만 다를 뿐이지 게임의 초반은 비슷하다. 거주지를 건설하고, 확장하는 것이 목적이다. 순서가 따로 정해진 것은 아니지만, '챕터' 방식으로 일종의 퀘스트를 제시한다. 플레이어는 시키는 것만 따라가다 보면 게임에 자연스럽게 적응할 수 있다.

 

초반에는 거주지에서 다양한 건물을 건설하고 운영해야 한다. 농장이나 벌목장, 제철소 같은 생산 건물을 지어서 기본 자본을 모으고, 병영이나 훈련소의 건물에서는 병력을 생산한다. 기본적인 자원과 병력 생산 건물에 연구소, 감시탑, 영웅 지구 등의 스킬 레벨업이나 운영에 필요한 건물에서 꾸준히 업그레이드하는 방식이다.

 

필드의 쓰레기더미나 잔해를 제거하면, 자원을 얻을 수 있고, 생존자들을 구출하면 군대의 병력으로 활용할 수 있다. 이렇게 지역의 생존자를 구출하고, 좀비들을 해치우면서 건물을 복구하면 사용할 수 있는 구역이 확장된다.

'스테이트 오브 서바이벌'의 전투는 영웅 캐릭터와 훈련된 병사들을 사용한다. 주된 전투는 3명의 영웅이 하나의 팀으로 진행하는 방식이다. 영웅은 헌터, 라이더, 보병 3종류의 직업으로 나뉘고, 전투 진행은 일반 모바일 수집형 RPG의 디펜스와 비슷하다. 하지만 게임의 주력이 전투가 아닌 만큼, 대형 편성이나 캐릭터 간의 상호작용 등 디테일한 설정은 없다. 플레이어가 직접 개입할 수 있는 것은 영웅의 스킬과 유일하게 위치를 바꿀 수 있는 보병 영웅을 조종하는 것이다.

 

영웅은 레벨업과 계급, 스킬 레벨업으로 성장할 수 있다. 레벨업은 일종의 경험치 책인 '전투 매뉴얼' 아이템이 필요하고, 진급은 해당 영웅의 조각과 등급 조각이 필요하다. 영웅의 조각은 퀘스트 진행이나 첩보 임무, 이벤트에 참여하면 조금씩 얻을 수 있다. 가장 확실하게 조각을 수급하는 방법은 역시 뽑기. 적게는 10개에서 많게는 40개의 영웅 조각을 모아야 한 명의 영웅을 소환할 수 있다. 

 

영웅은 미리 플레이해볼 순 없지만, 모델링이나 스탯, 스킬은 확인할 수 있다. 게임 초반에는 한국 캐릭터 '강은주'를 영입할 수 있는데, 여러모로 도움이 된다. 로그인만 하면 영웅과 강화에 필요한 조각도 꾸준히 얻을 수 있다. 각종 이벤트에서 다양한 영웅들을 얻을 수 있는 만큼, 꾸준히 접속만 한다면 굳이 영웅 수집에 과금할 필요는 없다. 더 중요한 것은 '영웅'보다 '시간'이다.

거주지의 본부 레벨이 10 정도 된다면, 초반의 '분' 단위의 건설과 업그레이드가 '시간' 단위로 급격하게 늘어난다. 건물과 업그레이드의 쿨타임이 돌고 있어 진행할 수 있는 콘텐츠가 그만큼 줄어든다. 이때부터는 그동안 받은 시간 단축 아이템을 활용하거나, 동맹과 관련된 콘텐츠, 황무지의 임무에 집중하는 게 좋다.

 

황무지에서는 영웅과 훈련된 병력으로 분대를 편성하고, 각각의 임무에 파견할 수 있다. 수색에서 좀비들을 찾아 해치우거나, 각종 자원을 수집할 수 있다. 황무지는 다른 플레이어들과 월드맵을 공유하는 만큼, 자신의 거점에서 목적지까지 이동하는 데 시간이 소모된다.

 

이때는 그동안 훈련한 부대의 병력이 필요하다. 병력의 수가 부족하면 임무에서 실패하기도 한다. 거주지에서 꾸준히 병력을 생산하거나, 생존자들을 구출해 전투력을 올려 임무에서 성공할 확률이 높다. 보상만 보고 처음부터 너무 높은 레벨을 도전하기보다는, 수색옵션을 활용해 적절한 난이도를 찾는 게 더 효율적이다.

월드맵은 다른 플레이어의 거주지도 확인해 볼 수 있고, 또 공격도 할 수 있다. 하지만 대부분은 보호막에 쌓여있고, 같은 동맹끼리 뭉쳐있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굳이 다른 플레이어의 자원을 탐낼 필요는 없다. 동맹 간의 연합이 필요한 만큼 동맹 콘텐츠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것이 좋다.

 

'스테이트 오브 서바이벌'에서 그나마 과금의 필요성을 줄여주는 게 동맹과 관련된 콘텐츠다. 동맹끼리는 건설이나 연구의 시간을 줄여줄 수 있고, 상점을 이용하거나 다른 영웅을 지원받을 수도 있다. 꾸준히 기부하고 얻는 보상으로 동맹 상점을 이용하거나, 플레이어의 거주지에서 '지켜보는 것' 외에 할 게 없다면 동맹의 타이머를 지원하는 것도 좋다. 큰 차이가 없는 것 같아도, 많은 동맹이 참여하면 시간 단축에 제법 효과적이다.

'스테이트 오브 서바이벌'은 유튜브의 광고, 혹은 웹페이지의 배너광고에서 보이는 '그 중국산 게임'의 때깔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게임의 전반적인 그래픽과 중간중간 등장하는 일러스트, 컷신, 대사의 번역까지 어쩔 수 없는 양산형의 느낌이 난다. 굳이 해보지 않고도 괜히 꺼려지는 게임인 것을 부정할 순 없다.

 

초반엔 아닌 척하지만, 진행하다 보면 견디기 힘든 허들도 마주하게 된다. 약간의 편의성을 찾다 보면 곳곳이 과금으로 물들어 있다. '선수들끼리'하는 게임이란 게 확실히 느껴진다. 개인적으로는 이 장르의 게임을 좋아하진 않는다. 극단적인 예를 들어 누군가는 10시간이 걸리는 과정을 누군가는 단 몇 초 만에 '지갑'으로 해결할 수 있는 방식에서 재미를 찾지 못하기 때문이다.

 

장르의 색깔이 확실하게 담겨있는 만큼, 이런 암묵적인 규칙에 동의할 수 있는 게이머라면 '경험'의 측면에서 한 번쯤 거쳐 가는 것도 나쁘진 않을 것이다. 하지만, 자본이 노력을 앞서는 경험을, 그들만의 리그에서 느끼는 좌절감을 굳이 게임에서까지 할 필요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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