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대세 연예인과 로봇만으로 성공할 수는 없다. 엘리먼트9 리뷰

  • 입력 2020.10.27 17:38
  • 기자명 김민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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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어김없이 모바일 게임이 수두룩하게 출시되고 있다. 하루에도 몇 개씩 출시되는 게임들은 유명 연예인들을 섭외해서 여기저기 광고를 때리고 자신들의 특징과 장점을 어필하지만, 어디 우리 게이머들이 그런 광고에 속은 게 한 두 번인가, 이제 게이머들도 유명 연예인의 광고에 속지 않고, 게임성을 면밀히 검토하고, 확인해보는 게 대세가 된 지 오래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꾸준이 연예인을 내세워 광고를 하고 그럴듯한 게임처럼 홍보하는 이유가 대체 뭘까?

오늘 리뷰할 엘리먼트9 역시 오랜만에 연예계에 복귀한 초아라는 대형 연예인을 광고모델로 섭외, 광고를 하면서 게임을 출시했다. 지난 19일에 출시한 엘리먼트9는 전투 액션 MMORPG를 표방하며 스팀펑크 세계관에서 로봇을 조작해 보자는 슬로건을 내걸었다. 장난감 세상으로의 초대라는 문구와 함께 태권 V가 등장한 것은 덤. 30~40대의 추억을 자극하는 태권 V와의 콜라보로 관심을 끈 엘리먼트9의 장르는 필자가 제일 싫어하는 모바일 MMORPG. 오해하는 독자가 있을까봐 첨언을 하자면, 필자라고 무조건 모바일 RPG 게임을 싫어하는 건 아니다. 원활하지 않은 조작감 때문에 모바일 RPG 자체를 그렇게 심도있게 즐기지는 못하지만 이런 종류의 게임을 즐기는 이들을 충분히 공감하고 있고, 거기서 얻는 재미와 즐거움 역시 알고 있다. 다만 필자가 극혐하는 건 기본적인 게임성이나 스토리, 시스템도 갖추지 않은 채 유명 연예인의 이름값에 기대어, 혹은 잘 편집된 트레일러 등으로 시선을 끄는 게임들이다. 이런 게임들은 단기간에 유저를 모아서 한 몫 챙길 생각뿐, 게임성에는 큰 관심이 없는 경우가 많다. 게임을 사랑하는 게이머의 한 명으로서 이런 게임들은 진즉에 시장에서 사라져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아쉽게도 광고에 속아 결제의 늪에 빠지는 이들이 많아서 이러한 마케팅이 아직도 성행하고 있는 것이다. 엘리먼트9는 이러한 양산형 게임들과 어떤 점에서 차이가 있는지, 리뷰를 통해 살펴보도록 하자.

개연성 없는 스토리와 괴리감 있는 등장인물들

여러 게임을 하면서 느낀 건데, 대부분 모바일 게임 스토리의 완성도는 인트로 영상과 튜토리얼부터 시작된다. 소설에서도 첫 문장을 어떻게 시작하느냐가 그 소설의 성패를 좌우한다는 말이 있지 않은가. 물론 게임의 경우는 조금 다르긴 하지만 인트로를 보면 대충 어떤 게임이겠다는 예상이 되기 마련이다. 그런 의미에서 엘리먼트9의 인트로는 솔직히 퀄리티가 많이 떨어졌다. 인트로라는 것은 게임의 세계관과 그 안에서 주인공의 위치, 사건의 시작 등을 보여주는 장치이자, 게이머가 게임과 만나는 첫 만남이다. 그런데 엘리먼트9은 이 인트로에 그렇게 공을 들인 것 같지는 않다.

인트로는 그림을 연달아 보여주면서 진행되는데, 방식 자체는 참신하고, 독특했다. 클래스별로 특징도 보여줄 수 있는 장면이 나오고, 이들이 싸우는 주요 적들도 보여준다. 그런데 이들이 왜, 어디서, 어떻게 등장했는지. 주인공들의 포지션은 대체 어디인지. 아무런 정보가 나오지 않는다. 인 게임에 들어가서도 마찬가지. 몬스터가 끊임없이 등장하는 균열을 막기 위해 주인공들이 동분서주한다는 점은 알겠는데, 이 과정에서의 개연성이나 기타 사건들이 그렇게 임팩트있게 다가오지는 않는다.

무엇보다 화딱지 나는 건 등장인들들과 전혀 어울리지 않는 대사톤과 어색한 문장들이다. npc들은 반말과 존댓말을 섞어서 말하고, 주체도 정확하지 않다. 플레이하는 게이머를 향해 하는 말인지, 아니면 인 게임 내의 주인공에게 건네는 말인지도 불분명한데다가 대사톤도 생긴 것과 다른 경우가 많다. 딱 봐도 중후한 남성 톤으로 이런 저런 지시를 내려야 할 것 같은 대장 아저씨가 귀엽고 반듯한 어투로 주인공에게 꼬박꼬박 존댓말을 한다. 이 존댓말도 존경의 의미가 담긴 게 아니라 그냥 형식상 존댓말이다. 이와 비슷한 사례가 곳곳에 산재해 있어서 대화를 읽기가 힘겨웠다. 한 번만 읽어보면 누구라도 그 어색함을 눈치챌 수 있을 텐데, 대체 왜 수정하지 않았는지 의문이다.

의미 없는 단어, 토이 어드벤처

이 게임이 내세우는 가장 큰 특징은 궁극기 개념인 로봇이 등장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토이 어드벤처라는 문구를 전면에 내세웠고, 태권 V와의 콜라보도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이게 게임 전체의 정체성을 결정짓는 중대한 특징인지는 의문이 든다. 로봇이라고 해봐야 스킬이 조금 달라지고, 강력해지는 것 뿐인다. 스토리 상에서는 이 로봇이 세상을 구원할 무슨 특별한 병기처럼 묘사되고 있으며 주인공은 로봇을 조종한다는 사실만으로도 영웅의 자질을 가진 이로 표현된다. 그런데 로봇에 그만큼의 임팩트가 있는지는 의문이다. 약간 움직임이 둔해지고, 강력한 스킬이 두 개 생기는 것 외에는 딱히 로봇만의 특징이 없다. 토이 어드벤처라고 대대적인 홍보를 한 것에 비하면 구성이 좀 초라해서 굳이 그런 멘트를 쓸 필요가 있었나 하는 의구심이 든다.

로봇보다는 오히려 스킬을 사용하는 방식이 더 신선했다. 통상 모바일 RPG는 버튼 하나 누르면 스킬이 나가는 방식이지만, 이 게임은 스킬 버튼을 꾹 누르고 있으면 스킬이 나갈 방향이 지정되고, 버튼을 떼면 스킬이 발사되는 방식이다. 자동전투가 판치는 게임 시장에서 이런 스킬 구성은 처음 보는 것이었고, 나름 신선함을 주는 구성이었다. 퀘스트 이동은 자동으로 진행되지만 전투는 직접 진행할 수도 있고, 자동전투로 할 수도 있다. 개인적으로 전투는 수동으로 조작하는 게 더욱 재밌었다.

목표가 없는 게임진행, 몰입이 안된다.

카툰풍의 그래픽이 모두 그렇지만 깔끔하고 편안하다. 전투시 이펙트도 화려한 편이며 캐릭터의 일러스트도 수준급으료 묘사되어 있다. 그런데 왜 이게 아름답고 멋지다는 생각이 안 들까? 배경도 예쁜데다가 탈 것도 귀엽고 특색있다. 그런데 뭐랄까. 키우는 맛이 없다. 자동진행의 폐해 때문일까? 아니면 어색하고 중구난방인 진행 때문일까. 분명 업그레이드를 했고, 장비도 맞췄는데, 강해졌다는 느낌은 안 들고 그냥 할 일 했다는 느낌 뿐이다. 로봇 역시 디자인이 가지각색이라 수집하는 재미가 있는데, 그것 뿐이다. 실제로 멋있고, 특색있는 로봇이 더 강하겠지만, 굳이 그런 로봇을 보유해야할 목적의식이 없다. 스토리도 직관적이지 않은데다가 그저 주기적으로 자동이동만 계속 누르기 때문일까? 스토리를 더 보기 위해 플레이하는 재미가 1도 없고 그냥 의무적으로 퀘스트 버튼만 누르고 있다. 이 과정에서 현타가 오면 게임을 꺼버리고.

다시 말하지만 그래픽은 굉장히 좋은 편이다. 배경도 깔끔하고 최적화도 잘 되어 있어서 캐릭터의 움직임 역시 부드럽고 호환이 잘 되어 있다. 로봇은 특유의 둔중한 움직임이 잘 구현되어 있고, 스킬을 사용해 진행하는 몰이사냥의 손 맛도 좋다. 문제는 이 모든 과정을 거쳐서 무엇을 달성하려는 것인지 납득이 안된다는 거다. 아무리 간단한 스토리라도 최종적으로 주인공이 달성해야 할 업적이나 과제가 있어야 몰입이 되는데, 그런 게 명확하지가 않으니까. 기계적으로 자동이동 버튼이나 누르게 되는 것이다.

버그와 과금. 망작의 요소를 두루 갖추고 있다.

버그도 꽤 많은 편이다. 캐릭터 생성 시에도 제대로 선택이 안 되어서 고생을 했고, 퀘스트에서 지정한 장소에 갔는데 몹이 안 나와서 재접속만 3번 넘게 한 적도 있다. 필자의 핸드폰 사양이 좋지 않아서일 수도 있겠지만, 화려한 스킬을 쓸 때면 꼭 한 번씩 프레임 드랍이 생겨서 답답함을 느껴야 했다. 가장 짜증나는 건 눈에 보이는 과금 정책이다. 과금이 무슨 이벤트처럼 되어 있다. 엘리먼트9은 오픈한 지 얼마 안 된 게임이라 보상이 엄청나게 많다. 화면에 느낌표가 가득 차 있어서 하나씩 기계적으로 누르면서 보상을 받았는데, 문제는 과금이 중간 중간 섞여 있다는 것이다. 나도 모르게 눌러서 확인을 누르면 과금이 되어 버릴 수 있다. 과금 자체가 나쁘다는 게 아니다. 게임사의 사정도 있고, 장기적인 게임 운영을 위해서라면 과금은 반드시 필요한 정책이다. 대다수의 게임이 과금을 권장하고 있고, 과금이 필요한 요소를 꼭 게임에 집어 넣는다. 하지만 대부분의 게임은 과금 칸을 만들어 놓고 게이머의 선택에 맡겨놓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엘리먼트9은 이 요소를 특이하게 숨겨 놓았다.화면 중앙에 느낌표가 떠 있길래 오픈 보상인 줄 알고 눌렀는데, 그게 과금이었다. 의도적인지, 아니면 필자의 조작미스에 따른 단순한 해프닝인지 모르겠지만, 엘리먼트9은 여러 오픈 보상 사이에 이 과금을 교묘하게 숨겨 놓았다. 의도적이라면 아주 악질인 셈이다.

모든 요소가 따로 논다. 양산형 게임의 전형

엘리먼트9은 모든 요소요소를 따로 놓고 보면 충분히 수작이라 평할수 있을만큼 완성도 있는 게임이다. 그런데 이 모든 걸 이어주고 조합해주는 스토리와 진행방식이 똥이라 망작이 되어 버렸다. 일러스트는 아름답게 구현해 놓고, 여기에 어울리는 대사, 목소리는 넣지 못했으며, 로봇이라는 매력적인 요소를 끌어와 놓고 이를 적절하게 활용하지 못했다. 남자들의 로망을 자극하는 로봇과 대세 연예인인 초아만 섭외했다고 게임이 성공하는 건 아니다. 정작 기본이 될 게임성이 평작 이상을 넘지 못하면 게임의 성공은 물 건너간 셈. 빚 좋은 개살구라는 말이 딱 어울리는 게임. 그게 바로 엘리먼트9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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