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븐하츠 리뷰, 무과금 유저와 제대로 타협한 디펜스 RPG

  • 입력 2020.10.19 13:02
  • 수정 2020.10.19 13:25
  • 기자명 진병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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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븐하츠>는 범람하는 국내 모바일 게임들 사이에서 비교적 ‘킬링 타임’ 측에 속하는 편이다. 여타 모바일 게임처럼 ‘현질’ 유도는 여전하지만, 무과금 유저들도 시간을 두고 즐길 수 있도록 여러 이벤트를 마련해 놓았다. 아이템 수집 역시 남발하지 않고, 적절히 균형을 맞추어 놓았으며 성장 시스템도 꽤 괜찮은 흐름을 보여주고 있다.

가장 눈여겨볼 만한 점은 영웅 수집에 있다. 이 게임에 등장하는 영웅들은 온라인 게임 마니아들이 군침을 흘릴 정도로 비교적 방대하고 체계적이다. 추후 업데이트 예정이 있을지 모르겠지만, 이 정도 흐름으로 영웅 시스템이 발전한다면 챕터 추가도 전망할 정도다. 비주얼도 그럴 듯하지만, 직업별로 펼치는 액션이나 기능들도 전략적인 조화가 필요하다. 자동 전투는 게임 초반에 적응하는 시기와 레벨 차이가 극명하게 나는 순간에만 활용되고 있다.

‘브로크신드리’ 개발진은 이렇게 그럴싸한 흐름을 만들기 위해 꽤 많은 시간을 투자한 것으로 보인다.

게임은 북유럽 신화를 콘셉트로 잡았지만, 거두절미하고 디펜스 장르로 꾸준히 밀고 나간다. 이그드라실의 뿌리 아래로 펼쳐진 세계가 언데드의 침략으로 전쟁이 일어났다는 아주 단순한 스토리다. 개발진 역시 스토리보다는 영웅의 비주얼과 액션 시스템에 더 중점을 두었다. 북유럽 신화와 상관없는 올림푸스 신들까지 등장하는데, 여기에 서유기 캐릭터들도 등장하니 더는 설명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여러분들은 그보다 클래스와 등급별로 이루어진 영웅 시스템에 대부분을 할애할 것이다. 먼저 이 게임의 도감부터 살펴보면 노멀 시리즈부터 케루빔 시리즈까지 나열되어 있다. 노멀 시리즈는 별 하나, 케루빔 시리즈는 별 여섯 개가 찍혀 있는데 당연히 클래스가 다르며 별이 많이 찍혀 있을수록 능력치가 올라간다. 그 사이에는 플레임(별 2개), 스노우부터 비스트(별 3개), 실버윙부터 데빌(별 4개), 세라프부터 발키리(별 5개), 다크엘프(별 6개)가 존재한다. 이들 사이에는 더 많은 영웅들이 존재하고, 성장과 강화 기능을 사용하면 클래스를 올릴 수도 있다. 게이머들이 기대한 것처럼 클래스가 올라갈 때마다 화려한 코스튬으로 탈바꿈한다. 기술이 새로 추가되지 않는다는 점이 아쉽지만, 클래스가 올라가면 능력치 자체가 달라지기 때문에 전투에서 매우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이 게임의 영웅 시스템은 꽤 방대한 편이다. 그 밖에 전설 영웅들이 존재하는데 여기에 올림푸스 신들과 서유기 캐릭터들이 포함된다. 개발진은 이들이 마치 금기의 영웅들이라도 되는 것처럼 도감 안에 새로운 탭으로 정리해 놓았다.

유익한 방법인지는 모르겠지만, 개발진은 내 손에 언제 들어올지 모르는 영웅들을 도감 뒤에 숨겨 놓지 않았다. 전설 영웅들까지 선명하게 공개해 놓았는데 터치하면 그들만의 특정 액션까지 볼 수 있다. 개인적으로는 실루엣으로 가려서 소유욕을 키워주는 것이 더 좋은 방법으로 보이지만, 개발진은 모든 영웅들을 도감에 공개해 놓았다.

전투 시스템은 전통적인 디펜스 장르를 따르고 있다. 비교적 체력이 적고, 몸놀림이 빠른 워리어와 로그는 1턴마다 뽑을 수 있고, 몸집이 제법 크고 공격이 느린 골렘과 워로드는 4턴까지 기다려야 한다. 당연한 수순이지만, 게임이 진행될수록 골렘과 워로드 같은 무거운 캐릭터가 필수 사항은 아니게 된다. 디펜더 캐릭터가 공격을 일정 부분 막아내면서 아처와 위자드에게 공격의 실마리를 찾게 할 수도 있다. 시간이 빠듯하다면 이동 속도가 빠른 로그를 최대한 활용해야 게임에서 승리할 것이다.

이런 당연시 되는 메커니즘을 국내 모바일 게임에서 발견하는 건 그리 쉬운 일이 아닐 수도 있다. 자동 공격으로 성장과 수집을 남발하는 모바일 게임을 많이 접했던 게이머에게는 반가운 소식일 것이다. 게임의 밸런스가 ‘필수 조건’인데도 이를 무시하는 게임들도 적지 않다. 이 게임은 디펜스 장르라는 특성 때문에 스테이지마다 매우 단순하게 진행되지만, 클래스와 등급을 결정짓는 보상 체계가 꽤 촘촘히 마련되어 있어서 동기부여가 나쁘지 않다. 각 챕터는 서른 개의 스테이지로 구성되지만, 각 스테이지에는 난이도가 다른 세 번의 전투가 기다리고 있고, 그에 따른 보상도 달라진다. 특히 세 번째 전투는 제한 시간이 더 앞당겨지면서 전술의 향방을 급격히 바꿔 놔야 한다. 그리고 노력한 만큼 게이머가 원하는 보상이 기다리고 있다.

이 게임의 성장 시스템은 영웅에만 국한되어 있지 않다. 비교적 눈길이 가지 않지만, 공격과 방어를 책임지는 장비와 룬이 있다. 게임을 진행하다 보면 장비와 룬 때문에 슬롯이 가득차는 경우가 많을 것이다. 영웅이 성장하고, 그에 버거운 장비와 룬이 남아도는 것이다. 이 게임은 남는 장비와 룬을 판매할 수 있지만, 다행히도 성장 재료로도 쓰이기 때문에 게이머가 제법 긴 시간을 투자하게 될 것이다.

예를 들어 게이머가 운 좋게 별 다섯 개짜리 ‘세라프 워리어’를 얻었다면 여섯 개로 승급하기 위해 여러 재료들을 끌어모을 것이다. 먼저 승급을 위해서는 레벨 30까지 올려야 하며, 강화를 다섯 단계까지 상승시켜야 한다. 레벨을 올릴 때는 전투를 통해서도 가능하지만, ‘성장’ 시스템을 통해 묘약을 사용할 수도 있다. 여기에는 각 클래스마다 고속 성장이 가능한 묘약도 존재한다. 강화는 남는 영웅을 재료로 쓰거나 따로 마련된 클래스 아이템을 사용할 수도 있다. 이렇게 전제 조건이 마련되면 다음 클래스로 승급할 수 있는데 문제는 재료의 한계다. 당연하지만, 게임을 진행할수록 별이 많은 아이템과 영웅은 구하기 힘들어지고, 낮은 단계의 물건들만 슬롯을 채우기 마련이다. 여기서 게이머는 낮은 단계의 영웅들을 무조건 재료로만 쓰는 게 그리 현명하지 않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남아도는 하급 재료들과 영웅들도 레벨 업을 시켜서 추후 활용할 수 있는지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는 뜻이다.

게다가 낮은 단계의 영웅들이라고 하더라도 레벨을 30까지 끌어올리면 그에 따른 보상도 있다. 이른바 ‘마스터 보상’이라는 개념으로 다이아를 소수 나누어준다. 다이아는 영웅 팩을 구입할 수 있는 유일한 아이템이다.

성장 시스템은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이 게임에서 최종적으로 패배하려면 영웅들 뒤에 대기하고 있는 전차가 무너져야 한다. 전차 역시 성장할 수 있는데 영웅 시스템처럼 수집 조건도 마련되어 있다. 전차도 클래스가 있으며 해당되는 영웅들을 모두 수집하면 얻을 수 있다. 모든 피해를 1초간 무효화하는 ‘셀베이션’ 스킬을 사용하는 발키리는 다섯 개의 별을 찍는 발키리 군대를 모아야 한다. 이들을 얻으려면 팩을 개봉할 때 운도 따라야겠지만, ‘영웅의 재단’이라는 곳에서도 생성할 수 있다. 필요한 건 해당되는 영웅의 조각으로 ‘수호 신전’이라는 던전에서 일부 얻거나 등급이 높은 전투에서 운 좋게 획득할 수도 있다.

하지만 별 다섯 개의 클래스 정도면 꽤나 긴 시간을 투자해야 한다. 프리미엄 영웅 패키지를 구매하더라도 승급 되어 있는 영웅들이 나오는 경우가 허다하다. 특히 코스튬 변화도 없는 썬더캣이나 스노우, 오바테 시리즈가 대부분이다. 이들은 기본적으로 별 세 개짜리 클래스라서 실망감이 적지 않을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세라프 워리어를 운 좋게 획득했으며 나머지는 별 네 개짜리 시리즈에 의존해야 했다.

이 게임의 흐름은 괜찮지만, 언젠가는 무과금 유저에게도 한계가 온다. 다만 이 게임을 하면서 기분이 나쁘지 않았던 이유는 무과금 유저도 일정 부분 즐길 수 있도록 이벤트 페이지가 매일 갱신된다는 점이었다. 마법 상점은 하루에도 여러 번 갱신되면서 아이템 조각을 모을 수 있는 상자를 구입할 수 있게 해주었고, 일일 다섯 번을 돌려볼 수 있는 마법의 맷돌은 운 좋게 별 다섯 개짜리 장비 시리즈를 모을 수 있는 대박 상자를 가져다 주기도 한다. 개발진이 의도한 것인지는 모르지만, 현질 유도를 하면서도 무과금 유저와도 무난히 타협을 봤다는 점이 칭찬할 만한 일이다.

하지만 이 게임 역시 현질을 하지 않는다면 큰 벽에 다다른다는 점에는 변함이 없다. 욕심이 많은 게이머들은 이미 발키리 군단을 모으기 위해 노심초사하고 있을 것이다. 어쩌면 서유기 캐릭터나 올림푸스 신들을 모으기 위해 계속해서 현질을 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흥미로운 점은 개발진이 무과금 유저에게 즐길 시간을 충분히 주기 위해 노력했다는 것이다. 이제 그 선택의 몫은 게이머들에게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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